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49화 (146/361)

149. 나이스 트라이, 그리고 여자 숨컷

그 전까지 어딘가 장난스럽던 최재훈이 진심으로 다급해져서는.

다시 파트너십 신청 문의를 보낸다.

그리고, 문의 마지막에 덧붙인다.

"오늘 12시까지 답장 안 주면… 물구나무서서 똥오줌싸고 유서에 리치TV 적고 뛰어내림… 이 정도면 진짜, 해결해 주겠지? 여러분. 여러분이 증인입니다. 저 이거 12시까지 해결 안 돼서 뛰어내려 죽으면, 리치TV가 저 간접 살인한 겁니다. 저 대신 고소해 주세요."

[고소요?]

[아이 고소해]

[어떻게 너가 죽었는데 고소해 합니까 ㅠㅠ]

[힘들겠지만 노력은 해 볼게요 ㅠㅠ]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 와서 그런데 지금 한번만 죽어주심 안될까요 연습하게]

최재훈은 장난스럽게 반응했지만 실제로는 똥줄이 타는 기분이었다.

최재훈은 첫 번째 문의의 답장이 오기까지 이틀이 걸렸는데, 두 번째 문의의 답장이 두 시간 안에 올 거라 믿을 만큼 긍정적이지 못했다.

그걸 믿고 계속 똥줄이나 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러분, 그 혹시. 입장권-I 이거 말고 또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아시는 분?"

[헤네시스에서 팔던데요]

[주황버섯 잡다 보니까 나오던데요]

[자유시장가서 파는 사람 있나 둘러보죠 ㅋㅋ]

[오크션 ㄱ]

"오크션?"

[하긴 ㅋㅋ 거기서 어떤 스트리머 미팅권도 팔던데]

[ㄹㅇ ㅋㅋ 별의별거 다파니 있을지도]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크션에 입장권-I를 검색해 보았다.

"아…."

하지만 있을 리 만무했다.

[이걸 검색하네 ㅋㅋ]

[있겠냐고 ㅋㅋ]

[아예 소림환단이랑 미스릴 강철검도 있나 확인해 보시죠 ㅋㅋ]

[야 입장권I 라 검색하니까 나온다]

"뭐라고요?"

그 말에 최재훈은 다시 한번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검색 결과 : 1개)

"오!"

판매 가격 : 300, 000, 000원.

"시발아."

[가격이 좀 쎈데요 ㅋㅋ]

[아 ㅋㅋ 저거 살 바에 숨컷 미팅권 100장 사지]

[ㄹㅇ ㅋㅋ]

아니나 다를까, 시청자가 올린 허위매물이었다.

[야 근데 그 미팅권 세번째는 어케대는 거임?]

[그러게]

[새로 추첨해야 하는 거 아님?]

"아니, 지금 그게 문젭니까?"

[그럼 뭐가 문젠데 ㅋㅋ]

[방송을 못하는 거지 SGF 참가는 가능하잖아]

그 말 대로, SGF 입장권 자체는 낮은 가격에, 수량 제한이 없었으니.

입장권-I가 없다 해서 미팅에 차질이 생기진 않았다.

하지만 방송은?

SGF는 대한민국 대표 게임 축제로서, 3일에 걸쳐 진행됐다.

3일 동안 게임 방송 시청자들의 모든 관심은 그 SGF 방송에 집중됐다.

이는 즉슨.

최재훈이 입장권-I확보에 실패하여 SGF에서 방송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그의 방송은 3일 동안 강제적인 침체기를 맞이하게 됨을 의미했다.

아니, 침체되는 정도면 다행이다.

기껏 모은 시청자들을 뺏길지도 모른다.

지금 한창 흐름을 타서 시청자를 끌어모아도 부족한 마당에.

그렇게 될 경우 자신의 방송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이 올지를 상상한 최재훈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그러면 그, 세 번째 참가권 입장권-I 입수 루트 알려주시는 분께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입장권-I는 SGF 참가 업체들로부터 입수할 수 있다느니.

리치TV 스트리머에겐 조건 없이 지급된다느니.

-바쁘게 발품 팔며 얻은 정보는 죄다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이었다.

더욱 바쁘게 움직여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마치 길을 잃고 같은 곳을 도는 기분.

뒤에서는 귀신이든 뭐든, 아무튼 자신을 엿되게 할 무언가가 쫓아오고 있다.

최재훈이라도 유쾌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마침내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사상 최초 인터넷 서핑 방송 ㄷㄷ]

[꺼라 위키 매드무비]

[숨씨 브금이라도 틀던가 하지?]

