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68화 (165/361)

168. 코스프레 ON

[님들 저 사실 여자친구 이뜸 ㅋ]

[헐;; 말도안댕 ㅠㅠ]

[진짜임 ㅋㅋ]

[안대시러믿을수업서]

[사실 구라임 바보ㅄ들 ㅋㅋ 속았징]

[하하 역시 숨컷에겐 못 당하겠다니까? 숨컷 그는 신인가?]

[예아 암더뻐킹베스트 시청자 서열정리 너무 쉽고]

최재훈이 원래 생각한 시나리오는 이랬다.

그런데 현실의 전개는 그렇게 흘렀다.

[저 사실 여자친구 이뜸ㅋ]

[????????????????????????????????????????????????????????]

[사실 뻥임 ㅋㅋ 바보병신들 속았징]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홀리]

그는 억울했다.

자신의 10, 332 여자친구들이 왜 저렇게 이를 악물고 분노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자신 같은 '남성 스트리머'가 여성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의 과몰입을 불러 일으키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었다.

사실, 인지하지 못하는 데엔 시청자들의 잘못도 있었다.

[아 ㅋㅋ 얼빠진롬 딱대]

[아스팔트랑 선생님 면상가죽의 숨막히는 강도싸움이 보고싶습니다]

[진짜 구라아니고 지금 선생님 조지러 서울행 기차 표 끊었습니다 칼에 찔리면 저인 줄 아십쇼]

지금도 그렇고.

평소에 워낙 짓궂게 대해야지.

숨컷으로선 그녀들이 자신에게 그 정도로 과몰입하고 있다고 느낄 거리가 없었다.

'최재훈'이 된 지 1달 막 되어가는 그로선 말이다.

사실.

원래 같았으면 시청자들은 최재훈의 시나리오대로 반응했을 것이다.

'이린'의 존재가 디테일을 더해주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엘리트 분위기 물씬 풍기는 미녀 편집자의 존재.

그런 그녀의 진지한 호응은 최재훈의 헛소리에 힘을 실어줬고.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원래 [뭐라누 ㅄ ㅋㅋ]하고 웃어넘겼을 최재훈의 여자친구가 여러 명 있다는 헛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결국, 둘 다 잘못이 있다는 거였는데.

다구리 앞에 장사는 없었다.

최재훈은 일방적인 죄인이 되었다.

"죽여!!!"

"매달아!!!"

"끼에에에에엑!!!"

"비인간적인 죽음을!!!"

10, 332명의 여자친구가 그녀를 에워싸고 마남 사냥을 시작했다.

그렇게 소란을 피우는데도.

주변은 관심이 없었다.

더욱 화려한 볼거리가 근처에 있기 때문이었다.

"어? 저거 뭐야."

"아, 저거."

"오우야."

뒤늦게 여자친구들의 관심 또한 그곳으로 향한다.

SGF 회장 최중심에는 대규모 행사를 위한 넓은 공간과, 대규모 스테이지가 마련되어있다.

SGF 메인 스테이지.

현재 그곳에서 SGF 공식 이벤트 진행이 한창이었다.

'코스프레 이벤트'

그 방식이 꽤나 특이했다.

보통 코스프레 이벤트라 하면, 코스프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팀이나 개인에게 별도로 참가 신청을 받고 공식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식이다.

그 전문성을 앞세워 공연처럼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이벤트는 진행되는 장소의 취지에 맞게 단순 볼거리를 넘어서 놀거리를 제공하려는 것 같았다.

코스팀, 코스어가 아닌 업체에게 참가를 요청했다.

그러니까, SGF에 참가한 게임 업체들 말이다.

그리고 그 게임 업체들은 코스플레이어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코스플레이를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체형별로 준비된 다양한 코스튬.

그리고 코스플레이를 도울 다수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관람객은 몸만 가져가면 코스튬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한 번 와서 코스프레 체험해 보세요~ 무료입니다~"

"코스프레 체험해 보시고, 상품 타 가세요~"

각 게임사의 대표 캐릭터를 코스플레이 한 코스어들이 업체의 부스 앞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여자친구들의 관심은 그곳으로 향한 것이다.

