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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104화 (101/361)

104. C FOOT

내 진심이 담긴(중요) 쏘리를 받은 삼피는 눈을 꿈뻑이더니 고개를 휙 돌려 다시 화면으로 향했다.

"…."

그리곤 재차 계정 정지 창의 내용을 위에서 아래로 읽어 내려가더니-

"시발."

그래.

한국에서라면.

기쁜을 표현할 때도 쓸 수 있고.

슬픈을 표현할 때도 쓸 수 있고.

오천 원 달라 할 때도 쓸 수 있고.

아무튼 시발 어디에든지 다 쓸 수 있는.

한국어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단어.

한국어의 정수.

시발.

지금 삼피에게 필요한 건 그거였다.

그거 말고 지금 삼피의 심경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표현해 줄 말이 있을까?

단언 컨데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시발은 삼피의 둘도 없는 이해자인 것이다.

삼피는 다시 고개를 나에게 향한 뒤 말했다.

"시발."

"그래 임마, 시발."

"아니, 시발아

그 모습에선 엄청난 분노가 느껴졌지만.

그보다 더 거대한 허무함과 허탈함이 그걸 덮어버리고 있었다.

[우리집 댕댕이 중성화했을때 저런 표정이었는데]

[ㄹㅇ 우리집 뽀삐도 핫볼 적출됐을때 저런 얼굴이었음]

[으;; 드러워]

[진짜 삼피 누나 방송은 다 좋은데 여자 시청자들 채팅이 너무 드러워;]

[ㄹㅇ ㅋㅋ 리수색들 개역겹네 남성 시청자 여러분 클린한 옐로tv로 오세요]

[클린하긴 하지 ㅋㅋ 시청자도 PD도 다 리치TV로 넘어와서 암것도 없자너 ㅋ]

[이 새기가 엄연히 조상 플랫폼에 조상님인데 말하는 꼬라지 보소 제사상에 피자 올릴 근본 없는 새끼야]

[삼피네 집은 제사상에 피자랑 햄버거 올리나?]

[엄]

[아 옐수색기들때문에 채팅창 곱창났네]

[이새끼들 어디서 이렇게 몰려온 거야 ㅅㅂ]

죄송합니다.

접니다.

아니 그런데, 세상에.

저 위에 채팅에 의하면 지금 삼피는 핫볼을 빼앗긴 수컷과 동등한 수준의 상실감을 겪고 있는 게 된다.

이 상황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그리고 핫볼 보유자로서.

지금 삼피의 심정을 헤아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삼피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그리고 그리고 위안을 건네-

"자업자득입니다."

려다 말았다.

생각해 보니 말 그대로, 얘 자업자득인 것 같음.

"시발?"

"레츠 띵낑 어바웃. 니가 애당초 상대방을 존중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게 무슨 상관인데, 시발."

"니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했다면. 내가 직접 니한테 증명해야 하는 상황도 오지 않았을 거 아니야."

"아니, 아…."

아니, 아.

한국어에 대한 이해도가 원어민 정도로 빠삭해야 '아 개 조까튼데 할 말이 없네.'대신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나는 눈 앞 서양인의 한국어에 대한 이해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팬들로부터 대한 미국년이라는 영광스러운 직책을 하사받은 게 아니었다.

말문이 막힌 삼피가 휙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시발."

시발로 시작해서 아니, 아를 거쳐 시발로 끝난다.

실전 압축 한국어를 선보인 서양인의 힘없이 늘어진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힘내, 임마. 어? 7일 정도면 겨우지, 겨우. 그 정도면 싸게 배운 거야."

"내가 뭘 배웠는데."

"어? 거 뭐시냐.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는 거?"

[ㅈ피쉑이 겸손을 배우는 날이 올 줄이야 ㄷㄷ]

[이제 예의범절이랑 인성이랑 사회성만 교육받으면 되겠네요]

[^^ㅣ발 헬레켈러도 아니고 백지부터 시작이네]

[설리번 선생님도 이 새기는 못 가르치지 ㅋㅋ]

[아 ㄹㅇ ㅋㅋ 그건 설리번 선생님이 아니라 강형순 선생님을 데려와야지]

[세상에 나쁜 삼피는 없다 ㄷㄷ]

"…."

