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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172화 (169/361)

172. 무호흡 딜링 2

시청자들로 하여금 친숙함을 느끼게 만드는 특유의 찐따미.

모나지 않은 수더분한 성격.

그런 알맹이이기에 더더욱 대조 되어 반전 매력으로 느껴지는, 침착한 미녀상.

권지현.

천천히 성장하던 그녀의 방송은 어느 순간부턴가 입소문을 제대로 타기 시작하더니, 한 순간에 인기 스트리머의 반열에 올라.

대기업을 넘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그녀에게 관심을 가졌다.

신도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게 있다면, 그는 권지현을 방송인이 아닌.

이성으로 보고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었다.

아름답지만 기가 세지 않고 온순한 여자가 취향이었던 신도는 자신의 입장을 십분 살려 그녀에게 접근했다.

"제가 크루에서 제대로 키워드릴게요."

"헉…."

한창 뜨기 시작한 권지현은 들떠서, 신도 같은 대형 크루의 수장인 대기업이 직접 제안해줬다는 사실에 크게 감격하여.

냅다 그의 크루에 들어갔다.

신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기회만 되면 같이 식사를 하고.

자신의 방송에 합방 초대를 하고.

선물을 주고.

신도는 정말로 권지현을 제대로 키워줬다.

그리고 그 방식은, 방송인이 아니라 '펫'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크루 안에서 권지현에게 허락된 건 오직 신도의 말에 따르는 것뿐이었다.

신도를 비롯한 크루원들은 그녀를 신도가 데려온 고양이쯤으로 여겼다.

동격의 방송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했다.

허나, 그보다도 권지현을 힘들게 했던 건.

신도가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표하는 이성적인 관심이었다.

신도는 분명 미남의 범주에 속하는 남자였다.

전형적인 기센 미남 상이랄까.

하지만 권지현은 그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

취향 문제를 떠나서, 성격이 너무 껄끄러웠다.

권지현이 신도의 호감이 불편한 건.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의 마음에 보답해주지 못해서였다.

그녀는 솔직하고 또 정중하게 말했다.

"죄송해요… 저는 신도 씨를 방송인으로서 정말로 존경하지만…."

그에 신도는, 좀 더 쎄게 밀어붙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신도가 술자리를 마련했다.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서, 자리가 마무리 되고.

"지현아, 나 좀 데려다 줄래."

신도는 돌아가는 길에-

"지현아, 저기 들렸다 가자."

그녀를 노골적으로 유혹했다.

하지만 여중여고군대방콕 군대를 탄 우리의 아싸찐따 권지현은 그러한 일에 대한 면역력이 한없이 낮았고-

"죄, 죄송합니닷!!!"

당황해서는 얼굴을 붉혀서 도망친다는, 풋기가 넘쳐서 찐따미가 줄줄 흐르는 정말로 그녀다운 반응을 보였다.

신도에겐 처음이었다.

이렇게 유혹했는데도 거부당한 건.

그는 굴욕을 느꼈고, 다음날-

"어제 회식 끝나고 돌아가는데, 지현이가 취해서…."

크루원들은 신도의 말이 사실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당연히 그의 편을 들었고.

그렇게 한창 상승세를 타던 권지현의 날개를 꺾어서 진흙탕에 쳐박아 놓았다.

신도는 그런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녀를 용서해준다며, 크루에 영입하려 했다.

말만 잘 들으면 다 해결해 주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가입을 종용했다.

그가 권지현에게 내비춘 애정- 아니.

소유욕은 진심이었던 것이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다가, 니도 엿 한 번 먹어 보자. 그래야 오고 가는 정이 있는 세상 아니겠냐?"

그런 그에게

최재훈이 지금 권지현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양 지껄이는 말이.

마치- '이제 얘는 내 거야.'라고 자랑하는 것처럼 들렸다.

나 말고 이딴 놈을 선택했다고?

"개소리하지 마, 니새끼가 뭘 안다고."

배신감.

열등감.

원망에 음습한 감정에 목소리가 사납게 울렸다.

"지현 씨가 불편해하는 니보단 많이 알지 않을까?"

어쨌거나.

그 말로 화제를 전환한다.

"신도야. 그렇게 살지 마.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 너 같은 새끼들이 사람 잡는 거야. 바로잡으려면 지금 밖에 없어. 지금이라도, 권지현 씨한테 누명 씌웠던 거 밝히고, 사과드리자. 그러면, 혹시 알아? 지현 씨가 용서하고, 너는 마음의 안식을 얻어 갱생의 길을 걷게 될지."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목을 물들였던 음습한 감정들이 머리까지 올라와 그의 사고를 잠식했다. 그렇게 그는 독기 가득 찬 얼굴로-

-붕!