미남, 미녀 코스어에게.

정확히는, 꽤나 자극적인 복장을 하고 있는 미남 코스어들에게 말이다.

여자친구 중 누군가 그걸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

"숨컷은 저거 참가 안 해?"

그리고 잠시 뒤.

코스어들에게 향해져 있던 시선이, 일제히 최재훈에게 돌아왔다.

그 시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정해져 있었다.

선생님.

저거 하십쇼.

해서, 죗값을 치르십쇼.

도대체 자신이 그렇게 잘못한 건가 억울함을 느끼고 있던 최재훈에겐 기가 차는 일이었다.

죄를 느껴야 그 값을 치르든가 말든가 할 거 아닌가.

아니, 그래.

좋다고 치자.

억지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죗값을 치른다고 치자.

그런데-

'오우, 수엣.'

저건 아니었다.

최재훈이 여자친구들이 봤었던 코스어 중 한 명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그는 '아라'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본디, 한국 레오레 유저들.

주로 남성 유저들을 위해 만들어진 '고혹적인 여성 구미호'였으나.

이 세계에 옴으로써, '아니 세상에 시발 저게 아라라고?'가 되어버린 슬픈 괴물의 코스프레를.

최재훈은 남자가 된 아라를 볼 때마다 체르노빌을 생각하는 러시아인들의 심경을 느꼈다.

그런데 정황상, 시청자들은 자신이 그런 아라가 되길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아라처럼.

꼬리 달린 숏팬츠, 동물 귀 달린 머리띠, 배가 훤히 드러나는 여성용 탱크탑 같은 상의에 토시를 입고.

수염 분장을 그리길 바라는 것 같았다.

[할복 VS 코스프레 선택 ㄱ]

'똥 맛 카레 VS 카레 맛 똥 급의 황금 밸런스일세.'

최재훈은 그 어느 쪽도 할 생각이 없었다.

마침, 명분도 가지고 있겠다.

최재훈은 여자친구들의 끔찍한 욕망을 물리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 저도 방송인으로서! 여러분들의 소망을 이뤄 드리고 싶긴 한데~"

탈을 쓴 두 여자를 바라보며 말한다.

"이 두 분, 안 그래도 팬미팅 하려고 엄청 기다리셨는데. 여기서 더 지체하게 할 순 없잖습니까? 그러니까, 좀. 양해 부탁드릴게요."

최재훈이 즙을 짜며 단련한 안면근육들의 힘을 빌려.

세상에서 가장 쌉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두 여자는 탈 너머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난 괜찮은데요? 코스프레 하면서 팬미팅 진행하면 되지, 뭐. 안 될 거 있나."

"저도, 그게 오히려 더 좋슴-니다!"

둘은 탈 안에서 눈을 빛내며 말했다.

방금 전 일로, 둘이 최재훈에게 갖고 있던 관심이 심화 되었고.

그렇게 다소 형태가 변질되었다.

김희은은 최재훈을 순수하게 동경하다가, 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코스프레를 통해 그의 선정적인 모습을 보고 싶었다.

차현하는 관심이 없었다가, 흥미가 동했다.

그가 코스프레를 함으로써, 또 어떤 상황을 보여줄까 기대됐고.

그가 저렇게 남성스러운 복장을 입으면 또 어떨지도 기대됐다.

[크 ㅋㅋ 방잘알들]

[어림도 없지 쌉롬아 컽]

[양해 안 해 주셔도 된다네요]

[양해 말고 코스프레나 하라잖아 아 ㅋㅋ]

둘의 대답에 채팅창과 주변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최재훈이 당황에서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니, 여러분! 여러분들이 그렇게 쌉 무섭게 쳐다보고 있으니까 이 두 분이 부담 느끼고 무서워하시잖아요! 어!? 사실은 코스프레 같은 거 뭣도 관심 없고 빨리 팬미팅이나 하고 싶은데! 여러분들이 공갈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어!? 두 분. 걱정 마세요. 제가 반드시 지켜드릴게요. 그러니까, 예? 안심하고 팬미팅하러 갑시다."

