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상품
이번 이벤트라는 이름의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
본래 의도가 의도이니 만큼 당연히 참여율이었다.
사람이 많이 몰릴수록, 저격 성공률이 낮아질 테니까.
현재 구간 서칭에 포함되는 유저는 예상컨대 약 500명.
레오레 수백 만 유저 중 특정 유저 500명만을 골라 공략하라니.
얼핏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허나.
저 500명이 누군가.
저 500명이 포함되는, 그랜드마스터 ~ 챌린저 구간이 어딘가.
상위권 중 상위권!
어느 분야든, 상위권 중 상위권이라 함은.
그 분야에 미쳐 있어야만 도달 가능한 경지였다.
저 500명은 레오레에 미쳐 있거나 최소, 레오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었다.
반 친구, 친척 이름, 국회의원 이름은 못 외워도 백 가짓수가 넘어가는 레오레 챔피언은 외우는 이들이었다!
국제 정세는 몰라도, 레오레에 관련된 소식이라면 하나도 놓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지금 숨컷은 리치TV 커뮤니티, 나아가 레오레 커뮤니티에서 단연코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한 명!
그가 요란스럽게 홍보하는 이벤트 소식이 그 500명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리 없었다.
어쩌면 지금 방송을 보는 수만 명의 시청자들 중에서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신경 써야 할 건 단 하나.
바로 그 500명을어떻게 이벤트에 참여하게 만드느냐였다.
오늘 최재훈의 시작 점수는 460점.
목표치인 600점에 도달하려면 약 +9승을 거두어야한다.
현재 전적 2승 1패로, +1승을 거둬 남은 건 +8승.
최재훈이 바라는 최적의 상황은.
자신이 15게임 이내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1게임에 대리가 1명 이하로 유지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확률상, 현재 저격 인원인 12명의 열 배에 달하는. 최소 백 명 이상의 인원이 15판 동안 게임 서칭에 동참해 줘야 했다.
15게임을 하기까지 소요되는 최소 시간을 추정하길 약 7시간.
그러니까.
최재훈은 지금부터 최소 7시간동안 진행될 이벤트의 참가 인원을.
끝나기까지 최소 백 명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벤트 참가 요건인 '현재 숨컷과 같은 대한민국 그랜드마스터 ~ 챌린저 구간 게임 서칭에 포함될 것'을 만족하는 이는 전세계를 통틀어 단 500명!
"많은 참여 부탁드릴게요."
그러니 만큼-
"이벤트 상품은-"
아주 매력적이어야 했다.
참가를 안 하곤 못 배길 만큼.
참가를 하지 않으면 손해라 느낄 만큼!
최재훈은 그런 상품을 내걸 준비가-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되어 있었다.
그가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참나, 또, 또. 오바한다.
[기대안하시면 나쁠 건가요?]
[자동차라도 주나요?]
[숨프라 윈프리 ㄷㄷ]
[자동차 주면 지금 당장 계정 사서 참여한다]
[ㄹㅇ ㅋㅋ 남는 장사자너]
[뭐 끽해봐야 문상 주지 않겠누 ㅋㅋ]
하지만.
지금 시청자가 수만 명에 달한다지만, 그래 봤자 일개 신입 방송인.
개인 방송 도중 즉석으로 진행하는 이벤트의 상품이래봐야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귀여운 캐릭터가 손 들어올리고 질문하는 이모티콘) 어이 숨씨, 자신 있어?]
그런데도 최재훈은 태연할 수 있었다.
자신 있었다.
"예, 자신 있습니다. 확실하게 말하는데, 이 상품을 받고 실망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뭔데.
[뭔 상품인데]
누구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상품을 받으면 만족할 거란 자신이.
그런 확신으로, 최재훈은 여유롭고 또 장난스러운 태도로 말하기 시작했다.
"절대로 질리지 않고."
"매번마다 새롭고."
"그러면서 강렬하고 또 황홀해서 헤어나올 수가 없는."
"모두가 좋아하는 그거."
[그게 뭔데]
"에이, 벌써 말하면 재미가 없죠. 사람 모이면 공개할게요. 그런데-"
말하던 최재훈이 씨익,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제가 알려주지 않아도 다들 이미 뭔지 예상하고 계시죠?"
