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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136화 (133/361)

136. 보호가 필요한 사람

"미친년…."

제나는 최재훈이 접시 위에 담아 대령한 '만찬'을 보고 어이가 출타하길 잠깐.

빠드득.

이내 그런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

저 여성용 속옷은 제나가 집에 들어설 때 봤던 것이었고--그쪽이 드린 것보단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권지현은 그 속옷을 그렇게 표현했다.

최재훈의 방에 놓여 있는 권지현의 속옷

평소 최재훈 앞에서 소심하더니 갑작스럽게 자신감 넘치게 된 모습.

그녀 안에서 조각들이 맞춰지며 애써 부정하던 가능성이 현실이 되었다.

최재훈과 권지현.

둘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 이미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이다.

이런 저질스러운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더군다나 자신의 앞에서.

"…."

최재훈과 제나는 끽해봐야 동료 정도의 사이다.

최재훈과 권지현이 그녀 앞에서 어떻게 물고 빨고 해 봐야 그녀랑은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었다.

제나는 그걸 알았고, 그렇기에 더욱- 동요했다.

격렬하게.

눈에 자신이 줬던 술병이 들어왔다.

저 화려한 디자인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다.

당장 저걸 쓰레기통이나 변기에 쳐박고싶다.

병신 같은 꽃다발을 안 가져온 게 천만다행이었다.

여기에 자신이 있을 자리도, 이유도 없었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자리를 일어서-

려던 찰나.

권지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입장에서 어떻게 봐도 '우쭐대는 승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O_O]

마치 그런 이모티콘처럼.

한계치로 커다래져 땡그래진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권지현은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보는 자신이 다 부끄러울 정도로 망측하기 그지없는 검은 빤스와 브라자는 무엇이며.

도대체 왜 자신이 준 케익 대신 접시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인가.

도대체 재훈 씨는 왜 이런-

'아.'

그렇다.

이건 장난이다.

재훈 씨의 짓궂은 장난.

야한 장난!

이번 일로 최재훈과 이런 야한 장난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워진 것이다.

이것이 남자를 '이해'한 카사노바의 삶인가?

자신감처럼 양쪽 입꼬리도 솟아올라 w자 입이 된 그녀가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장난에 어울렸다.

"이야~ 맛있겠네요~ 여러분, 어떻게 드실래요. 구워먹을까여?"

장난스럽게 주위를 둘러본다.

그에 대한 대답으로.

제나는 경멸의 시선을 향해왔고.

최재훈은 당황의 시선을 향해왔다.

어딜 봐도 장난하는 분위기는 아니였고, 장난스러운 건 그녀 혼자였다.

"삶아서…?"

"…."

"…."

"생으로…."

"…."

"…."

"헝…."

계속되는 압박에 그녀가 쭈그러들어 평소의 쭈구리로 되돌아왔다.

그렇게 카사노바 권지현의 일탈은 막을 내렸다.

* * *

"그러니까, 그쪽이 얘 문 앞에 갖다 놓은 건 사실 속옷이 아니고 케이크다?"

"넹…."

"하."

갑자기 열성적이 되어서 권지현의 심문을 진행한 제나.

그녀가 코웃음을 쳤다.

"그걸 믿으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의 표정은 권지현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확연히 좋아져 있었다.

마치 안도하듯.

반면에 권지현은 죽을상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선물을 줘 놓고도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아이의 기분이 되어 최재훈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자에게 레검망빤브를 선물하고는-'요즘 남자들한테 가장 인기 있는'

'맛있게 드세요!'

따위의 소리를 해버린 미친 성희롱범이 되어 있었다.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최재훈의 시선이 권지현에겐 경멸의 시선으로 느껴졌다.

이 일을 계기로 그가 자신에게 안 좋은 시선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자, 권지현은 하늘이 까마득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당장 울음을 터뜨리기라도 할 것만 같은 표정으로 최재훈에게 말했다.

"재훈씨 저 진짜, 아니에요! 미안해요!"

"아닌데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횡설수설하는 권지현을 이때다 싶어 가열차게 놀리는 제나.

"자, 잠시만요!"

"응? 어디 가세요?"

권지현이 급하게 일어서서 어딜 가려고 하자 최재훈이 물었다.

"저, 그, 영수증! 보여드리려고요. 저 진짜! 진짜-"

"아~ 괜찮아요."

"예?"

"이럴 줄 알았거든요."

"이럴 줄 알다니… 뭐가요?"

"뭔가 오해가 있었을 거라고요."

불쾌해하는 기색도, 사실은 불쾌하지만 그걸 숨기는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전적인 믿음이 느껴진다.

