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16화 (113/361)

116. 눈에는 눈 듀오에는 듀오

게임도 그렇고, 방송도 그렇고.

그 어느 쪽에서도, 최재훈의 기세는 꺾이지 않을 듯했다.

자존심에 취한 최재훈은 그 누구보다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ㅁㅊ ㅋㅋ 적팀에 타임앤드 또 잡혔네]

[아니 쟤 머임? ㅋㅋ 설마 숨컷 저격이라도 하는 건가?]

[저격이 타임앤드 ㅋㅋ]

[클라스 보소 ㄷㄷ]

[스토커가 랭킹 6위 ㄷㄷ]

그런 상황에서 성사되는 타임 앤드와의 세 번째 승부.

타임 앤드는 최재훈에게 위협적인 상대가 못 됐다.

오늘 만나기 훨씬 전부터 그러했다.

'예전'에, 타임 앤드가 최재훈에게 잘못 걸려 며칠간 장사를 공치곤 조공을 바쳐 자비를 구한 일은 레오레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유명해봤자 이세계인 이 세계에 알려질 정도는 아니었다.

[칼 갈았나보네]

[아무리 그래도 3연승은 힘들지 않겠누]

[삼고초려는 ㅇㅈ이지;;]

타임 앤드의 명성은 2연패 정도로 지워지는 게 아니었다.

시청자들에게 숨컷과 타임 앤드의 승부는 여전히 흥미진진한 듯했다.

자신에겐 '어차피 이길 게임'을, '흥미진진한 게임'으로 받아들여 준다.

방송을 하는 최재훈의 입장으로선 반가운 일이었다.

그가 상황을 이용해 분위기를 살리려 멘트를 치려던 찰나-

[어 적팀 탑 머임?]

[설마 걘가?]

이상이 하나 더 포착된다.

적팀의 탑 챔피언.

거대한 양날도끼를 사용하는 양단의 살육자, '대리우스'.

탑의 터줏대감 중 하나로서, 그렇게 특이한 픽은 아니었다.

[닉네임 : 4빌라]

하지만 그 닉네임이 붙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ㅁㅊ 저거 진짜 포빌라였네]

포빌라.

타임 앤드 다음 가는 걸로 유명한 대리 기사였다.

그러니까, 대리 업계의 2인자인 것이다.

대리 업계 1인자와 2인자.

솔로 랭크 게임 랭킹 6위와, 14위.

심지어 양학에 특화된 플레이를 가진 그 둘을.

그들에게 있어서 '양민'인 마스터 네 명을 끼고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ㅋㅋ삼고초려가 아니라 삼고빔이었누;]

[삼가 고인의 명복을 액션 빔니다]

안 된다.

이 판은 졌다.

그런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구태여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백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재훈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감에 취한 최재훈의 생각은 말이다.

그는 근엄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또 만났군, 똥대리충 놈들. 이번엔 두 마리나! 자 그러면, 그대들. 이번에도 미션을 걸겠는가?"

-부먹하다뺨맞는숨컷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기면 5만원 지면 엉덩이로 이름 쓰기 ㄱ?

-숨컷사랑개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기면 50만원 지면 일 주일 동안 말 끝에 '냥' 붙이기 ㄱㄱ?

-호날두헵시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숨컷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기면 10만원 지면 일 주일 동안 말 끝에 '데스' 붙이기ㄱ?

-롯데월드범퍼카보험사숨컷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기면 만원 지면 일 주일 동안 말 끝에 '해' 붙이기 ㄱ?

-데일리베스트레벨99숨컷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기면 20만원 지면 일 주일 동안 말 끝에 이기야 붙이기 ㄱ?

절대로 불가능하다 여겨지는 만큼.

엄청난 액수의 미션이 쏟아진다.

"모든 미션을 받아들이지. 자 그러면-"

[아니 말투좀 ㅅㅂ아]

[말투 원래대로 안 되돌리면 바지에 똥쌈]

최재훈은 근엄함을 캠을 향해 손짓했다.

"지금 바로 입금들 하거라."

[???]

[드디어 정신이 나가 버린 것인가?]

[ㄹㅇ 말투도 그렇고 뇌에 ㄹㅇ 문제 생긴 거였누]

[먼 소리임?]

"뭔 소리냐 하면은-"

그가 자신감 넘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짐이 이길 것이기 때문이다."

[ㅁㅊ]

[ㅓㅜㅑ]

[오빠 나죽어]

[말투 시발아!!!!!!!!!!]

여성의 입장에서 여전히 말투는 시발!!!!!!! 지만,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그 미소에.

시청자들이 속절없이 마음을 빼앗긴다.

찰랑!

찰랑!

찰랑!

찰랑!

자신을 믿고 주저 없이 미션금을 쾌척하는 시청자들.

그리고 최재훈.