최재훈은 상품에 관하여 모든 걸 상정했고, 완벽하게 계산을 끝낸 상태였다.
그런데.
그가 한 가지 상정하지 않은 게 있었다.
이는 최재훈이 안일해서가 아니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자각이 부족해서였다.
그 부득이란 사정이라 함은 바로-
남녀역전이었다.
남녀역전으로 인한 급격한 환경 변화.
그에 어느 정도는 적용되었지만 완벽하지 않은 사고관.
그러한 사고관으로 인해 무엇을 자각하지 못했냐 함은, 바로 방금 전의 행동에 관해서다.
그는 알지 못했다.
이 세계에서, 자신 같은 남자가 방금과 같은 행동을 하면.
자신의 시청 성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말이다.
'장난스럽게 허세를 부리는 모습'
최재훈이 생각한 시청자들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시청자들에게 비춰진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비춰진 그의 모습을 최재훈의 기준으로.
그러니까, 원래 세계의 관점에서 서술하자면 이러했다.
평소 털털하고 어딘가 사차원적이라 친근하게 느껴지지만 원래 같았다면 눈도 제대로 마주치기도 힘든 엄청난 미녀.
그녀가 갑자기 여유 넘치는 표정을 짓더니, 그렇게 말한다.
"절대로 질리지 않고."
"매번마다 새롭고."
"그러면서 강렬하고 또 황홀해서 헤어나올 수가 없는."
"모두가 좋아하는 그거."
"에이, 벌써 말하면 재미가 없죠. 사람 모이면 공개할게요. 그런데-"
담겨 있는 여유가, 장난기가.
왜인지 도발적으로 느껴지도록.
창백할 정도로 매끈하고 흰 피부에 희미하게 칠해진 다크서클.
마치 비 오는 날 뒷골목에서 멍하니 비를 맞다가 눈이 마주치면 나긋하게 미소지어줄 것만 같은 신비로운.
퀭하지만 또 깊고 진해서 평소의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없으면 퇴폐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로.
눈은 그대로인 채, 얇은 입술의 꼬리만을 씨익 끌어 올려 고혹적인 미소를 짓곤 그렇게 말한다.
"솔직히, 제가 알려주지 않아도 다들 이미 뭔지 예상하고 계시죠?"
그렇다.
최재훈은 저도 모르는 사이 '여자'들의 정신을 나가게 할 정도의 성적인 어필을 해 버린 것이다.
제나 웨스트의 마이크에서 희미하게 잡음이 들려왔다.
꿀꺽.
최재훈은 그걸 듣지 못했다.
제 딴엔 장난스럽게 허세를 부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아직은 모르는 최재훈이 말했다.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시작할게요. 많이 참가해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 *
-팀으로 걸리면 보이스 채팅? 아, 뭐. 하죠 뭐. 근데 이거 반칙 소리 듣는 거 아니야? 인정이라고? 아, 오케이.
최재훈은 모르고 있었다.
여성들에게 그와 같은 남자의 방송에 출연하여, 그의 관심을 받으며, 그와 함께 게임을 즐긴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숨컷을 저격해라' 이벤트가 별다른 상품 없어도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매력적인 이벤트인지.
제목 : 아 ㅋㅋ 오늘 알바 포기한다
내용 : 숨컷이랑 보이스 채팅? 딱 대
ㄴ : 나 사장인데 숨컷은 ㅇㅈ한다
ㄴ : 아 ㅅㅂ 개부럽네
ㄴ : 아 공부할 시간에 레오레 점수 올려둘걸
ㄴ 글쓴이 : ㅋㅋ 인생패배자련~ 평생 공부나 해라~
ㄴ : 출근충 공부충들 부들부들하는 소리 여기까지 들리죠? ㅋㅋ
ㄴ : 그거 잘들어보셈 님 부모님 울면서 부들부들 떠는 소리임
ㄴ : 부모님 없는데?
ㄴ : 앗
ㄴ : 아직 퇴근 안 하심
ㄴ : 미~친년
그런데 거기에-
-이거 참가하죠?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CLIP 영상]
-아, 그리고 미튜브나 방송하시는 분 중에 홍보 필요하신 분들! 저 저격해서 홍보하셔도 되니까 많은 참가 부탁드려요!
