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20화 (117/361)

120. 대저방충2

타임 앤드와의 대결 구도가 홍보 효과를 가져다 줄 걸 예상했다.

그렇기에 게임 서칭 화면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저격을 유도했다.

포빌라와 듀오를 시작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힘들어도 감당 가능한 정도의 위험이었기에 기꺼이 감수하여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5인 대리 저격 방플은 개쌉에바의 영역이었다.

레오레의 신이 와도 저건 못할 것이다.

(레오레의 최재훈 : 니가 솔랭의 신이잖아)

그러니까 못한다고.

(레오레의 최재훈 : 아)

절대 감당 불가능의 영역!

'이건 솔직히 빤스런해도 인정이죠?'

(상남자의 신 : 윤허하마)

허가도 나왔겠다.

나는 주저 없이 서칭 화면을 가리기로 했다.

아무리 유저풀이 적은 구간 대라 해도.

다섯 명이서 저격해서, 다섯 명이 성공할 확률은 극도로 희박했다.

거기에 서칭 화면까지 가린다?

내가 5인 저격을 다시 만날 확률은, 내게 갑자기 상태창이 생길 확률과 같았다.

"상태창!"

-뭐?

"오케이."

-아니, 뭔데. 갑자기.

그런 계산으로.

"똑똑히들 봐두십쇼."

시청자들에게 당당하게 선언했다.

게임이 서칭 되고, 시작된다.

어김없이 적팀에 보이는 타임 앤드와 포빌라.

"아니, 저것들은 현직 스나이퍼라도 되나. 명중률이 왜 저래."

[그저 대리의 신 ㄷㄷ]

[저 부산 하버드 중학교 대리학과 나왔는데 거기서 저격학 개론 배웁니다 ㅇㅇ 저분들 수석 졸업생이에요]

[서든샷 랭커 출신인가 ㄷㄷ]

[징하네 진짜 십련들 ㅋㅋ]

-그래도. 다른 세 년은 안 보이잖아.

그 말대로.

저 두 명 외의 세 명은 다른 이로 교체되어 있었다.

딱 내가 바라던 결과였다.

"아, 이거 이거. 대저방충 쉑들 만나서 참교육 시켜주려 했는데, 아쉬워서 어쩌지~"

-에휴, 말은.

[<<< 쫄아서 서칭화면 가린 새기]

[아 ㅋㅋ 아쉬우면 닷지하고 서칭화면 가리지 말라고]

[또또 업보 쌓네]

[아니 근데 이제 타임앤드랑 포빌라 두 명만 있는데 다행으로 보이네 ㅋㅋ]

[ㄹㅇ 알고 보니 선녀였고]

[쟤네는 방플은 안 하자너]

"그러니까. 아니, 양심이 있어야지. 대리 저격인데 방플까지 한다? 민트초코 파인애플 피자도 아니고, 어떻게 그리 역겨운 것만 쏙쏙 골라서 할 수 있지?"

전판 민트초코 파인애플 피자를 먹어서 그런지.

이 민트초코들이 맛있어 보일 지경이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다.

상대방 미드는 카수스.

주력 스킬인 Q스킬, 지점 폭발은 이름 그대로 일정 범위 안의 지점을 잠시 뒤 폭발시키는 논타겟 스킬로서.

1초라는 말도 안 되는 쿨타임을 갖고 있었다.

상대하는 상대로 하여금 게임의 장르를 슈팅 게임으로 바꿔 버리는 챔피언.

이 구간 카수스라면, 이 슈팅 게임의 난이도는 '쉬움'이었다.

지점 폭발은 레오레에서 맞추기 가장 까다로운 스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상위1% 스킬 잘 피하는 남자와.

하위1% 맞추기 어려운 스킬이 만났다!

"언터처블 1%의 우정!"

-뭐?

그런데-

"오우, 빵댕이 좀 흔들 줄 아는 놈인가?"

예상보다 카수스의 상태가 실했다.

빵댕이 흔들면서 지점 폭발 날리는 모습이 심상찮다.

도무지 이 구간 카수스라곤 볼 수 없었다!

"아니, 잠깐."

빈말이 아니라 저 새끼 진짜 아무리 봐도 이 구간 카서스가 아닌 것 같은데!?

카수스는 죽으면 무적인 유령 상태가 되어 스킬을 퍼부을 수 있는데.

그 상태에서 퍼붓는 지점 폭발에 하마터면 며칠 전 먹은 초코크림슈크림의 뒤를 따라갈 뻔했다.

