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크루 결성
오늘 합방이 기대 이상으로 흥한 덕분에 문제도 해결하고, 내 방송 홍보도 잘 되고, 후원도 많이 들어왔겠다.
제나의 방송 덕을 봤으니 제나에게 보답도 할 겸.
어제 이린 씨가 사준 밥 보답도 할 겸.
한창 성장기인 재은이한테 양질의 단백질 좀 공급할 겸.
나는 세 사람을 여기로 데려왔다.
내가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사치스러운 식당이었다.
동시에, 가장 훌륭한 식당이기도 했다.
우리 치킨 가게 다음으로.
마음 같아선 우리 개오지는 치킨 가게로 데려가서 '마 함 무바라 쥐긴다 츄라이!'를 시도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받은 게 있는데 치킨으로 성의를 표현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나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세우 두우 한우>
무릎이 마르고 닳도록 칠 수밖에 없는 쌈빡한 가게 이름.
그리고 그 가게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맛까지!
아주 멋진 식당이다.
굳이 흠을 찾아내자면-
[자산관리의 최재훈 : 시발아. 개새끼야. 이 돈이면 구빱으로 만리장성을 쌓겠는데 시발아. 개새끼야.]
티 안내면 한우인 걸 모를까봐, 잔뜩 티를 내는 입 떡 벌어지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졸부의 최재훈 : 뭐, 구빱? 마! 니 내 오늘 얼마 벌었는지 아나?]
[자산관리의 최재훈 : 아 ㅋㅋ 이러면 ㅇㅈ이지]
내게 부담이 될 수 없었다.
나는 주저 없이 재은이와 삼피, 그리고 이린 씨와 지현 씨(?)와 함께 가게에 들어섰다.
* * *
일실에 들어선 최재훈과 최재은이 나란히, 나머지 셋은 그런 둘과 마주 앉는다.
"헤헤, 안녕하세여."
다들 자리를 잡자 권지현이 일일이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최재은이 멀뚱멀뚱 쳐다봤고.
이린이 무뚝뚝하게 쳐다봤고.
"소, 후 아 유?"
평소의 시큰둥한 얼굴로 쳐다보던 제나가 운을 뗐다.
"아, 삼피 씨. 저도 리치TV에서 방송하고 있는 권지현이라고 하는데-"
"아니, 그건 아는데."
"앗, 아세요?"
대기업 반열에 있는 제나가 알아봐 준다.
헤헤.
권지현이 특유의, 골든리트리버가 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내 말은. 와이 알 유 히얼."
"어? 어…."
권지현이 당황해서 최재훈을 쳐다본다.
도움을 요청한다.
"내가 물어봤었잖아."
최재훈이 그 요청에 응한다.
그 말 대로.
차 안에서 최재훈은 세 사람을 이 식당에 데려와서 대접해주자 마음을 정햇을 때.
한 사람 더 데려오면 좋겠다 싶었다.
권지현이었다.
방송 일을 하면서 생긴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한데, 자신의 방송 은사인 권지현을 빠트릴 수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는 권지현과
[저녁 드셨어여?]
[아니여!!!]
로 시작된 대화를 끝낸 뒤, 셋에게 한 명 더 합석해도 되냐고 물었다.
"전 괜찮습니다."
운전하던 이린은 고갤 끄덕였고.
"누구?"
"엥, 그 사람이 왜?"
"아, 오빠가 그렇다면 뭐."
핸드폰은 쳐다보던 최재은도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제나.
지금 권지현에게 와이 알유 히얼이라 하는 그녀 역시, 고갤 끄덕였었다.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리듬을 타느라 말이다.
"그러게 좀, 임마. 응? 사람 말에 귀 좀 기울여."
"…."
뭐 딱히 한 사람 더 온다고 문제되는 건 없으니, 제나는 그려려니 했다.
잠시 뒤, 고기가 직원이 와서 고기를 세팅한다.
우유 안에서 장미가 피어오르듯.
휘황찬란한 마블링이 그려진 한우의 자태에 최재은이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곧바로 표정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잉, 왜 그래."
'짜식, 좋아 죽네.'라며.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최재훈의 얼굴에도 덩달아 그림자가 드리운다.
"뭔가, 좀 그래서."
"뭐가."
"지금 엄니랑 아부지 아직도 일하고 계실 텐데 나 혼자만 이렇게 맛있는 거 먹는 거."
"아."
최재훈이 기특해 죽겠다는 미소를 지으며 옆자리에 앉은 최재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헤이, 시스타."
"엉?"
"오빠가 부모님 돈 넣어 드리고 너한테도 따로 챙겨줄 테니까, 어? 니가 나중에 따로 부모님 이런 데로 모셔다 드려."
"오옹?"
"그러니까, 유노왓암셍?"
