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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139화 (136/361)

139. 스타트

"콜."

이 과하게 개성적인 남매가 보여준 의식의 흐름에 세 여자는 정신이 나가는 걸 느꼈다.

정신이 나갔는데도, 여전히 저 둘의 정신 나감에는 따라가지 못해 여전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뭐 그래도.

결과적으로 성공했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척.

최재은이 위풍당당하게 세 여자에게 따봉을 들어 보였다.

그래.

장하다.

장해.

그녀들 또한 따봉을 돌려줬다.

"헤이, 시스타."

"요, 뿌라더 와썹."

"컴히얼."

침대에 앉아 있던 최재훈이 옆자리를 톡톡 가르켰다.

최재은이 의심 없이 그 옆으로 다가갔다.

"동상아…."

"엉?"

"보니까, 우리 이쁜 동상 목 쪽 근육이 많이 뭉친 것 같구나. 오빠가 보기엔 거북목의 징조 같은데, 그래서 심히 걱정이야. 우리 동상의 개쌉오지는 핏이 거북목 때문에 망가질까 봐."

"오마이깟 리을리?"

"그래. 하지만 걱정 마렴. 오빠가 누구니."

"아싸찐따찌질이겜창?"

"매우 흥미로운 견해지만, 지금은 오빠를 스트레칭 전문가라고 부르려무나. 10년동안 컴퓨터 앞에 살았는데도 목, 허리, 손목이 멀쩡한 이 오라버니의 스트레칭 기술을 니 거북목을 위해 베풀어주마."

"오… 스바라시데스네."

최재훈의 지시에 따라 내밀어진 최재은의 목.

그는 거기에 그대로 자신의 팔을 감아-

헤드락을 조졌다.

"아아아아아앍!!!!"

최재은이 손발을 파닥거리며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빡이 친 오빠는 평소보다 1.3배는 강했다.

"뭐? 임신을 해?"

"이거 놔!!!!!!!!!!!!!!"

"할 농담이 있고 안 할 농담이 있지."

다시 또 '최재은의 임신'을 떠올린 최재훈의 팔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아악!!! 아파!!! 딱딱해!!!!! 기분 나빠!!!!!!!! 역겨워!!!!!"

딱딱해.

남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그 말에 세 여자는 저도 모르게 구속당한 최재은의 머리가 아닌, 그 주변을 봤다.

최재훈의 탄탄해 보이는 팔과 가슴이 그녀의 머리를 압박하고 있었다.

소매를 걷어올린 팔에 돋아난 근육과 핏줄이…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그녀들은 저도 모르게 '부럽다'고 생각해 버렸고.

최재은의 머리를 자신의 머리로 바꾸는 망측한 상상을 하기에 이르렀다.

"갑자기 동거는 또 뭐고."

최재훈이 무의식적으로 여자들을 쳐다봤다.

그의 시선에 움찔 떠는 그녀들.

동거와 관련해서 최재은에게 부탁한 게 찔려서가 아니라.

최재훈을 대상으로 망측한 상상을 한 게 찔렸기 때문이었지만.

어쨌거나 최재훈은 상황을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거, 섭섭하게 왜 그러십니까들. 저만 쏙 빼놓고 이야기 나누시고. 이거, 어!? 집단 따돌림 아니야! 이런 게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겁니다! 제 마음도 병이 들어 버렸어요! 어!? 쏘 하트 하단 말이야!"

"내 목도… 병들 것 가태…."

"뭔 일인지, 같이 좀 압시다!"

* * *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최재훈이 생각에 잠겼다.

여자들은 벌을 받는 것처럼 그의 앞에서 공손하게 손을 모으고 있었다.

여동생을 그렇게 아끼는 최재훈이다.

이 일을 여동생에게 전해줘 걱정을 끼쳤을 뿐만이 아니라, 일에 끼워 넣으려고까지 했다.

그의 입장에선 실망을 넘어 분노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동안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호의를 표해줬던 최재훈이 자신에게 비호감을 느낀다 생각하니, 그녀들은 하루종일 좋았던 기분이 단번에 추락하는 걸 느꼈다.

그런 그녀들의 예상 대로 최재훈은 당연히 실망을 표-하지 않았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았다.

만약에 재은이가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데 자신만 그걸 모르고 있었다면?

섭섭한 정도가 아니라 복장이 뒤집어졌을 것이다.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은 애꿎은 그 주변 사람들을 원망했을 테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최재훈을 신경 써서 가족인 데다가 '여자'인 최재은을 끌어들인 그녀들의 판단은 합당했다.