(초코크림슈크림 : 뭔 개소리야 나 아직 느그 냉장고 안에 있는데)

강렬하게 임팩트 있는 이름과 달리, 몹시 무난한 맛이었다.

아무런 맛도 기억 안 나는 거 봐라.

(초코크림슈크림 : 아니 시발아)

아니 그런데, 다시 이야기로 되돌아와서.

저거 진짜 문제 있다.

카수스.

보면 볼수록 그냥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카수스에 도가 튼 놈 같았다.

내가 알기로 카수스 저렇게 잘 다루는 놈이 하나 있었는데 걔랑 비슷할-

"어, 시발 잠깐."

-어? 왜?

카수스 저렇게 잘 다루는 놈.

키스키스.

내가 알기로 그 새끼도 대리였다.

그것도 그냥 대리가 아닌, 대머리만큼이나 해로운 대리 대가리.

(에미넴의 최재훈 : COOL RHYME )

'OH, THANKS.'

어쨌거나 지금 여기서 중요한 건 이거다.

지금 내가 대리라는 꼬꼬마들 몰고 다니는 소독차가 된 지금.

저 키스키스로 추정되는 카수스는 정말로 키스키스일 확률이 높았다.

키스키스 카수스인 것이다.

(에미넴의 최재훈 : RHYME! )

'YEAH!'

나는 혹시나 싶어 말해 봤다.

[전체][텔론] : ㅄ 개못해 ㅋㅋ

[전체][카수스] : ?

[아니 이 새기 갑자기 왜 이래 ㅋㅋ]

[급발진하누]

앗, 이게 아니지.

[전체][텔론] : 농담입니다

[전체][텔론] : 귀하께서는 혹시 키스키스님이 아니신지요?

[전체][카수스] : 키스키스가 뭔데요?

[전체][텔론] : 카서스 하는 놈이 어떻게 키스키스를 몰라 ^^ㅣ발아

[전체][텔론] : 딱걸렸다 십련

[전체][카수스] : ;;;? 뭔 소리예요 이상한 사람이네

"자 여러분. 이론상 허점이 없는 완벽한 심문을 통해 알아낸 정보를 토대로. 지금 이 곱창난 사태의 원인을 파악했습니다."

[방금 그게 심문이었누]

[심히 문제 있긴 해]

[그게 심문이면 ^^ㅣ발아 우리들은 맨날 부모님 심문하는 건데]

[겨우 심문? ㅋㅋ 날 너무 우습게 보는걸]

[앗]

-아니 잠깐. 쟤가 키스키스라고?

"제나 웨스트의 말에 나는 고갤 끄덕였다."

-아니 얘 갑자기 텐션 왜 이래.

"원래 코난에서도 범인 찾았을 때 신나는 BGM 깔려서 막 텐션 오르고 그러잖아."

말 나온 김에 미튜브에 코난 추리 BGM을 검색했다.

그러자 검색 결과 최상단에 나오는 영상.

'코난 추리 브금 BGM'

뭐지, 이건.

운명의 데스티니 같은 건가.

아무튼 그걸 틀었다.

그러자 흥겹게 빠라빠라빠 빠라바라밤 내달리는 색소폰 소리에 맞춰 말했다.

"범인은 이 안에 있어!"

-알겠으니까, 뭐 어떻게 된 건지나 말해 봐.

"지금 퍼플 대리팀이 나를 저격하고 있는 거야!"

-확실해?

"여동생의 명예를 걸고!"

라톡!

"어?"

[아 ㅈㄹ ㄴ]

재은이에게서 온 문자였다.

짜식, 오빠 방송 챙겨보는구만.

"헤헤헤."

나는 캠을 향해 재은이만 알아볼 수 있도록 암호를 보냈다.

[아니 갑자기 웃더니 뻐큐하네]

[오빠 미쳤어?]

[ㅗㅜㅑ 미남의 뻐큐]

[오히려 좋아]

[업계포상]

[오늘은 이거다]

[뭐가 이건데 미친년아]

"어쨌거나, 잘 걸렸다 이 새끼. 말한 대로, 이 판 누가 죽나 보자고!"

<패배!>

"나넹."

하.

절로 한숨이 나왔다.

초반 선취점을 딴 걸 토대로, 키스키스의 항문을 제대로 개통시켜 버렸다.

그래서 대리 1인자와 2인자에 이어서 3인자까지 붙은 상황에서도 게임을 잘 이끌어나갔는데-

[와 근데 숨컷 진짜 개레전드네]

[이걸 이길 뻔하네 ㄷㄷ]

[혼자서 대리 123위 이길 뻔한 거 실화냐?]

