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26화 (123/361)

126. 문제의 인물

며칠 동안 이어져 온 숨컷의 도전이 마지막 날인 오늘 마침내 절정에 달했다.

그에 따라, 그에게 향해졌던 관심 또한 절정에 달한다.

불만과 같이.

아무리 지금 숨컷이 가장 뜨거운 인물이라 해도.

'레오레' 커뮤니티에선 결국 일개 방송인에 불과했다.

모든 레오레 유저가 인터넷 방송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제목 : 아 ㅅㅂ 진짜 선 넘네

내용 : 여기가 숨컷 갤러리냐 인방충 새끼들아?

인방충 얘기좀 작작 쳐하지 ㅄ들이 진짜

ㄴ : ㄹㅇ ㅋㅋ

ㄴ : 적당히를 모르더니 오늘 결국 선 넘네

그런데 지난 며칠간 끼지도 못하고, 낄 생각도 없는 인터넷 방송인에 대한 이야기만 한가득.

불만이 가지는 이들이 나타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리치TV'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목 : 숨컷단 새끼들 개설치네 ㅋㅋ

내용 : 뭐? 풍랑을 넘어서? ㅋㅋ

뉴비새끼가 거품좀 꼈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ㄹㅇ

ㄴ : ㄹㅇ 숨컷 시청자들 간수좀 안 하나

ㄴ : 숨컷단새끼들 대부분 옐수 출신이잖아 ㅋㅋ 벌레들임

'리치TV' 커뮤니티에서도, 일개 레오레 방송인일 뿐이었다.

리치TV엔 다양한 방송인이 존재했고, 다양한 팬들이 존재했다.

그런데 지난 며칠간 방송인 혼자서 커뮤니티의 관심을 독차지하다시피 하니, 기존 팬들에게서 반발이 일어나지 않는 게 도리어 이상한 일이었다.

그 때문이었다.

[아 빨리 미션 실패하고 꺼졌으면]

[이 새끼 리치TV에서 더이상 보기 싫은데 ㅋㅋ]

지난 며칠간 좋았던 분위기의 채팅창에서 드문드문 악질적인 채팅이 포착되던 건.

그게, 방금을 기하여 완벽하게 끊겼다.

제목 : 속보) ㅈ스씹스새끼 천년 정지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용 : 이걸 숨컷이 해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 ㅈ스씹스가 누군데

ㄴ 글쓴이 : 키스키스

ㄴ : ㅁㅊ 걔 정지당함?

ㄴ : 내인생이 먼저 망하나 그새끼 인생이 먼저 망하나 했는데 걔가 이겼네 ㄴ : 닌 뭐하는데 ㄴ : 나 인문학쪽 학위 따려고 대학원에서 과정 밟는 중 ㄴ : 내 생각엔 니가 이긴 것 같아 ㄴ : (고양이가 슬픈 얼굴로 따봉하는 사진)

제목 : 근데 키스키스 정지당했다고 뭐 달라지는 거 있음?

내용 : 이 새끼 그래도 계속 장사하는 거 아님?

ㄴ : 니 같으면 지 계정 정지당한 대리 기사한테 대리 맡기겠냐? ㅋㅋㄴ : 점수 올려주는 대리가 아니라, 계정을 하늘나라로 올려주는 대리 ㅋㅋㄴ 글쓴이 : 아 그러네 ㅋㅋ

제목 : 키스키스새끼 개역겨웠는데 꺼어어억~~~~~~

내용 : 키스키스 이새끼는 ㄹㅇ인게

포빌라랑 타임앤드랑 달리 진짜 이기려면 수단을 안 가리는 개쓰레기 새끼잖아맨날 어뷰징하고 방플하고 ㅋㅋ

사실상 한국 레오레에서 가장 큰 암세포였는데

드디어 뒤져버리네

오늘만큼은 갓이엇 인정합니다

ㄴ : 뭔 갓이엇 ㅋㅋ 짱컷이지

ㄴ : ㄹㅇ ㅋㅋ ㅈ이엇새끼들 그동안 방치하다가 숨컷 방송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빡쳐서 단체 리폿 넣어가지고 그제야 대응한 것 같은데 이러면 숨컷 덕분이지 ㅇㅇㄴ : 아니면 아이엇 이 새끼들도 숨컷 방송 보고 있는 거 아님?