"하…."

권지현이 기뻐하는 동시에 안도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힘이 빠져나가 긴장이 풀린다.

권지현은 반쯤 다리가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죄송해요!"

그리곤 자신이 앉은 곳이 침대라는 걸 깨닫고 곧바로 일어선다.

"에이, 우리 사인데. 지현 씨 집이다~ 생각하고 편히 계세요."

최재훈이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저희… 사이요?"

그제야 방실방실 웃음기가 도는 권지현.

'우리 사이?'

그게 또 못마땅한 제나가 시큰둥하게 내뱉었다.

"그러면 뭔데."

"응?"

"이 망할 것이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냐고."

제나가 집게손가락으로 레검망빤브 중 '브'를 집어 들곤 고양이가 생쥐 구경하듯 바라보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진짜, 이딴 건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겠다."

최재훈의 원래 세계에서 남자들이 밋밋한 속옷을 입는 게 일반적이듯.

이 세계에선 여자들이 밋밋한 속옷을 입는 게 일반적이었다.

브라탑 혹은 스포츠 브라가 국룰이었다.

이렇게 외설적인 속옷은- 최재훈에게 유감스럽지만 남자들의 특권이었고.

비정상의 범주에 속했다.

비정상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어른들을 위한 물건을 구비하는 특수 샵에나 가야 구할 수 있을 물건이었다.

"그러게."

최재훈이 '빤'을 펼쳐서 바라봤다.

권지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의문을 풀렸다.

그런데 더 큰 의문이 생겨 버렸다.

권지현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 팬티의 출처는 어디란 말인가.

그리고 케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 순수하고 맹해 보이는 여자가 가증스럽게도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가장 타당할 정도로 의문투성이인 상황이었다.

"영수증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제나가 내뱉었다.

"그게 아니면-"

최재훈을 바라본다.

"어, 지금 그거 내 입장에서 상당히 모욕적인 상상력이야."

여장이라니!

"아니, 그게 아니라."

제나가 권지현과 눈을 마주치더니 고갤 끄덕였다.

"응?"

방송인의 주소를 찾아내서 남의 케이크를 검레망빤브라는 외설적인 물건으로 바꿔치는….

또라이.

그 정도로 자세하게는 아니지만.

제나와 권지현은 어느 정도 그에 근접한 답에 도달했다.

스토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 번 마주치기도 힘든 환상의 생물이지만.

최재훈 같은 미남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아직 자신이 얼마나 잘생긴 '남자'인지 완벽하게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최재훈.

그가 자신에게 스토커가 생겼다는 가정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그를 보며 둘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괜히 스토커의 존재를 알고 불안과 공포에 살아가는 것보단 지금처럼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스토커가 단지 이런, 비교적 가벼운 장난에 만족하지 못하는 위험한 자라면?

최재훈은 자신이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재훈 씨."

"네?"

"그, 요즘 이상했던 거 없으세요?"

"이상한 거요?"

"예. 그…."

시선이 느껴진다거나.

인기척이 느껴진다거나.

누군가 따라오는 것 같다거나.

권지현이 아주 조심스럽게 나열했다.

"잉? 갑자기 무슨…."

"대답하기나 해."

"딱히?"

"아."

그때, 뭔가를 기억해 낸 권지현.

"그, 재훈 씨?"

"네?"

"제가 어제도 문 앞에 자양강장제 갖다 드렸었잖아요?"

"네네."

"뭐 어제도? 가지가지 한다 진짜."

"…그, 사실 그때에도…."

눈치를 본 뒤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제가 갔을 때 이미 자양강장제 한 박스가 놓여 있었는데, 혹시 뭔지 아세요?"

"예? 두 박스 다 지현 씨가 놓고 가신 거 아니었어요?"

둘이 다시 눈을 마주쳤다.

어제 왔는데 오늘 또 왔다.

그렇다면 내일 또 올 수도 있었다.

이틀 연속으로 방문할 정도로 열성(?)적이니 당장 내일이 아니라도 조만간 움직임을 보일 공산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둘이 최재훈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

"재훈 씨."

"네?"

"놀라지 말고 들으세요."

"헉… 무슨 말을 하시려고…."

"놀라지 말라는 말 듣고 놀라면 어쩌자는 거야."

"그… 재훈 씨. 아무래도… 지금 재훈 씨한테 이상한 사람이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아요."

"이상한 사람이요?"

"네 그… 뭐라 해야 하지… 스토커?"

그에 최재훈은 두세 번 눈을 깜빡인 뒤-

"하."