[ㅄ같은 바텀만 안 터졌어도]

그 말 대로.

바텀이 터져 버렸다.

-하, 씨… 개 아깝네.

제나가 그렇게 말했다.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

-어?

"이 판은, 어떻게 해도 못 이겼어."

-…왜?

나는 전적 사이트에 들어가서, 전 판 우리팀 봇 중 똥을 은근하게 싸 재껴서 게임을 지게 하는 데 크게 공헌한 똥쟁이의 전적을 띄웠다.

그리고 말했다.

"이 새끼, 퍼블팀이거든."

-... 뭐?

"잘 봐봐."

예상대로 나는 놈의 전적에서 퍼블팀인 근거를 찾아낼 수 있었다.

방금 판 적팀의 카수스.

그리고 이전 판 적팀의 미드와 바텀.

며칠도 전인 전적에 놈들 중 최소 한 명 이상이 끼어 있었다.

"서로 대리 매물이랑 듀오해서 져주고, 이겨주고 반복하는 거야. 이 새끼들, 대리 저격 방플에 모자라서 트롤 어뷰징까지 하는 새끼들인 거고."

-…쓰레기 년들.

[와 ^^ㅣ발]

[말이 돼?]

[저런 새끼들이 왜 아직도 정지 안 당함?]

[리폿하자]

나는 일단 놈들을 부정행위로 리포트했다.

허나, 저 교묘한 놈들이 잡힌다 해도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닐 공산이 높았다.

저번에 나와 제나가 즉시 제재를 당했던 건, 현행범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리, 트롤, 어뷰징은 확실한 물증이 존재하지 않아 즉각 제재하기 힘들다.

라는 게, 운영진 측의 입장이었다.

[저거 안 잡히면 어떡함?]

[계속 저격할 것 같은데]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5인 저격만 아니면 된다.

최소 3인 저격만 돼도, 방송의 딜레이를 크게 늘려 방플만 막는다면 어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타임 앤드와 포빌라 때문에 잠깐 착각에 빠져 있었다.

대부분의 대리들은 생각보다 추잡한 놈들이었다.

목적을 위한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어뷰징과 트롤도 서슴지 않는다.

놈들에게 게임은, 돈벌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자신의 게임 실력은 그 수단에 불과했고.

자부심 따위는 없었다.

아마도.

지금 퍼블팀 전원이 나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퍼블 팀의 멤버는 열 명.

거기에 타임 앤드와 포빌라까지, 총 열 두 명.

이 구간은 서칭에 포함되는 유저가 극도로 적다.

500명 정도 되겠지.

그 500명 중에서, 지금 접속하고 있으면서 나와 똑같은 시간에 게임을 서칭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보통 게임 서칭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 3분인 걸 고려하자면.

10명보다 적은 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열두 명이 나를 저격한다.

22명 중에서, 절반 이상이 저격인 것이다.

그러니, 게임을 구성하는 10명 중 나와 제나를 제외한 8명 중.

최소 절반 이상인 네 명이 저격으로 채워진다 봐야 한다.

그리고.

그 네 명 중에서 최소 한 명 이상은 내 팀에 포함 된다 봐야 한다.

그렇게 나오는 결과.

[절대 못 이기는 거 아님?]

* * *

게임 수준이 극도로 높아지는 그랜드 마스터 이후 구간에서.

팀원에 어뷰징이나 트롤을 끼고, 최소 챌린저 상위권인 대리 기사들을 상대로 승리한다?

그건 어쩌면 5인 대리 저격 방플을 상대하는 것보다도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재은이가 옆에서 응원의 춤을 쳐 줘도 이 오빠는 해내지 못할 것이다.

압도적인 절망감에 다리가 덜덜 떨렸다.

(방광 : 시발아)

아 그냥 오줌 마려운 거였음.

"저 잠시만요, 자리 좀…."

방광 포화로 인한 초조함이 사라졌다.

화장실의 청아한 폭포 소리가 머리를 맑게 해준다.

그 상태에서 다시금 생각해 본다.

어떻게 해야 저놈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까.

머지않아 그에 대한 결론이 나온다.

"…하."

깊은 한숨이었다.

내 모든 지식과 창의력과 사고력, 그리고 레오레력을 총 동원해봐도.

놈들을 상대로 이길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극도로 희박한 확률이 작용해서 놈들의 저격이 실패하길 바라는 것뿐이-

"어?"

벌떡(변기에서 일어나는 소리ㅎ).

눈이 번쩍하고 뜨이는 기분이었다.

"하."