손바닥을 휘둘렀다.

최재훈의 뺨을 향해.

-탁!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도중에 붙잡히고 마는 팔.

"이거 놔!!!"

남은 팔을 마저 휘두르고, 역시 잡힌다.

팔이 억압되자, 주둥이를 놀린다.

"이거 놓으라고 걸레 같은 놈아!!! 시발, 걸레 같은 연놈들끼리 쌍으로 사람을 아주 병신으로 만들고. 두고 봐. 내가 니들 다 병신으로 만들어 줄게. 뭐? 권지현 그년 술버릇을 뭐? 해 봐. 시청자들이 어느 쪽 말을 믿겠니, 병신아. 강간범하고, 강간범이랑 붙어먹는 놈 말을-"

최재훈이 신도에게 얼굴이 가까이 들이밀어 그 말을 끊었다.

복싱을 배우면 필히 훈련하게 되는 부위, 다름 아닌 눈이었다.

보통이라면 상대방의 주먹이 눈앞까지 다가왔을 때 자연스럽게 감기는 눈을, 절대로 감기지 않게 만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방을 응시하게 만든다.

그렇게 완성되는 복서들의 눈에는 독기가 서린다.

혹자들은 폭력적인 분위기라고 하는 그것을, 최재훈은 최대한 살려서 신도를 응시했다.

평소의 능청스러운 모습이 전혀 연상되지 않는, 위압적인 얼굴.

그 얼굴로 말한다.

"야."

최대한 낮게 깐 목소리로.

"진짜 병신 만들어 볼래?"

"…뭐?"

"지금 이거-"

최재훈이 잡은 팔을 덜렁 흔들었다.

"이거 보니까, 나 패서 반 병신 만들 생각 같은데. 말 나온 김에, 지금 당장 체육관으로 가서 스파링 뜰까? 싸우다 생긴 부상에 그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각서 쓰고?"

최재훈의 눈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입꼬리는 광소하듯 찢어졌다.

어지간한 여자도 내기 힘들 그 폭력적인 분위기에, 신도는 분노 조절 장애에서 분노 조절 잘해가 되어 눈을 내리깔았다.

최재훈은 지금 진심으로 신도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우리 찌질한 지현 씨'가 이런 새끼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을지.

그리고 이런 새끼 때문에 앞으로 또 얼마나 마음고생 할지 생각하니 절로 그렇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오롯이 감정적인 이유로.

이렇게 폭력적인 모습을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술을 취해 개가 되어 행인에게 짖어대는 취객도, 인상이 험악한 거한을 보면 자동으로 예의범절이 튀어나오듯.

이 경우 없는 놈도, 이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이성적인 자세로 대화에 임해.

권지현에게 일어난 문제가 조금이라도 더욱 빨리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뭐 하시나. 왜 답을 안 하고 갑자기 바닥을 노려보고 자빠지셨어. 바닥에 누가 시발, 눈을 뗄 수가 없는 개꿀잼 드립이라도 적어놨나?"

그가 신도의 팔을 놓고 말했다.

"어이, 저기요."

그제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마주보는 신도.

"지금 확실히 말해 둘게요. 사람들한테 사실대로 밝혀서, 그쪽이 지현 씨한테 한 개짓 수습해요. 그리고 지현 씨한테 사과해. 한 시간 내로."

그가 다시 또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그때는 진짜 늦은 건 줄 알고. 알겠지?"

그렇게 한참을 노려보다가- 피식 웃는다.

방금 까지만 됐어도 신도는 그런 최재훈에게 '니까짓게 어떻게?'라 반응했을 것이다.

리치TV 대형 크루의 수장이며, 대기업인 그는 말이다.

하지만, 최재훈의 충격 요법이 정말로 효과가 있었는지.

그는 냉정해져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최재훈.

생각해보니 지금 그는 정말로 자신의 우위에 있었다.

그는 SGF에서 선행 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활약으로 업계의 이목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반면에 신도는, 현재 업계에서의 이미지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권지현 말고도 다른 사건 사고를 많이 일으킨 탓이었다.

아무리 안 좋아도 권지현보다는 좋아서, 권지현이 어찌할 수 없었을 뿐이지.

지금 주가 최고를 달리고 있는 최재훈이 권지현의 편을 줄어준다면, 여론은 단번에 뒤집히고 신도는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자백해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선택지를 골라도 결과는 같았다.

자백하고 권지현에게 사과하는 쪽이 양심의 가책을 덜 수 있었으나, 그딴 것 신도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는 시선으로 김경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하지만 김경훈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지금 그에게 숨컷은 당장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시한폭탄이었다.