피식 웃었다.

"진지하게 들어."

"아니, 알아."

그가 웃은 건 말도 안 된다 생각해서가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였다.

여자에게 스토킹을 당하다니.

정말, 별의별 일을 다 겪는구나.

"그래서 말인데요-"

권지현이 결연하게 말을 이었다.

"한동안은 나가실 일 생기거나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드시면, 바로 저 불러주세요."

"아니면 나나."

진지한 염려가 묻어 나오다.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는 걸 넘어서, 보호해 주려는 여자들의 모습에 최재훈의 기분이 복잡해졌다.

어쨌거나 나쁜 기분은 아니라,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권지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너도."

헤실헤실 웃는 권지현과 쑥스러운 듯 눈을 피하는 제나.

여자들이 자신을 보호해주겠다고 나선다.

최재훈은 마음 같아선 '남자의 자존심' 때문에 내 한 몸 건사할 정도는 된다 말하고 싶었지만.

괜한 고집을 부려서 그녀들의 마음을 허투루 하지 않기로 했다.

CCTV니 뭐니, 스토커를 어떻게 잡아내는지.

그리고 잡아내면 또 어떻게 하는지 토론을 나누던 와중-

-라톡!

[이린]

-일어나셨나요?

[최재훈 : 아 넵]

"또 누구야?"

제나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편집자 님."

[이린 : 먼저 일주일 동안 고생하셨고 축하드립니다]

[이린 : 매우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최재훈 : (파랭이가 따봉하는 이모티콘)]

[이린 : 일과 관련해서 상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이린 : 시간 괜찮으실까요?]

[최재훈 : 아 넵]

[최재훈 : 오늘 마침 휴방이라]

[이린 : 네]

[이린 : 그렇다면 시간은 언제가 편하실까요]

[최재훈 : 언제든지-

라고 말하려던 최재훈은, 지금 옆에 있는 두 여자를 떠올린다.

"지현 씨?"

"네?"

"혹시, 식사하셨나요?"

"앗, 아뇨. 아침에 국밥 먹고 점심은 아직이네요."

"제나 너는?"

"먹을 거야."

[최재훈 : 편집자님 식사 하셨나요?]

[이린 : 식사하면서 이야기 나누실까요?]

그렇게 조금 늦은 점심 약속이 잡히게 되었다.

이제 문제는 어디서 먹느냐인데-

"음… 여러분."

"네?"

"뭐."

"식사 어떻게 하실래요. 첫 번째는 제가 직접 집에서 요리해-"

"그거."

"첫 번째요."

"…."

[최재훈 : 편집자님 식사 어떻게 하실래요]

[최재훈 : 첫 번째는]

[최재훈 : 괜찮으시면 저희 집에서 제가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이린 : 첫 번째로 하겠습니다]

[최재훈 : 아니면 두번째는]

그녀들의 노도와도 같은 대답에 최재훈이 생각했다.

아.

역시.

집밥이 짜세구나.

"그럼 장 보러 나가야겠네."

"짐 들어드릴게요!"

"아, 괜찮은데."

"됐고, 나갈 준비나 해."

환복하기 위해 옷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간 최재훈.

저 문 너머에서 그가 옷을 갈아입고 있다.

"…."

"…."

두 여자는 화장실에 관심이 가지 않도록 온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응?"

그때 무언가를 발견한 제나가 그 앞으로 다가갔다.

제나가 권지현을 쳐다본 뒤 아령을 향해 눈짓했다.

"이거, 그쪽 거야?"

"응? 뭔데요 그게? 어? 이런 게 왜 여깄대."

덤벨이었다.

12KG.

남자의 집에 있기엔 꽤 무거운 무게가 아닌가 싶었다.

허나.

그건 둘이 덤벨에 대해 자세히 모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헬창인 방민아가 12KG 덤벨을 발견했다면-

"에에에에엥!?!!?! 재훈 씨, 설마 이걸로 운동하시는 거 아니죠!?!!!?!"

호들갑 난리를 피웠을 것이다.

남자의 집에 있기엔 꽤 무거운 정도가 아니라.

쌉 무거운 수준이었던 것이다.

여자 특 = 덤벨 있으면 괜히 들어 보고 싶음에 따라, 제나는 덤벨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곤 들어 올리려는데-

"…."

생각보다 묵직했다.

뭐 그래도, 짬짬이 맨몸운동을 하는 그녀가 못 들 정돈 아니었다.

그녀가 몸의 반동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덤벨을 들어 올렸다 내렸다.

그리곤 권지현을 보고 피식 웃었다.