절로 웃음이 나왔다.

"최재훈 이, 얼빠진 새끼. 아니, 천재 새끼."

결국엔 해냈지 않은가.

나는 지금의 나를 이 쉬운 걸 이제야 알아냈다고 욕하기보단.

그래도 알아냈다고 격려해주기로 했다.

나는 즉시 컴퓨터로 돌아갔다.

"어, 잠깐!"

그러던 도중, 치명적 문제를 깨닫는다.

손 안 씻었음.

* * *

"이야, 이거 진짜 힘들긴 하네요?"

게임이 끝난 직후.

키스키스는 그렇게 말했다.

"저희 아니면 힘들었겠어요?"

마음껏 우쭐대면서 말이다.

-큭큭큭.

퍼블팀의 일원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싸구려 도발에 타임 앤드는 구태여 대꾸하지 않았다.

"개같은 새끼가."

포빌라는 1:1 채팅으로 이를 갈았다.

"언니, 저 시발년들 저 지랄하는데 가만히 있을 거예요?"

"예원아."

"네, 언니."

"넌 저게 기분 나쁘냐?"

"…네?"

"난 기분 좋은데."

"…아니, 미친. 언니 마조예요?"

"넌 안 느껴지냐?"

"아니, 저딴 개소릴 듣고 어떻게 느껴요."

"아니, 미친년아… 그거 말고. 열등감 안 느껴지냐고."

"예?"

"쟤라고 모를까? 지가 전판에 엄청 못한 걸. 우리에 비해, 형편없었다는 걸."

"…."

"그래 놓고, 어뷰징에 방플. 구질구질한 편법 써서 겨우 이긴 게 얼마나 추한 건지. 저 새끼가 대가리가 달렸다면, 그걸 모를까?"

타임 앤드가 웃었다.

승자의 미소였다.

"우리가 개새끼긴 한데, 저 새낀 그것보다 못한 병신 새끼야. 저런 새끼 하는 말 일일이 신경 쓰지 마."

"…."

그 말대로.

지금 키스키스가 유난히 우쭐대는 건 일종의 반발작용이었다.

저번 판.

자신은 남자에게, 숨컷에게 압도당하여 한심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타임앤드와 포빌라 듀오는 꿋꿋하게 게임을 이끌어 나갔다.

무안함.

열등감.

지금 그녀의 행동은 그것들을 숨기기 위함이었다.

어찌 됐든.

수단과 방법이 어찌 됐든.

저 둘은 해내지 못한 걸 자신이 해냈다는 건 사실이지 않은가?

"이거 끝나면 한턱 쏘세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둘.

키스키스는 순수히 우월감에 취하기로 했다.

안의 열등감과 무안함을 무시하기가 힘들었지만, 괜찮다.

그것도 잠시.

오늘 일이 끝났을 때.

클라이언트의 인정을 받는 건 자신들일 것이다.

저 둘이 아니라.

'차라리, 지금 저 둘 빼달라고 할까?'

항상 타임 앤드에게 열등감을 느껴왔던 키스키스는 그걸 해소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때, 최재훈이 돌아왔다.

다시 화면에 나타난 그의 모습을 본 키스키스가 애써 웃었다.

이번은 저번 판처럼 안 된다.

그래.

방심한 저번 판처럼은 말이다.

이번 판은 확실하게 압도해서, 확실한 승리를 거두리라.

숨컷에게서나, 저 둘에게서나.

'빨리 서칭해라, 헛수작 부리지 말고… 어?'

그런데 갑자기.

검색 사이트로 들어가서 무언가를 검색하는 숨컷

퍼블팀.

'…?'

뭐하는 개수작이지?

갑자기 퍼블팀의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최재훈.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석연찮은 표정의 키스키스.

-♪♪♪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미친놈."

착신자가 누구인지는 뻔했다.

핸드폰을 귀에 댄 채, 화면을 향해 웃고 있는 최재훈.

키스키스는 그와 눈이 마주친 것 같은 착각을 무시했다.

-어, 안 받네~? 이 시간에 안 받을 리가 없는데~? 솔직히, 이거 안 받으면 지금 나 방플하면서 저격하고 있는 거라고 자백하는 거나 다름없는데~ 안 그래요 여러분?

[ㅇㅈ ㅋㅋ]

[대리충 쉑 지금 받을까 말까 고민하느라 뇌에 쥐 났을 듯 ㅋㅋ]

[걍 받아라 얼빠진 련아 다 알고 있으니까]

"쯧."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퍼블팀 대표 키스키스입니다, 뭘 도와드릴까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말 안 해도 누군지 아시죠?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에이~

최재훈이 화면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특유의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시발놈이….'

