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48화 (145/361)

148. 허나이

[경훈이 요즘 안 좋은 일 있어?]

그 채팅을 보고 김경훈은 짐짓 표정을 밝게 만들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숨컷땜시 시청자 계속 빠져서 그런 거 아님? ㅋㅋ]

노골적인 어그로성 채팅.

김경훈은 저런 악질에 일일이 반응하기엔 방송 경력이 너무 길었다.

"…."

하지만 표정이 확연히 구겨진다.

[뭔 개소리지 저건 또 ㅋㅋ]

[좀 꺼져라 어그로새끼야]

[숨컷단새끼들 진짜 ㅋㅋ]

[옐수 출신 아니랄까봐 시청자들 수준 알 만하네 ㅋㅋ]

악질 시청자의 행동으로 인한 불만이 애꿎은 스트리머에게 향해진다.

"아이, 여러분 괜찮으니까~ 숨컷 님한테 뭐라 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바로잡아야 한다.

"…."

하지만 김경훈은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시청자의 말대로 김경훈은 요즘 부쩍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시청자의 말대로, 그건 숨컷 때문이었다.

제발 사라져줬으면 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

그를 욕하는데 말릴 이유가 없었다.

라고, 다소 감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지금의 김경훈은 말이다.

일주일 동안 진행된 숨컷의 챌린저 미션은 리치TV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

김경훈은 그 파급 효과에 직격당했다.

원래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김경훈의 세상이었다.

일반 스트리머는 얻지 못하는 통계에 의하면.

그 시간 '남성 게임 스트리머'의 방송을 집중적으로 시청하는 시청자는 1만.

원래 같았다면 그 대부분은 김경훈의 차지였다.

평균 8천 명.

그런데 미션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시청자는 반 토막이 나 버렸다.

미션이 끝난 지금.

어느 정도 회복되긴 했으나-

(시청자 7, 042명)

여전히 부족했다.

하다못해.

지금 저 수치가 회복되는 '도중'의 수치였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 7, 029명)

시청자는 회복되긴커녕, 꾸준히 떨어지는 중이었다.

숨컷이 1주일간의 미션을 마치고 휴방을 했을 때 다시 8천까지 회복되었던 시청자가 서서히 떨어지더니.

지금에 이르러선 7천 선이 뚫리려 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이 시간대- 아니.

김경훈이 방송하는 시간대의 '남성 게임 스트리머' 1위는 김경훈일지도 모른다.

허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될지.

(시청자 7, 009명)

결국 깨지려하는 시청자 7천 선.

저게 깨지면 [경훈이 요즘 안 좋은 일 있어?] 따위의 채팅이 나오는 빈도가 늘어나리라.

그러면 더욱 더 짜증이 나서 그런 채팅이 또 늘어날 테고.

김경훈은 못 볼 꼴 보기 전에 그냥 명예로운 죽음을 당하자 생각했다.

"…오늘 속이 좀 안 좋네요, 미안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ㅠㅠ 힘내세요]

[무슨 일인지 몰라도 화이팅!]

시청자들의 격려는 조금의 위로도 되지 않았다.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는 방송을 끈 뒤 잠깐 동안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생긴 습관에 따라-

'숨컷'

그의 방송에 들어간다.

-아니~ 진짜. 적당히들 깝치십쇼. 남자한테 맞고 울기 싫으면.

[ㅗㅜㅑ 업계포상]

[감동받아서 울듯 ㄷㄷ]

가식 없이 아무렇게나 행동하는데도 시청자들은 좋아 죽는다.

(시청자 4, 133명)

(시청자 4, 147명)

상승세를 타고 시청자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자신과 반대였다.

엿같기 그지없는 상황에 있는 자신과 말이다.

"어?"

그러던 와중에.

채팅창에서 자신의 시청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자신의 열혈 팬 중 한 명이-

-김경훈담당일찐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집 방송 잘하네 ㅋㅋ

기폭제였다.

쨍그랑!

김경훈이 주변의 물건을 집어 던지며 히스테리 증세를 보였다.

"하… 하…."

그렇게 후련하다기보단, 더 이상 화낼 기력이 없는 상태가 되자.

-♪♪♪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 *

리치TV가 아직 한국에 자리를 잡기 전.

한국 런칭을 앞둔 리치TV는 적임자를 물색 중이었다.

이미 포화 상태인 한국 인터넷 방송계에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 정책.

그중 하나인, 타 플랫폼의 방송인에 대한 공격적인 섭외를 일임할 적임자를.

거기에 허나이가 발탁됐다.

한국어는 물론이며, 다년간의 미국 유학 경험으로 얻은 네이티브급 영어 능력.

아메리카TV, 옐로TV 근무와 게임 기자 활동 경험으로 얻은 한국 인터넷 방송계와 게임계에 대한 높은 이해도.