최재훈이 능청스럽게 웃었다.
"유노왓암셍? 뭐야 그게, 바보같애."
"그렇대."
"왓? 니 발음이 문제겠지."
"아무튼 동상아. 지금은 먹어, 한없이 먹어."
고갤 끄덕인 최재은의 표정은 어느새 다시 밝아져 있었다.
그녀가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와 근데, 오빠. 요즘 좀 멋있다?"
"좀?"
"참내~"
그런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이린.
그녀가 세미 정장의 소매를 걷어 붙이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앗, 제가 하려 했는데."
"괜찮습니다."
"원래 이런 건 여자가 하는 거지."
제나가 말했다.
여자인 그녀는 책상에 턱을 괴고 있었다.
그걸 본 최재훈이 말했다.
"그럼 넌 뭐, 남자냐?"
"뭐, 이 사람이 한다잖아."
"맞아. 원래 고기는 여자가 굽는 거야."
최재은까지 그런 식으로 말을 하자, 최재훈은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며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이었다.
-지글지글.
고기의 색이 아름다운 색에서, 먹음직스러운 색으로 변해간다.
그 어떤 최상급 버터로도 내지 못할, 소고기 지방 특유의 강렬한 내음이 방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됐습니다, 드시죠."
몸을 일으켜 고기를 굽던 이린이 자리에 앉자, 본격적으로 자리가 시작된다.
"뭐야, 오빠. 왜 나만 콜라야. 나도 맥주 마실래."
"헛소릴 하는 걸 보니 너는 이미 충분히 취한 상태다."
최재훈이 일일이 잔을 채우고-
"오늘 합방 잘 된 걸 기념해서~"
짠.
최재훈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모두 초면이었으나, 자리는 그렇게 어색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최재훈이라는 구심점이 있었으니 말이다.
주로, 이린과 최재훈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머지 셋은 중간중간 끼어드는 형태로 자리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저 오늘 괜찮았나요?"
끄덕.
"오늘 방송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하셨습니다. 특히, 삼피 님을 대신하여 플레이했던 퍼포먼스. 완벽했습니다."
무표정하나 어딘가 도취된 듯한 이린의 말에 제나가 한쪽 미간을 구겼다.
"완벽?"
"아. 삼피 님의 계정이 정지당한 것에 관해선 유감을 표합니다. 원하신다면 대체할 컨텐츠를 별도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구간도 마저 구기며 말한다.
"내 컨텐츠를 왜 그쪽이 준비해?"
"원하실 경우에 말입니다."
"…."
"…."
서로를 마주보는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오갔다.
제나가 코웃음을 치며 먼저 고갤 돌렸다.
그렇게 거둔 시선을 최재훈에게 향하고 말한다.
"니 평소에도 방송할 때 이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고 허락 맡고 뭐, 그런 거야?"
"자문 역할로 크게 도움 주시는데?"
"자문?"
하.
"편집자가 방송에 대해 뭘 안다고 자문을 구해. 니 알아서 해야지. 아니면 뭐, 다른 방송인한테 물어보던가. 니, 아는 방송인 있어?"
그 말에 최재훈이 권지현을 쳐다봤다.
그러자 신나서 젓가락을 쥔 채 따봉을 하는 권지현.
그 모습을 지켜본 제나는 여유롭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앞으로 방송 궁금한 거 있으면 차라리 나한테 물어 봐. 굳이 '시청자 2천정도 되는 방송인'이나 '편집자'한테 물어보고 싶다면 뭐, 나로선 할 말이 없고."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접었다 피며 강조하는 동시에 빈정대며 우쭐거리는 모습은 어딘가 만족스러워 보였다.
제대로 끌린 어그로.
권지현과 이린의 시선이 박힌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랑곳 않는 제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던 최재훈이 입을 열었다.
"그러는 넌?"
"어?"
"넌 아는 방송인 있어?"
그 물음에 어깨를 으쓱인다.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겠다고 판단한 최재훈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편집자는?"
으쓱.
그에 최재훈은 고갤 끄덕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역시."
"왓? 그거 무슨 의미야?"
"그러니까 니 말은 이거잖아. 친구 없어서 외로우니까 나랑도 좀 놀아 달라고."
"하? 아니 뭔 개소-"
"아~"
기가 차서, 어쩌면 본심을 들키곤 당황한 제나의 말을 능글스러운 미소로 검지를 들어 올리며 가볍게 끊는다.
"니맘 다 알어, 임마. 응?"
"아니, 뭔-"
"이거 말 나온 김에, 우리. 크루나 결성할까요?"
대부분의 방송 플랫폼에선 '크루'시스템을 지원했다.
방송에서 크루는 게임에서의 길드 혹은 파티와 같았다.