-지지직!

-펑!

잠시 뒤, 게임이 끝나자.

그는 근엄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 그대로인 채.

시청자들을 향해 위풍당당하게 선언했다.

"까비."

화면엔 <패배> 창이 떠올라 있었다.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혼자서 대리 기사 1, 2위 듀오를 감당하는 건 미션을 받아들이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큰 일이었다.

[아니 미친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까비는 ^^ㅣ발 ㅋㅋ]

[자신있게 미션금 선입금 하라며 ㅋㅋㅋ]

[이거 완전 얼빠진 롬 아니야]

쏟아지는 원성.

최재훈은 이번에도 근엄하고 자신감 넘치며 또 위풍당당하게 말한다.

"정글 차이."

[니가 그래도 이긴다며 시발 ㅋㅋㅋㅋ]

[당당한거봐 ^^ㅣ발]

[개패고싶네]

[어디살아 ^^ㅣ발아]

-롯데월드범퍼카보험사숨컷 님이 1, 000원을 후원헀습니다.

=알겠으니까 ㅋㅋ 거 숨씨 미션금이나 환불해 주쇼.

최재훈은 이번에도 근엄하고 자신감 넘치며 또 위풍당당하게 말한다.

"에바."

-숨컷사랑개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말 끝에 냥 붙여야죠.

"에바다 냥."

-호날두헵시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숨컷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냥만? 빠트린 거 많지 않음?

"에바다 냥 데스 해 멍멍 스키 이기야."

-데일리베스트레벨99숨컷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야;; 이기야는 안 붙여도 됨 농담이었음

"고맙다 냥 데스 해 멍멍 스키."

* * *

예정대로였다면 300점에서 마감했어야 할 도전 3일 차.

최재훈은 잠들기 직전까지 빡빡하게 게임을 진행했음에도, 그에 못 미치는 마스터 170점으로 마감했다.

듀오와 만나서 지고 이기고를 반복하며 판수를 낭비한 게 컸다.

그리고 4일 차.

270점.

5일 차.

340점.

타임 앤드의 듀오 저격이 시작된 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최재훈의 게임 기세는 눈에 띄게 꺾였다.

그에 따라 그의 방송의 기세 또한 자연스럽게-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방송은 기세를 더해갔다.

타임 앤드 포빌라 듀오에게 저격당해서 지고 이기고를 반복한다.

그걸 수치화하자면, 승률 50%.

그 수치를 수식하는 말은 '겨우'가 아닌 '무려'였다.

혼자서 대리 업계 1, 2인자를 상대로 대등하게 상대한다.

이는 말도 안 되는 분전이었다.

활약이었다.

업적이었다.

5일차에서 최재훈의 방송은-

최대 시청자 수, 2만 대에.

최고 순위 BEST2를 찍는 기염을 토한다.

최재훈의 방송은 매 순간마다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5일차에 340점.

미션의 진행 속도가 너무 더뎠기 때문이다.

타임 앤드 포빌라의 듀오 저격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최재훈의 미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던 시청자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선 그 성공 가능성에 의심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야 괜찮은 거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데;;;]

[얘 다크서클 낀 거봐;;;]

[아니 ㅠㅠ 어떡하냐 힘내라]

허나 그 의심을 제기하는 방식은 미션을 막 시작했을 때완 확연히 달랐다.

미션 초기.

시청자들은 비난과 무관심으로서 의심을 제기했다.

허나 지금.

시청자들은 우려와 격려로서 의심을 제기한다.

지난 며칠 사이.

최재훈은 어엿한 리치TV의 스트리머로서 자리잡은 것이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시청자 수는 크게 차이 안 나지만.

진정한 시청자수, 그의 팬의 수는 큰 변화가 있었다.

최소 수천 명 이상이 팬으로서 그를 응원 중이었다.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에 최재훈은 뿌듯하면서도, 지친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이었다.

"걱정해주셔서 고맙 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 습니다."

최재훈이 스스로 느끼기에도, 자신의 미션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고민하던 그에게 들려오는 소리.

찰랑.

-숨컷사랑개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거 저 정신병자 대리충 듀오 새끼들 계속 저격하는데, 솔직히 이건 숨컷도 듀오 해도 되는 거 ㅇㅈ 아님?

[어림도 없는 소리 ㅋㅋ]

[솔랭인데 듀오로 한다? 쌉레즈]

[그럴 거면 미션 때려 치셈 걍 ㅋㅋ]

며칠 전이었으면 그런 반응이 돌아왔을 것이다.

[ㅇㅈ이지]

[ㅇㅇ 이건 착한 듀오 인정한다 숨컷아]

[우리도 듀오 구해서 같이 올리자]

허나 지금은 그런 반응이 돌아온다.

"듀오 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요?"