[얼굴믿고 방송 막하네]

그런데도 시청자들은 신나서 실없는 농담을 지껄이고 있다.

보통, 지금 최재훈처럼 방송인이 입 다물고 인터넷만 죽어라 노려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방송 분위기는 다운되기 마련인데.

저렇게 자신을 약 올리면서라도 지들끼리 신나 하니, 최재훈으로선 그저 반가울 따름이었다.

허나 그 반가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중되는 초조함에 묻히고 만다.

점점.

점점.

점점, 더 커다래지는 초조함.

이윽고-

00:00

펑.

팽창하던 초조함이 터져서 사라진다.

그리곤 아무것도 없었다.

최재훈은 공허함에 망연히 내뱉었다.

"아, 십."

결국 답장은 오지 않았고.

별도의 입수처에서 입장권-I도 구하지 못했다.

타임 오버였고.

게임 오버였다.

"으…."

최재훈은 대학 생활을 해본 적은 없지만, 대학생의 기분을 느꼈다.

PC방에서 수강 신청을 조진 대학생들의 입에서 나왔던 탄식이 자신의 입에서도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12시가 되는 순간 뭔 지랄이 일어난 건지.

몸에서 힘이 죄다 빠져나가, 탄식하기 위해 폐를 짜내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이 대로라면 자신의 분위기마냥, 방송 분위기도 축축 처질 것이다.

시청자들이 신인 방송인에게 기대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 대로라면 SGF가 시작되기도 전에 시청자 이탈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기에 최재훈은 기운을 차렸다.

현재로선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다.

"하, 인생…."

그가 낙담했다.

짐짓 장난스럽게.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숨아가 이걸로 치킨이랑 피자 사먹고 힘내...

"어떻게요."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아 ㅁㅊ 그러면 내일 팬미팅 방송 못 보는 거임?

"하, 그러게요. 일단 계속 알아보긴 할 거니까. 벌써부터 채널 돌리시려는 분들은, 조금만 더 참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채널 고정하라는 채널 특 = 지가 생각해 봐도 채널 안 돌릴 이유가 없음]

[만약에 안 되면 3일 동안 어떻게 할 거임?]

"아니면, 팬미팅을 다른 데서 해 볼까? 여러분, SGF 말고 다른 거 보고 싶은 거 있으세요?"

[똥꼬쇼 무엇이든 보여드리겠습니다]

[진짜 뭐든 보여주면 바로 가지 ㅇㅇ;;]

[선생님 지금 SGF에 도전하시는 겁니까?]

[그 용기가 가상하여 흥미가 롭긴 하네요]

걱정했던 것보다 채팅창의 분위기는 괜찮았다.

하지만 정작 SGF 당일이 되면 모르는 일이다.

옆 잔칫집에서

'야, 허리케인에서 신작 떴다!'

'아이엇 신규 업뎃 봄?'

따위의.

갈비 뜯으면서 막걸리 들이켜는 소리가 들리는데, 의리 지키겠답시고 최재훈네 집에서 떡볶이 먹으면서 오뎅 국물이나 마실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최재훈은 언제든지 볼 수 있었지만, 잔칫날은 일 년에 세 번뿐이었다.

그에 대응할 수단이 필요했다.

"내일, 일단 야방 확정이고. 여러분들 원하시는 데 있어요? SGF 말고. 정 안 되면 거기나 가 볼까?"

[안산 상수동 대원 빌라 202동 103호 어떤가요]

[그날 고양 행신동 제이파크 303동 902호에 부모님 안계십니다]

[그렇군요 부모가 안계시는군요]

[뭐 어쩌란거고 ㅋㅋ]

[진짜 어디든지 감?]

[에베레스트 정상 보여주세요]

"아니, 말 나온 김에 진짜 해외라도 가 볼까?"

[후쿠시마 ㄱㄱ]

[난 서양이 좋은데 체르노빌 가죠]

[딱히 해외갈 거 있나 국내에서 해결하죠 ㅇㅇ 평양]

[평양이 국내? 이 ^^ㅣ발 간첩새끼 딱 잡았다]

[그러게 북한은 해외냐 국내냐]

[거긴 이세계잖아]

의외로 호응이 좋아서.

최재훈이 진지하게 해외 야방을 고려하던 그때-

라톡!

권지현에게서 문자가 왔다.

(권지현 : 재훈 씨!)

(권지현 : 저 입장권I 있는데 이거 쓰세요!)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걸까.

최재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최재훈 : 에이 아무래도 그건 좀)

(최재훈 :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권지현 : ㅠㅠ;;)

(권지현 : 아니면!!!)

