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10화 (107/361)

110. 챌린저

대한민국 레오레 프로 리그 1군 팀, BAY의 정글러이자.

대한민국 3대 정글 안에 꼽히는 '머그컵'

그녀는 리치TV의 스트리머이기도 했다.

프로 안에서.

그러니까, 전체를 통틀어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정글러.

그런 그녀는 당연히 리치TV의 최고의 실력자-

가, 아니었다.

무려 그 '페이스'도 리치TV의 스트리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려 그 '페이스'다.

규격 외로 치는 게 맞다.

하물며 절망적인 방송 주기로 유명하다.

1달에 한 번 켜면 많이 켜는 수준.

때문에 실질적인 리치TV 최고의 실력자는 그녀, 머그컵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팬들은 그녀를.

선수석에 앉아 있는 그녀를 그렇게 표현하곤 했다.

'육상 선수가 왜 저기 앉아 있음?'

태닝으로 만들어진 구릿빛 피부와 숏컷이 잘 어울리는 생기발랄한 매력의 넘치는 미녀.

승부욕으로 반짝거리는 눈.

거기에 "코치님!" "감독님!" "애들아!"하면서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싹싹하고 붙임성 좋은 태도 덕분에 형성된 편견, 혹은 캐릭터였다.

그녀는 육상부 부실에 들어가면 운동화 끈을 매다 말고 벌떡 일어나서 배시시 웃으며 고갤 꾸벅 숙이곤 "오셨슴까, 선배님!" 라고 말할 듯한 인상을 주는 캐릭터였다.

실제로.

그녀는 학창시절 운동부였다.

합니다가, 함다로.

그렇습니까? 가, 그렇슴까로 들리는 특유의 다나까 말투도.

그때 밴 것이다.

"뭐야? 적팀 미드 그분 부캐잖아? 이야~ 이판 재밌겠슴다?"

그녀는 프로치곤 방송을 자주 하는 편에 속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방송을 진행중이던 그런 그녀의 눈에 어떤 채팅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부터 리치TV와 레오레 커뮤니티에서 간헐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주제를 언급하는 채팅이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레오레 커뮤니티를 한 번이라도 접속했으면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머그컵은 몰랐다.

레오레 커뮤니티에 접속하지 않았으니까.

레오레 커뮤니티엔 프로에 관해서 별의별 이야기가 다 나돈다.

그러니까, 프로가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자신에 관한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멘탈과 관련하여 대부분 안 좋게 작용한다.

커뮤니티는 무려 그 '페이스'에게조차 가혹하다.

페이스니까 가혹하다 해야 하나?

어찌 됐든, 그런 페이스조차도 안 좋은 이야기를 듣는 데가 커뮤니틴데.

다른 프로들은 오죽할까.

때문엔 팀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그들에게 커뮤니티 비접속을 장려했다.

장려.

강요는 아니다.

관심은 마약만큼이나 강력하다는 말이 있다.

한 번 맛 보면 끊기가 힘들다.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는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 걸 알면서도 관심 맛을 보기 위해 그러한 장려를 무시하고 커뮤니티로 향하곤 했다.

머그컵에 관해선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생긴 대로 논다는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감독님 말씀인데 들어야지 않겠슴까!"

라는 생각을 그대로 실천하는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머그컵님 1주일 안에 200점에서 600점 가능한가요?]

커뮤니티를 한 번이라도 접속했으면 모를 수가 없는 주제에 그렇게 답한다.

"어제부터 저 질문이 많이 보이던데. 뭐지? 무슨 일이라도 있슴까?"

[어떤 스트리머분이 방송+레오레 인생 걸고 도전한다 하셔서]

[숨컷 이야긴가]

[숨컷 방송 왜 안키냐고~~~~~~~~~~~~~]

[지금 켰는데?]

[(초등학생이 입 앙물고 주먹질 하려는 이모티콘) 개수작 부리지 마라 팔로우 상탠데 알람 안 왔으니까]

[걔 지금 은신 당함 ㅋ]

[(서양인이 깜짝 놀라는 이모티콘) ㄹㅇ?]