[아니 얘 말버릇좀 어케 해바]

[아니 저건 자업자득이잖아 ㅋㅋ]

[ㄹㅇ ㅋㅋ 누가 ㅅㅂ 돈독 올라서 미션 하래?]

[ㅇㅇ 듀오 시청자들 다 인정하는 분위기니까]

이 분위기면 시청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최재훈은 고갤 끄덕였다.

"시발 그 말만을 존나게 기다리고 있었어 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요."

[그런데 누구랑 듀오하게?]

[듀오 할 만한 애 있음?]

듀오를 한다고 결정했으니 이제 문제는 누구와 듀오를 하는가였다.

타임 앤드 포빌라 듀오에게 패배하는 경우.

정글인 타임 앤드의 중점적인 탑 공략에 아군 탑이 무너져, 상대 탑인 포빌라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여 왕귀를 하는 경우였다.

그러니까.

현 상황을 해결하려면, 탑의 역할이 중요했다.

포빌라와 타임 앤드의 협공을 견뎌낼 수 있는 탑 라이너.

최재훈이 알기로 몇몇 있었으나, 그의 롤 인맥은 이 세계로 전이됨으로써 초기화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지금 그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첫 번째 선택지.

[페카쉑 ㄱ?]

[이건 페카다 ㅇㅇ]

바로 페카였다.

내로라 하는 1군 프로팀들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는.

프로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아마추어에선 명실공히 최강이며, 프로의 범주 안에 들어도 상위권에 속하는 탑라이너.

실력만 놓고 보자면 최선의 선택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가 애매하단 말이 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지….'

이번 일은 굳이 따지자면 리치TV에서의 이벤트라 할 수 있었다.

그런 이벤트와 관련해서, 옐로우TV PD인 그녀에게 며칠간 하루에 최소 12시간씩 듀오를 해 달라 부탁하기엔.

둘의 사이는 너무 애매했다.

결국 두 번째 선택지를 고를 수밖에 없었던 최재훈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뭐야, 니 방송 중 아니야?

시큰둥한 목소리의 주인.

[엌ㅋㅋ 삼피]

[여기서 삼피가 나오네 ㅋㅋㅋㅋ]

[뇌없페쉑 ㅋㅋ]

[아니 페카 아니면 삼피 ㅋㅋ 탑신병자들 상태 실화냐?]

[ㄹㅇ; 정상이 없고 하나같이 싸패네]

제나 웨스트였다.

"예, 지금 방송 중인데. 통화 가능하세 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요?"

-왓더퍽. 뭐라는 거야.

"통화 가능하시냐구 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요."

-아니, 그 스튜핏 같은 말투 좀 어떻게 해보지?

"미션 벌칙이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라…."

-하, 별 멍청한… 알겠으니까 용건이나 말해 봐.

"삼피 씨, 저랑 듀오좀 합시다."

그러자.

-하.

특유의 비웃는 표정이 연상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듀오? 내가? 너랑? 왜? 왜 그래야 하는데?

"싫음 말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구."

뚜-

그렇게 통화가 끊긴 핸드폰.

=텔미 해뷰 씬 더 마버러스 브래드 피쒸~

곧바로 다시 울린다.

"여보세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요?"

-뭐 하자는 거야.

"뭐가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요?"

-니가 말 꺼내 놓고, 그따구로 전화를 끊으면.

"싫으시다길래, 다른 분한테 부탁 할라했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죠."

-아니, 내가 언제 싫다 했어.

"그럼 뭐라 한 건데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요?"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서 부탁해 봐라~ 이거지.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서라.

최재훈이 속으로 목소릴 가다듬은 뒤 말했다.

"삼피 씨, 저랑 듀오해 주실래요?"

중저음으로 부드럽게 깔리는 아주 진중한 목소리로.

평소의 장난기 섞인 높은 톤의 목소리와 똑같은 곳에서 나오는 거라 상상도 할 수 없는 목소리.

그렇기에,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어….

그 제나를 쑥맥으로 만들어버릴 정도였다.

[ㅁㅊ]

[ㅗㅜㅑ]

[목소리 뭔데]

[갭모에 ㄷㄷ]

[평소에도 좀 이렇게 말하지]

[면상, 목소리 낭비 권위자 ㄷㄷ]

"삼피 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씨?"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평소의 정신 나간 목소리에, 삼피도 정신을 차린다.

-어? 응. 오케이. 알았어. 해줄게, 듀오.

"오케이! 감사합니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다!"

-그래서 뭐. 언제, 몇 판.

"지금부터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요."

-어?

"지금부터, 앞으로 2일 동안 하루에 최소 16시간 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씩이요."

-…어?

"그때 제가 레오레 알려준다 했었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죠?"

-…어.

"단기 속성으로 조져드리겠습니냥 데스 해 멍멍 스키 메에 맴맴 힝빵낑꿍깡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