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34화 (131/361)

134. 선물

미션을 마무리 한 순간.

일주일 내내 16시간씩 미션을 진행하며 축적된 피로가 한 번에 터졌다.

방송을 종료하고 일어서자마자, 옆에 침대 쪽으로 고꾸라져서 기절했다.

그리곤 그대로 그대로 알람 없이 허리가 아플 때까지 잤다.

"끄으으으~~~"

말도 안 되는 헤프닝이었다.

모닝 선샤인에 깨어나 기지개를 피면서 '상쾌함'이라는 걸 느꼈다.

애니메이숑이나 만화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판타지스러운 일이 지금 내게 일어난 것이다.

비현실적인 기분 좋음!

짹짹~

"안녕 쮁쮁아~"

컴컴~

"안녕 컴푸터야~ "

병신병신~

"안녕 병신 커텐아~"

뻑뻑~

"안녕 어제 먹다 남은 뻑뻑살아~"

냉장고를 벌컥 연다.

"안녕 콜라야~"

다음은 창문.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들 존나 굿모닝 에브리원~"

-점심이야 백수 새끼야!!!

이웃이라는 단어가 완전한 남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어버린 시대.

그런 시대에서 이웃이 내 인사를 기꺼이 받아줬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지, 살맛 난다.

어제 피곤해서 다 만끽하지 못한 미션 성공의 쾌감이 한동안 이어졌다.

잠시 뒤, 쾌감이 어느 정도 소모돼서 진정되자 나는 곧바로 조깅구빱목욕 루틴을 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겠지, 오늘은."

일주일 동안 빡쎄게 고생했으니.

하루 정돈 빡쎄게 인생을 낭비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카스딘도 타노스도 자유의 여신상도 그걸 원할 것이다.

끼익-

뒤로 자빠져 침대 위에 몸을 실었다.

"아~"

권태감이 기분좋다.

침대 위를 구르길 잠깐.

핸드폰을 손에 집는다.

[최재은]

-고생했음

-(라톡 사자 캐릭터가 따봉하는 이모티콘)

-축하의 의미로 내게 용돈을 줄 기회를 주지

"오…."

재은이에게서 축하 문자가 와 있었다.

그나저나 재은이에게 용돈을 줄 기회라니.

개 쌉 오지는 포상이었다.

허겁지겁 포상을 챙긴다.

(181, 818원이 이체되었습니다.)

[최재은 : 오 갑자기 모임]

[최재은 : 아 ㅋㅋ]

[최재은 : 이걸 진짜 주네 ㅋㅋ]

[최재은 : 어리석은 것 ㅋㅋ]

[최재훈 : 아 모르고 1 하나 덜 눌렀네 다시 입금... 머라고?]

[최재은 : 오빠 사랑한다고 해찌요~]

[최재은 : (라톡 사자 캐릭터가 하트 그리는 이모티콘)]

[최재훈 : 오냐 구라다]

[최재은 : ㅗ]

[최재훈 : ㅗㅗ]

"아, 맞다."

돈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다.

지난 1주일간 정신 없이 게임만 하느라, 후원 받은 걸 확인하지 못했다.

"어디 보자~"

확인하기 위해 연동 앱을 켜고-

"후원 확인… 기간… 최근 1주일…."

검색을 한 순간-

"어…."

[뇌 : 히이잉]

뇌 정지가 왔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액수에 뇌에 과부하가 와 버렸다.

1주일 간 후원 총액.

"이, 이, 이-"

약 이천만 원이었다.

[자산관리의 최재훈 : 그게 시발 참말이가]

[뇌 : 에바 같은 데 자세히 확인해 봐]

꿈뻑꿈뻑.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달라지지 않는다.

2X, XXX, XXX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내 눈이 문제가 아니라면 시스템이 문제일 수도 있다.

그 뭐냐, 어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친구가 관심 한 번 받아 보려고 부모님 카드로 FLEX를 조졌다던가.

그런 비정상적인 후원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세 내역을 검토한다.

"허…."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후원.