그리고 높은 사교성과 열정, 추진력까지.

허나이는 리치TV가 찾던 인재상에 완벽하게 부합했고.

그녀는 리치TV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당시, 아메리카TV의 많은 BJ들이 소속 플랫폼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아메리카TV의 극에 달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자신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끼칠까봐서였다.

허나이는 그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의 공룡 기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건실한 기업으로, 현재 본토에서 기업 이미지가-"

또한.

옐로TV의 많은 PD들 또한 소속 플랫폼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아메리카TV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든 게 게임 방송인들이라며.

옐로TV에서 대대적으로 게임 방송인들을 차별했기 때문이었다.

허나이는 그것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리치TV는 건전한 게임 방송 분위기를 지향하며, 게임 스트리머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무수히 많은 방송인들이 허나이를 통해 리치TV와 계약을 맺었다.

이는 경재자 중 하나인 엘로TV를 몰락시키고.

다른 하나인 아메리카TV와의 격차를 단번에 좁히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허나이는 기업이 기대를 훨씬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

그렇게 '파트너쉽 총괄 책임자'라는 직책을 손에 넣었다.

허나이를 통해 리치TV에 소속되는 방송인은 나날이 늘어갔다.

그녀의 권력과 함께.

그렇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허나이의 대가리를 점점 굵어져 갔다.

그렇게 대가리가 굵어진 허나이는 욕심이 늘어나고, 대담해졌다.

그녀는 자신에게 있는 파트너십 계약 최종 결정권 무기로 삼았다.

그렇게 파트너십 계약을 원하는 스트리머 중.

허나이의 눈에 든 스트리머는 우선적으로 그녀와 개인적인 계약을 맺어야 비로소 파트너십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허나이가 그 계약의 공식 서류를 만들 만큼 멍청하지 않았기에.

공식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 허나이 파트너십은 계약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구두 계약에 불과했으나.

확실한 효력이 있었다.

다름 아닌 파트너십 총괄 책임자인 그녀와 한 구두 계약이었으니.

물론, 거절하는 건 자유였다.

그렇게 거절한 사람들은, 다양한 '시스템 문제'와.

'부득이한 타 스트리머들과의 분쟁'으로 알게 모르게 방송계에서 사장 당했다.

허나이는 그를 통해 리치TV 안에서 자신의 세력을 차츰 확장해 나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력을 술자리에서 술김에 누군가가 표현하길-

'스트리머 마피아'

형식상은 '빅 가이즈'라는 크루로 묶여 있는 그들은 리치TV의 방송 생태를 좌지우지했다.

플랫폼 차원에서 개최대는 대형 이벤트.

플랫폼 안에서의 유행.

등.

리치TV에선 모든 게 그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허나이는 그 빅 가이즈에 숨컷을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얼굴도 반반하고….'

최근 들어 가장 핫한 방송인인 숨컷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아 보였다.

그런데도 허나이는 숨컷을 은신시키는 등의 방해를 가했다.

오롯이 숨컷을 싫어하는 김경훈을 위해서!

는 아니었다.

당연하다.

차가운 도시 여자지만 내 남자에게만은 따듯한 모습을 보이려고.

그따위 공사구별, 사리구별 안 되는 짓을 저지르는 얼간이가 있을 리 만무했다.

김경훈의 모친 때문이었다.

그의 모친이 무슨 상관이냐?

허나이가 게임 웹진 '윗게임'의 취재부에서 기자로서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와줬던 것도 김경훈의 모친이었고.

그녀가 리치TV 섭외 책임자로 발탁될 수 있도록 도와줬던 것도 김경훈의 모친이었다.

때문에 허나이는 김경훈에게 거의 잡혀 살다시피 했다.

김경훈은 허나이가 숨컷을 매장시켜주길 원했다.

그렇기에 그를 은신시켰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자, 아예 트집거리를 잡아서 정지를 시키라 지시했다.

이전에 해왔던 것처럼.

하지만, 허나이는 은신에도 끄덕 없는 숨컷을 보고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다 생각했다.

그렇게 김경훈을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싸움이 일어났고.

김경훈은 삐졌으며.

누나 도움 따윈 필요 없다며 스스로 숨컷을 매장시키기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실패했고, 지금 또 이렇게-

-나 걔 때문에 미칠 것 같다고. 어떻게 좀 해봐.

그녀에게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다행히.

'어떻게'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나이는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았다.

(파트너십 신청)

숨컷에게서 온 것이었다.

"안 그래도, 마침 그 사람 파트너십 신청 접수된 참이야."

-진짜 그 새끼 우리 크루에 들이게?

그러자 거의 발작하다시피 질색을 하는 김경훈.

"크루 차원에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서 그래."

-걔가 뭐 어떻게 도움이 되는데? 솔직히 말해 봐. 화 안 낼 테니까. 그냥, 그 새끼 반반한 얼굴 보니 아깝다는 생각 들어서 그런 거지?

