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07화 (104/361)

107. 첫 동시 송출 1

김경훈.

'오후의 후닝'이라는 이름의 '남성 게임 스트리머'로 유명한 그는 방송 진행 내내 불편한 기색을 숨기느라 고역이었다.

시청자가 모이지 않는다.

<5, 311명>

모이지 않았다기엔 꽤나 엄청난 수였으나.

김경훈의 입장에서는 분명 그러했다.

모자랐다.

김경훈은 '남성 게임 스트리머'를 집중적으로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가 갖고 있는 집계.

일반 스트리머는 입수하지 못할 그것에 의하면.

현재 시간대인, 평일13시에서 18시까지 '남성 게임 스트리머'의 방송을 집중적으로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수는 약 1만.

원래 같았으면 그 1만의 대부분은 자신이 독차지했어야했다.

김경훈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가 비단 자신의 방송에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리치TV에서 14시부터 18시 까지.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남성 게임 스트리머'는 자신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즉.

김경훈이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남성 게임 스트리머'의 고정 시청자들을 독점하도록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시청자 이탈이라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은 김경훈에게 있어, 아주 부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시청자가 샐 곳이 없는데, 어디로 샌단 말인가.

'문제'라 할 만하다.

김경훈은 시청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옆의 컴퓨터를 조작하며 문제의 원인 파악에 나섰다.

이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한다.

[삼피, 숨컷 방송]

삼피.

반반한 얼굴 외에 모든 게 마음에 안 들고 방송 시간까지 겹치지만.

공략하는 시청자 층이 달라 자신의 방송에 해가 되지 않기에 그대로 '놔둔' 여자.

저 여자가 문제였다.

정확히는.

저 여자가 게스트랍시고 끌고 온 '숨컷'이라는 남자가.

김경훈은 리치TV에서 손에 꼽히는 미남 스트리머로서, 외모는 그가 '남성 게임 스트리머'으로서 가진 가장 강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저 남자, 숨컷과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13시부터 18시까지의 '남성 게임 스트리머'을 집중적으로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외모를 놓고 방송을 고른다면 자신과 숨컷 중에 누구를 고를까.

'저게 뭐가 잘생겼다고.'

아마도 숨컷의 방송을 고를 것이다.

그렇다면 캐릭터성을 보고 고른다면?

이 또한 숨컷을 고르겠지.

'여성'스러워서 '남성'스러운 매력은 조금도 없는 행동거지였으나.

'남성 게임 방송'을 보는 이들은 오히려 그런 캐릭터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동성 친구처럼 편해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캐릭터 말이다.

'찐따들이라서 이성적인 대상을 대하길 껄끄러워 하니까.'

김경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김경훈도 일단은 그러한, 털털해서 여성스럽게 느껴지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었으나.

저 숨컷만큼 자연스럽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숨컷만큼 매력적이지는 못했다.

마지막으로, 게임 실력을 보고 고른다면?

게임 실력의 절대적인 기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레오레 점수.

김경훈의 레오레 점수는 무려 챌린저 600점이었다.

그는 챌린저 600점까지 미드 포지션으로,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도달했다.

챌린저 600점이라는 업적은.

숫사자녜, 버스 받았녜, 대리 받았녜, 뭐니 하면서 트집 잡을 수가 없는 그의 순수한 실력인 것이다.

그건 '남자치곤'이라는 가정이 붙지 않아도 엄청난 수준의 경지였다.

그런데 '남자치곤'이라는 가정이 붙어 버린다?

김경훈의 게임 실력은 독보적인 수준이 돼 버린다.

한국의 알려진 남자 챌린저 유저는 10명 정도다.

그러니까, 김경훈은 여자로 따지면 랭킹 10위 안에 속하는, 최상위 실력자인 것이다.

그가 외모만큼 자신 있어 하는 게 바로 게임 실력이었다.

마스터 200점.

남자치곤 엄청나다곤 할 수 있지만, 자신에 비하면 초라하다 할 수 있는 점수.

김경훈은 숨컷의 모습을 보며 잃었던 여유를, 그의 게임실력 알게 되자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었다.

'나한텐 안 되네.'

라고 여길 수 있는 건덕지를 찾아낸 것이다.

허나.

그 어느 정도 되찾은 여유를 머지않아 다시 또 잃게 된다.

숨컷이 방송에서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

챌린저 800점대 게임에서 불리한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낸다.

챌린저 800점인 삼피를 대신해서.

설상가상으로.

상대팀엔 페카가 있었다.

이런 저런 조건을 붙일 것 없이 그냥 간단하게, 랭크 게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평가되는 실력자였다.

김경훈은 생각했다.

자신이라면 숨컷보다 잘 할 수 있었을까?

하다못해, 숨컷 정도로 해낼 수 있었을까?

이내.

그런 생각이 든다.

'저런 놈이 뭐가 좋다고.'

숨컷이 자신의 완벽한 상위호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부정함으로써 말이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점.

타 플랫폼의 방송인이라는 점이었는데-

-그랜드 마스터라니! 내일부터 이 시간에 리치TV 동시 송출 시작해서, 옐로TV로 그치지 않고 리치TV 시청자 여러분께도 볼거리를 제공할 숨컷! 방송인으로서 그랜드 마스터 게임을 보여주는 거에 만족하지 않을 야망과 재능 넘치는 사나입니다!

그 말을 함으로써, 완벽하게 아웃 처리가 된다.

완벽하게, 치워야 할 장애물이 되어 버린다.

[후닝 표정 왜 썩었누?]

