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42화 (139/361)

142. 사랑꾼

"내가 방송할 땐, 내 방송만 봐주면 안 돼요?"

[아 ㅋㅋ;;]

[이러면 또 곤란하네 ㅋㅋ;]

[구질구질하게 왜 이래ㅋㅋ;;]

[아 ㅋㅋ 어쩔 수 없네 ㅋㅋ]

"그리고, 아까 말했다시피. 앞으로는 채팅 비롯해서, 방송 참여할 때 어느 정도 수위를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솔직히. 응? 나 다 알아. 여러분 방송 재밌으라고 하기 싫은데 억지로 그러신 거잖아요. 막 미안해서 괴롭지만, 어쩔 수 없이 다크나이트, 다크쓰레기가 되길 자처한 거잖아요. 방송 자극적으로 만들어서 재밌게 하려고, 날 위해서! 괴롭지만 어쩔 수 없이! 안 그래!?"

[아 ㅋㅋ 어떻게 알았지]

[위악떠는거 힘드네 ㅇㅇ;]

[위악떨지마라 최강준]

[하면서 가슴 찢어졌자너 ㅋㅋ]

[아 ㅋㅋ 원래 C컵이었는데 일부러 나쁘짓하느라 가슴 찢어져서 떨어져가지고 A컵됨]

[ㄹㅇ;; ㅋㅋ 좀 억울하네 원래 D컵이었는데]

"아이고, 어? 그래. 유감을 표하고요, 어쨌거나 여러분! 절 위해서 나쁜 사람이 되실 필요 없습니다! 솔직히. 제 방송. 그런 거 없어도 충분히 괜찮지 않아요?"

그는 웃으면서 자신감을 표출했다.

[ㅗㅜㅑㅗㅜㅑ]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암요 ㅠㅠ 우리 숨아가 말이 맞습니다]

[숨컷님 얼굴 볼수있으면 충분합니다 ㅠㅠ]

[아 ㅋㅋ 리치TV새끼들 우리한테 고마운 줄 알아라]

[ㄹㅇ ㅋㅋ 우리때엔 숨컷 캠도 안 키고 방송했는데 우리 덕분에 킨거잖아]

[시청하기전에 옐로TV 선생님들 고맙다 한마디씩 박아라 ㅇㅇ;;디지기 싫으면]

[옐로TV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뭘 안했길래 플랫폼이 뒤져버리신 건가요?]

[시발아]

그렇게, 최재훈은 방송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나아가 휘어잡는 데 성공했다.

사실상 리치TV에서의 본격적인 첫 방송인데-

<시청자 4, 733>명이라는 엄청난 수의 시청자들을 상대로 말이다.

시청자들을 상대로 주도권을 잡는 건 방송인에게 있어 가장 큰 덕목 중 하나였다.

주도권을 쥐고 있어야 휘둘리지 않고 방송을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 중에서도 과격한 성향을 가진 거로 유명한 인터넷 시청자들이다.

수백 명 정도만 모여 있어도 주도권을 휘어잡긴 커녕,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방송인들이 부지기수다.

방송을 수개월, 수년을 해도 시청자들을 상대로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이들 또한.

그런데도.

최재훈은 방송을 시작한지 채 1개월이 되지 않았으면서 수천 명의 시청자들을 상대로 완전히 주도권을 쥐는데 성공했다.

1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수천 명의 시청자들을 끌어모은 건 말할 것도 없다.

익숙해진 건 즙 짜는 연기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자각은 하지 못해도, 분명 방송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고 있었다.

"자, 그러면 다시- 하… 상품 수여식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상품 수여 진행하겠습니다. JYM381님, 계십니까?"

[JYM381 : 넹]

"그, 이번엔 좀 응? 잘 좀 부탁드릴게요?"

[JYM381 : 아 ㅋㅋ 믿어만 주십쇼]

"잠깐."

저 불안하기 그지없는 채팅을 보고 있자니 문득 드는 생각.

"이거 딱히 굳이 통화로 진행할 필요 없는 거 아닌가?"

[JYM381 : ?????]

