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개판
"일단 어디 보자… 미팅권은 참가자 분들에게 점수를 매겨서 이벤트가 끝났을 때 가장 높은 …두 분? 아니다, 세 분에게 지급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뭔 점수]
"뭔 점수냐면요. 일단, 절 저격에 성공하면 1점이 지급되고, 그 저격에 성공한 게임에서 누구 팀이냐에 상관없이 승리하면 또 1점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하면 참가권을 노리는 수만큼의 시청자가 이벤트가 종료될 때까지 굳건하게 바닥을 깔아줄 것이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라이트 유저들은 '치킨'을 노릴 수 있고.
헤비 유저들은 '미팅권'을 노릴 수 있는.
두 부류의 유저를 고루 만족하는 이벤트였다.
그러니만큼, 참가자 수가 높게 유지될 터.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이것뿐이면 저격 실패하신 분들이 너무 심심하겠죠?"
이벤트 참가자로 100명이 모인다 가정하면, 그 중에서 숨컷 저격에 성공할 수 있는 건.
그러니까,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는 건 9명뿐이다.
참가자 중 90%가 이벤트에 참가하지 못하며.
이벤트 참가 성공률이 고작 10%라는 게 된다.
헤비 참가자들이라면 몰라도.
라이트 참가자들이라면 한 번 저격에 실패했을 뿐으로 흥미가 식을 수도 있었다.
한 번 저격에 실패하면 최소 25분은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참여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참여 기회를 늘리려면, 게임을 늘려야했는데.
최재훈의 몸은 하나.
그가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건 10%의 참가자가 최대였다.
그렇게 최재훈이 떠올려 낸 방안.
"그러니까, 이렇게 합시다. 지금부터 제가 언급하는 퍼블팀 대저방충들 저격에 성공해도 1점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냥은 재미없으니까-
"그리고, 그 대저방충들이 대리인 주제 '방플이랑 트롤이랑 어뷰징 없으면 이기지도 못하는 병신들인 거' 증명해주시는 분께는, 1점 더! 그리고 치킨을 드리겠습니다!
[아 ㅋㅋㅋㅋ]
['이해']
[저 십련들한테면 ㅇㅈ이지 ㅋㅋ]
[인과응보ON]
[역지사지ON]
사냥꾼의 입장이던 그들이 사냥감이 되는.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역지사지와 인과응보의 시간이었다.
* * *
김희은은 세상 심각한 얼굴로 숨컷의 방송을 시청 중이었다.
"미팅권!?"
그 단어가 숨컷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미팅권!!!"
언제 그런 심각한 얼굴을 했냐는 듯.
곧바로 평소의 천진난만한 얼굴로 돌아온 뒤.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며 사정없이 기쁨을 표현한다.
그녀의 숏컷 헤어가 사정없이 찰랑찰랑 흔들렸다.
그리고, 팬티에 흰티만 달랑 걸친.
그러니까,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그녀의 흉부 또한 사정없이 출렁출렁 흔들렸다.
비극적이게도.
바로 옆 자리에 앉아 그 광경을 정면에서 마주해버린 팀원이 눈에 화살을 맞은 하후돈처럼 반응했다.
"끄악! 내 눈!"
"수연아!!!"
"정신 차려!!!"
"죽으면 안 돼!!!"
"니 없으면 우리 팀은 어쩌라고!!!"
"이 새끼 노브라다!!!"
"으아아아악!!!"
"다들 눈 감아!!!"
"아, 이 미친 노출광 새끼야 좀!"
팀원들의 아우성에도 아랑곳 않고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한다.
격렬하게!
그만큼 격렬하게 출렁이는 흉부!
"아, 쫌 미친년아!"
마침내 참다못한 팀원이 제재를 가한다.
찰싹!
분노의 싸닥션이 가슴을 강타했다.
"엌!"
김희은의 폭주가 짧은 단말마와 함께 막을 내렸다.
그녀가 웅크려 앉아 여성의 고통을 추스렸다.
"너, 너무하심다…."
"너무하긴 새끼야. 노브라로 우리 눈 썩게 해서 선수 생활 쫑내려는 니가 너무하지."
"아니 이 새끼는 도대체 왜 못 벗어서 안달이지?"
"아니 근데, 이 새끼 생각해볼수록 위험한 새끼 같은데?"
"그니까, 난 이 새끼 벗고 다니는 게 자연인처럼 순수해서 그런 건지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바바리우먼처럼 음습해서 그런 거였네."