"오, 그럴까? 저분 방송 지금 완전 핫하잖아. 오케이. 저 참가할게요. 이번 기회에 나도 좀 뜨자, 가즈아!!!"
현재 커뮤니티에서 가장 핫하며, 수만 명의 실시간 시청자들이 시청하고 있는 숨컷의 방송에서 홍보할 기회가 주어지고.
의미심장한 상품까지 더해진 것이다.
"미친…."
며칠 전부터 팀BAY의 선수들의 일정에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바로 숨컷의 방송 시청이었다.
그녀들은 방송이 끝나면 곧바로 거실로 모여, 벽걸이 TV의 큰 화면으로 숨컷의 방송을 시청했다.
그 규칙을 처음으로 유행시킨 머그컵.
그녀가 방송을 보다 말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입과 눈은 떡하고 벌어져 있었고.
귀는 새빨개져 있었다.
다른 팀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제가 알려주지 않아도 다들 이미 뭔지 예상하고 계시죠?
지금 방송에 나오는 숨컷의 모습은 이성들에게 지극히 자극적이었다.
-기다리다가 사람 모이면 시작할게요.
그렇게 숨컷이 이야기를 일단락 시키자, 굳어 있던 팀원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마에서 챌 계정 남는 사람!?!"
"아니, 멍청아! 그거 빌려주면 대리잖아!"
"아, 씨."
"야 잠깐. 그러면 내 부캐랑 니 부캐랑 듀오하면 얼추 점수 맞지 않냐!?"
팀BAY의 팀원들은 경기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숨컷이 내건 상품이 자신들이 상상하는 '그것'일 수가 없다는 것을.
숨컷이 상품으로 그런 걸 내걸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방금 숨컷의 행동은 여자로 하여금 그런 조금의 생각도 불가능하게 만들 정도로, 자극적이었다.
설사 안다고 해도 기대하게 만들 정도로.
현재,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팀BAY숙소뿐만이 아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팀 BAY의 건물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어떤 건물.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팀 TC1의 건물의 특정 층, 숙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야, 이리야!"
"?"
침대에 누워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이리.
그녀가 다급히 문을 열어젖히고 자신의 방에 들어온 팀원들에게 시선을 향했다.
"니, 700점짜리 계정 있지 않았냐?"
"있는데, 왜?"
특유의 차분한 태도가 숨이 넘어갈 듯 다급한 팀원의 태도와 상반되어 더욱 부각된다.
"나랑 듀오 좀 하자!"
"듀오? 갑자기?"
결국 김이리는 숨이 넘어갈 듯 다급한 팀원의 손길에 이끌려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고 화면엔 김이리, 페이스는 처음 보는 어떤 방송이 틀어져 있었다.
* * *
최재훈의 파격적(?)인 상품이 걸린 이벤트 소식이 퍼짐에 따라, 자연스레 그에 대한 관심이 상승하여 시청자에 그대로 반영된다.
짝짝짝짝.
최재훈은 감동에 겨워 물개박수를 쳤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성원에 무려 시청자 수 -"
(시청자 수 : 32, 443명)
"그리고!"
최재훈은 미션을 선언했을 때 상당한 화제를 끌어 모으리라 생각은 했다.
허나,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BEST1)
베스트 1이라니!
동시 송출 1주일 만에 1위라니!
최재훈의 꿈은 게임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었다.
지금, 그 꿈이 이루어졌다 봐도 무방했다.
미션이 끝나는 동시에 곧바로 걷힐 거품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거품이면 뭐 어떤가!
거품도 거품 나름대로 즐기는 방법이 있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앍!!!!!!!!"
최재훈은 관심의 거품으로 거품목욕을 하며 황홀함에 괴성을 내질렀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제 개쌉오지는 매력을 알아봐주셔서!!!"
-하, 참나.
[ㅋㅋㅋ어이가 없네]
[겸손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
[이런 사람이었음? ㅋㅋ]
[깨네]
[깨긴 ㅋㅋ 이래서 기여운 거지]
[숨컷아 꼴값 그만 떨고 방송 진행해라]
-거품 낀 거 가지고 호들갑은.