[JYM381 : ^^ㅣ발 이러기야?]

"아니, 나한테 뭐 듣고 싶으면. 그냥 이 상태에서 채팅으로 듣고 싶은 말 치고, 난 그거 따라 읽으면 되잖아."

[JYM381 : 아 ㅈㄹ ㄴ;;]

"왜 지랄 노야. 논리적으로 나를 납득시켜 봐."

[JYM381 : 아니 ㅅㅂ]

[JYM381 : 그러면 통화할 때 그 특유의 두근거림이 없잖아]

두근거림.

그 말에 최재훈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두근거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디질래 진짜?"

[JYM381 : 왜 ㅅㅂ]

"아까 그 '하악하악-' 그 지랄 하면서 그 단어 말하려고 했으면서, 두근거림? 니가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니는 지금, 뭐라 해야 하냐. 로맨스? 주인공이 아니에요. 니 장르는 공포/스릴러야. 만약 니 때문에 다른 사람이 심장이 두근거리면, 그건 존나 니 때문에 긴장되고 무서워서 그런 겁니다. 정신 차리세요."

[ㅋㅋㅋㄹㅇ]

[두근두근 ㅇㅈㄹ ㅋㅋ]

[1.2KG 1.2KG 이 ㅈㄹ ㅋㅋ(1근이 600G이라는 걸 이용한 말장난 ㅎ)]

[저건 또 뭔 시발 ㅋㅋ 어이가 없네]

[근데 ㄹㅇ; 통화하는것보다 그게 낫긴 할듯 방송사고 위험도 있고]

[JYM381 : 하...]

"아~ 빨랑 결정해요. 마음 같아선 아까 거 괘씸죄로 그냥 패스해 버리고 싶으니까."

[JYM381 : 아 ㅇㅋ]

[JYM381 : 알겠음;]

"오케이, 그러면 뭐… 하."

막상 또 말하려니 어이가 없다.

자신에게 듣고 싶어하는 말 듣기.

이딴 게 상품이라니.

아무리 자기애가 넘치는 최재훈조차 스스로 말하기 낯부끄러울 정도였다.

"뭐, 무슨 말이 듣고 싶어요."

그가 짐짓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JYM381 : 그럼 플라토닉하게 ㅎㅎ;;]

[JYM381 : 마이크에다 대고 '강수진 사랑해' 해 주세여 ㅎㅎ]

'ㅎㅎㅎ'

최재훈이 또한 그런 의성어가 연상되도록 웃었다.

[JYM381 : 헤헤헤]

"수진아."

[JYM381 : 넹!]

"아니, 수진 씨."

[JYM381 : 넵, 숨컷 씨 ㅎㅎ]

"그냥 치킨 먹읍시다."

[JYM381 : 싫은데여 ㅋㅋ]

"아니, 이 뭔. 나한테 그딴 거 들어서 뭐 한다고. 어? 들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다니까? 아무것도 남는 게 없어! 반면에, 치킨 임마, 응? 시켜서 친구나 가족이랑 물질적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잖아. 응? 겉은 바~삭 하고. 속은 쫄깃~하고. 거기에 콜라 한 잔 하면~ 크~ "

최재훈이 고갤 끄덕였다.

"알아. 방송 살리려고 그러는 거. 그런데, 아까 말했다시피 안 그래도 돼. 그냥 편하게, 본심을 말하셔도 됩니다."

[JYM381 : 어 ㅋㅋ 싫어 ㅋㅋ]

"…."

마음 같아선 걍 치킨이나 쳐먹으라 하고 싶었지만.

저래도 일단은 자기가 좋다고 시간 내서 이벤트에 참가해 준 팬이다.

"하…."

최재훈이 농도 짙은 한숨을 연거푸 내쉬더니-

"시청자님, 사랑합니다~"

그렇게 말한 뒤, 심호흡을 해서 정신을 정비했다.

"자, 그러면 다음-"

[JYM381 : ???]

"아니, 왜 또 갈고리야. 뭐가 문젠데."

