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18화 (115/361)

118. 드림팀

제목 : 엌ㅋㅋㅋㅋㅋㅋㅋ 타임앤드랑 포빌라 대리충듀오쉑 터지는 거 봐

내요 : 대리충 자식 둔 부모 속마냥 화끈하게 터지네 ㅋㅋ

ㄴ : ㄹㅇㅋㅋ

ㄴ : 아 ㅋㅋ 난 백수지만 그래도 대리는 안 하자너~ 우리 부모님은 운 좋은 줄 알아야 됨 ㅇㅇ

ㄴ : 너 같은 걸 아직까지 살려둔 부모를 만난 니가 운 좋은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닐까

ㄴ : 광대한 우주에서 지구에 태어난 우리야말로 진정한 행운아 아닐까?

ㄴ : 갑자기 뭔데 이 새낀

ㄴ : 그거 했으면 곱게 쳐자라

방송 진행 중엔 매 게임이 중계된다.

제목 : 야 1주일 만에 플4에서 600점 갈 수 있는 애 누구누구 있을까?

내용 : 1군프로 정도면 다 가능한가?

ㄴ : ㄴㄴ 1군 프로 중에서도 솔랭 잘 못하는 애 많음

ㄴ : 걔넨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 아님?

ㄴ : 니 말이면 1군 프로가 숨컷보다 못하다는 건데 ㅋㅋ

ㄴ : 솔랭만 놓고 보면 숨컷이 더 잘할 것 같긴 한데?

ㄴ : ㅈㄹ ㅋㅋ

ㄴ : ?? 왜 지랄임 프로 중에 타임앤드포빌라 듀오 만나서 이길 수 있는 애가 얼마나 된다고

ㄴ : ㄹㅇ; 숨컷 솔랭도르는 ㅇㅈ해야지

ㄴ : 이새기들 숨컷이 벌써 성공한 것처럼 얘기하누 ㅋㅋ

방송이 종료되면 숨컷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숨컷과 관련된 이야기가 거론되어 결국엔 또 그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방송이 켜질 때까지.

그리고 방송이 재개되면, 다시 또 중계로.

숨컷의 챌린저 도전이 본격화 되고 지난 며칠간.

커뮤니티에선 하루 종일.

말 그대로, 한 시도 끊이지 않고 숨컷이 언급되고 있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무리 흥미롭고 자극적인 이야깃거리, 그러니까 떡밥이라도 결국엔 한계가 있다.

계속 흥미롭고 계속 자극적이여서 계속 관심을 끌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숨컷은 그러고 있었다.

숨컷이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방송하는 기행으로 끊임없이 장작을 넣어주는 덕이기도 했지만.

숨컷 외에도 그렇게 장시간 방송을 하는 이들은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숨컷 같이 언급되지 않는다.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분명한 사실은.

숨컷은 지금 이례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재훈의 미션 6일차 방송을, 점수 460점으로 마감하자.

그 이례적인 관심은 정점에 달했다.

지난 며칠간 갤러리를 뜨겁게 달구었던 대장정의 막바지이기도 했고.

460점이라는 점수, 성공 가능성을 명확히 시사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제목 : 야 근데 그마겜에서 거의 매판마다 타임앤드랑 포빌라 듀오한테 저격 당하는데

내용 : 이거 겜 난이도만 놓고 보면 거의 챌 천점급에서 캐리하기 아니냐?

ㄴ : 그것보다 힘들걸

ㄴ : ㄹㅇ 저 두 새끼 양학의 신이자너

ㄴ : 농담 아니고 진짜 챌 천점 게임 이기는 것보다 지금 점수대에서 저 두새끼한테 저격당해서 이기는 게 더 힘들 듯

그렇다.

그 460점이, 타임 앤드와 포빌라의 듀오를 이겨내고 도달한 점수였기 때문이다.