세상 삐딱한 표정으로 날 노려본다.

"웃으세요, 분위기 곱창내지 말고."

"히, 히."

양쪽 입꼬리를 올려 이빨을 보이곤 툭 툭 내뱉는다.

허나 내려간 눈꼬리와 초점 잃은 눈.

이전까지의 목줄 풀린 치와와 같은 위풍당당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에, 나도 모르게 핫볼을 적출당한 뽀삐를 떠올리게 된다.

나도 모르게 애잔함을 느끼게 되어 이번엔 진심으로 어깨를 두드려줬다.

"힘내, 임마. 나중에 정지 풀리면 이 엉님이, 어? 레오레 가르쳐 줄 테니까."

그 말에 삼피의 표정이 밝아지려다가-만다.

그래도 내 의도는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

삼피의 기세가 되살아났다.

피식.

하고, 다시 입꼬리와 눈꼬리를 올려 띠꺼움이라는 불씨에 불을 지핌으로써.

씩씩한 새길세.

"아니, 한 판 이겼다고 진짜. 니 마스터 200점이잖아. 누가 누굴 가르쳐."

"니 생각엔-"

어, 잠깐.

이 대사 좀 멋질 것 같은데.

그 멋진 대사를 그냥 치긴 아까워서, 삼피에게 향해 있던 고개를 화면으로 돌렸다.

그렇게 연출 준비를 끝내고 맛깔스럽게 말한다.

"내가 일주일 뒤에 몇 점에 있을 것 같은데?"

자신감 넘치는 미소까지.

"어디 보고 말하는데."

[ㅗㅜㅑ ㅋㅋㅋ]

[오빠 자신감 보소 ㄷㄷ]

[오빠 나죽어]

[이 새기 왜 멋진 척하냐]

[리수새기들 좋아 죽는 거 보소 ㅋㅋ 얘 정신병 아직 경험 못했누]

[아 ㅋㅋ 옐로시티에서만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근데 마스터 200점이 챌린저 800점 대리해준 거네 ㅋㅋ]

[티어 역전 세계 ㄷㄷ]

[수능 대리를 중3한테 받은 격이누 ㅋㅋ]

[남자가 마스터 200점인 것도 대단한데 심지어 200점도 모잘라 보이네 ㄷㄷ]

[ㄹㅇ 왜 200점 밖에 안 됨?]

그 일련의 흐름을 지켜본 내 머릿속에 '두둥 탁!'소리가 들렸다.

에디슨도 오늘 밤만은 정의로운 도둑놈이 되게 해달라 하느님께 빈 뒤 표절할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 아이디어를 그대로 실천에 옮기려는데, 머릿속에서 만류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건 안 돼!]

'앗, 어째서지.'

[천재성이 너무 크게 드러나는 아이디어라, 사람들이 니 천재성을 시기할지도 모른단 말이야! 적당히 천재적이란 말이야 최재훈!]

"크~"

"뭐하냐?"

삼피를 무시하고 화면에다 대고 마이 아이디어를 말한다.

"여러분, 지금 여기서-"

아, 맞다.

아무리 그래도 상도덕이 있지.

"헤이, 삼피."

"뭐."

"떾! 내가 헤이 삼피 하면 와이 숨컷이라 하랬지!"

"와~이 숨컷~"

"나 여기서, 내 방송 컨텐츠 홍보 좀 해도 돼?"

"…하."

코웃음을 친다.

"와이 에스크 뎃."

"오, 우리 벌써 이런 거 하나하나 물어볼 필요도 없는 사이가 된 건가?"

"아니, 지랄 좀. 어차피 내가 뭐라 하던 니 무시하고 할 거잖아."

"에이~ 너가 하지 말라면 당연히 안 하지. 니 방송인데, 존중해 줘야지."