"평소에 맨날 뛰고 벗고 하는 게 성범죄자라는 복선일 줄이야."
"내가 이래서 운동 안 하잖아."
"그니까. 휴. 운동 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여러분은 기대되지도 않으심까!?"
자신과 달리 싸늘한 팀원들의 반응에 김희은이 물었다.
그러자 당연한 듯 돌아오는 의문.
"누가 보면 벌써 니가 상품 탄지 알겠다."
"예?"
"시청자 봐라 임마. 저거 상품 노리는 사람이 겨우 니 하나뿐이겠냐? 딱 봐도 경쟁자 졸라 많겠구만."
"에이, 이 구간에 유저가 많아 봐야 얼마나 많다고. 그리고!"
자신만만하게 웃는다.
"이 구간에 우리 상대할 사람이 몇이나 있겠슴까?"
이벤트 진행 구간은 그랜드마스터 ~ 챌린저 구간.
레오레에서 인정받는 고수들이 모이는 구간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이벤트 진행 구간이 그랜드마스터~챌린저 구간이라면, 지금 그녀들이 있는 곳은 팀 BAY의 숙소였다.
중국,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를 다투는 레오레 리그인 LKL에서.
매 시즌마다 세계 최고의 팀인 TC1과 최고를 두고 다투는 팀BAY의 숙소.
그랜드마스터 ~ 챌린저 구간이 레오레에서 인정받는 고수들이 모이는 곳이었다면.
지금 이곳은, 인정받은 고수 중 고수에서, 또 한 번 걸러진 고수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사실, 그녀들은 솔로 랭크 점수는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었다.
허나, 그건 그녀들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솔로 랭크 게임은 분명 프로 게임과 다르다.
한국의 전설적인 정글러인 'BBADDA'.
그녀가 롤드컵을 우승했던 시즌의 솔로 랭크 게임 점수가 마스터에 불과했었던 아주 유명한 일화가 그 사실을 방증했다.
프로 관계자들은 말한다.
솔로 랭크 게임은 5:5 팀게임이 아닌, 5:5 개인전이다.
분명 랜덤 서칭으로 처음 만나 시스템으로 묶였을 뿐인 다섯은, 팀보단 일시적으로 협력하는 개개인에 가까웠다.
때문에 솔로 랭크에선 프로 게임에서 절대적으로 중요시 되는 '팀플레이'가 빛을 바래고.
대신, '개인플레이'가 빛을 발한다.
벤픽이 프로게임처럼 극도로 체계적이고 또 공개적으로 진행되지도 않으니.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동시에, 저격을 피하기 위해 챔피언을 많이 다뤄야 할 필요성도 없다.
그냥 두세 개 정도만 잘 다루면 된다.
'챔피언 폭'이 크게 중요치 않은 것.
즉, 프로 게이머에게 솔로 랭크 게임은.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두 가지나 사용할 수 없는 곳이었다.
힘이 빠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래도 클래스라는 게 있다.
렐드컵을 우승한 BBADDA가 솔로 랭크에선 겨우 마스터에 불과했던 건.
그녀가 특히나 그 두 가지 무기에, '팀플레이'와 '챔피언 폭'이라는 요소에 극단적으로 특화된 유저였던 탓이다.
그런 극단적인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프로들은 가장 강력한 두 가지 무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솔로 랭크에서 '최고'의 부류에 속하는 어지간한 챌린저들을 가볍게 농락할 실력을 갖고 있었다.
기본기의 차원 자체가 달랐다.
프로의 입에서 '솔랭이라 졌다!'소리가 나오게 하려면.
최소한 동등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솔로 랭크에서 그녀들과 동등한 기본기를 갖춘 이가 몇이나 될까.
잘 쳐 줘도 10명 안팎이었다.
"하긴, 뭐."
"글킨 하지."
김희은에 말에 팀원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감을 내비췄다.
"야 근데 하는 거 보니, 저 대리 듀오랑 숨컷님 듀오 만나면 힘들 수도 있겠는데?"
그럼에도 변수는 있다.
타임 앤드 듀오와 삼피 듀오.
그 둘 정도면 '솔랭이라 졌네'소리가 나오게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 우리도 듀오하면 되잖슴까."
프로의 솔로 랭크 게임 듀오. 그것이 의미하는 바.
솔로 랭크 게임에서도 '팀플레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겨우 두 명이라, 다섯 명일 때에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위력이지만.
그래도 그거면 충분하다.
팀BAY의 봇 듀오.
팀BAY의 미드 정글 듀오.