[아니 먼 첫날부터 은신을 ㅋㅋ]

[그럼 숨컷 보러 가야겠네 ㅇㅇ]

[ㄹㅇ ㅋㅋ 땀냄새나는 머그컵쉑 방송보단 숨컷 방송이지]

현재 무려 2만 명의 시청자가 사용하고 있어, 엄청난 속도로 갱신되는 채팅창.

그런 채팅창에서 '숨컷'이라는 단어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2만 명 중 실질적으로 채팅을 치는 수천 명 중, 최소 10%인 수백 명은 그 단어에 반응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커뮤니티 내에서 그에 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모든 종류의 시청자를 수용하는 그녀의 방송은, 커뮤니티의 축소 버전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런 방송의 채팅방에서 10%의 지분.

커뮤니티에서 총 관심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봐도 무방했다.

10%

얼핏 보면 '겨우'라 할 수 있는 수치다.

허나.

수천 명의 방송인이 존재하는 플랫폼의 커뮤니티다.

그 수천 명이 나눠가져야 할 관심의 10%를 독차지하는 거다.

어지간한 대기업 수준이다.

어제 막 얼굴을 알리고, 오늘 막 동시송출을 시작한 뉴비 주제 말이다.

현재 커뮤니티 내에서 그는 단연코 가장 핫한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시청자는 2천에 못 미친다.

관심이 간다고 모두가 시청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

그럼에도 그는 분명 현재 커뮤니티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하나였다.

'숨컷?'

하지만, 머그컵은 커뮤니티를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숨컷을 알고 있었다.

모든 프로팀이 눈독 들이는, 아마추어 최강급 플레이어 페카.

남자면서 그런 그녀를 상대로 두 번이나 게임을 캐리해버리는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른 플레이어.

그게 머그컵이 팀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 들어 알고 있는 숨컷이었다.

어디서 방송하는지.

게임 점수는 얼만지.

어떻게 생겼는지.

그런 세부사항은 커뮤니티에서 직접 글을 보지 않아 모르는 그녀였다.

흥미가 동한다.

"숨컷 그분이 200점에서 마스터600점까지 1주일 만에 가신대요? 아니, 잠깐. 그분이 겨우 마스터 200점이라고요?"

[겨우?]

[남자가 마스터 200점이면 ㅈㄴ 높은거 아닌가?]

[아 ㅋㅋ 머그컵쉑 3대 정글이라고 일반인 멸시하네]

[이게 그 성인지 감수성 결여인가 뭔가냐?]

[머그컵 日 : 빨래하고 설거지할 시간에 게임해서 겨우 마스터200점 밖에 못 찍었느냐?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거라]

ㄴ채팅 관리자에 의해 강제퇴장 당하여 삭제된 채팅입니다.

"아이 참~ 제가 그런 의미로 한 말 아닌 거 알잖슴까~"

[아이참 ㅋㅋ]

[아이참 VS 어른안참]

[저새끼 강퇴좀]

[뭘 알아]

[모르는디?]

짓궂은 시청자들의 반응에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말을 잇는다.

"모름까? 그분 페카님 이겼잖슴까. 보니까, 페카님 빡겜 하셨다고 들었슴다? 빡겜하는 페카님 이긴 분이 마스터 200점인 거면 이상한 거 맞쥥~ 안 그렇슴까?"

[ㄹㅇ ㅋㅋ]

[글킨해 ㅋㅋ]

[아니근데 얘 말투 첨 듣는데 ㄹㅇ ㅋㅋ]

[중독성 쩜다]

[군대 생각나게 하네 ㅅㅂ]

[얘 군필임?]

[챌린저라서 군대 면제받음]

[챌린저가 면제사유면 아이언이랑 브론즈도 면제사유 아니냐?]