자극받은 권지현이 덤벨을 건네받곤, 역시 꽤 묵직하지만 몸의 반동을 이용하자 큰 무리 없이 들었다.

사실, 경쟁하기엔 뭔가 애매하고 민망한 무게가 아닌가 싶었다.

성인 여성 중에 12KG 못 드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때, 옷을 다 갈아입은 최재훈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어? 뭐 하세요?"

그가 둘이 덤벨을 들고 있는 걸 발견했다.

제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거, 니 꺼야?"

끄덕.

"이걸로 뭐 하게?"

"뭐 하긴, 팔 힘 기르지."

"니가? 이걸로?"

하.

제나가 피식 웃었다.

자신들이 들기에도 꽤 묵직한데, 남자인 최재훈이 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들었다.

그런 제나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재훈은 호기심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그는 이 역전 세계에 와서 여자들의 힘을 자세히 접해본 적이 없었다.

"너 그거 들 수 있어?"

"들 수 있냐고? 시리어슬리?"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한 최재훈의 반응을 도발로 받아들인 제나가 이죽거렸다.

"오~ 그럼 한 번 들어봐."

"하, 왓어 스튜핏."

제나가 반동을 이용해 아령을 들어 올렸다.

"오~"

순수한 감탄사.

제나가 생각하고 있는 거와는 다른 의미의 감탄사였지만, 그걸 알 방도가 없는 제나는 우쭐거릴 뿐이었다.

옆에 있던 권지현이 질세라, 아령을 뺏어가서 들어 올렸다.

"오오~~~"

두 여자의 어깨가 으쓱였다.

"아니, 이딴 게 뭐가 대단하다고. 겨우 12KG 가지고."

제나가 말했다.

방금 방민아가 그녀의 자세를 보고 그 이야길 들었다면 박장대소를 했을 것이다.

"아니야, 그거. 오래 한 나도 힘들게 하는 건데, 엄청 대단한 거야."

"이딴 게 대단하다고? 하, 귀엽네."

귀여운 건 누구일까.

최재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방금 너 그거 들었을 때."

"응?"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다시 잡아봐."

제나가 일단은 따르자 최재훈이 설명을 이어간다.

"그 상태로, 몸 다른 곳 전혀 안 쓰고. 어깨 안 쓰고. 반동 없이 팔꿈치 아래쪽 팔만 써서 들어 올리는 거야. 해 봐."

제나가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

가볍게-

'…!'

가볍게-

들어 올리지 못했다.

12KG 쌀 포대를 어깨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 팔 힘으로 반동 없이 들어 올린다 생각해 보자.

12KG 덤벨의 진가를 깨닫게 된 제나가-

"…!"

가까스로 들어 올렸다.

다소 힘들었던 만큼 뿌듯하게, 최재훈을 보며 '됐지?'라는 얼굴로 우쭐거리는 제나.

"오~"

어쨌거나 외형상은 '여성'인 그녀가 12KG 덤벨을 들어 올리는 광경에 최재훈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대단한데~"

"별거 아니라니까."

"야, 근데 그거."

"응?"

"9번은 더 해야 한 걸로 쳐 주는데."

"…뭐?"

덤벨컬이라 불리는 운동이었다.

운동.

단순히 들어 올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100M 달리기라 치면, 방금 그녀는 겨우 10M를 나아갔을 뿐이었다.

보통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일반인이면 덤벨컬은 5KG 아령으로도 하기 힘들어하며.

12KG쯤 되면 일반인 기준으로 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이었다.

제나가 최재훈의 말대로 9번을 마저 하려는데-

"하! 퍽!"

당연히 실패했다.

"으!!!"

권지현도 마찬가지.

그런 그녀들을 마치 귀여운 어린아이들 보듯 흐뭇하게 바라보는 최재훈.

"아니, 니는 집에 쓸데없이 이딴 걸 놔둬서!"

그에 무안해진 제나가 신경질을 냈다.

"쓸데없다니?"

"쓰지도 못하는 걸 집에 왜 놔두냐고. 니, 이거 들 수는 있어?"

거의 따지는 수준.

그에 최재훈이 웃으며 다가가, 덤벨을 들어 올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너무나도 손쉽게.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번을 채운다.

그걸 지켜보던 제나는 얼이 빠졌고.

그가 힘 좀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권지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운동을 자신보다 잘하는 건 둘째치고, 힘도 자신보다 세다니.

최재훈은 그런 둘의 모습에 짓궂은 기분이 들어,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스토커 나타나면, 잘 좀 부탁할게요?"

두 '여자'가 고갤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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