"하,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해, 경훈아. 누나 섭섭하게.

-아, 됐고. 그래서. 뭐. 어쩌자고. 그 새끼 우리 크루에 들이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경훈이 방송에 최대한 방해 안 되도록, 누나가 알아서 잘 해줄게. 그러니까, 응?"

-그냥 그 새끼 정지시키는 게 가장 간단한 방법인데?

"경훈아…."

그렇게 하면 일이 얼마나 복잡해지고 귀찮아지는지 알아?

라는 가까스로 삼킨다.

-하. 몰라. 그럼 크루 모임이나 리치TV 행사 같은 거에도 절대 부르지 말고. 얼굴 보이는 일 없게 새벽으로 보내던가 해.

방송 시간이 겹쳐서 오늘 같은 일이 없도록, 계약 조건으로 숨컷의 방송 가능 시간을 새벽으로 강제하라는 소리였다.

"알겠어. 누나가 다 알아서 할게.'

-…쯧.

"고마워, 경훈아. 누나가 항상 고마워하는 거 알지?"

-아, 됐고. 나, 이번 SGF에서도 그 새끼가 방해하면 진짜 못 참을 것 같으니까. 그런 줄 알고 알아서 해.

뚝.

"후…."

통화가 끝나자마자 허나이는 장시간 동안 들고 있던 손을 드디어 내릴 수 있게 된 것처럼,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다시 모니터에 화면을 향했다.

(파트너십 신청)

숨컷이 파트너십 계약을 원하는 이상, 관계의 주도권은 허나이에게 있었다.

계약 이전에도, 이후에도.

허나이가 스트리머들과 '허나이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선행하는 일이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스트리머들은 대부분 가능성이 창창한 신입 스트리머들이었고.

그렇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허나이의 표현대로라면 '목이 빳빳했다.'

빅 가이즈 크루는 언제나 새로운 동료들을 환영한다.

말 잘 듣고 주제를 아는 동료들을.

고로 한 번 밟아놓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짐승 길들이듯.

'듣자 하니, 이번 SGF에 꽤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한데-'

그녀가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재문의 바랍니다.-

최재훈의 눈동자는 메일을 열자마자 마지막 부분인 그 문구를 가장 먼저 보았음에도.

문자의 산을 타고 올라 기어코 메일을 처음부터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꼼꼼하게.

월드컵 16강에서 0승 2패를 기록한 자국팀이 8강에 진출할 경우의 수를 구하는 것처럼, 구질구질하게.

하지만 역시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저, 문제가 뭔지 알게 되었을 뿐.

"아니, 시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게 문제란다.

"얼탱이 없는 새끼들 아니야. 그 문제가 뭔지를 알려줘야지.

[문제의 문제였던 거임 ㄷㄷ]

[아 모르곘으면 ㄹㅇ ㅋㅋ나 하라고 ㅋㅋ]

[ㄹㅇㅋㅋ]

[숨컷쉑이 문제 있긴 하지 ㅋㅋ]

망연히 메일을 바라보던 최재훈의 눈에 채팅창이 들어왔다.

유료구독을 하려고 기다렸으나, 유료구독을 하지 못하게 된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이.

"아아악!!!!! 내 돈!!!!!"

[?? 지금 상황에서 뭘 하면 그딴 비명이 나오는 겁니까]

[선생님 사고회로 상태에 대한 걱정이 지대합니다]

[충격받아서 뇌에 손상온걸수도 있음]

[ㅁㅊ 119불러]

[119 불나야 출동하는 거 아님?]

[그럼 리수들 집엔 맨날 119 출동했게]

[먼소리임]

[리수들 때문에 부모님 가슴 맨날 활활 타오르잖아]

[그렇다는데 숨컷님 119 불러드리게 집에 불좀 질러주세요 급함]

"아니, 내가 돈 벌어서 수수료 주겠다는데. 왜 받아먹질 못해 이 리치TV 우라질 새끼들아!!!"

[어쩐지 오늘따라 운이 좋더니만]

[숨컷이 줘도 못먹누 ㄷㄷ]

[ㅗㅜㅑ]

[아 ^^ㅣ발 개국공신 마크땜시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아 ㅋㅋ 이러면 어쩔 수 없이 내일 학원도 빠져야겠네]

[나 학원 원장인데 개국공신 마크는 ㅇㅈ한다]

[아 ㅋㅋ;; 미치겠네~ 공부해야하는데~]

[학원 땡땡이 장려하는 유해방송 ㄷㄷ]

[야 근데 지금 유료 구독이 문제가 아니지 않음?]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면 뭐가 문젠데요, 또. 난 시발 모르는 문제가 왜 이리 많아?"

[SGF에서 미팅방송한다며 입장권-I 배부까지 2시간도 안 남았는데?]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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