어제 내가 방송을 껐을 때 들어온 후원들이었는데, 금액이 하나 같이 큼직했다.

공이 여섯 개 붙은 후원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나 있었다.

-삼피 님이 1, 0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ㅇ

넌 거기서 뭐하니.

어쨌거나.

방송을 껐는데 이게 뭔 일인가 싶길 잠깐.

"아."

미션 성공 축하금이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나.

그걸 알게 된 순간-

"으아아아!!!!!!!! 어제 수금 조지고 잘 걸!!!!!!!!!!!"

2천만 원이나 쳐먹어놓고.

정말 염치가 없고 탐욕스럽게도, 아깝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1주일 동안 2천만 원인데, 그중 600만 원이 어제 방송을 끄고 수십 분 동안 터진 거였다.

만약 방송을 켠 상태였다면 얼마나 더 터졌을까.

아마도 강남에 빌딩을 세우지 않았을까 싶다.

"으…."

그래도, 뭐. 당시엔 어쩔 수 없는 거긴 했다.

매일마다 16시간 어치 일주일 동안 차곡차곡 축적되어 온 피로.

그게 페이스에게 승리를 거둠으로써 미션을 완료하는 순간 아드레날린과 같이 폭발해 버렸으니.

어제 나는 정말 기절하듯 곯아떨어졌었다.

"하긴, 뭐. 2천만 원이 어디야."

내 입으로 말해 놓고도 헛웃음이 나온다.

이천만 원.

20, 000, 000.

일주일에.

"으아아아!!!!!!!!!!!!!!!!!!"

뒤늦게 찾아오는 환희.

[최재은 : 야 근데]

그리고 재은이.

[최재은 : 이걸로 머해?]

[최재훈 : ? 뭐하긴]

[최재은 : 이걸로 또 엄빠랑 외식해?]

[최재훈 : 먼 외식이야 니 해라]

[최재은 : 니 하긴 뭘 해 ㅋㅋ]

[최재훈 : 그걸로 머 니 갖고 싶다던 브랜드 옷도 사고 운동화도 사고 그래]

[최재은 : ㅋㅋ 댔음]

[최재은 : 엄빠랑 외식하는 게 나음]

[최재은 : 나혼자쓰기엔 너무 많음]

[최재은 : 그리고 ㅋㅋ]

[최재은 : 이걸로 먼 브랜드 옷사고 운동화를 사 ㅋㅋ]

[최재은 : 운동화 한짝 사면 끝일듯 ㅋ]

[최재훈 : ㅁㅊ; 운동화가 머 그리 비싸]

[최재훈 : 내 꺼 6만원 짜리 4년 째 신고 있는데]

[최재은 : 오바야;;;]

[최재은 : 패션에 신경좀 써; 이제 방송도 하면서]

[최재훈 : 니 운동화는 어떤데]

[최재은 : 내꺼 15만원 니케꺼지롱 ㅋㅋ]

갓집자님 처음 뵀을 때 봤던, 다 해진 운동화.

(최재훈2의 기억 : 15만 원 맞음. 재은이가 중학교 2학년 때 받았던 거임)

중학교 2학년 때면-

"…하."

그 패션에 죽는 인싸 자식이 4년 동안 신어서 빛 바란 운동화라니.

심지어는 그런데도 돈이 생기면 부모님 드릴 생각부터 한다.

치밀은 짜증이 내 손가락을 움직였다.

[2, 000, 000원이 이체되었습니다.]

[최재은 : ???]

[최재은 : ㅁ욈?]

[최재은 : 모임?]

[최재은 : 아]

[최재은 : 부모님한테 ㅇㅋ]

[최재훈 : ㄴ]

[최재훈 : 니 해라]

[최재은 : 아 예 ㅋㅋ]

[최재은 : 진짜 나 해야지 ㅋㅋ 뒤졌다 200만원]

[최재훈 : 그걸로 오랜만에 옷좀 사고 그래]

[최재은 : ???]

[최재은 : ?????????????????????????]

[최재은 : 뭐임 진심임?]