"축하."
-뭐?
"하라고."
-…대단하네, 1위라니.
"하하, 삼피 님 덕분입니다!"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래도 방송 접기 전에 1위는 해 보네 ㅋㅋ
"어~ 방송 안 접어~ 미션 성공할 거야~ 자, 여러분. 슬슬 진행하겠습니다. 다들 모이셨죠?"
[ㅔ]
[오냐]
"혹시, 저격 이벤트 참가자 분들 채팅창에 있으시면 손 한 번 들어봐 주실래요?"
그러자, [손]과 [ㅅ]으로 가득차서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는 채팅창.
어림잡아 수천은 돼 보였다.
이벤트 참가 자격을 만족해서 [손]을 들 수 있는 사람은 500명, 듀오로 점수를 조정한 걸 고려해도 700명이 채 안 될 텐데도 말이다.
"우리나라에 그랜드 마스터랑 챌린저가 이렇게 많다니, 대한민국 레오레의 미래가 매우존나 밝네요."
[반면에 대한민국 자체의 미래는 어둡네요]
[대한민국의 그림자 총 집합 ㄷㄷ]
[여기 채팅창에 가스 살포하면 대한민국 GDP 3천달러는 올라갈듯]
[(귀여운 캐릭터가 손 들고 질문하는 이모티콘)그래서 언제 시작하나요?]
"아, 안 그래도 지금 시작할 생각이었습니다."
그가 게임 서칭을 시작하려 하자,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여자들의 눈이 빛났다.
"아참."
서칭을 하다 말고 말을 꺼내는 최재훈.
"참고로 여러분, 상품은 저격 이벤트 참가자 전원에게 지급될 예정이고. 또 중간중간 시청자 여러분들 상대로도 추첨을 통해서 지급될 예정이니까! 많은 참여 부탁드릴게요!"
-뭐…?
최재훈이 통 크게 내질렀다.
그러자 채팅창에 도배되는 [?]
-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는 아닌 것 같은데….
최재훈이 시청자들의 당황하는 반응에 만족스러워했다.
(자기애의 최재훈 : 적당히 멋있으라고 최재훈!)
'하,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걸 어쩌겠어.'
시청자들이 자신의 큰 씀씀이에 당황한 거라 생각하고.
씀씀이가 큰 자신의 모습에 취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놀란 건 당연히 그의 씀씀이 때문이 아니었다.
참가자 '전원'에게 그 '상품'을 지급한다니.
어찌 보면 그것도 씀씀이라 할 수 있긴 한데 그건 너무 뭔가, 뭔가가 아닌가.
이를 계기로 몇몇 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직시한다.
인터넷 방송에서.
옥수수TV도 아닌 리치TV에서 이벤트 상품으로 '그거'를 내걸다니.
[야 그래서 그 상품이 먼데]
[상품 머임?]
최재훈은 애초에 시청자들을 속일 생각도, 기만할 생각도 없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열광적이어서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그럴 만도 하다 생각했다.
절대로 질리지 않고.
매번마다 새롭고.
그러면서 강렬하고 또 황홀해서 헤어 나올 수가 없는.
모두가 좋아하는 그거.
그거라면 이 정도 반응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청자들이 그걸 알아보고 열광한 거라 생각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추호도 몰랐으니까.
그렇기에 최재훈은 당당했다.
미튜브에 '두구두구두구두구 북소리'를 검색해서 영상을 튼다.
시상식에서 발표 전에 들릴 법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북소리가 재생된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절대로 질리지 않고."
"매번마다 새롭고."
"그러면서 강렬하고 또 황홀해서 헤어 나올 수가 없는."
"모두가 좋아하는 그거."
최재훈이 알기로 그런 건 하나 밖에 없었다.
탕!
"후라이드 치킨 단품이 이벤트 참가자 전원에게 지급될 예정입니다!!! 박수!!!"
최재훈이 말하고 나서 채팅창에 그 한 마디가 떠올랐다.
[오]
"오?"
-하….
그 소리는 마치, 고무호스가 연결된 수도꼭지를 트는 소리 같았다.
