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24화 (121/361)

124. 구단주

"으아!!! 존-나 힘드네! 뭐 이렇게 힘드냐. 이거, 그마~챌 큐 맞아? 야, 희은아. 우리 혹시 본캐로 돌린 거 아니야?"

"그렇다기엔 저 두 명만 특히 잘함다. 그리고… 본캐로 돌려도 저 정도 되는 애들 만날 일은 드물지 않을까 싶슴다."

"그러니까. 쟤네 도대체 뭐냐?"

"현지인 치곤 잘한다~는 수준은 당연히 아닌 것 같슴다."

LKL의 3강 팀BAY의 에이스인 김희은 듀오.

그 둘에게 그랜드마스터~ 챌린저 구간의 솔로 랭크 게임은 놀이터나 다름없었다.

챌린저 상위권 대저방충이 있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둘은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임했다.

그런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실력자. 그 실상은 LKL에서 5위권 안에 드는 상위권 팀인 HEPSI의 듀오를 만나서 고전한다.

"아, 씨. 뭔데 쟤네."

"게임 이상하네…."

3강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바로 위.

LKL의 5위권, 상위권에 드는 팀인 HEPSI의 듀오.

마찬가지로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다.

그런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실력자, 그 실상은 LKL의 3강인 팀BAY의 에이스격인 김희은 듀오를 만나서 압도당한다.

"썅!"

쾅!

대리 업계 3인자 솔로 랭크 20위권인 키스키스.

주제도 모르고 자신을 저격하겠답시고 설치는 '현지인 벌레 새끼들'을 짓밟아줄 생각으로 게임에 임했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실력자.

그 실상은 LKL의 3강인 팀 BULLS의 듀오를 만나서 제대로 참교육을 당하는 중이다.

그리고.

"아니 시발 존나 장난 까나!!!?!!"

숨컷.

그의 방송을 보면서 먹기 위해 치킨을 시켰는데, 다리 하나가 비는 걸 확인한 리치TV의 스트리머 박연우.

지금 이들 중 가장 당혹스러운 건 누굴까.

당연히 박연우였다.

"아니, 사장님!!! 이 딸배가 다리 빼먹었다니깐요!?! 요즘 시대가 어느 땐데!

이건 진짜 쌉에바잖아요!!!

뭐요? 배달 대행업체라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요?

그럼 저도 대행업체 시켜다가 그쪽 가게에 폭탄 던지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오사마 빈라덴도 테러 대행업체 썼으면 무죄였겠네? 예!!?! 증거요!?

아니 뭔 말을 그따구로 해요! 사람을 거지새끼로 보시네!

내가 서비스 받으려고 이 지랄 하는 것 같아요!?

말을 왜 이따구로 하긴! 그쪽이 먼저 말을 그따구로 했으니까! 뭐!?

이런 시발, 어이가 없네. 그래! 시발이라 했다 이런 씨발!

대행업체도 필요 없어 내가 직접 간다! 내가 태권도 시발아!!! 날라차기로 어? 다리의 원한을 다리로 푼다 내가!!!"

다리를 빼먹는 건 정말로 쌉에바인 것이다.

그렇다면.

가볍기 그지없는 기분으로 게임에 참가한 한국의 '정상급' 플레이어들이 하나둘씩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A양 다음으로 당혹스러운 사람은 누굴까?

"이이잉?"

당연히 숨컷, 그였다.

드디어 저격들한테서 벗어나 클린한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 싶었더니 만나 버린 것이다.

LKL을 넘어서, 전세계 최고의 팀인 TC1.

그런 TC1의 에이스이자, 주장이자.

포지션을 초월한, 레오레 최고의 선수.

아이콘.

TC1 FACE.

의심할 여지가 없이.

솔로 랭크 게임에서- 아니지.

'레오레 전체'를 통틀어서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대였다.

"끼아아아아악!!!!!!!!!!!!!! 페이스 센빠이!!!!!!!!!!!!!!!!!!!!!!!!!!!!!!!!!! 아아아아아앍!!!!!!!!!!!!!!!!!"