[최재은 : 오바야]

-켄유헤뷰씬더머뻐러수쁘래드피쒸~

재은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응."

-아니, 오빠. 오바야 이거. 200만원은.

"괜찮아, 오빠 이번 걸로 돈 많이 벌었어."

-올~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방금 거 그냥 해본 말이야.

-나 20만원이면 충분해.

-이거 걍 엄빠 드린다?

"오빠 돈 많이 벌었다니까?"

-아니.

-진정해바.

-신난거 알겠는데.

-냉정하게 생각해 봐.

-이거 200만 원이면 우리 엄빠 거의 3주를 일해야 하는데.

-오빠가 엄빠한테 얼마를 드리던.

-이거까지 드리면 엄빠 3주는 더 빨리 편해지는 거잖아.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지.

"재은아."

-엉.

"3주 아니야."

-엉?

이런 걸 애한테 말해도 되나 싶지만-

"오빠 이번 1주일 동안 2천만 원 벌었어."

-….

찾아오는 침묵.

-구라.

"그리고 말 안 했었는데 그때 삼피랑 합방할 때는 600만 원 들어왔고."

"항상 이렇진 않겠지만."

"재은아."

"이제 한시름 놓아도 될 것 같아."

"부모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이제 오빠가 다 알아서 할게."

또다시 찾아오는 침묵.

이내 재은이가 입을 열었는데-

고마-

어딘가 목이 멘듯 하기도 한, 갈라진 것 같기도 한 목소리는 이어지지 않았다.

재은이가 황급히 통화를 끊었다.

[최재은 : 진짜 후회 안 하지? ㅋㅋ]

[최재은 : 나 최재은 한다면 하는 여잔데 ㅋㅋ]

[최재은 : 진짜 이거 다 써 버린다? ㅋㅋ]

[최재훈 : ㅋㅋ 그렇다고 막 100만원짜리 청바지 같은 건 사지 말고]

[최재은 : 뭔 ㅋㅋ]

끊기는 흐름.

그리고 또 잠시 뒤-

[최재은 : 야]

[최재훈 : ㅇ?]

[최재은 : ㄳ]

"하."

귀여운 놈.

뭔가 간질간질한 분위기는 아주 잠깐이었다.

[최재은 : (링크)]

[최재은 : 야 스니커즈 어떰?]

[최재훈 : 괜챃은데]

[최재훈 : 너 운동화 좋아하지 않음?]

[최재훈 : 니케나 조단]

[최재은 : 이거 니꺼임]

[최재은 : 누나가 돈 많이 생겨서 그런데 신발 하나 사 준다 ㅋㅋ]

[최재훈 : 아 ㅋㅋ]

시간이 갈수록 점점 기분이 업 되는 재은이의 쇼핑에 어울려 주며 다른 문자를 확인했다.

먼저 민아 씨.

[방민아]

-재훈 씨 덕분에 요즘 바빠져서, 이제야 연락드리네요-소식 들었어요 동시 송출 시작을 아주 좋게 끊으셨다는데 -앞으로도 승승장구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제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기다릴게요

-오빵 ㅎ

나 최재훈 더 갓 오브 럭키의 가호를 받아 캐삭빵 이후.

게임으로나 방송으로나 제대로 물이 올라서, 점수는 천 점대에 돌입하고.

아메리카TV 랭킹 10위권 안에 올랐다고 한다.

엄청난 성장세가 아닐 수가 없다.

[최재훈 : 그 질질 짜던 찐따 같던 방민아가 맞냐?]

[최재훈 : 진짜 가슴이 웅장해졌다]

[방민아 : 진짜 방민아는 전설이다]

"그리고-"

다음은 제나.

[제나 웨스트]

-ㅇ

감동이다.

심금을 울리는 명문장이 아닐 수가 없었다.

[최재훈 : ㅇㅇ]

그리고 지현 씨.

[권지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강아지가 폭죽 터뜨리는 이모티콘)

그게 문자 처음 부분.

그리고-

-재훈 씨

-문 앞 확인해 보실래요?