"그럼 하지-"

"빼애애애애액!!!!!!"

"하… 해라. 해~"

"헤헤."

[정신병 나왔누 ㅋㅋ]

[아니 근데 오빠도 상태 좀 까리하네 ㅇㅇ;]

[ㄹㅇ ㅋㅋ 괜히 삼피년 참교육 시킨 게 아니지]

[삼피를 상회하는 정신병력 ㄷㄷ]

[얘네 둘 보면 외모랑 정신병력이 비례하는 건가 싶기도]

[리치TV쉑들 슬슬 머가리 깨지누 ㅋㅋ]

[구독자 : 우리 숨컷 하고싶은 거 다 해]

허락도 맡았겠다.

나는 당당하게 화면을 향해 말했다.

내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머릿속에 정리해 둔 말을.

"여러분, 아시다시피 지금 제 점수가 200점입니다. 마스터 200점. 어떻게. 여러분은 이게 저한테 맞는 점수라 생각하시나요?"

[ㄴㄴ]

[솔직히 더 올라가야지 ㅇㅇ]

[숨오빠는 남자지만 ㅇㅈ이지]

"그렇죠. 이 점수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하시죠?"

[넹]

[궁금해여~]

[구독자 : 얘네 순한 양 된거 보소 ㅋㅋ]

[삼피년도 조련했는데 일반인 쯤이야 ㄷㄷ]

[유치원생으로 만들어버리누]

[이런 선생님 있는 유치원 다니고싶다]

[ㄹㅇ 니는 다시 유치원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긴 하다]

[방금 챌린저 겜 이겼는데 최소 그마는 가능하지 않을까?]

"최소 그마요?"

허어억.

나는 화면을 보며 경악했다.

[ㄷㄷ 왜여]

[또 뭔 삽소리를 하려고]

"절 너무 낮게 보시네."

쯧쯧쯧.

하고.

꼴값 떨고 자빠졌네.

라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한다.

내가 원하는 건 화면 안에 있었으니까.

옛날부터 그랬어.

온라인이 최고야.

[ㅗㅜㅑ]

[자신감 보소 ㄷㄷ]

[오빠 멋져요]

[아무리 그래도 남자가 챌린저는 무리 아닐까]

[남자면 조신하게 마스터로 만족하라고 아 ㅋㅋ]

[ㄹㅇㅋㅋ 챌린저 찍는 시간동안 설거지랑 빨래는 누가 하냐고]

[ㅁㅊ년들]

[아 개극혐이야 여자시청자들]

[구독자 : 머라는거야 ㅅㅂ 쟤네 다 옐수임]

[억울하네]

[나 리치TV 시청잔데 데일리베스트 응원한다]

"아니 거, 어디서 온지 모를 옐로TV 시청자 여러분. 저 지금 중대발표 중인데, 어그로 좀 작작 끄십쇼. 진짜 줘 패기 전에."

[ㅗㅜㅑ 업계 포상]

[무히려 좋아]

[니가 모름 누가 알아 ^^ㅣ발아]

[아빠가 우리 아빠 아님 우리 아빠는 누구야? 아빠 우리 아빠 아님 우리 아빠는 누구야? 아빠 우리 아빠 아님 우리 아빠는 누구야? 아빠 우리 아빠 아님 우리 아빠는 누구야? 아빠 우리 아빠 아님 우리 아빠는 누구야?]

ㄴ채팅이 차단되어 삭제된 메세지입니다.

[채팅 관리자 : 지금부터 어그로성 채팅 차단할게요]

"감사합니다 관리자 님. 자 그럼 이어서. 어… 어디까지 했더라?"

"꼴값 떠는 데까지."

"아, 맞다."

방금 전의 감정선을 되살려 와서 말한다.

"절 너무 낮게 보시네~"

"아니, 그걸 굳이 다시 하네."