[JYM381 : 전 강수진 사랑해라고 말해달랬는데요]

"아니, 그게 그거잖아요."

[JYM381 :'다시']

"아…."

그가 잠깐의 뜸을 들이더니-

"강수진사랑해."

마이크에다 대고 속사포로 말했다.

여섯 음절이 두 음절로 들릴 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머라고요? ㅋㅋ]

[숨컷사이더 ㄷㄷ]

[난이런열여섯마디너와달리금방해]

[JYM381 : 아니 ㅅㅂ 그게 뭐야 ]

[JYM381 : 감정 담아서 제대로 해줘]

"뭔 소리야, 감정 담았는데."

거짓말이 아니다.

분명 그는 감정을 잔뜩 담았다.

사랑이 아닐 뿐.

"아무튼 잔뜩 담았었으니까 거, 알아서 성분 확인해 보시고."

[JYM381 : 아니 어이 없네 ㅋㅋ]

최재훈이 목록에서 가장 위에 줄을 쫙 그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음, MHEKCKI 님. 계세요?"

[MHEKCKI : ㅋㅋ]

[숨컷 : ㅋㅋ;;]

[MHEKCKI : 님아 ㅋㅋ]

[숨컷 : 네 ㅋㅋ;;]

[MHEKCKI : 저 저격 4번인가 성공했던 걸로 알거든요? ㅋㅋ]

[숨컷 : 그렇네요 ㅋㅋ;;]

[MHEKCKI : 와 진짜 ㅋㅋ 그날 네번 저격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ㅋㅋ 알바도 빼먹고 진짜]

[숨컷 : 아이고 ㅋㅋ;; 알바를 빼먹으시다니]

[숨컷 : 생활비 부족하실 텐데]

[숨컷 : 마침 치킨 네 마리가 큰 도움이 되겠네요]

[숨컷 : 다행입니다]

[MHEKCKI : ㅋㅋ]

[숨컷 : ㅋㅋ;;]

[MHEKCKI : 님아 ㅋㅋ]

[숨컷 : 네 ㅋㅋ;;]

[MHEKCKI : 저 솔직히 네 번이나 성공했는데]

[MHEKCKI : 저격 한 번 성공한 사람이랑 똑같이 대충 하시진 않겠죠? ㅋㅋ]

[숨컷 : ㅋㅋ;;]

[MHEKCKI : 한 번이면 되니까]

[MHEKCKI : 마이크에다 대고 천천히 감정을 담아 속삭여 주세요]

[MHEKCKI : '공지영 자기야 아침이야, 일어나' 라고]

[숨컷 : 아 ㅋㅋ;;]

아직 갈 길이, 아주 멀었다.

* * *

-권지현겨드랑이털국수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야 지현아.

"네?"

-권지현겨드랑이털국수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너 숨컷한테 욕먹어도 되냐?

"…네?"

[권지현겨드랑이털국수 : 아 빨리 말해 급함]

"어… 뭔지 몰라도, 전 괜찮으니까 방송에 도움 되는대로 하시라고 전해 주세요?"

[권지현겨드랑이털국수 : ㅇㅋ ㄱㄷ]

이내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권지현겨드랑이털국수 님이 5,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옜다 치킨 세 마리 짜리 선물이다.

[CLIP 영상]

영상 안에서 최재훈이 말한다.

-지현 씨께서 하라고 하셨다고요? 하… 모르겠다.

얼마나 시달린 건지.

너덜너덜한 최재훈이 자포자기 기색으로 마이크에다 대고 말한다.

-권지현.

"네?"

무심코 답하는 권지현.

이내 이어지는 최재훈의 말에-

"…."

권지현의 귀에서부터 빨간 물감이 번진다.

삽시간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한동안 멍한 상태로 넋이 나가 있더니 이내.

'권지현겨드랑이털국수' 일명 권겨털에게 역대급 감사 리액션을 했다.

* * *

-현재숨컷상황 님이 3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CLIP영상]

"응?"

제나 웨스트의 방송에도 숨컷이 클립 영상으로 찬조 출연을 한다.

"하, 쟤 뭐하냐."