최재훈이 도전하는 미션은 안 그래도 도전자가 어그로꾼, 관종 따위로 치부되는 '절대불가'급의 난이도를 갖고 있었는데.

거기에 대리 업계 1, 2인자의 밀착 저격이라는 이론상 최악의 방해가 더해져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ㄴ : 그런데도 성공하려고 하네 ㄷㄷ 정신 나갔다 진짜

그런데도 성공 가능성을 시사했기에.

숨컷의 방송 종료 당시.

그에 대한 관심이 갤러리의 총 관심 70%를 차지하는 엄청난 기염을 통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볼 수 있었다.

'이 기세면 6일이나 5일 안에 성공할 수 있겠는데?'

그렇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업적의 격을 몇 단계 상승시키길 꾀했던 최재훈의 시도는.

포빌라와 타임 앤드의 듀오 저격으로 인해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포빌라와 타임 앤드의 듀오 저격을 이겨내고 7일 만에 성공은.

6일 성공 보다, 심지어는 5일 성공보다도 높은 격의 업적이었다.

성공만 한다면.

포빌라와 타임 앤드의 저격은 오히려 최재훈에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는 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론에 따르면, 그건 이미 반쯤은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이는-

<시청자 2, 141>

숨컷이 최고 기록을 갱신한 오늘, 최저 기록을 갱신한 김경훈을 미치고 팔짝 뛰게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실이었다.

"그거, 아군으로 걸렸을 때. 도대체 왜 닷지하는 거예요? 그냥 트롤하면 되는 거잖아요."

최재훈이 방송을 종료한 직후.

김경훈은 곧바로 타임앤드에게 전화를 걸어 조바심 가득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청자 수만 명이 보고 있는데 저격을 하다가 아군으로 트롤을 하면. 바로 정지당할 겁니다.

"하… 그러면, 제가 알기로 타임앤드 님은 대리할 때 방플 안 하는 걸로 아는데. 설마, 아니죠? 지금 같이 중요한 상황에선?"

-…맞습니다.

"맞다뇨? 뭐가요?"

-방플, 안 하고 있습니다."

"말이 돼!?"

털털하고 수더분한 김경훈.

그게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김경훈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어디까지나 방송을 위한 연기로.

실제 김경훈은 그와 완벽하게 반대되는 모습의 보유자였다.

도도하고 까칠하며 거만하다.

그게 김경훈의 진짜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여유를 잃고 평정이 무너져 흥분하여 고함을 지르는 모습은.

평소 그에게서 보기 아주 힘든 모습이었다.

"뭐! 왜! 왜 안 하는 건데!?"

-…전 제 실력으로만 일합니다.

"하! 뭐? 실력으로만 한다고? 하! 어이가 없어서. 그래. 그 잘난 실력으로만 해서 지금 어떻게 됐지?"

-….

"대리나 하는 주제 되도 않는 자존심 챙기느라 어떻게 됐냐고!!!"

모멸의 감정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쏘아붙인다.

그에 타임 앤드는 덤덤하게 말할 뿐이었다.

-아직입니다.

"뭐!?"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실패하지도 않았고요.

"…."

보통, 한 쪽이 흥분하면 다른 한 쪽도 덩달아 흥분하기 마련.

헌데, 타임 앤드는 되려 김경훈을 침착하게 만들었다.

위기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자신감!

때문은 아니었고.

김경훈이 원래 감정을 다스리는 데 익숙한, 냉정한 성격의 보유자였기 때문이다.

이성을 잃을 정도의 분노도 한바탕 쏟아내면 다스릴 수 있을 정도로.

"알겠어요. 그러면, 한 번 더 믿어도 되는 거죠?"

-예.

"되도 않는 자존심 챙기느라 일 그르치지 않을 거라고, 믿어도 되는 거죠?"

-…걱정 마시길.

뚝-

그렇게 통화가 종료된 핸드폰을.

김경훈은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걱정 말라니.