상대방이 페이스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극성 페빠인 최재훈은 거품을 물면서 광란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방이 페이스라는 걸 모른다.

그렇다면.

솔로 랭크 게임에서만큼은 자신이 최고라 자부하고 있는 최재훈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마찬가지로 놀이터쯤으로 여기는 그랜드 마스터~ 챌린저 구간에서 만난, 듣도 보도 못한 상대에게 압도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면 말이다.

'딱 봐도 이 구간 놈은 아니고….'

일단은 당연히 한 눈에 알아본다.

당연히, 현지인은 아닐 것이라고.

'최소한 프로 부캐.'

정답에 가까운 견적을 잡아낸다.

그렇게 침착하게 판단한 뒤-

'뒤졌다.'

빡친다.

'이 구역 미친놈은 나야.'

'솔랭에서까지 다 해 먹으려 하면 그건 상도덕이 많이 없는 거지.'

아무리 프로여도 솔로 랭크에서는 자신에게 안 된다.

상대방이 페이스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지금 이 상황은 최재훈에게 '페이스 센빠이와 만나서 같이 게임하는 상황'

'페이스 센빠이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허나, 몰랐기에.

지금 이 상황은 그에게 있어 '자신보다 못한 상대에게 자존심 상하게 압도당한다는 인상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가 알기로 솔로 랭크에서 자신에게 압도당하는 기분을 선사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곤 말이다.

단지 상대방의 정체를 모를 뿐으로.

눈 돌아가게 흥분되는 순간은, 눈 돌아가게 굴욕적인 순간이 되었다.

"지금부터 개빡겜 갑니다."

[해석 : 그런다고 갑자기 잘해지는 건 아니지만 일단 말을 줄이고 표정을 진지하게 해서 플라시보 효과를 노릴 것이다]

[해석 : 지금 개 말려서 방송까지 진행할 여유가 없다]

[해석 : 나는 사실 경기도 안산의 최자희를 좋아한다]

[자희야 지랄하지 마라]

[우리 엄마 이름인데]

[그게 더 문제지 미친년아]

['지금부터 제대로 함' ㅋㅋㅋ 남자들도 똑같네]

[자존심부리는거 커엽누]

최재훈은 자존심과 관련해서 굴욕적인 상황에 처한 '여자' 혹은 남자들에게서 나오는 꽤 보편적인 반응을 보임으로써.

여성 시청자들에게 동질감에서 비롯되는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며 게임에 임했다.

최재훈이 압도당한다는 인상을 받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실질적으로 실점을 범한 건 아니었다.

킬을 당한 것도 아니고.

CS도 크게 안 밀린다.

다만, HP의 상태는 확연히 좋지 못했는데.

이는 비단 실력차이 때문은 아니었다.

최재훈의 챔피언은 쟈드.

페이스의 챔피언은 주이.

쟈드는 궁극기 의존도가 크다.

반면에 주이는 궁극이 의존도가 작다.

이가 의미하는 바.

6레벨 까지는 주이가 우세하다는 사실이었다.

기나긴 인내의 시간을 거쳐 비로소 다가온 6레벨 타이밍.

이 순간만을 기다리며 준비해 둔 최재훈의 모든 노림수가, 페이스에게 작렬한다.

쟈드의 W스킬, 살아 있는 어둠.

자신의 형상을 본딴 어둠을 전방에 생성시킴으로써 단번에 거리를 좁힌다.

하지만 페이스의 닿을 듯 말 듯, 먼 듯 하면서도 가까운.

그래서 완벽한 거리조절.

최재훈이 아니었다면, 지금 상태에서 주이에게 W를 사용하여 접근하였을 것이다.

그리고는 그 완벽한 거리조절에 의해 발생한 약간의 오차로 '아, 이게 안 뒤지네!'를 외쳤을 테지.

그렇다면 최재훈은?

주저 없이 플래시를 사용한다.