-(강아지가 멋지게 폼 잡는 이모티콘)

"뭐지."

도대체 우리집 문 앞에 뭐가 있길래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걸까.

모나리자라도 그려 놓으셨나.

* * *

최재훈은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갔다.

그리고 문을 열자-

휘이잉!

최재훈이 열어 놓았던 창문을 통해 들어온 바람이 현관문을 타고 나가, 때마침 1층에서 열린 문을 타고 빠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최재훈의 문 앞에 놓여 있던 상자.

그 위에 올려져 있던 쪽지가 바람에 날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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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본모습을 알고 있어요

제 앞에선 당신의 본모습을 숨기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걸 입은 당신의 본모습을 보여주세요

저도 당신이 원하는 걸 보여드릴게요

아니면 당신이 원하는 걸 드리거나요

010-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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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은 그걸 보지 못했다.

"오."

그렇게 그가 발견한 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적당한 크기의 상자였다.

척 봐도 고급스럽다.

[최재훈 : 오]

[최재훈 : 서프라이즈]

[권지현 : 후후]

[권지현 : 어제 미션 성공 축하드립니닷!]

'오, 뭔가 자신감 넘치시는데.'

최재훈은 권지현의 문자를 통해 그런 인상을 받았다.

실제로, 지금 권지현은 다소 자신만만해진 상태였다.

인터넷에서 배운 '남자'에 대해 몇 가지 깨달음을 얻은 덕분이었다.

실로 여중여고군대 테크를 탄 그녀다웠다.

[권지현 : 직원 분 말씀에 따르면]

[권지현 : 그게 남성 분들한테서 가장 인기가 많은 거래요]

[최재훈 : 오….]

그 말에 최재훈은 상자를 들어 이리 저리 살폈다.

크기는 주먹 두 개 합친 정도.

무게는- 가볍다.

척 봐도 고급스러운 로고가 박혀 있었다.

[최재훈 : 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데요 ㄷㄷ]

[권지현 : 역시 재훈 씨 안목!]

[권지현 : 그거 제가 태어나서 본 것 중에 가장 비쌌어요]

"허…."

지현 씨가 태어나서 본 것 중에 가장 비싼 거라니.

척 봐도 명품 같은데-

[최재훈 : 이런 걸 받아도 될지 ㄷㄷ;;]

[권지현 : 에헤이~]

[권지현 : 부담 갖지 말아 주세요]

이 이상 마다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지.

[최재훈 : 그렇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는 권지현에게 소감을 말해 주기 위해 즉시 상자를 개봉했다.

두근두근.

그 명품스러운 자태에 위압당해서 그런지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렇게 개봉한 박스 안에는 아주 고급스러운-

"…."

내용물을 최재훈은 집어들었다.

엄지와 검지로, 조심스럽게.

속옷이었다.

삼각 팬티.

거기까지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검은색이었다.

역시, 거기까지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레이스가 달려 있다.

역시!!! 거기까지면 나름대로 납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망사처럼 드문드문 얇게 마감 처리가 되어 안이 비추는 것 또한!!!

어떻게든, 납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도저히 납득이 안 됐다.

최재훈은 '나머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팬티처럼 검은색에 레이스가 달려 있으며 부분부분 망사 처리가 되어 안이 비추는 매우 선정적인-

"이거 브…."

래지어였다.

최재훈이 혼란스러운 와중 방금 권지현과 했었던 채팅을 떠올렸다.

착각이었겠지.

잘못봤겠지.

그걸 증명하기 위해 확인한다.

[권지현 : 직원 분 말씀에 따르면]

[권지현 : 그게 남성 분들한테 가장 인기가 많은 거래요]

[권지현 : 그거 제가 태어나서 본 것 중에 가장 비쌌어요]

착각도, 잘못 본 것도 아니었다.

남성 분들한테 가장 인기가 많은.

그리고 지현씨가 태어나서 본 것 중에 가장 비싼.

레이스 달린 검은 망사 티팬티와 브래지어.

라톡!

[권지현 : 맛있게 드세요!]

"오…."

최재훈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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