“그랜드 마스터라니! 내일부터 리치TV 동시 송출 시작해서, 옐로TV로 그치지 않고 리치TV 시청자 여러분께도 볼거리를 제공할 숨컷! 방송인으로서 그랜드 마스터 게임을 보여주는 거에 만족하지 않을 야망과 재능 넘치는 사나입니다!”

[말 잘하누]

[챌린저 노리시나 ㄷㄷ]

[말하는 것만 보면 챌린저가 아니라 국회의원을 노리는 것 같은데]

[국내에 남자 챌린저 유저가 몇이지?]

[정확힌 모르고 방송하는 애는 3명 정도 밖에 없지 않나]

[꽤 많네 ㄷㄷ]

[1/100인데 적은 거지]

그 채팅을 보고 말을 잇는다.

"그렇다면 여러분. 지금은 3명밖에 안 되는 남자 챌린저 방송인!"

화면을 향해 검지를 들어올리고 말했다.

1주일.

"1주일 뒤면 네 명이 돼 있을 겁니다!"

그러자.

채팅창에 특정 기호가 도배되기 시작했다.

[???]

였다.

[1주일?]

[먼 소리야]

[설마 1주일 안에 마스터 200점에서 챌린저까지 가겠다고?]

[지금 챌린저 컷이 몇점임?]

[그마가 300점이고 챌린저가 600점]

[그럼 400점을 5일안에 올리는 거임?]

[ㅁㅊ 오반데 ㅋㅋ]

[ㄹㅇ 에바지]

[허세부리는 거 커엽누 ㅋㅋ]

[숨컷쉑 막 뱉누 ㅋㅋ]

시청자들이 말하길, 내가.

오바한단다.

허세 떤단다.

되는 대로 내뱉는단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말이 말도 안 된단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부터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힝속상행미웡'을 시전해야 하느냐?

나는 삼피의 옆구리를 찌른 뒤에 어떤 말을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귀찮아하는 서양인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영어.

"HELL NO."

그래!

헬 노!

존나 아니지!

이거야말로 내가 원하던 반응이었다.

내가 의도하던 반응이었다.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시청자 27, 312>

슬슬 떨어지기 시작한 시청자.

이 시청자들이 여기서 더 빠지기 전에.

그러니까.

내 잠재적인 시청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남아 있는 지금.

최대한 내 시청자로 만들어야 한다.

내 방송으로 끌고와야 한다.

어떻게?

자극적인 컨텐츠를 내걸어서 말이다.

안다.

1주일 안에 챌린저 가겠다~

승률 80%로 챌린저 가겠다~

솔랭1위 찍겠다~

한겨울에 러시아 정복 가능하다~

말로만이면 뭔들 불가능할까.

말로는 누가 못할까.

그러니, 그 자체로는 충분할 정도로 자극적인 컨텐츠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안다.

충분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걸 안다.

실제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그랬다.

내가 그걸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는 컨텐츠에 쏠린 관심이 그만큼 미약하다는 걸 방증한다.

그러니, 좀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야한다.

좀더 관심이 쏠리도록.

채팅창에서 느껴지는 기호가 '?'가 아니라 '!'가 되도록.

열광하도록.

반드시 내 방송에 찾아올 수 밖에 없도록.

"저 진심입니다, 만약에 1주일 안에 챌린저 못 찍으면-"

말한다.

화면을 향해 폼 잔뜩 잡으면서.

"레오레랑 방송 접겠습니다."

그러자.

채팅창의 반응은 '?'에서 '!'가 되었다.

난리가 난다.

[1주일!?]

"예스!"

[무슨 일이 있어도 1주일!?]

"예스예스!!!"

[교통 사고 당해서 팔 날라가도 예외 없이 1주일!?!!?!"

"예스예스예스예스!!!"

[존나 예외 없이 그냥 반드시 1주일!?]

"예스!!!!!!!!!"

알 수 있었다.

이제 저 많은 시청자들이 다 내 거라는 것을!!!

이제 나도 곧 존나 대기업에 반열에 들 것이라는 것을!!!