[뭐함? ㅋㅋ]

[아니 ㅋㅋ플래시를 그렇게 사용하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따라, 일부 시청자들에겐 그런 반응을.

"오?"

페이스에겐 그런 반응을 이끌어내는 과감한 수였다.

그 과감한 수로, 페이스의 완벽한 거리조절을 무효화시키고.

-사악!

비로소 W를 사용하여 주이에게 접근한다.

주이도 곧바로 플래시를 사용하여 다시 거리를 벌려 보지만, 그래도 이미 늦었다.

쟈드가 이미 궁극기, 등 뒤의 어둠을 사용한 뒤였다.

잠깐 동안 모습을 감춘 쟈드가 원래 서 있던 곳에는, 쟈드의 형상을 딴 어둠이 대신 서 있었다.

그리고 쟈드.

주이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쟈드의 형상을 한 두 체의 어둠과, 쟈드가 주이를 포위했다.

[버무다 삼각지대 ON]

주이가 반드시 피해고자 했던 상황.

쟈드를 상대로 처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상황이었다.

접근에 성공한 쟈드가 곧바로 스킬을 연계할 것이다.

그렇게 예상한 주이가 '안녕? 안녕!', 일정 거리를 순간이동 했다가 잠시 뒤 제자리로 돌아오는 궁극기를 사용한다.

순간적으로 거리를 벌린다.

하지만, 주이의 예상과 달리 쟈드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주이가 다시 돌아오는 걸 기다린다.

페이스가 읽힌 것이다.

-팡!

-서걱!

주이가 제자리로 돌아온 순간, 피가 뭉텅 깎여 나간다.

주이의 피가.

그리고 마찬가지로, 쟈드의 피도.

페이스는 또한 알고 있었다.

이 쟈드라면 자신의 행동을 읽을 거란 사실을.

주이에겐 쟈드의 암기와 회전 베기가.

쟈드에겐 주이의 마법이.

서로에게 스킬이 난무한다.

이내-

[자강두천 뭔디]

결과는 공멸이었다.

쟈드가 완벽히 우세한 상황에서 싸웠으나, HP의 상태가 너무 좋지 못했다.

주이는 6레벨 전까지의 이점을.

쟈드는 6레벨의 이점을 완벽하게 살렸기에 나온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자강두천!

[그래도 이득이네]

[ㅇㅇ 라인 더 좋네]

그런 감상이 나온다.

하지만 최재훈의 생각은 달랐다.

6레벨 쟈드와 주이 구도.

쟈드가 이득을 볼 수밖에 없는 타이밍이다.

그런 타이밍에, 이 정도의 이득은 너무 적었다.

이득을 너무 적게 봐서 손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건-

"아니, 뭔…."

전적으로 주이가 너무 잘해서였다.

최재훈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잘하는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하."

그렇게 생각한 건 최재훈뿐만이 아니었다.

페이스, 김이리.

그녀는 회색빛으로 물든 자신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새끼 하느님이 안면 근육 구현 안 시킨 거 아니냐?'

'감정 스텟을 레오레 실력에 몰빵했나.'

'아니 너네 뭔 말을 그렇게 해! 얘는 감정이란 걸 느끼면 폭파되도록 설계 돼 있을 뿐이란 말이야!'

'얘 치킨 다리 바닥에 떨어트렸을 때도 그냥 덤덤하게 치운 다음에 가슴살 집어 먹더라. 이 새끼 조심해, 진짜 싸이코패스일 수도 있으니까.'

'싸이코패스 탐지기 사와서 얘한테 돌려 봤는데 작동하더라.'

'그거 시발아, 냄새 탐지기라며. 그거 때문에 나 치약 바꾸고 치과까지 갔구만.'

'니 입 냄새가 싸이코패스인가보지.'

팀원들에게 그런 대화를 이끌어낼 정도로, 평소 지극히 무감정한.

그 만큼 감정의 표출, 표정의 변화가 드문 김이리.