"…."

"…."

"가자고."

두 여자는 아무런 말 없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는 거로 답을 대신했다.

"아니! 니들이 너무 겁줘서 정신적 충격 때문에 일시적인 언어능력 상실이 오셨잖아! 어!? 니들 다 고소할 거야! 어, 잠깐! 뭐라고요!?"

그가 둘에게 귀를 갖다 대고 말한다.

"팬.미.팅.하.고.싶.어.코.스.프.레.싫.어. 라고요? 아!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가시죠!"

"큭큭, 뭐라는 거야. 우린 괜찮으니까 코스프레나 하시래도?"

차현하가 웃으며 말하자-

"갓집자 님!"

즉시 갈아탄다.

"이 인간들 좀 보세요! 집단 광기! 우리 방송 망치려 하고 있는데, 어떡해요, 이거! 예!? 아주 그냥 영업 방해 죄로 다 고소 때려 버릴까요? 저희 팬미팅 일정이 얼마나 엘레강스하고 섬세하게 짜여 있는지, 알려 주죠!?"

"…."

"어… 짱집자님…?"

돌아오는 건 이린의 싸늘한 시선이었다.

그녀는 최재훈 빼고 다 알다시피 순정을 짓밟히고 심술이 나 있었다.

심술이 나 있었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이린은 코스프레 이벤트 현장을 쳐다봤다.

SGF에서 공식으로 개최한 이벤트이니만큼.

현재 SGF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의 관심이 쏠려 있었으며.

게임 기자 등의, 업계 관련자들도 모여 있었다.

그런 이벤트에 나가서 활약하면, 현재 레오레에 국한되어 있는 숨컷의 유명세를 알리기 좋은 기회가 될 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

그녀도 궁금했다.

숨컷의 코스프레가.

명분이 무려 세 개.

이린이 자신을 안절부절 바라보고 있는 최재훈에게 말했다.

예전에 비해 다소 모질게 된 어조로.

"숨컷 님은 두 분이 원하시는 걸 해드리고 싶어 하고. 두 분은 숨컷 님의 코스프레를 보고 싶어 하니,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만."

최재훈이 배신감에 사무친 표정으로 말했다.

"브루투스 너마저…."

[너 맞어]

[맞는 소린 건 아누 ㅋㅋ]

[쳐 맞는 소리를 너무 많이 하셨습니다]

[선생님 업보니까 달게 받으시죠]

[(주먹 푸는 이모티콘) 달게 받는 정도론 안 됩니다 맵게 받으십시오]

[코스프레 딱대 쌉롬아]

"후… 여러분 결심했습니다. 하겠습니다."

그가 시청자들을 향해 비장하게 말했다.

"할복."

[숨씨 개깝치지말고 빨리 움직이기나 해.]

민심과 사람을 동시에 잃은 권력자에게 남은 건 비참한 최후뿐이었다.

처형당하기 위해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는 죄수처럼,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 * *

[그래서 코스프레 어디에서 할 거?]

해당 이벤트 참여에는 적잖은 예산과 인력이 요구됐다.

본 부스를 운영하는 거로도 힘에 벅찬 업체들은 감히 참가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반대로, 본 부스를 운영하는데도 여유가 있는 대형 업체들은 대부분이 참가했다.

그만큼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했다.

[당연히 레오레지 ㅋㅋ]

[ㄹㅇ ㅋㅋ 당연히 아라지]

하지만 여자친구들이 원하는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최재훈은 아라 코스프레는 절대로 존나 할 생각이 없었지만.

일단은 레오레 코스프레 부스로 향했다.

일단은 레오레 전문 방송인이 아니던가.

"아, 어서 오세요! 코스프레 체험해 보시려고요?"

레오레 코스프레 부스의 여성 담당자가 최재훈을 살갑게 맞이했다.

이후.

그를 추종하고 있는 여자친구들과, 그를 촬영하고 있는 이린을.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확인한다.

그러더니 눈이 커다래진다.

"앗, 숨컷 님 아니신가요 혹시!?"