(권지현 : 아 아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라톡!

다음은 제나였다.

(제나 : 야 나 내일 귀찮아서 방송 안 할 건데)

(제나 : 이거 니 쓰던가 해라)

(최재훈 : 방송 보고 있음?)

순수하게 궁금해서 한 질문에 침묵이 찾아온다.

(제나 : 꼽냐?)

(제나 : 도와준대도 ㅈㄹ)

(제나 : 꺼져 걍)

이미 올라간 입꼬리가 한층 더 올라간다.

생각해 보니, 너무 혼자서 끙끙 앓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랑 머리 맞대고 고민하면 뭐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되찾은 자연스러운 웃음.

최재훈이 캠을 보며 말했다.

"아, 생각해 보니 뭐. 어떻게든 되겠죠. 현장에서 다른 방송인들한테서 입장권I 구매해 보던가, 훔치던가, 입장권 위조하던가, 몰래 방송하다 고소당하던가 하겠습니다. 뭐 시발, 사형이라도 당하겠어. 그러니까, 내일 꼭 보러 와요."

[사형당하면 바로 전재산 후원간다 ㅇㅇ;]

[아 ㅋㅋ GTA컨텐츠면 SGF 이길만하지]

[여기서 과장광고를 조져버리네 ㅋㅋ]

[내일 공약 지키나 지켜본다 ㅋㅋ]

[뒷감당 어케하는집 보자고 ㅇㅇ]

그렇게, 꽤 괜찮은 분위기에서 방송을 종료하려던 찰나였다.

-라톡!

이린에게서 온 문자였다.

* * *

이상하다.

뭔가 문제가 있다.

방송을 지켜보던 이린.

그녀는 최재훈에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그렇게 판단했다.

아니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아닌, 지금까지 일어난 일련의 상황을.

방송을 키자 마자 은신에 당했을 때도 그렇고.

대리들의 저격 때도 그렇고.

긴가민가했지만, 이번 일로 확신했다.

모종의 세력이 최재훈을 견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

다행히.

지금 확신을 느꼈을 뿐이지, 이전부터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대응은 최재훈에게 마른하늘 날벼락 같은 답변이 도착하기 한참도 전에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SGF에 참가 업체들은 입장권I로, 혹은 거기에 추가 조건을 얹어서 인터넷 방송인들을 섭외해 그들에게 홍보를 맡긴다.

최재훈은 꽤 매력적인 섭외 대상이었다.

현재 방송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입의 입장에서 적잖은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 그였다.

이는 '가성비가 좋을 것'이라는 인식을 준다.

하지만, '가성비가 애매할 것'이라는 인식 또한 줄 수 있다.

신입치곤 파급력이 좋아서 가성비가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그래봤자 신입, 파급력이 미미할 것이다. 게다가 한창 잘나가서 신입치곤 몸값이 비쌀 터.

두 의견이 맞물린다.

결과적으로, 최재훈에겐 한 건의 섭외도 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린은, 제 쪽에서 저들에게 접근하기로 했다.

"대표님."

그녀는 MCN 레드풋의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저희한테 빚 하나 졌었죠?"

레드풋은 숨컷 덕분에 개헤엄을 비롯한 우량주들과의 계약에 성공하는 동시에.

그들을 도움으로써 막대한 이미지 마케팅, 홍보 효과를 거둔 전적이 있었다.

-뭐, 도와줄 거 있어?

"SGF 참가 업체들 연락처 있으시죠."

-응.

"그 중에서, 아직 입장권I 남아 있는 업체 있으면. 그쪽한테 숨컷 님 섭외할 의향 있나 타진해 보고, 만약 있다 하면 조건 좀 정리해서 나한테 갖다 줘요."

-어, 못 구했어?

"아직 모르겠는데,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하, 그렇게 될 것 같아는 뭐야. 뭐, 아무튼. 알았다. 마음 같아선 내가 따로 구해다 주고 싶긴 한데….

"그러면 더 좋긴 합니다."

-그렇지? 그런데 안 될 것 같아.

"음?"

-아, 놀리는 게 아니라. 지금 좀 복잡해 사정이. 내가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긴 힘들 것 같아. 미안해.

"아."

입김이 닿았군.

이린은 눈치껏 깨닫는다.

리치TV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레드풋 소속 방송인은 많았다.

그들에게서 자유롭지 못하리라.

"그건 알겠습니다. 제가 부탁드린 건?"

-그건 문제 없을 것 같아. 그, 우리 회사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건 피해 주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이린은 최재훈을 섭외하길 원하는 업체들을 추려내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비로소 안심하고 최재훈의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재문의 바랍니다.-

예상 대로였다.