여러 방송인을 하나로 묶고, 상호 작용을 촉진한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인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크루에 소속되는 건 다른 방송인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 혹은 수단이 되어 대체로 방송에 좋게 작용했다.
없으면 손해일 정도로 말이다.
"크루?"
"크루요?"
권지현과 제나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배틀크루저?"
"오빠 일 얘기 중이니까 고기나 쳐먹으렴."
"엉."
"크루 결성해서 앞으로 같이 합방도 하고, 공동 컨텐츠도 진행하고. 응? 좋을 것 같지 않아요? 딱 봐도 얘는 크루 없을 것 같고."
"하?"
"아, 혹시 있어?"
"어이없네. 나한테 크루 들어와 달라고 부탁한 애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어쨌거나 지금은 나랑 똑같이 크루 없는 찐따란 소리잖아."
"아니, 하…."
"지현 씨는 어때요? 크루 있으세요?"
"저는 뭐…."
권지현이 씁쓸하게 웃었다.
단지 크루가 없다곤 저런 반응이 나올 것 같진 않았다.
복잡한 사정이 있는 것 같다.
최재훈은 구태여 파고들지 않기로 하고-
짝!
"자, 그래서. 어떻게 하실래요들?"
-텐션을 올리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러자 특유의 조소를 지어 우쭐대는 제나.
"크루 결성하면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데?"
"응?"
"둘 시청자 합쳐 봐야 내 시청자 반도 안 되는데. 솔직히, 크루 결성해 봤자 둘한테만 좋은 거잖아? 아니면, 설명해 봐. 내가 왜 그 크루에 들어가야 하는지."
즉, 자신한테 애원해 보라는 말이었다.
혹은, 자신을 얼마나 원하는지 표현해 보라는 말이었다.
"그래? 지현 씨는 어때요?"
"저는, 좋아요."
"그러면 뭐, 우리 둘 끼리만 하는 걸로 하죠."
"앗, 넵."
"…."
"라는 건 농담이고. 같이 합시다~응? 이거 줄게."
그렇게 말하며, 젓가락으로 고기를 건네는 최재훈.
제나는 못마땅한 얼굴로 하! 코웃음을 치면서도 젓가락으로 그 고기를 건네 받-
"?"
으려는데 최재훈이 고기를 다시 가져간다.
그리곤 말한다.
"아."
"???"
"아, 하라고 임마."
"뻑유."
인상을 쓰고 질색을 한다.
그러자 특유의 웃음을 짓는 최재훈.
"싫어? 싫음 말고."
"…."
잠깐의 고민 뒤, 신경질적으로 고기를 낚아챈다.
입으로 말이다.
그 고기를 씹으면서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 제나가 포함된 크루, <컷컷컷>이 결성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장소에 흐르던 분위기는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식사는 계속되고 시간이 흘러-
"응? 어디가?"
"나, 화장실 점. 더 먹을려면 배 비워야지."
"아하."
자리에서 일어선 최재은이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그 과정에서 들어온 찬 공기가.
불판, 난방, 술기운 등으로 열이 올랐던 최재훈을 감쌌다.
최재훈은 그 찬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깨닫는다.
지금 자신이 더위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얼음물을 들이킨다.
"…."
그런데도 만족스럽지 않은 얼굴이다.
"웃차."
결국 후드를 벗는다.
그렇게 셔츠 차림이 된 뒤, 소매를 걷어올린다.
최재훈의 관점에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행동이었다.
"어."
"…!"
"…?"
허나, 세 여자에겐 아니었다.
그녀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당황을 표했다.
그리곤 어색하게 굳어 버린다.
최재훈의 노출된 팔뚝.
반팔을 입었다거나 해서 자연스럽게 노출된 팔뚝이었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려 노출한 팔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명실공히 여자들이 남성에게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신체부위 중 하나인 팔뚝.
그 팔뚝을 셔츠를 올림으로써 강조하는 차림.
'절대 영역'이라는 명칭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여자들에겐 의미가 깊은 차림이었다.
주로 성적인 부분으로 말이다.
절대 영역 차림으로 탄탄한 팔근육과 힘차게 솟은 핏줄이 강조되는 팔뚝.
"흐미, 더운 거."
그런 팔뚝으로 셔츠를 펄럭이며 열기로 달아오른 흰 피부를 식힌다.
그 강렬하게 자극적인 모습에 정신을 빼앗긴다.
그렇게 빼앗긴 정신을 그녀들이 다시 되찾을 수 있었던 건-
-드드륵.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오빠!"
기겁하는 최재은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였다.
그녀가 잰걸음으로 최재훈에게 다가가 그의 소매를 다시 내리고 단추를 채웠다.
"아 뭐여~ 오빠 더워~"
"너 뭐하는 거야, 그런 차림으로. 취해 가지고."