게다가 그 모든 게 자신을 걱정해서였다.

어떻게 화를 내고 비난하겠는가.

물론, 여자들에게 진심으로 걱정 받고 보호받는 상황이 다소 낯간지럽긴 했다.

생각을 마친 최재훈은 쑥스럽게 웃었다.

"다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들은 깜짝 놀랐다.

이 상황에서 저렇게 순수하게, 감사를 표하다니?

물론,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저게 맞다.

어디까지나 그를 걱정해서 한 행동이었으니.

하지만, 주관적이라는 개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은 상황을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관점에서 받아들이고 생각했다.

이렇게 가족이 엮인 민감한 상황엔 그런 경향이 더더욱 짙어졌다.

때문에 그녀들은 감탄했고 감동했으며 또 감사했다.

그게 고스란히 느껴지는 눈빛과 표정에 최재훈은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자기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어쨌거나 좋은 게 좋은 거였다.

"알면 됐어."

"그렇게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재훈씨…."

셋이 각기 다른 방응을 보였고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이거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최재은과의 동거.

최재훈은 시선을 우측 아래로 돌렸다.

쩝쩝.

아직 헤드락에 걸려 있는 최재은이 태연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괴롭힘 참기 LV100 정도는 되는 그 모습에 최재훈은 참지 못하고 또다시 팔에 힘을 넣었다.

"켁! 아! 쫌! 이제 됐잖아! 이거 풀어!!!"

저기에서 굳이 빠져나오고 싶어 하다니.

저 얼마나 사치스러운 발상인가.

"응? 에엑."

여자들의 시기 어린 시선을 느낀 최재은이 질색하는 동시에 얼탱이가 출타하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저 예쁘고 능력 좋은 언니들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애한테 매달린단 말인가.

여동생인 그녀로선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근데 언니들, 안 먹어요? 이거 내가 다 먹어버리면 나 진짜 배 나와서 임신한 것처- 꿰엑!"

"그놈의 임신 이야기 좀 그만해 임마. 여러분들, 괜찮으니까 식사 재개해 주세요. 왜 그러고 서 있으세요들."

뒤늦게 그녀들의 벌이라도 받는 듯한 자세를 확인한 최재훈이 쓰게 웃더니-

"하."

이번 일에 대해 생각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스토커라니…."

주소를 알아내서 자양강장제와, 남자에게 야한 여성용 속옷을 선물한다.

뭔가 아슬아슬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와, '쌉소름 돋네'의 경계선에 걸쳐져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언제 그 선을 넘어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스토킹이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주변을 쫓아다니는 것과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여동생을 끌어들이라니.

당연히 내키지 않았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보다,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게 더 무서웠다.

그의 눈에 아직 최재은은 연약한 여동생이었다.

'여'동생이 아니라.

그런데 그 논리는 최재은에게도 적용됐다.

'오빠'

그러니까, 최재은의 입장에서 보자면 스토킹 당하는 누나가 도움을 거절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하… 진짜, 왜 이딴…."

귀찮고 짜증나는 상황에 처한 걸까.

'이게 잘생긴 남자의 삶인가?'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고.

잘생긴 면상엔 스토커가 따르나 보다.

"좀만 참아."

"금방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금방 해결될 거예요."

최재훈의 고뇌를 읽은 세 여자가 한마디씩 보탰다.

"최저시급에 해줄게."

얜 뭐라는 걸까.

"하."

이내 최재훈은 고갤 끄덕였다.

괜히 고집부려서 넷을 걱정시키느니 이러는 게 도리 같았다.

세 여자의 얼굴에 안도의 색이 돌았다.

"생각해보니 시급 만 원은 받아야 될 것 같은데."

얜 진짜 뭐라는 걸까.

"그러면 향후 방침을-"

능력 있는 세 여자가 뭉치자 스토커에 대한 대비책은 금방 형태를 갖추고, 이내 완벽에 이르렀다.

스토커가 재방하는 그 날이, 잡히는 날이 될 것이다.

그렇게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되자 본격적으로 편한 분위기에서 만찬이 재개됐다.

영화가 틀어진 TV앞에 앉아 도란도란 잡담을 나눈다.

제나는 접시를 챙긴 뒤 구석에 짱박혀 핸드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이내 최재훈이 제나를 부르자, 그녀 또한 마지못한 척 합류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오갔다.