그녀는 곧바로 최재훈에게 연락-

"…."

하지 않고,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이린 : 그렇게 된 겁니다)

(최재훈 : …왜 바로 연락 안 주시고)

(이린 : 숨컷 님께서 전전긍긍하시는 모습이 방송적인 측면에서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최재훈 : ….)

(이린 : ….)

(최재훈 : 아무튼, 감사합니다 역시 우리 갓집자님 밖에 없네)

최재훈은 이린이 보내준 목록을 확인했다.

섭외를 희망하는 업체들.

다수의, 입장권I 입수처.

최재훈이 캠을 향했다.

되찾은 웃음에 여유까지 더해진 얼굴로 말한다.

"여러분. 내일 진짜 기대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캬 ㅋㅋㅋ]

[ㅇㅋ 믿고 엄마 생일파티 거른다]

"…그 정도론 말고. 어쨌든-"

그가 방송을 종료-

"아, 맞다."

하려다가 캠을 향해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나이스 트라이."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따봉을 날렸다.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 * *

"오늘은 방송 오래했네?"

"아. 문제 생겨서."

"돈 많이 벌었어?"

"문제가 생겼다는 오빠의 말에 크게 걱정해줘서 고맙다. 역시 오빠 걱정해 주는 건 우리 동상 밖에 없네."

"굿."

"오빠는 목욕 좀 한다."

그렇게 방에 홀로 남은 최재은.

그녀는 아침부터 '방송 시작하는 법'따위를 공부하고 있었다.

방송 장비가 다 갖춰진 채 켜져 있는 최재훈의 방송.

최재은은 그 앞에 앉았다.

최재훈의 리치TV 계정을 로그아웃 한 뒤, 자신의 계정으로 접속한다.

그리고 이래저래 세팅을 설정하다-

<방송을 시작 했습니다.>

"에고."

캠을 켠 채로 방송을 켜 버린다.

시청자가 한 명도 없지만 그녀는 놀라서 곧바로 방송을 종료했다.

그리곤 설정을 쪼물닥거리며 공부(?)를 재개했다.

* * *

"하…."

뒤늦게 퇴근한 여자는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리치TV 검색창에 '숨컷'을 검색한다.

그런데-

"응?"

평소와 다른 검색 결과가 보인다.

숨컷 아래에 있는-

'여자 숨컷'

리치TV에서 유명 방송인의 닉네임을 사칭 혹은 도용 혹은 패러디하는 사람은 많았다.

그렇기에 여자는 그 닉네임을 신경 쓰지 않고 예정대로 숨컷-

"…."

의 방송국에 접속하려다가.

저도 모르게 '여자 숨컷'의 방송국에 접속했다.

'설마' 하며.

그리고, 단 하나 존재하는.

약 수 초에 이르는 짧은 다시보기 영상.

그걸 재생하자-

"…."

어딘가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이 광경은… 그래.

숨컷.

그의 집이었다.

그런데, 캠에 보이는 사람은 숨컷이 아닌 어떤 여자였다.

아니 잠깐.

"어?"

닮았다.

숨컷과.

그것도 아주 많이.

이내, 여자는 번개에 맞은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숨컷의 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를.

긴 머리 가발을 쓰고.

화장을 하고.

여성용 속옷을 입은, 숨컷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

짧은 영상은 곧바로 끝난다.

그녀는 홀린 듯 다시보기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

여장한 숨컷의 모습을 눈에 담는다.

보고 있노라니, 자신이 며칠 전에 그에게 선물했던 속옷이 떠오른다.

그리고 여느 스토커가 그렇듯, 강박적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지금 저 아래에 내가 준 속옷을 입고 있는 건가…?'

'내가 준 메세지에 대답하는 거고?'

'왜 연락 안 하고?'

'아, 아직 쑥스러운 거겠지.'

막 퇴근한 그녀는 여자치곤 상당히 강렬한 색의 정장을 입고 있었다.

아주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생머리는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길었다.

그리고.

보통 여자들에게선 보기 힘든 강렬하리만큼 새빨간 입술을, 그녀는 저도 모르게 핥았다.

몸이 달아올랐다.

숨컷.

그를 당장 만나고 싶었다.

아니, 만나야 했다.

지금 당장 그의 집 앞에 찾아가 문을 두들기고 싶었다.

아니, 진정해야 한다.

아직은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이제 막 깨지기 시작한 알은 조심스럽게 다뤄야한다.

자연스러운 접촉.

"아."

여자가 곧바로 무언가를 검색했다.

Seoul Game Festival.

개최 첫날의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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