그가 느끼기에 타임 앤드는 분명 유능하지만, 자부심이 너무 강했다.

'대리 주제.'

아마도 저 걱정 말라는 말은 김경훈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을 확률이 높다.

되도 않는 자존심 챙기느라 일을 그르쳐선 안 되는 건 타임 앤드뿐만이 아니었다.

김경훈은 다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 대상은, 적어도 타임 앤드는 아니었다.

* * *

-뭐래요?

타임 앤드의 통화가 끝나는 동시에 음성 채팅 프로그램으로 연결된 포빌라가 물어왔다.

"제대로 깨졌어."

-아이고야. 그래서요?

"뭐가?"

-뭐 어쩌겠대요?

"일단, 계속 해보긴 하래."

-휴, 다행이네요. 그리고요?

"그리고라니?"

-언니 말하는 거 들어 보니까, 그 사람이 그냥 '화이팅~'하고 말았을 것 같진 않은데요.

이미 뭔가 짚이는 바가 있나보다.

그 말이 나올 때까지 캐묻는 걸 멈추지 않겠지.

날카로운 년.

타임 앤드는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지금부터는 꼭 방플하랜다."

말하기 싫었다.

-오? 나이스~ 그렇지. 그래야지.

이렇게 냅다 달가워할 줄 알았으니까.

포빌라는 타임 앤드와 같은 나름대로의 철학이라고 해야 할까, 고집이라해야 할까.

아무튼 그게 없었다.

대리를 할 때 순수히 자신의 실력으로 일을 성사시키길 원하는 타임 앤드와 달리.

포빌라는 대리를 할 때 어뷰징을 하든 방플을 하든.

그저 이기면, 돈을 벌면 장땡이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식이었다.

-아 혹시나 해서 묻는데. 언니, 클라이언트 말인데, 당연히 들으실 거죠?

안 그래도 타임 앤드의 방식을 따르느라 방플을 못해서 능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불만이었는데.

클라이언트인 김경훈이 그렇게 말해 주니, 포빌라로선 쌍수 들고 환영할 상황이었다.

"아니."

-네?????

"난 그렇게 안 해."

-아니, 클라이언트가 그렇게 하라는데요?

"성공하면 해결되는 이야기야."

-아니, 하~ 아니 진짜~~~

듣는 것만으로도 답답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손바닥으로 머리를 휘젓는 모습이 절로 연상되는 소리였다.

-아니, 솔직히 언니.

"뭐."

-존나 자존심 상하는데, 솔직히 인정합시다. 그 남자, 꽤 하는 거.

"꽤 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우리보다 잘하는데?"

-아니, 그건 아니죠~

"아니면, 우리 왜 지금 이렇게 힘들어 하고 있는 건데?"

-삼피 그년이 도와주잖아요.

"너 삼피, 걔보다 못해?"

-아니, 너무하시네. 그 뇌없페랑 저를 비교해요?

"그런데?"

-네?"

"비교당하기도 싫은 뇌없페가 도와주는데, 뭐가 문제냐고.

-….

"그 사람 데려와 봐야 어차피 2:2인데, 우리 지금 지고 있잖아. 인정해. 그 남자, 우리보다 훨씬 잘해."

타임 앤드와 달리, 포빌라는 '남자'가 자신보다 잘하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뭐,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언니도 그러잖아요. 그 사람이 우리보다 잘한다고. 그러면서 이 일 어떻게 성공시키게요?

"노력해야지."

-아니!!! 아!!! 그래요, 노력해요! 그런데도 안 되면요?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어요!? 아니, 언니! 이 일, 얼마짜린지 아시잖아요!?

"어쩌겠어. 능력만큼 버는 거야."

-와!!! 미치겠다, 진짜.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뭐 이런 미련한 인간이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그 미련한 부분은 포빌라가 존경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내, 포빌라가 앓는 소릴 냈다.

-언니, 저 진짜 이 돈 필요하단 말이에요.