때론 대화가 끊겨서 침묵이 찾아왔지만, 그 빈자리를 영화 소리가 채웠다.

조용할지언정 어색하진 않다.

안락하고 편해서, 술이 없어도 몸이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분위기였다.

"아참."

이린이 그런 분위기에 취해 깜빡 잊고 있었던 본론을 꺼내 들었다.

"숨컷 님?"

"넵?"

"업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데, 지금 가능하실까요?"

"아~ 넵."

둘이 자리를 이동하자, 쪼르르 따라오는 둘.

그리고 은근슬쩍 따라오는 제나.

"…."

이린은 고갤 갸웃거리더니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일주일간.

이린은 최재훈의 미션을 방해하지 않도록 사전에 허가를 받아 업무를 일임한 뒤, 보고와 연락을 최소화했다.

사실상 1주일 동안 밀린 보고를 하는 자리였다.

"일단, 이걸 봐 주시겠습니까."

이린이 패드를 조작한 뒤 빙 돌려서 내밀었다.

꺾은선 그래프였다.

그걸 바라보는 최재훈 위로 얼굴 네 개가 떠올랐다.

"이게 뭐죠?"

"그래프잖아."

"동생아, 정말 고맙다. 이 멍청한 오빠는 현대식 디지털 기법으로 그려진 산수화인 줄 알았지 뭐야. 니가 없으면 큰 망신을 당할 뻔했다.

"에휴, 쯧쯧쯧. 나 없으면 어쩌냐 얘."

"그러게 말이야. 고생했다. 너는 니 역할을 다했어. 이제 닥쳐도 된단다."

"미션 첫날, 시청자 추이 통계입니다. 그리고 이건-"

화면을 옆으로 넘기자 나오는 또다른 그래프.

"이튿날 통계입니다. 이렇게 일주일 통계를 합치면-"

휙.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는데요, 보시면-"

최재훈은 일주일 내리, 매일 최소 15시간을 방송했다.

흔치 않은 일이었고 이린은 그걸 허투루 하지 않았다.

일주일, 매일 15시간 동안의 모든 표본을 놓치지 않고 수집했다.

시청자 추이.

신규 팔로우 추이.

채팅 참가율 추이.

후원 추이.

등.

그렇게 모든 부분에서 하나하나 통계를 내고, 그 통계를 종합하여 숨컷 방송 시청자들의 성향을 분석한 뒤.

그 분석한 성향을 토대로-

"-평일에는 이 시간에서 이 시간까지. 혹은 이 시간에서 이 시간까지. 주말에는 이 시간에서 이 시간까지. 아니면 이 시간에서 이 시간까지 방송을 진행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간단명료한 답을 도출시켰다.

"와…."

"미친…."

"세상에…."

"맛은 안정적이야."

문외한인 최재은 외의 모든 이들이 감탄했다.

깔끔한 프레젠테이션도 프레젠테이션이지만, 더욱 놀라운 건 정보 수집 능력이었다.

이린의 통계의 토대가 된 표본 대부분은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즉, 그녀가 자력으로 수집했다는 게 된다.

"이런 정보를… 어디서 구하셨어요?"

방송 경력 수년 동안 이런 식의 접근은 엄두도 못 낸 권지현이 물었다.

"제 개인적으로 수집한 겁니다. 표본이 충분하지 않으니, 통계를 참고하되 너무 과신하지는 말아 주세요. 차후 표본을 추가해 나가며 보강할 예정입니다."

"…이딴 걸 어떻게 개인적으로 수집한 건데?"

제나의 어처구니가 없다는 코웃음에도 이린의 프레젠테이션은 이어졌다.

"어, 맞다."

프레젠테이션이 일단락됐을 때, 최재훈이 생각났다는 듯 박수를 쳤다.

"일주일 동안 미튜브 어떻게 됐는지 확인을 못 했네."

"아, 그렇다면 상당히 만족스러우시겠군요."

이린이 흐뭇하게, 또 자랑스럽게.

숨컷의 미튜브 채널을 검색한 뒤 그에게 구독자 수를 보여줬다.

"오…."

일주일 전.

미션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1만 안팎이었던 구독자는 9만이 되어 있었다.

그에 최재훈은-

"몬가… 애매한데."

몬가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절대로 적은 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또 많다고 느끼기엔 뭔가 애매한 수였다.