그녀가 방송에서 쉬이 보이지 않는, 진심 웃음을 지었다.

방송 안에서 최재훈은 고통스러워하며 이벤트 참가자인 시청자들에게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었다.

제나는 본래 게임 도중 영상 후원을 받지 않는데, 지금 그녀는 게임 진행 중이었다.

플레이를 하면서도 간혈적으로 힐끔힐끔 영상을 확인한다.

그 때문에 사망해도, 옳타구나 사망 시간동안 영상을 느긋이 감상한다.

그러다가-

"응?"

-권지현.

그 이름이 언급되더니 이내-

"…."

그녀의 표정이 사정없이 일그러진다.

그녀가 언질도 없이 신경질적으로 영상을 종료했다.

제나도 이벤트에 참가하여 '상품' 수령이 가능하긴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딴 걸 어떻게 말해, 시발.'

쑥스러워서 사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숨컷의 영상이 후원된 뒤, 그녀의 데스가 잦아졌다.

그녀는 한동안 게임에 집중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생각- 아니, 고민하는 듯했다.

* * *

"하…."

기진맥진.

그 말이 딱 들어맞는 모습을 한 최재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최재훈은 이벤트 진행하는 동안 십수 판의 게임을 했었다.

또 다른 저격 대상인 퍼블팀들 또한 마찬가지.

이벤트 참가자만 수백이었다.

때문에 그는 몇 시간 내내 사랑을 고백해야 했다.

때로는 무미건조하게.

때로는 감정적으로.

-…님이 5,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CLIP 영상]

끊임없이 이어지는 후원.

끊임없이 재조명되는 흑역사.

[왜 4랑만 하는 거야? ㅠㅠ 3이랑 5랑은 안 해? 이거 숫자 차별이야]

[리치TV 대표 사랑꾼 ㄷㄷ]

[사랑을 안 하면 죽어버리는 사람]

시청자들의 끊임없는 조롱.

'어떻게 시발, 치킨 달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지.'

돈 굳었다고 좋아해야 하는 걸까?

-큭큭큭큭….

근처에서 좋다고 녹화하며 낄낄거리는 여동생 때문에 두 배는 피곤- 아니, 고통스러웠다.

어쨌거나-

"드디어 끝났네."

[??]

[뭘 끝나]

[미팅권 우데갔어]

"아, 알아요."

이제 남은 건 단 세 명.

미팅권 당첨자 발표뿐이었다.

[야 근데 이번에 프로들 참가하지 않았냐?]

[ㄹㅇ ㅋㅋ 본명 말 안 한 애들 중에 프로 끼어있는 거 아님?]

[아니 그보다 ㅋㅋ 미팅권 세 명이 다 프로일 것 같은데]

[캬 ㅋㅋ]

[누굴까 ㄷㄷ]

[미팅 뭐 어떻게 하는 거임? 미팅 할 때 방송함? 자세히 설명좀]

"네. 미팅하는 거 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캬 ㄷㄷㄷ]

[ㅈ컷쉑이랑 방송출연까지 ㄷㄷ 개쩌누]

"얼굴 노출되는 게 불편하시면 마스크 같은 거 끼고 오셔도 됩니다. 그리고, 미팅 일자는 지금 정해져 있는데. 만약에 해당 일자에 참가 못 하시면 따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별도의 상품으로 지급해 드릴게요."

[별도의 상품 뭐?]

"치킨 100마리요."

[아니 진짜 이 새기 닭한테 원수졌나]

[닭들의 히틀러 ㄷㄷ]

"농담이고요. 상품은 일단 생각 중입니다. 만약 원하시는 게 있다면 조율해서 드릴 예정이고요. 어쨌든. 자."

최재훈이 박수를 친 뒤 손바닥을 비볐다.

"마무리 합시다."

행운의(?) 세 당첨자가 발표되었다.

"미팅 일자는 2일 뒤고, 장소는-"

세계 5대 게임 축제 중 하나인 Seoul Game Festival.

일명 SGF.

다음 무대이자, 다음 컨텐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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