"오빠 안 취했는데?"
정말이었다.
최재훈은 취하지 않았다.
몰랐을 뿐이었다.
이 세계에서 자신 같은 미남이 셔츠를 입은 상태로 소매를 걷어 올려 팔을 노출시키는 게, 여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지는지 말이다.
반면에,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는데도 가만히 최재훈을 응시- 아니, 감상하던 세 여자.
찌릿.
"…."
"크흠."
"…."
최재은이 째려보자 그제서야 멋쩍은 듯 시선을 돌린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들은 어엿한 여자였고.
최재훈은 남자였으니.
그것도.
그런 시선으로 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잘생긴.
"오빠, 나 슬슬 졸려. 집에 가고 싶어."
"엉? 더 먹으려고 비웠다며?"
"괜찮아, 배부른 것 같아."
"그래? 여러분은 어떠세요? 아니면 제가 재은이 데려다주고 돌아올까요?"
최재훈의 질문이 날아왔다.
최재은의 시선과 함께 말이다.
"아, 예. 그, 슬슬 해산하죠."
"크흠. 적당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암 오케이."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자리가 마무리되었다.
최재훈은 알지 못했다.
왜 갑자기 분위기가 이렇게 어색해졌는지.
* * *
다음날 아침.
"…."
잠에서 깨어난 최재훈은 무언가를 찾듯 주위를 둘러봤다.
어제 집으로 돌아간 재은이의 빈자리가 허전하다.
어쨌거나, 하루는 시작된다.
그는 하루를 여는 조깅, 국밥, 목욕 루틴을 마치고.
잠깐의 시간을 가진 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첫 동시송출.
떨리는 가슴을 다 진정시키지 못한 채, 버튼을 누른다.
<옐로우TV : 방송을 시작합니다.>
[숨하]
[오랜만이누]
[ㅈ컷쉑 왔누]
[인사 박아 보거라]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글자로 채워지는 옐로TV의 채팅창.
빠른 속도로 시청자가 모인다.
이 기세라면-
'3천 명 정돈가.'
방송을 키기 전에 확인한 바.
페카의 방송은 LIVE ON 상태로, 만 명 이상의 시청자가 몰려 있었다.
페카가 방송을 키고 있지 않았다면 3천 명보다 훨씬 많이 모였겠지만, 그렇다고 아쉬워하진 않는다.
오히려, 만족스러워한다.
이 3천 명은 페카라는 강력한 경쟁상대가 있음에도 확보할 수 있었던, 자신의 진정한 시청자들이었으니.
겨우 3천이 아닌, 무려 3천.
그렇게 받아들인 최재훈은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캠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은 아니죠. 어제도 뵀던 것 같으니까."
[ㅋㅋㅋ]
[절~대 도망 못 가지]
[(파랭이 고개 끄덕이는 이모티콘) 역시 선생님은 옐로시티에서 가장 빛이나십니다]
[(파랭이 울먹이는 이모티콘) 이대로 옐로시티 배신하는 줄만 알았읍니다]
"에이~ 제가 어떻게 이 옐로시티를 배신합니까. 못 하죠."
그렇게 말한 뒤 덧붙인다.
아직은.
[아니ㅋㅋ 십롬아]
[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가지마]
[숨 선생님마저 가시면 우리 옐로시티는 어쩌라고 ㅠㅠ]
[(파랭이 고개 가로젓는 이모티콘)옐로시티의 앞날이 어둡기만 합니다]
[아 ㅋㅋ 우리가 곱게 보내주나 두고 보자고]
"여러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오늘부터, 리치TV 동시 송출 시작합니다. 당부 말씀 드리는데. 좀, 잘 부탁드립니다. 예? 아시겠죠?"
[아 ㅋㅋ 알지 ㅋㅋ 당연히 알지]
[(파랭이가 주먹 푸는 이모티콘) 우리만 믿으십쇼, 선생님]
"아니, 뭘 믿으란 거야 그런 이모티콘 쓰면서."
채팅창을 보던 최재훈이 피식하고 웃었다.
어느새 가슴의 떨림은 멈춰 있었다.
후, 하.
그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어쨌거나, 시작하겠습니다."
< 리치TV : 방송을 시작합니다.>
"후우…."
최재훈은 다시 또 떨리기 시작한 가슴으로 기달렸다.
<리치TV 시청자 : 0명>
저 0이 갱신되기를 말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리치TV 시청자 : 1명>
"오!"
"안녕하세-
최재훈은 반색하며 첫 리치TV 시청자를 맞이-
[옐로TV : 데일리베스트 대표 PD 숨컷의 방송에 온걸 환영한다 이기야]
[옐로TV : 왔노 이기?]
<리치TV 시청자 : 0명>
"-요, 아니. 이런 개미친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