"와, 오빠 구독자 9만이야? 미쳤다리."

최재은도 그렇게 말은 하지만 반응 자체는 미적지근했다.

반면의 셋의 반응은 심상찮았다.

"왜, 왜요?"

최재훈이 묻자-

"저는 5만 까지 가는 데에만…."

"배가 쳐 불러서…."

"아."

방송과 미튜브를 성장시키는 건 눈덩이를 굴리는 일과 같았다.

기세가 붙으면 시원하게 크기가 불어나지만.

그 기세가 불기 시작하는 과정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미비하고, 느리고, 답답했다.

권지현의 경우에도 그렇고, 삼피의 경우에도 그렇고.

구독자 9만에 이르기까지 최소 수 개월이 소요됐었다.

구독자 9만은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엄청난 수는 아니었지만.

최재훈이 채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날짜를 고려하면, 엄청난 숫자가 맞았다.

'대기업의 싹수가 보이는' 성장 속도였던 것이다.

"중졸 겜창인 내가 대기업 입사는 못 해도 대기업 그 자체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라노벨 한 권 뚝딱이네."

"? 중졸? 뭔 소리야. 와, 그런데 진짜 대박이네. 너 진짜 성공하는 거야?"

설명을 들은 최 남매가 그제야 호들갑을 떨며 기뻐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기, 최근 영상의 조회수를 보시면-"

구독자를 훨씬 상회하는 조회수가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영상을 꾸준하게 업로드만 한다면, 구독자가 꾸준하게 상승할 것을 암시하는 길조였다.

"잠깐."

"네?"

"이거, 일주일 동안 영상 몇 개를 올린 거야?"

"시청자 유입이 가장 많은 점심 시간과, 퇴근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채널 관리 그쪽 혼자 하는 거 맞지?"

"맞습니다."

"혼자서 하루에 영상 두 개를 편집한다고? 15분짜릴?"

직접 편집을 하는 권지현과 삼피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우리 편집자 님 얼마나 대단한지 설명좀 해주실 분?"

편집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최재훈이 질문에 둘이 답하자, 최재훈은 깜짝 놀라서는.

이린을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편집자 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문제 없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그러자 감탄이 묻어나오는 얼굴로 말한다.

"진짜 대단하다…."

"별말씀-"

"이런 편집자가 선택한 나란 남자…."

"…."

"아니 그런데-"

제나가 뭔가 납득이 안된다는 듯 이린을 쳐다봤다.

"그쪽."

"예?"

"그렇게 능력도 좋은 사람이, 왜 이런 애 밑에서 일하고 있는 건데? 얘가 도대체 얼마를 주길래?"

"제나야…."

"뭐."

"니가 뭘 모르는 소릴 하는구나."

최재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랑 같이 일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인 조건이 어딨겠니."

이린은 점점 최재훈에게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그 증거로, 그에게 환멸의 시선을 향했다.

어쨌거나-

맞는 소리긴 했다.

그녀가 최재훈과 같이 일하는 건, 그와 같이 일할 수 있어서였다.

"그쪽 정도 되면 MCN에서 데려가려고 안달일 텐데?"

"커리어나, 금전적 조건은 제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아~ 우리 편집자 님께서 생각보다 세상 물정을 모르시네~"

제나가 피식 비웃었다.

그러자, 이린 또한 한쪽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리며 응수했다.

"이미 충분하거든요."

"…뭐?"

"그냥 그렇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참나. 뭐, 누가 보면 빡세게 달려서 회사 키웠다가 지쳐서 지분 챙겨 나와가지고 건물이라도 몇 채 산 사람인 줄 알겠네."

"…."

이린이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제나를 응시했다.

그 표정의 정확한 의미를 다른 이들은 알지 못했다.

어쨌거나-

어쟀거나.

그렇게 정산한 바, 일주일 간 모든 걸 불태운 노력의 성과.

미튜브 구독자 9만.

리치TV 팔로우 2만.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뭔가 애매하지만-

"아참, 미튜브 채널 수익 창출 허가가 나왔습니다."

리치TV와 미튜브에 완전히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하는 그 성과는.

엄청난 성취감을 갖다 줬다.

최재훈은 힘겹게 오른 언덕 위에 선 기분이었다.

눈 앞으로는 썰매장 같이, 새하얀 눈으로 가득 덮인 내리막길이 펼쳐져 있었다.

눈덩이를 굴릴 시간이었다.

"다음 컨텐츠는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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