세계 최고의 팀인 TC1의 듀오를 상대할 때도 이길 각오로 임하는 그녀들이었다.
솔로 랭크 게임 따위에서 질 거란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나는?"
탑이 말했다.
"알아서 해야지 뭐."
"에반데."
탑은 원래 고독한 라인이었다.
"야, 근데 잠만."
"무슨 일임까?"
누군가가 몹시 중요한 걸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이거, 미팅권 세 장만 뿌리잖아."
"…."
서로를 바라보는 눈은, 더 이상 팀원을 바라볼 때의 눈이 아니었다.
-자, 슬슬 게임 서칭 시작하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되는 첫 번째 게임.
"아…."
김희은이 탄식을 흘렸다.
벤픽 과정.
아군 탑이 저격 대상이었다.
이가 의미하는 바.
상대팀에도 저격이 존재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2점이 아닌 1점을 획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었다.
"이야~ 김희은 1점 개꿀~"
"오, 나 적팀에 저격 있다. 2점 개꿀~"
"희은아 우리 먼저 간다~"
김희은이 울상이 되어 중얼거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허나 다행히-
"오!"
적팀에도 저격 대상이 있었다.
더군다나, 숨컷 듀오와 타임 앤드 듀오도 보이지 않는다.
"아싸 우리도 2점~"
김희은 듀오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는데.
게임의 진행됨에 따라 둘의 표정이 진중해진다.
게임이 쉽지 않았다.
아니,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힘들 정도다.
치열할 정도다.
어째서?
숨컷 듀오나 타임 앤드 듀오를 만나도 이 정도로 힘들까 싶었다.
팀BAY의 미드정글 듀오가 극도의 혼란을 느꼈다.
"솔로 랭크 수준이 이렇게 높았슴까…?"
"그러게…?"
둘이 얼떨떨한 기분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 * *
"오, 나이스!"
로딩창.
여자가 적 팀에서 키스키스를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그녀의 점수는 550점.
키스키스의 본캐보다는 확연히 낮았으며, 키스키스를 만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작이 좋아~"
그런데도 그녀는 그렇게 말한다.
'양학이나 하는 대리 새끼 따위야.'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마당에.
키스키스가 숨컷에게 무참히 발리는 걸 그의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본 까닭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키스키스는 모스트1 챔피언인 카수스를 저격 벤 당하여 다른 캐릭터를 고른 상태!
[야 근데 겨우 치킨?]
-겨우 치킨? 이런 이단 새끼가 감히 신성 모독을? 니 어디 살아!
[오 공짜 미팅권 개꿀]
[고양시 한일동 아이파크 403동 201호 제발 나랑 현피고양시 한일동 아이파크 403동 201호 제발 나랑 현피고양시 한일동 아이파크 403동 201호 제발 나랑 현피]
[치킨 OR 보이스 채팅으로 원하는 말 해 주기 1택 어떰?]
[오 그거 좋다]
[나 시간 없어서 미팅권 못 노리는데 그거라도 ㄱㄱ]
-아니 뭔, 통화권... 당연히 치킨이 낫지. 아 뭐, 알았으니까 원하는 대로 하세요.
"헤헤헤."
마음은 이미 키스키스에게 승리하여, 숨컷에게 어떤 말을 들을까 고민하는 그녀가-
[전체채팅] : 대리충 쉑 ㅋㅋ
[전체채팅] : 쳐발릴 준비 해라 ㅋㅋ
자신만만하게 키스키스를 도발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녀의 라인에서 나오는-
"어라…?"
죽은 건 그녀였다.
모스트1도 아닌 키스키스에게 패배한 것이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압도적인 차이로.
'갑자기 왜 이렇게 잘해졌지…?'
여자는 그렇게 느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소감이었다.
키스키스가 갑자기 잘해진 게 아니다.
레오레는 상대적인 게임.
그녀가 약해 보였던 건 어디까지나 숨컷을 상대했었기 때문이었다.
이래봬도 랭킹 20위권에, 대리 업계 3인자라 불리는 그녀였다.
550점으로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렇게 주제 모르고 까부는 상대에게 격의 차이를 보여준 키스키스.
"쯧."
그녀는 여전히 석연찮은 표정이었다.
자신의 입장에서 조무래기에 불과한 550점을 잡아 봐야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을 뿐더러.
숨컷의 계획이 완벽하게 먹혀든 탓이었다.
그는 평소보다 긴 시간동안 서칭 화면을 가렸다.