분위기에 취해 나까지 덩달아 흥분해서 뭐라도 해야 될 기분이었다!

그래서 내뱉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1주일 내로 성공 못하면 방송이랑 레오레, 깔끔하게 접겠습니다! 얘랑 같이!"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즈아!!!!!!!!!!!!!!!!!!!!!!!!!!!!!!!!!!!]

[삼피 롤접 방접 가즈아!!!!!!!!!!]

[아 ㅋㅋ 이제 1주일 뒤면 삼피련 우리 백수라 못 놀리네 딱대 씹련아!]

그렇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반응이다.

나는 그제야 흡족스럽게 고갤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아니 왜, 나한테 개지랄이지."

* * *

1주일 안에 챌린저에 도달하는 일.

그러니까, 1주일 안에 마스터 200점에서 챌린저 600점에 도달하는 일.

가능할까?

그에 대해 묻는다면 레오레 유저들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잘' 하면 가능하겠지."

"페이스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솔랭 존나 잘하는 프로라면 어쩌면?"

"도플이면 쌉가능."

여러가지이나, 그 여러가지 답이 암시하는 바는 결국 하나다.

'이론상은 가능하다.'

이론상은 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입레오레의 영역.

최재훈의 계정과 같이, MMR이 낮은 계정의 경우 마스터 200점에서 승리할 시.

평균적으로 10점 후반 대의 점수가 지급된다.

그러니, 약 6승 당 100점.

400점이면 24승을 해야 하는 것이다.

24승.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별거 없어 보인다.

허나.

명실공이 레오레 가장 잘 하는 이들인 '프로'들의 해당 구간 평균 승률을 감안해 보면 알 수 있다.

그건 절대로 별거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해당 구간에서 '프로'들의 승률은 적게는 50프로 후반 대 , 많게는 70프로 대를 기록한다. 즉, 평균 60프로.

이는 즉, 10판하면 6승 4패의 전적이 나온단 게 되는데.

6승 4패의 전적은 순수하게 점수로만 계산해 보면, 2승에 해당한다.

프로조차도 마스터 200점에서 챌린저 600점에 도달하려면 120판의 게임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프로들의 높은 MMR을 가진 계정으론 이기면 오르는 점수가 높고, 지면 떨어지는 점수가 낮기에.

그 정도론 필요 없을 터.

허나.

최재훈의 계정은, 아주 평범한 MMR을 갖고 있었다.

이기면 정직하게 점수가 올라가고, 지면 정직하게 점수가 내려간다.

'프로 기준에서'평균적인 실력으로 600점 도달까지 도달하려면 차질 없이 120판을 플레이해야 한다.

레오레 한 판에 소요되는 평균 시간 30분.

120판이면 60시간이 된다.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9시간 내리 솔로 랭크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는 게 된다.

사람의 집중력은 무한하지 않다.

아무리 프로여도 말이다.

적어도, 9시간 동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프로의 실력을 가졌어도.

일주일 안에 600점에 도달하려면 매일 9시간도 모자라다.

그런 일을, 남자인데다가 마스터 200점인 최재훈이 해내겠다 선포한 것이다.

무려, 레오레와 방송 인생을 걸고 말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흥미로울 수밖에.

안 보고 배길 수가 없었다.

최재훈이 발버둥치다가 결국에는 실패하는 모습을 말이다.

그래, 시청자들은 이미 최재훈의 실패를 반쯤 확정하고 있었다.

허나.

최재훈의 기량은 솔로 랭크 게임에 한정해서 '프로 평균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최재훈 입장에선 그리 어렵지도 않을 일을 엄청난 일로 포장시켜 판매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7일이면 충분하다.

합방 다음날이자, 동시 송출과 컨텐츠 시작 당일.

최재훈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레오레에 접속했다.

그러자-

-계정 정지 3일-

-사유 : 대리 게임-

"어."

어제 누군가와 똑같은 표정이 된다.

7일이 아니라 4일.

"시발."

어제 누군가와 똑같은 심경으로, 똑같은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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