[ㄹㅇ ㅋㅋ 최소 공익각이지]

[아니 그래서 가능하냐고 불가능하냐고]

"1주일 만에 200점에서 600점임까? 저는 가능할 것 같슴다?"

지체 없이.

고민 없이.

무난하게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재훈과 같았다

[캬 ㄷㄷ 클라스]

[ㄹㅇ 머그컵이면 그정돈 누워서 쌉가능이지]

[누워서 쌉가능은 또 뭐야]

[누워서 하는게 국룰이긴 해]

[니는 가능하다고, 아니면 니 생각엔 가능하다고]

[제대로 말해 임마]

[잘못씀다?]

"아, 둘 다임다. 제 생각엔 가능한 일이고, 제가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검다."

[그거 가능하려면 어느정도 수준 돼야함?]

"음… 최소 챌린저 상위권은 돼야할 것 같슴다."

[생각보다 그렇게 안 어렵나 보네]

[ㄹㅇ 프로급은 돼야 하는 줄]

[ㅋㅋ 챌린저 상위권이 우습나 이새기들은]

[ㄹㅇ ㅋㅋ 무슨 다이아몬드 여기듯 하네 챌린저 상위권을]

[챌린저 상위권이 거의 프로급이잖아 ㅄ들아 ㅋㅋ]

[그래서 니가 보기엔 어떨 것 같음?]

"뭐가 말씀이심까?"

[숨컷 성공할 것 같음?]

"음… 그분 게임 하는 걸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자세힌 모르겠지만…."

[모르겠지만?]

"그 페카 님을 상대로 캐리하신 분인데. 가능하시지 않겠슴까?"

[남잔데?]

"에이~ 성별이 뭔 상관임까. 물론, 통계적으로 보자면. 여자 분들에 비해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결과가 나오긴 함다. 그래도, 성공하실 것 가씀다."

커뮤니티에선 한창 가능하다 아니다로 갑론을박 논쟁이 한창이던 주제.

한국 3대 정글인 머그컵이 결론을 내려준다.

사실상, 논쟁 종결이라 봐도 무방했다.

머그컵의 발언을 이용해 커뮤니티에서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시청자들이 앞 다퉈 움직이기 시작한다.

머그컵의 발언이 삽시간에 커뮤니티 전체로 퍼져, 논쟁이 해결된다.

숨컷의 관심이 커지는 데에는 분분한 의견이 부딪히며, 그러니까 논쟁 과정에서 열이 오른 것도 한 몫 했다.

그 논쟁이 해결되자, 그로 인해 커진 관심 또한 자연스럽게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곧바로 다시 살아나서 전보다 더 뜨겁게 타오른다.

최재훈의 예상대로.

안 그래도 어려웠던 미션의 기한을 반절로 줄어듦으로써 난도가 약 두 배 가량 높아지자.

엄청난 반향이 일어난다.

[속보) 숨컷 3일 정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보) 숨컷 3일 정진대 그대로 진행한다]

이번에도 커뮤니티의 반응은, 커뮤니티 축소판인 그녀의 채팅창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러면 4일은 어떰?]

"4일이라고요?"

이번엔 지체 없이 대답하는 대신.

검지와 엄지를 펴 만든 V로 턱을 받치고, 양쪽 눈동자를 좌측 위로 향했다.

'나 고민한다~'그렇게 말하기라도 하는 듯한 자세였다.

미간이 구겨진다.

꽤 어려운 질문인가보다.

이내.

그녀는 어렵사리 고갤 끄덕이며 말한다.

"진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 아슬아슬하게 가능은 할 것 같슴다."

[최~선을 다 해서 아슬아슬하게 가능한게 뭔데]

[구체적으로 말해 봐]

"글쎄 말임다. 음… 자, 정리해 봅시다."

그녀는 메모장을 켰다.

각도기를 재려고가 아니라, 설명을 하기 위해.

"보통. 마스터 200점에서 한 판 이기면 17점 정도가 오를 거란 말임다? 그러면 6판 이기면 약 100점이 오른다는 거고요. 그러면 400점 이기려면 몇 승을 해야 되죠? 맞슴다. 24승임다."