원래 같았으면 서칭 화면을 가리는 건 크게 상관이 없었다.
가리든 말든, 사람이 적어서 어차피 같이 잡히게 돼 있으니까.
그런데.
그가 이벤트를 시작하고 첫 서칭.
퍼블 팀 열 명 전원이 서칭에 성공했는데, 그 중 숨컷의 저격에 성공한 이가 한 명도 없었다.
서칭 화면을 길게 가려 닷지도 불가능했기에 영락없이 한 판을 그대로 낭비하게 되었다.
뿐만이 아니다.
플레이어들이 퍼블팀을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바뀌었다.
피아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인 악의를 표출해 온다.
[전체] : 대저방충 꽤 하네 ㅋㅋ
[팀] : 돈 못 받는 게임인데도 의외로 열심히 하네?
[팀] : ㄹㅇ ㅋㅋ
[팀][전체] : 혹시 얘 또 적 미드 산 거 아님? ㅋㅋ
[전체] : 아 들킴 ㅋㅋ
채팅으로도 그렇고.
[팀] : 대저방충새끼가 뭔 블루 ㅋㅋ
[팀] : 야 나 돈 부족함 ㅋㅋ 한웹만 먹는다
게임으로도 그렇고.
[팀] : 적당히 하지?
[팀] : 이러면 니들이 우리랑 다를 게 뭐임?
항의해 보지만-
[팀] : 니들이 당하니 빡치냐? ㅋㅋ
[팀] : 야 ㅋㅋ 블루먹은걸로 그 ㅈㄹ 이면 니들 하던 것처럼 어뷰징당하면 물구나무서서 똥오줌이라도 지리겠네 ㅋㅋ
[팀] : 우리랑 다를게 뭐긴 ㅄ아 ㅋㅋ 범죄자가 총쏘는 거랑 경찰이 총 쏘는 거랑 같나
[팀] : ㄹㅇ ㅋㅋ
[팀] : 아 ㅋㅋ 옆집에서 수르수트뢰밍 통조림이라도 깠나 했더니 대저방충새끼들 아가리에서 나는 냄새였네 역하니까 좀 싸물어주세요
-아, 진짜.
-이런 십새끼들이….
팀원들의 멘탈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퍼블팀에게 있어 저격이 실패한 이상, 게임 한 판의 승패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하지만, 그게 중첩되면?
저격도 아닌 게임에서 계속 패배를 거듭하다보면?
숨컷과 그만큼 점수 격차가 벌어지고, 안 그래도 낮아진 저격 확률이 더 낮아질 공산이 높았다.
더군다나 레오레는 멘탈 게임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멘탈이 공격받는다면 폼 하락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
지금 상황에 폼 하락까지 겹친다?
이번 일을 반드시 성공할 거라 생각해서 이미 자신의 것이라 여기고 있었던 거액의 의뢰금이 눈앞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시발.
키스키스는 그 말이 입 밖으로 새어나올 것 같은 걸 가까스로 참고 게임에 집중했다.
<승리>
그렇게 거머쥔 승리.
어차피 저격 실패라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았다.
이번 게임에서 키스키스는 모스트1 챔피언인 카수스를 저격 벤 당해 놓고도, 압도적인 실력으로 게임을 캐리했다.
그렇게, 자신감을 충전한다.
자신감은 긍정의 원동력이었다.
'그래, 이것도 잠깐이야.'
숨컷이 어그로를 잔뜩 끌어서 잠깐 사람들이 몰린 것뿐이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시 빠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머지않아 다시 숨컷의 저격에 성공할 수 있을 테고.
그때가 되면 어뷰징도 뭣도 필요 없다.
이번에야 말로 확실하게 주제를 파악시켜 주겠다.
'좋아….'
"얘들아!"
긍정적인 사고.
그걸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팀원들을 격려한다.
이내, 시작되는 두 번째 서칭.
"후…."
그리고 두 번째 저격 실패.
부정적인 생각이 들려 하자, 키스키스는 급히 사고를 전환한다.
'괜찮아, 상관없어.'
-오, 이번엔 저희 저격 성공.
저 봐라, 이번엔 저격에 성공하지 않았는가.
점점 사람이 빠지고 있다는 증거다.
머지않아, 다시 상황은 원상 복귀될 것이다.
그때까지 자신이 멘탈만 잘 잡고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될 거다.
'애초에, 시발. 이 심해 현지인 새끼들한테 날 저격하라니.'
큭큭큭.