ㄴ : 아 ㅋㅋ 그거였누

졔목 : 숨컷 센세 ㅠㅠ

내용 : 여러 의미로 더럽고 칙칙한 레오레계를 밝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빛이고 소금이십니다

ㄴ : 뭐? 숨컷이 비치라고? ㅗㅜㅑ

ㄴ : ㄴ 도대체 왜 그러니... 너네 아빠 미치라고?

ㄴ : 라임 보소

ㄴ : 그에게 주어지는 합격 목걸이

악질 대리 기사란 무엇이던가.

신성하고 또 순수해야 할 게임의 세계를 좀먹는 벌레들이었다.

키스키스는 그런 악질 대리 기사의 아이콘 같은 이였다.

레오레 유저 뿐만이 아니라, 게이머들 대부분이 알 정도로.

키스키스의 악명은 유명했다.

악명이 널리 퍼질 때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아, 도저히 실현될 기미가 보이지 않던 키스키스의 단죄!

그게 무려 숨컷의 방송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업적이라 부를 만했다.

레오레 커뮤니티에서 간간이 나오던 숨컷에 대한 불만을, 숨컷에 대한 찬양이 대신하게 되었다.

게임 방송을 근간으로 성장한 리치TV 커뮤니티 또한 비슷한 분위기였다.

여론이 완벽히 긍정적이게 되었다.

방해요소들도 사라졌다.

숨컷이 지난 일주일 간 모든 걸 바친 대장정을 마무리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인 환경이 형성된 듯했다.

그런 상황에서, 사건이 하나 더 터져 버린다.

제목 : ??????? 야 지금 숨컷 겜수준 왜이럼?????

내용 : 내가 알던 그 찐따 같던 그마~챌 큐가 맞냐?

가슴이 웅장해지는데?

솔로 랭크 게임은 듀오는 듀오끼리 잡아주는 경향이 있었고.

각 팀마다, 듀오 한 팀씩 배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이들은 숨컷을 만나기 위해 듀오를 구성하여 저격했고.

프로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복합적인 이유로 숨컷이 게임에서 프로를 만나는 경우는 극히 제한되어 있었는데.

숨컷이 방금 듀오를 해제함으로써 그 제한이 풀려 버렸다.

그로 인해, 프로들이 한 게임에 무더기로 잡혀 버리기 시작했다.

양 팀에 프로가 한 명씩만 있어도 게임의 수준은 급격히 상승한다.

그런데, 지금 숨컷이 진행 중인 게임 안에 포함되어 있는 프로.

숨컷을 포함하여 무려 6명이었다.

각 팀에 세 명씩.

그로 인해-

ㄴ : ㄹㅇ 방금 한타 뭐임?

ㄴ : LKL튼줄 알았누

그런 소리가 나오고.

ㄴ : 아니 뭔 ㅋㅋ 저것들도 대리인가? 왜 저래 잘하지?

ㄴ : 아무리 봐도 여기 실력이 아닌데

ㄴ : 부캐인걸 확실함

그런 소리가 나오더니-

ㄴ : 설마 쟤네 프로 아님? ㅋㅋ

결국엔 그런 소리마저 나오게 된다.

ㄴ : 프로가 죠스로 보여? ㅋㅋ

ㄴ : 프로가 왜 여기 구간에 있냐고 ㅋㅋ

ㄴ : 애초에 프로면 딱 보고 알지 않나?

ㄴ : ㄹㅇ 프로들 부캐 거의 까발려져 있구만

ㄴ : 잘한다고 프로면 나도 어제 프로 만남

ㄴ : 어디 구간인데

ㄴ : 실버

ㄴ : 도대체 무슨 프론지 감히 가늠조차 안 가네요

당연히 농담이었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게임이 거듭됨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프로를 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단서는 무엇일까.

닉네임.

TC1 FACE 같은.

팀명과, 팀 이름을 사용하는 슈퍼 계정인 부계정.

FOKERFACE 같은.

원래 닉네임을 사용하는 본계정.