[24승?]

[생각보다 별거 없네]

"아, 여러분이 착각하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데, 그냥 24승이 아님다. +24승임다."

[먼말임?]

"패배 1당, 승리를 1씩 빼서 계산하는 검다. 24패면, 48승을 해야 되는 검다. 어디보자. 여러분, 챌린저 상위권 분들이 200점대에서 600점대까지 하면 승률이 6~70%정도 나올 거란 말임다? 그러면 승률을 60%정도로 어림잡으면. 10판 했을 때, 6승 4패가 되는 검다. 이 경우, + 몇 승인지 아시겠슴까?"

[패배1당 승리 1 빼랬으니 +2승?]

"맞슴다. 그러니까. 챌린저 상위권 분들이 400점을 올리기 위해 24승을 하려면, 보통 120판 정도를 해야 하는 검다. 승률 60%로 10판이면 +2승이니 말임다."

[ㅁㅊ ㅋㅋㅋㅋㅋㅋ]

[120판?]

[정신 나갔네]

[정신 아찔해지네 ㅇㅇ;]

"저 같은 경우엔 승률이 7~80%정도 나올 거란 말임다? 그러면 10판 하면 7승 3패, +4승이 나옴다. 그러니까, 제 경우엔 60판만 하면 되는 거라.

기한이 1주일일 경우 크게 어렵지 않을 거란 판단이 나온 검다. 하루에 9판 정도면 하면 되니까 말임다. 하지만, 승률이 60% 나오는 챌린저 상위권 분들이라면 120 나누기 7, 하루에 17판씩은 해야 하니까. 꽤 어렵다는 계산이 나옴다. 하지만, 가능은 하죠. 그런데, 기한이 4일이다?"

그녀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갤 가로저었다.

"솔직히, 승률 60퍼론 불가능함다."

[챌린저 상위권들도 힘들다 이거지?]

"맞슴다. 최상위권, 프로급은 와야 함다. 심지어, 챌린저 최상위권이나 프로들도 최선을 다 해야 겨~우 가까스로 되지 않을까 싶슴다. 60판 동안, 그러니까 4일 동안 승률 70%를 유지하면서 15판씩 해야 되는 거니까 말임다."

[와 이렇게 들으니깐 더 말도 안되네]

[ㄹㅇ ㅋㅋ 플래나 다이아에서도 승률 70% 유지하면서 하루에 15판하기 빡쎈데]

[솔직히 이건 실패 확정이다 ㅇㅈ?]

"실패 확정이요? 아, 숨컷님 말임까?"

다시 또 V로 턱을 받치고, 눈동자를 좌측 위로 올리고, 미간을 구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뒤 말한다.

"솔직히. 페카 님 이길 정도면, 챌린저 최최최상위권 실력이라는 건데. 아슬아슬하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슴다."

[ㅁㅊ 그정도임?]

[아니 그렇게 높게 평가한다고?]

[에반데]

"왜 오바임까?"

[그래봤자 마스터 200점이잖슴 ㅇㅇ 걍 운좋게 두 판 아다리 잘 맞아서 이긴 거 아님?]

그 말에,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그 페카님 상대로 두 판 연속으로 캐리할 운이면, 이것도 가능하지 않겠슴까?"

[ㄹㅇ ㅋㅋ]

[운도 실력이자너]

그렇게 또다시, 논란은 종결된다.

이번에도 시청자들이 관심을 선점하기 위해 앞 다퉈 그녀의 말을 정리해 퍼다 나르려던 찰나였다.

[속보) 숨컷 미션 변경]

"예?"

[속보) 숨컷 1주일 만에 플래4에서 600점 가겠다 선언]

그 채팅을 확인한 머그컵이 눈을 깜빡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네 번째에, 헛웃음을 지으며 고갤 가로젓는다.

그렇게 지체 없이.

고민 없이.