타임앤드의 철옹성 같이 단호하던 표정이 드디어 깨졌다.

"왜, 무슨 일인데."

아끼는 동생에게 가족의 병원비 같이 심각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한 건 아닐까.

걱정이-

-제가 하는 게임 알죠?

"…?"

-단풍 이야기. 거기에 제가 기다리던 아이템 매물로 올라왔는데, 그거 사려면 돈 필요하단 말이에요. 3천만 원짜리라. 돈 개 후달려요.

"…병신."

결국, 방플이 허용되는 일은 없었다.

일단은 말이다.

"…."

포빌라가 옆의 모니터 화면을.

종료된 숨컷의 방송이 표시되어 있는 그 화면을, 말없이 응시했다.

* * *

여자는 계단을 올라 문 앞에 섰다.

"…."

그리곤 멍하니 문을 바라보았다.

수상하기 그지 없는 모습이었지만.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그 수상함은 다소 경감된다.

하지만.

결국엔 정도를 넘어서 버린다.

문의 손잡이를 애무하듯이 쓰다듬음으로써.

아무것도 안 보일 걸 알면서도, 현관문의 외시경을 들여다봄으로써.

다시 손잡이로 돌아와, 거기에 얼굴을 갖다 비빔으로써.

그렇게 한참을 만끽한 뒤.

그녀는 계단을 내려갔다.

* * *

마침내 찾아온 7일 차의 아침.

도전 마지막 날.

잠에서 깨어나 커텐에게 중지를 열여덟 발정도 날린 최재훈은 곧바로 준비를 마치고 조깅구빱목욕 루틴을 위해 문을 나섰다.

덜컥-

"어?"

그러자 문에 무언가가 걸린다.

'마카스?'

자양강장제 선물 세트였다.

최재훈은 고갤 갸웃거렸다.

자양강장제 선물 세트가 고갤 갸웃거릴 만큼 특이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대뜸 현관 문 앞에 놓여져 있는 자양강장제는 이야기가 다르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최재훈은 혹시나 싶어 핸드폰을 확인한다.

[야]

[자냐]

[야]

[아직도 자냐]

[야]

[언제 시작해]

제나 웨스트에게 [지금 인났음]이라고 답장을 보낸 뒤-

"아."

[재훈 씨 마카스 직접 드릴까 했는데 아직 주무시고 계실까봐 문 앞에 두고 가요]

[오늘 미션 마지막 그거 드시고 힘내서 화이팅!!!]

[(화이팅하는 귀여운 강아지 이모티콘)]

[화이팅!]

[아참, 저 조깅 따로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확인한 권지현의 문자.

최재훈이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선물세트를 들여놓은 뒤 답장을 보냈다.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는 슬픈 고양이 이모티콘)]

[지현 씨도 좋은 하루 되세요!]

그리곤 방송을 켰다.

[숨컷ON숨컷ON숨컷ON숨컷ON숨컷ON숨컷ON숨컷ON숨컷ON숨컷ON숨컷ON숨컷ON]

[머선129머선129머선129머선129머선129머선129머선129머선129머선129머선129]

[조깅 가즈아]

[님들 숨컷 조깅할 때 눈 감고 소리에만 귀기울여 보셈 개 꼴림]

[옆방에서 들리는 부모님 통곡소리엔 도대체 언제 귀기울여 줄 건가요]

곧바로 몰려들어서 단번에 네 자릿수에 도달하는 시청자 수.

[미션 마지막날인데 기분 어떰?]

그 채팅을 본 최재훈이 화면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뻐킹 낫 배드."

* * *

"하, 새끼들. 부지런하기도 하다."

최재훈은 첫 번째 판부터 만난 타임 앤드와 포빌라 듀오를 발견하곤 진절머리를 쳤다.

'도대체 왜 저 지랄인지.'

새삼 궁금했다.

저 정도 실력을 가진 대리 듀오라면 시간이 돈.