섣불리 자극할 순 없었다.

그러니, 그가 들으란 듯 말한다.

"제가 도와드릴 테니, 일단 숨컷 씨 말 대로 하세요."

"네!?"

배신감을 느끼는 신도.

그를 애써 무시하는 김경훈.

둘의 모습을 본 최재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전우애 넘치는 새끼들."

그가 신도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냈다.

"지금부터 한 시간이야."

그리고 김경훈에게는-

"경훈 씨."

"…."

"조만간, 제대로 한 번 뵙시다."

또 다른 피해자, 증언.

확실한 물증.

반드시 찾아낼 것이다.

반드시 찾아내서, 끝을 볼 것이다.

'니가- 아니, 니들이 뒤지거나. 내가 뒤지거나.'

어차피 김경훈과 놈의 뒷배가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리치TV에 남아 있을 생각 따윈 없으니까.

"그때까지, 페어 플레이 합시다. 오케이? 아, 맞다. 모르시겠구나, 페어 플레이가 무슨 말인지. 그러니까 페어 플레이가 뭐냐면 대충 뭐, 양심적으로… 아, 양심이라는 단어도 모르시겠고. 음…."

최재훈이 잠깐 고민하다 피식 웃었다.

"에휴, 됐다. 차라리 악어한테 채식을 가르치지. 그냥, 니 꼴리는 대로 하세요. 뭐 어차피. 니가 어떻게 하든 간에."

으흠?

최재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코를 울렸다.

"아! 그, 명찰에 적힌 시간 내에 와서 코스튬 반납하고, 원래 옷 가져가시면 돼요!"

큭큭거리며 부스를 떠나는 그는 분명, 승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반면에 김경훈과 신도는-

* * *

많은 일을 이루고 위풍당당하게 부스를 나선 최재훈.

"조때따, 조때따."

그가 다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쓰레기들한테 딜 넣는 손맛, 아니 입맛이 비현실적으로 찰진 나머지 너무 심취해서 예정 시간이었던 10분을 훨씬 넘겨 버린 것이다.

'나밖에 모르는 바보바보 시청자들인데… 얼마나 외로웠을까… 미안해요, 지금 가고 있습니다!'

최재훈은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다 지쳐 죽었거나, 울다가 말라 비틀어졌거나, 방송을 떠났을 시청자들 생각에 마음 졸이며 발걸음을 더욱 빨리했고.

그렇게, 코스프레 무대의 관객석에 도착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만 목 빠지게 기다리셨죠!!! 부스 안에 벌레가 나타나서 자진모리장단으로 줘패느라!"

최재훈이 도착하자 관객석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여자친구들은 그를 격렬하게-

"아, 까비!!!"

"아니 이걸 틀리네!"

존나 신경 쓰지 않았다.

"어… 여러분?"

"아, 닥쳐 봐! 지금 중요한 부분이니까!"

"숨컷이 뭔데 씹덕아."

이게 어찌된 일이냐.

"아, 숨컷 님 오셨군요."

"여윽시… 갓집자 님뿐이시군요… 저를 기다려주시는 분은."

"아- 알겠으니까 잠깐만 조용히 기다려주세요. 지금 중요한 부분이니까."

"아니?"

그렇다.

최재훈.

아니, 숨컷.

그가 자신의 빈자리를 대신해 주기 위해 그들에게 주고 갔던 팬미팅 컨텐츠가, 그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꿔줄 정도로 개 쌉 갓 컨텐츠였던 것이다.

최재훈은 자신의 폭력적인 컨텐츠 구성 재능을 기뻐해야 할지, 자신 없이 잘 돌아가는 방송에 슬퍼해야 할지 헷갈렸다.

그렇게 잠시 뒤-

"자, 최종 우승자는 여기- 말 탈을 쓰신 참가자A 되시겠습니다."

"아, 쥐쥐, 웰 플레이~~~"

"아!!!!"

"까비!!!"

"안돼!!!"

"그 외의 당첨자분들은, 숨컷 님 방송국의 게시판에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추후 선물을 지급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비로소 그들의 관심이, 시선이 숨컷에게 향하고-

"…."

눈을 꿈뻑인다.

후드 달린 칠흑색 로브를 뒤집어썼기 때문일까, 손등에 달린 암살검이 흡사 밤하늘에서 날카로운 자태를 뽐내는 초승달 같았다.

록서스의 암살자 텔론의 모습을 한 최재훈이 거기에 서 있었다.

여자친구들이 느낀 첫 번째 감상.

"노잼."

"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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