자신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한국 3대 정글이자.

팀플레이에 특화되어 있어, 솔로 랭크 게임에선 약간 부진하지만 그래도 랭킹 20위권인 그녀조차 말이다.

그러니, 숨컷은 말할 것도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정신나갔네]

[ㄹㅇ 그건 아니지]

[페이스가 와도 힘들듯]

[엑슨 게임이었으면 현질이라도 했을 텐데 아이엇 겜이자너 ㅋㅋ]

[걍 어그로 끌려고 막 뱉는 거였네]

[근데 걍 어그로라기엔 방송인생이랑 레오레 인생을 걸었잖아]

"네?"

깜짝 놀라는 머그컵.

숨컷이 미션에 방송 인생이랑 레오레 인생을 걸었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그러니까, 그분이 만약 1주일 만에 플래4에서 600점 못 가면 방송이랑 레오레를 접으시는 검까?"

[ㅇㅇ]

[지가 그렇게 홍보했음]

[시한부 인생 ON]

[사실 방송 그만두고싶은 거 아닐까?]

[아 ㅋㅋ 자살설계인 거냐고]

숨컷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머그컵조차도.

그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청자의 말 대로, 방송을 접기 위한 설계라고 보는 게 가장 타당할 정도였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함? 가능? 불가능?]

아까부터 고민해 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불가능함다."

그렇기에 지체 없이 그렇게 답하려 했는데.

정말로 방송을 접기 위해 그런 미션을 내걸진 않았을 것 아닌가.

페카를 이긴 숨컷은 충분한 흥미의 대상이었다.

머그컵은 그를 이해하기 위해, 한 번 고민해 보기로 했다.

1주일 안에 플래티넘4에서 챌린저 600점까지.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말로 가능한가.

하지만.

거듭된 고민 끝에도 역시나 변함이 없는 답.

불가능하다.

자신조차.

미쳐서 하루에 12시간씩 1주일 동안 한다 해도 그건 힘들 것이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에도 그녀의 결론이 커뮤니티에 퍼진다.

하지만, 이번엔 논쟁을 종결시키진 못한다.

애초에.

논쟁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나라면 가능할까?'

머그컵조차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 문제였다.

다른 사람들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불가능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게 당연한 문제였다.

그렇게.

최재훈의 도전은

'과하다'

'어그로다'

'방송자살'

'뇌절'

등으로 치부되어 빛을 바랬다.

그렇게.

커뮤니티 내에서 그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사그라들었다.

그의 도전이 시작되고 처음 한 시간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남아 있던 관심도.

네 시간 째가 되자.

완전히 꺼져 있었다.

그렇게.

숨컷이란 방송인은 리치TV에서 잠깐 반짝였다 잊혀지는.

많고 많은, 그저 그런 방송인 중 하나가 되는 듯했다.

열두 시간째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머그컵은 분명 그리 생각했었다.

'자신조차도 미쳐서 하루에 12시간씩 일주일 동안 해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사실이다.

숨컷, 최재훈에게도 같았다.

그에게도 이번 일은.

일주일 만에 플래티넘 4에서 챌린저 600점에 도달하는 일은.

'자신조차도 미쳐서 하루에 12시간씩 일주일 동안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가능하다'에 엄청난 판돈을 걸었다.

"후… 이걸 졌네."

"아니, 그래도. 이기는 각이 보이긴 했는데. 몸이 생각을 못 따라가네요. 피곤한가 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내가 레전드라고요? 뭐, 내가 생각해도 그렇긴 해."

"어쨌든, 내일 봐요."

[방송 시간 : 17시간 42분]

하루는 12시간보다 길었으니까.

머그컵의 '미쳤다'의 기준은.

최재훈의 '미쳤다'의 기준보다는 낮았다.

도전 첫 날, 최재훈의 전적.

37승 2패였다.

그가 모든 힘을 쏟아 붓고 꿀잠에 들어있던 시각.

커뮤니티는 '숨컷'이라는 주제로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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