[전체] : 오 ㅋㅋ 안녕하세요 대저방충님
두 번째 '주제 모르고 깝치는 벌레 현지인'이 나타났다.
심지어 이번 판은 카수스가 저격 벤 당하지도 않았다.
이번 판은 저번 판보다 훨씬 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어 자신감을 공고히 할 것이다.
[전체] :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키스키스가 두 번째 자신감의 제물을 보고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게임이 시작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시발, 뭐야. 뭐야, 시발."
여유와 자신감이 넘치는 키스키스는 더 이상 없었다.
그녀는.
키스키스 듀오는 자신이 그토록 경멸해 마지않던 '심해 현지인 벌레 새끼들'에게 명확하게 밀리고 있었다.
* * *
"크~~~ 클린한 거 보소~~~"
짝짝짝.
이벤트 공표 후 첫 번째 게임.
최재훈은 아군에서도, 적팀에서도 저격이 보이지 않자 흡족하게 박수를 쳤다.
"이게 게임이지~"
[야 근데 너네 듀오하는 거 저격 듀오 상대하려고 했던 거잖아]
[ㄹㅇ 이러면 듀오 쫑내야 되는 거 아님?]
"그러게? 삼피 님?"
-어?
"다음 판부터 듀오 풀어야겠는데요?"
-…굳이?
최근 삼피의 목소리 중 가장 언짢아 보였다.
"어쩔 수 없잖아. 이 구간에서 우리 둘이 듀오하면 거의 생태계 파괴 수준이니까."
-…그럼 나는?
"응?"
-나는 뭐, 이제 볼일 끝났으니까 꺼지라고?
"에이, 뭐 말을 그렇게 해요~ 거 뭐냐, 삼피 씨도 이벤트 참여하시던가요 그럼."
-….
잠깐의 침묵.
-그럼 나도 그 뭐냐, 그거 주는 거지?
"그거요? 아, 상품? 예. 당연히 드려야죠."
-…오케이, 아이 가릿.
피식.
의미심장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라인전과 함께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자-
"후!"
최재훈은 비로소 느낀다.
이 후련함!
상쾌함!
저격 없는 클린한 게임이라니.
도대체 얼마만일까!
최재훈은 몸과 마음이 한없이 상쾌해지는 걸 느꼈다!
"아니, 시발?"
그러나 잠시 뒤.
다시 또 원래처럼 답답해지는 걸 느낀다.
아니.
아니다.
원래처럼 답답해지는 정도가 아니다.
숨이 콱 막히는 수준.
여지껏 이런 건 없었다.
타임 앤드를 만났을 때도.
타임 앤드가 포빌라를 데려왔을 때도.
아무리 그래도 여지껏 이런 건 없었다니.
퍼블팀에게 어뷰징으로 개지랄을 당했을 때보다 답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맞다.
그러면서 틀리다.
이건 그와는 다른 답답함이었다.
트롤이나 어뷰징을 당할 때의 답답함이 아닌.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벽을 맞닥뜨렸을 때의 답답함이었다.
최재훈.
그는 지금 벽을 느끼고 있었다.
프로들의 본캐와 부캐는 자연스럽게 세간에 알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솔로 랭크 게임을 하면서까지 부담스러운 관심을 받게 된다.
때문에 프로들은 자유롭게 솔로 랭크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팀원들밖에 모르는 비밀 계정을 하나씩 추가로 만들어 둔다.
그리고, 프로들이 자유롭게.
또 즐겁게 랭크 게임을 하기에 딱 좋은 구간.
그랜드마스터에서 챌린저 초반이었다.
바로 지금 이 구간 말이다.
그 누구도 몰랐다.
현재 이 이벤트의 참가자 수준이.
세계 최고의 레오레 리그 중 하나인 LKL.
상금 수억에, 그 경제 효과가 수백억에 이르는 규모의 LKL 대회와 동등하다는 것을.
팀 BAY의 듀오가 맞닥뜨린 듀오.
LKL의 상위 5위권 팀인 HEPSI의 듀오였다.
키스키스가 맞닥뜨린 듀오.
TC1, BAY와 함께, LKL의 3강인 BULLS의 듀오였다.
그리고 숨컷이 맞닥뜨린 듀오.
아니, 미드.
"오…."
"왜?"
"아니, 이 사람…."
"숨컷?"
"어."
"숨컷이 왜?"
"…꽤 하시네."
다른 미사여구 없이 한 단어면 충분했다.
'최고.'
TC1 FACE.
저격을 피해서 도망친 숨컷이 맞닥뜨린 상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