지금 그녀의 얼굴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 일어나 있었다.

양쪽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간 것이다.

흥미롭다는 듯이.

"이잉!?!?!"

그녀와 듀오 중이면 TC1의 서브 정글러, 더워가 경악했다.

김이리의 표정이 변하는 것보다, TC1의 팀원들을 경악시킬 일이 몇이나 있을까.

"솔킬 따인 거야!?"

지금 그게 그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였다.

페이스가 솔로 랭크에서 솔킬을 따였다.

그것도 제 3자의 개입 없이, 순수한 1:1 구도로."

"뭐?"

"이리 솔킬 따였다고?"

"누구한테? 설마 숨컷?"

"와, 미친."

그것도 남자인 숨컷한테 말이다.

팀원들이 요 근래 들어 가장 경악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하, 새끼. 남자라 봐 주는 거 봐~"

"아니, 남자가 아니라 숨컷이라 봐 주는 거지~"

"하느님이 안면근육이랑 감정은 구현 안 시켜도? 어? 그거는 어?"

"우리 이리 찌찌함 확인해 보자~"

"이 새끼도 결국 여자였구만~?"

팀원들이 음흉한 표정으로 치근덕댄다.

"?"

그런 팀원들을 보며 평소의 무표정으로 되돌아온 김이리가 고갤 갸웃거렸다.

"봐줘? 내가 왜?"

"왜긴 임마~ 남자니까!"

"숨컷이니까!!"

"졸.라.잘.생.겼.으.니.까!"

거의 난동에 가까운 수준으로 흥분하는 팀원들.

그녀가 다시 한번 더 고갤 갸웃거렸다.

"그게 왜?"

도저히 시치미를 떼는 것 같지 않다.

무안하게 하려던 사람들을 도리어 무안하게 만드는 반응이었다.

"아니 숨컷- 아니, 하. 됐다."

"말을 말아야지."

"이 아이가 감정이란 걸 알까요?"

그에 팀원들이 일제히 한숨을 내쉬며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얘… 뭐하는 친구지?

그때.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숨컷의 당황한 목소리.

-뭐하는 친군지 몰라도, 얼굴 한 번 보고 싶네.

"와 미친!!!"

"얼굴 보고 싶대!!!"

"아니, 얘 데려온 건 정작 난데. 왜 나는 대저방충 새끼들이랑 만나고, 얘가 숨컷이랑 만나지?"

"아, 씨!!! 개부러워!!!"

"야, 빨리 대답해! 만나고싶다잖아!!!"

"숙소로 모셔!!!"

그러자 진지한 얼굴로 타이르듯 말하는 김이리.

"정말로 만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아무 의미 없이 하신 말씀 같은데?"

"아."

"예."

"그렇군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군요."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살아나려고 하는 흥을 죽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쨌거나.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페이스는 상대가 잘생긴 남자라고 해서 게임을 봐준다거나 하는 인간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일반 게임을 할 때도 최선을 다 하는 그녀였다.

게임 행사에서 게스트로 초청된, 남자 아이돌들을 학살하지 않도록 하는데 설득이나 부탁이 필요한 그녀였다!

즉.

방금 전 숨컷은 순수하게 실력으로 페이스를 솔킬한 것이다.

물론.

단순히 솔킬을 따이기만 한 건 아니다.

공멸이다.

6레벨 기준으로, 쟈드가 주이보다 상성 상 우위에 있긴 하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페이스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솔로 랭크 게임에서- 아니지.

레오레 전체를 통틀어서 그 정도라도 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3자 개입 없이 순수한 1;1 구도로.

쟈드로 페이스의 주이한테 6레벨까지 버텨서, 6레벨에 기회를 잡아내, 페이스의 주이를 잡아낼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만약 그런 사람이 아마추어로 있다면 필시-

"구단주 님, 진지하게 저 사람 영입 고려해 보는 건 어떱니까?"

영입 고려 1순위가 될 것이다.

팀원들이 농담으로 페이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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