[아까부터 텐션이 왜이리 낮아]

[후원이 안 터져서 그렇잖아 거지새끼들아]

[그럼 니가 하던가]

[난 백순데? ㅋㅋ]

[당당한거 보소]

[후원은 못 터트려도 부모님 속은 확실히 터트리는 새끼]

[백수는 ㅇㅈ이지 출근충 새끼들 후원하라고 아ㅋㅋ]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라 출근충 쉑들아]

-경후닝사랑개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후닝 안 좋은 일 있어?

아까부터 방송과 병행해서 숨컷의 동향을 살피던 김경훈의 표정이 마침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구겨지자 그런 반응이 나온다.

그는 조속히 표정을 가꾸어, 평소 방송할 때의 얼굴로.

털털하고 성격 좋은 캐릭터로 되돌아와 말했다.

"아니, 슬슬 방종할 시간 되니까 아쉬워서~"

[우욱]

[우우욱]

[하여간 입만 열면]

[그렇게 아쉬우면 더 하던가 ^^ㅣ발]

[ㄹㅇ ㅋㅋ 그렇게 아쉬우면 더 하라고~]

곧 6시다.

6시가 되면 다른 '남성 게임 스트리머'들도 방송을 켜는 게 '가능'해진다.

즉, 여기서 더 방송을 하면 그들과 시청자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김경훈은 그걸 원치 않았다.

자신 없어서가 아니다.

그는 리치TV 남성 게임 스트리머 중 자신이 제일이라, 얼굴로나 게임 실력으로나 자신을 따라올 사람은 없다 자부했다.

그런데도 경쟁을 원치 않는 건, 일종의 특권의식 때문이었다.

자신은 경쟁자 없는 쾌적한 환경에서 자유로이 방송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

굳이 저 경쟁 환경에 뛰어들어 특권을 포기하고 다른 보잘것없는 이들과 같은 입장이 될 필요가 있는가.

"그래~ 그래~ 나도 사랑해, 애들아. 그럼 내일 보자~"

그는 자신의 특권에 각별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키고자 한다.

숨컷.

자신의 특권을 위협하는 새로운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방송을 끈 그는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한다.

"누나, 숨컷이라는 애 말인데-"

* * *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시청자 올라갈 생각을 안 하누 ㅋㅋ]

[벌써 데일리베스트 대표 방송 PD인거 퍼져버렸노 ㄷㄷ]

[힘내라 이기야….]

저 데베충 흉내 내는 미친놈들도 물론 이상하지만.

그보다 더 이상한 건 누군가의 말 대로.

올라갈 생각을 안 하는 시청자 수였다.

어제 난 약 2만 7천 명을 대상으로 내 방송을 홍보했다.

그 2만 7천명 전부가 내 방송에 와 주리란 순진한 기대는 당연히 하지 않았다.

어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 줬던 1만 1천 명.

삼피의 평균 시청자인 7천 명을 제하면 남게 되는 4천 명.

그 4천 명 전부가 내 방송에 와주리란 기대 또한 순진한 편에 속한다.

그렇기에 하지 않았다.

나는 홍보의 결과가 아무리 시원찮아도 실망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0명>

아무리 그래도 이건 선 넘었지.

동시 송출 시작 5분 째.

잠깐 1이 됐다가 곧바로 0이 된 시청자 수는 도무지 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말이 되나?

이건 어떻게 보면 2만 7천 명 전부가 몰려온 것보다 존나 경이로운 일이었다.

빵 다섯 개랑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일 수는 있어도.

시발 2만 7천 명 상대로 홍보해서 한 명도 안 오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신앙이 될 정도의 기적을 행한 게 된다.

[숨컷 게이야… 내가 뭐랬노. 게이는 옐로TV가 딱이라 안 했노]

[헛짓 그만하고 돌아와라 이기야]

그런데 시발 지금 나한테 있는 건 추종자나 신도가 아니라 이 데베충 새끼들뿐이다.

"아니 저 지금 진짜 심란하니까, 데베충 연기 그만해요."

[연기 아니다 이기야]

ㄴ강제 퇴장 당했습니다.

"그럼 나가라 이(새)기야."

[아 ㅋㅋ]

[이(새)기야 ㅋㅋ]

[분위기 읽으라고 ㅋㅋ]

[숨컷쉑 지금 초상난 거 안 보이누 ㅋㅋ]

[아니 근데 어제 수만명 있을때 홍보했는데 한 명도 안 오는 거 ㄹㅇ 어케했노 시발년ㄴ아]

[ㄹㅇ; 수만명 오게 하는 것보다 한 명도 안 오게 하는 게 더 힘들겠다]

"그러니까, 내 말이. 아니 이거, 진짜 문제 있다니까? 뭐지?"

그때-

<시청자 1명>

"어!!!"

두 번째 첫 시청자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제발 나가지 마세요!!!"

저걸 또 놓치면 시청자가 다신 0에서 올라가지 않을 것만 같은 예감에 절박한 심경으로 그렇게 말해 버린다.

[옐로TV : ㅗㅜㅑ]

[옐로TV : 우리한텐 왜 그런 거 안 해 줌--?]

[옐로TV : 아 ㅋㅋ 나도 리치TV로 갈아탄다]

[옐로TV : ㄹㅇ 온도차이 뭔디]

아니,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이상하다.

홍보를 안 하고 그냥 방송을 켜도 이 정도로 시청자가 안 모이진 않을 텐데.

[리치TV : ㅋㅋ]

그때, 첫 시청자가 의미심장한 채팅을 쳤다.

"뭐야, 왜 그래요."

나는 괜시리 불안해져서 물었다.

[리치TV : 엄 ㅋㅋ]

그 글자를 본 순간 절로 탄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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