도대체 뭔 개수작을 부리려고.

키스키스는 아주 가까스로 평정을 유지했다.

"용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장난 전화가 하도 많아서요~"

-아, 용건이요. 예 뭐.

최재훈은 잠깐 동안 뜸을 들인 뒤.

생각해 두었던 말을 꺼냈다.

-얼마 받으셨어요?

"…네?"

-얼마 받았든, 그거 두 배 드릴게요.

[?????]

[아니 에반데]

[테러리스트랑 협상을 한다고?]

[숨컷아 이건 아닌 것 같다...]

[죽더라도 명예롭게 죽자]

그 말에 한껏 찌푸려져 있던 키스키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알았다며 음흉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무슨 개수작인가 했더니.

불안해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래.

지금 자신은 철저하게 우위에 있는 입장이 아니던가.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키스키스는, 자신이 불리한 입장에 있음을 전적으로 인정해버린 멍청한 남자를 농락하며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입을 열-

-한강에서 뛰어내리면요.

려던 찰나였다.

"…네?"

갑자기 태도가 바뀌어선 알 수 없는 말을 해 오는 숨컷.

-지금 당장 한강에서 뛰어내리면, 누구한테 얼마를 받았든. 그 두 배를 드릴게요. 아니면, 그쪽한테 이 일 의뢰한 사람이 누군지 지금 이 자리에서 밝히면. 치킨 사먹을 돈 정돈 드릴게요.

단번에 구겨지는 키스키스의 얼굴.

입이 간질거린다.

하지만, 대꾸해서는 안 된다.

그래선 자신이 정말로 대리라고 인정하는 꼴이니까.

-뭐? 레오레 최고의 실력을 가진 대리 기사 상시 대기 중? 큭큭큭.

아랑곳 않고 마음껏 지껄이는 숨컷.

갑자기 생뚱맞은 소릴 한다.

퍼블팀 웹사이트의 홍보 문구를 그대로 따라 읽은 거였다.

그가 웹캠에 가까이 다가온 뒤, 속삭여서 말을 이었다.

-이거, 어뷰징이랑 트롤이랑 방플 없으면 제대로 이기지도 못하는 병신들 상시 대기 중이라고, 얼마 주면 바꿀래요?

모종의 감정으로 얼굴이 붉어진 키스키스가 가까스로 평정을 연기하며 말했다.

"끊을게요."

-아, 후회하실 텐데.

"무슨 말씀이신지."

-그쪽 팀원들. 오늘 저녁 안 굶으려면, 이거라도 필요할걸?

"…?"

최재훈이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니들, 오늘 장사 조졌거든.

[어우야어우야우어우야]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빠 나죽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멋져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

키스키스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큭큭큭.

그러자 화면을 보며 웃은 최재훈이 말하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죠? 지금부터 게임 시작하겠습니다.

저 봐라.

결국 아무런 대책 없이 화나서 지껄인 것뿐이다.

키스키스가 여유를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최후에 웃는 건 자신-

-그 전에.

"응?"

-시청자 여러분. 이거 널리 널리 퍼뜨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뭘 임마]

-뭐냐면….

최재훈이 웃었다.

화면 너머의 키스키스, 대리들을 향해.

-지금부터 이벤트 진행합니다.

[이벤트?]

-네. 마스터 300점에서, 챌린저 600점까지. 지금 저랑 큐 잡히는 점수 구간 대에 있는 모든 분들이 참여 가능합니다.

저격을 당했을 경우 승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해답은 정해져 있었다.

저격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격을 어떻게 막느냐?

간단했다.

저격이 용이했던 건, 서칭을 돌리는 유저 수가 극도로 적어서였다.

그러니까.

단순히 유저 수를 늘리면 되는 일이었다.

"이벤트 이름은 일명-"

'숨컷을 저격해라'

"많은 참여 부탁드릴게요. 이벤트 상품은-"

최재훈이 이벤트를 발표하자마자.

수만 명의 시청자 중 일부, 그래도 무려 수천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그 이벤트 소식을 삽시간에.

모든 방송에.

모든 플랫폼에.

모든 커뮤니티에 실어 날랐다.

지금 현재 최재훈의 구간에서 서칭에 포함되는 유저 수는 총 500명가량이었다.

수십 분 뒤.

그 500명 중 약 수백 명이 모였다.

저격의 경쟁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열두 명 중, 한 명 성공하면 운이 좋은 편에 속하는 수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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