대리를 하면 돈을 쓸어모을 텐데, 그러는 대신에 자신을 저격하고 자빠진 이유가.

'나 미션 실패해서 방송 접게 만드려는 놈이 저격이라도 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영문을 모르겠어서 그런 피해망상적인, 멍청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뭐, 그래도.'

이젠 상관없다.

저 지랄도 오늘이 마지막일 테고.

무엇보다, 삼피를 영입한 뒤로 저 듀오는 더 이상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10판 만나면 5번 이기고 5번 지던 게.

10판 만나면 7번 이기고 3번 질 정도가 되었다.

'어디보자, 오늘 시간이….'

한 판에 소요되는 시간 평균 30분.

미션이 끝나기 까지 대략 30판정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올려야 하는 점수는 140점.

+1승에 16점 가량이 오르니까, 필요한 건 약 +10승.

30판 전부 저격을 당한다 해도 21승 9패, +12승.

<승리!>

충분하다.

-아, 쉽다 쉬워.

삼피의 목소리에 담긴 그 거만함의 정도가, 승리로 시작을 알린 지금 둘의 기세를 나타냈다.

[캬 ㅋㅋ]

[뇌없페쉑 ㅋㅋ 겜은 숨컷이 다 했는데 지가 쉽노]

[ㄹㅇ ㅋㅋ]

[근데 잘하긴 했어 ㅋㅋ]

"맞아, 삼피 잘했어."

-어, 어? 뭐야, 갑자기.

"아니, 시청자들이 뭐라길래."

-아….

잠깐의 머쓱한 분위기.

-야.

평정을 되찾은 삼피가 말을 이었다.

"응?"

-너 이거 미션, 끝나고 어쩔 거야.

"어쩌다니, 뭘."

-내가 이렇게 도와줬는데, 뭐 해줄 거냐고.

"그러면 너는?"

-뭐?

"이거 사실상, 내가 널 도와준 거잖아."

-…뭔 개소리야 그건.

"기억 안 나? 이거 실패하면 너도 같이 방송 접었어야 됐잖아."

-아니, 미친놈아. 니 멋대로 정해 놓고 뭔.

"하, 알겠어 임마. 뭐. 내가 뭐 해줬으면 하는데."

-…어?

"니가 해달라는 거 해줄 테니까, 생각해 둬."

정말로 기분이 좋아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진지하게 말하는 최재훈.

그는 알지 못했다.

이 세계에서 자신 같은 남자가 진지하게 그런 표정으로, 진지하게 그런 말을 하면 다른 사람에게, 주로 이성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

삼피의 말문이 막히는 건 물론이며, 채팅창조차 잠깐 멈출 정도였다.

둥!

<게임을 수락하시겠습니까?>

때마침 서칭되는 게임이 분위기를 풀어준다.

[이번엔 없누 ㅋㅋ]

[무난하겠네]

이번엔 보이지 않은 저격 듀오.

최재훈이 캠을 향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쉬어가는 판이네요. 다들 벌써 보이지 않나요? 지지지직~ 넥서스가 금이 간 다음, 펑 하고 터지더니 떠오르는-"

* * *

창을 보며, 최재훈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승리>

인데도 말이다.

저격 듀오.

타임 앤드와 포빌라 듀오가 없는 게임이었다.

그러니까, 대리가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었다.

적어도 최재훈은 그렇게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그는 격렬한 이질감을 느꼈다.

그러는 와중에 세 번째 게임이 서칭되고, 시작된다.

적팀의 탑, 포빌라.

적팀의 정글, 타임 앤드.

새삼 놀라울 것도 없었다.

그런데 다음으로 적팀의 미드, 서포터, 원딜.

전판의 멤버가 그대로 있는 걸 확인한 최재훈이 아연실색해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시발, 설마."

그 설마였다.

레오레 역사상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드 없을 전설적인 5인 저격이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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