최재훈이 쓰게 웃으며 말햇다.

"아이, 레오레와 리치TV의 희망이자 정점에 서게 될 쌉월클의 사나이라뇨.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예?"

[뭐임? 나 영상 끊긴 거임? 뭐 어케 됐길래 대화의 흐름이 이럼?]

[끊긴 건 이 새기 뇌니까 걱정 마십쇼]

[지랄 ON]

[이 금수에게 사랑을 주지 마세요]

당황도 잠시.

담당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 현실에서도 유쾌하시네."

그녀는 숨컷의 얼굴을 보며 헤실헤실 정신을 못 차렸다.

"어쨌거나, 이벤트 참가하시려는 건가요?"

"아, 예."

"와, 숨컷 님의 코스프레! 난리 나겠네요, 이거. 아. 혹시. 단순히 코스프레 체험만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대회에 참가하시는 건가요?"

해당 이벤트에선 코스프레를 체험하는 게 가능할뿐더러.

나아가, 그대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사실, 대회라 봐야 별거 없었다.

이 또한 전문성보다는, 이벤트성이 강했다.

참가 업체의 게임 개발자들, 유명 스트리머, 프로게이머(?).

그 심사의원구성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SGF의 정식 채널이 대회를 생중계했다.

대회는 보통 심사위원들간의 수다.

혹은 그들과 시청자들과의 소통으로 진행되다가.

대회 참가자가 나타나 무대 위에 올라오면.

방송에서 심사위원들에게 평가를 받고 그 점수에 따른 상품을 받아가는 게, 대회의 기본적인 진행 방식이었다.

'대회라….'

최재훈은 SGF 정식 채널의 시청자 수를 확인해 보았다.

8만.

SGH의 핵심 참가 업체들의 게임 개발자를 비롯해서 심사의원으로 모신 이들의 네임밸류가 상당한 만큼 엄청난 수였다.

거기에 핸드폰이 아닌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아마도 업계 관련 기자 혹은 관계자들.

대회에 나가면 저들 앞에서 코스프레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미 시청자들 앞에서 코스프레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그래.

이미 충분히 힘들다.

그러니 거기서 더 힘들어져 봐야 달라지는 건 없었다.

기왕 하는 거,

싫은 티 팍팍 내며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서 뭐라도 건지자.

최재훈은 각오를 다지고 말했다.

"참가할게요."

이번 대회에서 뽕 한 번 제대로 뽑아 보자.

홍보 뽕을.

"오! 참가하시나요? 크, 이거. 숨컷 님 참가하시면 다른 분들 긴장하셔야겠네요."

"네. 담당자님이 바라시는 대로 다 다리몽댕이를 분질러버리겠습니다."

"예…? 아, 하하… 살살… 살살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그러면 여기-"

담당자가 서류를 내밀었다.

"잘 읽어보시고 작성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회 방송을 위한 촬영 동의를 비롯해서.

참가를 위해 동의해야 할 사항.

그리고 주의해야 할 사항과, 숙지해야 할 사항이 기입되어 있는 서류였다.

최재훈은 이린과 함께 샅샅이 검토한 뒤, 사인을 적어넣었다.

"참가 감사합니다! 자, 그러면."

아라.

정크스.

아켈리.

미스터 럭키.

잔느.

소냐.

하나 같이, 레오레에서 색기를 담당하는 캐릭터들이었다.

기본적으로 노출도가 높은 복장을 하고 있는 그 캐릭터들은, 최재훈 또한 남성 게이머로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캐릭터였다.

이 세계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원래 세계에서 색기를 담당하는 그 캐릭터들은, 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색기를 담당하고 있었다.

남성 캐릭터로서 말이다.

"이중 어떤- 캐릭터의 코스프레를 원하시나요?"

고환암에 걸려 상남자의 신에게 버림받지 않는 이상 아라 코스프레는 뒤져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대충 다른 선택지를 고르면 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그 캐릭터들이 남성인 최재훈에게 주어진 선택지 전부였다.

"허미… 십헐…."

그의 눈동자가 결심과 함께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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