잠깐의 침묵 뒤-
호스의 입구에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이거완전 미친롬아니야이거완전 미친롬아니야이거완전 미친롬아니야이거완전]
[정신나갔어?? 정신나갔어?? 정신나갔어?? 정신나갔어?? 정신나갔어?? 정신나갔어?? 정신? [모임? 모임? 모임? 모임? 모임? 모임? 모임? 모임? 모임? 모임? 모임? 모임? 모임? 모임? 모임?]
[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정신나갈것같애]
[라이오 방송 켜! 라이오 방송 켜! 라이오 방송 켜! 라이오 방송 켜! 라이오 방송 켜! 라이오 방송 켜! 라이오 방송 켜! 라이오 방송 켜! 라이오 방송 켜! 라이오 방송 켜! 라이오 방송 켜!]
[엄상희는 살아 있다! 엄상희는 살아 있다! 엄상희는 살아 있다! 엄상희는 살아 있다!]
최재훈은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에이, 여러분. 당연히 농담이죠! 후라이드 치킨 단품이라니!"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장난? 오?]
[오?]
[아 역시 ㅋㅋ]
[그럴 리가 없지 ㄹㅇ ㅋㅋ]
[후라이드치킨은 선 넘었지 ㅋㅋ]
[깜짝 놀랐자너]
"에이, 여러분 정말 제가 후라이드 치킨 단품으로 퉁 칠 줄 알았어요? 저를 정말 그런 사람으로 본 거예요? 아, 그러면 이거~ 너무 섭섭한데?"
[아 ㅋㅋ]
[누구야!!! 숨컷 겨우 후라이드 치킨으로 퉁치는 개양아치날도둑쌉롬으로 본 새끼 누구야!]
[ㄹㅇ 그럴 리가 없자너 ㅋㅋ 숨컷을 뭘로 보고]
조삼모사라고, 원래 이렇게 한 번 튕겨 줘야 한다.
최재훈은 그제야 본래 준비해 두었던 상품을 언급했다.
"후라이드 치킨 단품이라니! 당연히 어림도 없는 소리!"
[오]
[오오오]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
"제가 여러분에게 지급할 상품은 바로!!!"
다시 한번 재생되는 북소리.
두구두구두구두구구!
탕!
"양념 반 후라이드 반에 콜라 1.25리터 세트입니다!"
최재훈은 이번에야말로 라는 표정으로 채팅창을 응시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념반ㅋㅋㅋㅋ후라이드반ㅋㅋㅋㅋㅋㅋㅋㅋ콜랔ㅋㅋㅋㅋㅋㅋㅋㅋ1.25리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킥]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
저 [ㅋ]자음에서 환희보다는 광기가 느껴졌다.
최재훈은 그제야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 간장?"
[간장ㅋㅋㅋㅋ간장ㅋㅋㅋㅋ간장ㅋㅋㅋㅋ간장ㅋㅋㅋㅋ간장ㅋㅋㅋㅋ간장ㅋㅋㅋㅋ간장ㅋㅋㅋㅋ간장ㅋㅋㅋㅋ간장ㅋㅋㅋㅋ간장ㅋㅋㅋㅋ간장ㅋㅋㅋㅋ간장ㅋㅋㅋㅋ]
[간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공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공장장은ㅋㅋㅋ간공장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간공장ㅋㅋㅋ공장장은엌ㅋㅋㅋㅋㅋㅋ간장치킨ㅋㅋㅋㅋㅋ]
[간장VS온단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닭…?"
"뿌링부링…?"
"불케이노…?"
"설마…!"
최재훈이 경악했다.
"여러분 혹시, 그걸 원하는 거예요?"
[오]
[아 ㅋㅋ]
[꼭 이래야 아냐고 ㅋㅋ]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경악한 최재훈이 우물쭈물 하다가 가까스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두 마리 세트는 좀… 욕심이 아닌가 싶네요. 과욕은 화를 부른다구욧?"
찡긋.
최재훈이 화면을 향해 서투른 윙크를 날렸다.
-에휴, 등신….
마침내 완벽하게 폭발한 채팅창.
같은 시간, 리치TV의 스트리머들이 서버 불안정 현상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