어지간해선 대부분 알려져 있기에, 본계정로 접속하든 부계정으로 접속하든 사람들이 알아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들은 본계정도 부계정도 아닌, 부부계정으로 플레이하는 중이었다.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은밀한 닉네임으로 자신을 감추고 있었다.

그렇다면, 부부계정을 플레이 중인 그녀들을 알아볼 단서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

아니.

존재했다.

닉네임 다음으로 강력한 상징성을 지닌 단서.

바로 게임 스타일과, 챔피언 폭이었다.

숨컷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에,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게임에 임하는 그녀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같은 프로를 적으로 맞닥뜨린다.

거듭해서!

그렇게 서서히 본 실력을 숨길 여유가 사라져가고.

이내, 무의식적으로 나오게 되는 모스트 챔피언!

본래의 플레이 스타일!

[적팀 미드 혹시 NETPLUS 걘가?]

[에바야 ㅋㅋ 걔가 왜 여깄음]

처음엔 우연인가 싶다가도.

[쟤는 아무리 봐도 팀BAY 걘데?]

[탑은 아무리 봐도 BULLS 걔고]

우연이 거듭되면 그건 더 이상 우연으로 느끼기 힘들었다.

피어오른 의심은 금방 소문으로 변질되어 삽시간에 퍼진다.

* * *

LKL 1군 프로들이!!!!!!!!!!!!!

남자 스트리머랑 거시시거시기알라깔라 함 해 보려고!!!!!!!!!!

비밀계정으루다가!!!!!!!!!!!!!

인생개빡겜을 조지고 있다!!!!!!!!!!!!!!!!!!!!!!!!

* * *

LKL 선수들의 소문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누굴까.

LKL 열성팬?

아니.

단연코, LKL의 감독들이었다.

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감독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업무란 무엇일까?

단연코, 선수 관리였다.

프로팀은 당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었고.

그런 프로팀의 가장 중요한 상품은 선수들이었다.

여자들에게 있어 꿈의 직업이라 할 수 있는 프로게이머가 되어.

성공해서.

엄청난 액수의 수익을 올리며.

엄청난 명예를 얻으며, 반쯤 연예인 취급을 받는다.

한창 혈기가 왕성할 나이에 말이다!

가진 거라곤 청춘 하나, 빈털터리인 상태에서도 듣는 사람 입에서 '와우.'.

나아가 '미친.'

심지어는 '하여간 요즘 젊은 것들은, 말세야 말세.' 따위의 말이 나오게 할 수 있는 시기인데.

그런 시기에서 가진 게 많아져서 행동의 선택지마저 많아져 버린다?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

'유명 프로게이머 김 양의 문란한 사생활에 대한 남성 스트리머의 폭로!?' 같은 기사가 나는 식으로 말이다.

그 경우, 선수의 이미지라는 상품의 가치는 그야말로 떡락을 해버린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게.

팀의 대표로서 자산을 지키는 게 감독의 최우선 업무였다.

이렇게 말하니 뭔가 삭막하지만, 대부분의 감독들은 선수들을 재산이 아닌 가족으로 대했다.

선수들의 일정이 끝난다고 감독의 일정까지 끝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본격적인 일정은 선수들의 일정이 끝나고 나서 비로소 시작된다.

밑층의 사무실에서 바쁘게 업무를 보는 중이던 팀 BAY의 감독, 한시영.

"얘들아, 설마, 아니지?"

그녀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실에 정리하지 못한 코털을 휘날리며 부리나케 윗층으로, 선수들의 숙소로 달려왔다.

그녀의 귀에 들어온 소문 때문이었다.

'프로들이 남성 스트리머랑 거시기 한 번 해보려고 LKL에서도 안 보여줬던 초월적인 개빡겜을 하는 중이다!'

'그 안에 팀BAY 애들도 있는 것 같다!'

한시영은 일단 반사적으로 이리 조급하게 달려와 선수들에게 캐물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절차였다.

그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아이들이 발정이 나서 사리 분별에 실패할 정도로 어리석은-

"데헷."

것들이었다!

찹!

한시영의 손바닥이 얼굴에 달라붙었다가, 서서히 흘러내렸다.

기대에 찬 얼굴이, 피로에 절은 얼굴로 변하는 마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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