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02화 (99/361)

102. 나는 빡빡입니다 2

"이러면 애 버릇 안 좋아지는데."

삼피의 눈꼬리와 입꼬리가 다시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비셔 백작 타이밍에 팀원이 잘린다.

그것도 가장 잘 큰 팀원이.

설상가상으로 그 팀원은 정글러.

비셔 백작 타이밍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게 적팀에게 벌어진 것이다.

렝가르의 부활까지 약 30초.

그 30초가 삼피 팀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었다.

마지막 기회.

그걸로 반드시 무언가를 이루어내야 한다.

(팀)(탈리스타) : 그냥 ㄱㄱㄱ

그걸 잘 알고 있는 삼피 팀이 행동에 개시한다.

탈리스타가 지체 없이 비셔 백작을 공격했다.

그렇게 상황을 강제로 개시시킨다.

현재, 하인부 팀의 정글은 사망으로 인한 부재상태.

그것이 의미하는 바.

이번 게임에서 비셔 백작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한방, 스펠 '가격'의 부재였다.

더군다나, 상대방 원딜러는 탈리스타.

조건부지만 '가격'만큼이나 강한, 혹은 그 이상으로 강한 한방기를 보유하고 있다.

비셔 백작 막타 싸움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비셔 백작을 처치하는 걸 저지해야 한다.

싸움을 걸어서 말이다.

-서걱서걱

비셔 백작의 서식지로 들어서는 좁은 입구의 위쪽.

삼피 팀의 퇴로를 차단하는 형태로 푸른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페카, 아이즈의 궁극기인 '전이'.

마법진이 다 그려지면 나타날 적에 대비해 삼피 팀의 진영이 요동친다.

-…

그러나, 다 그려진 마법진은 그 누구도 토해내지 않았다.

대신, 딱 맞춰 아래에서 진입해 오는 하인부의 팀.

페카가 팀의 진입 타이밍에 맞춰 '전이'로 페이크를 줘, 진영을 흔든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전이를 시전한 위치는 완벽했고, 타이밍 또한 완벽했다.

[와 전이 타이밍 보소 ㄷㄷ]

[저게 페카인가?]

[괜히 삼피 이긴 게 아니네 ㄷㄷ]

[저런 사람이 왜 옐로TV에서 썩고 있지]

[우리플랫폼이 너희플랫폼보다 작을 수는 있어도 우리 플랫폼엔 페카의 양손과 엄상희의 이름이 있다. 다시는 우리 옐로TV를 무시하지 마라]

[우리가 잘못했다. 사과할게. 미안합니다 (병신들)]

그 플레이의 깊이를 눈치챈 일부 시청자들의 손에서 자연스럽게 찬사가 터져나왔다.

-붕!

이어서 하인부 팀의 서포터, 노틸리우스가 삼피 팀 진영을 향해 거대한 닻을 던졌다.

-철컥!

닻은 소위 말하는 그랩류 스킬.

닻에 걸린 모르간느가- 끌려오지 않았다.

모르간느의 상태이상을 무시하는 실드형 스킬, 검은 장막이 그녀의 몸에 둘러져 있었다.

번쩍!

모르간느는 닻에 끌려가는 대신, 제 발로 걸어가 적 진영에 다가갔다.

그리고 점멸을 사용해 단번에 진영 사이로 파고들더니-

-속박하리라!

궁극기, 검은 촉수를 사용.

모르간느로부터 새어나온 검은 촉수가 단번에 주벽의 적들을 옭아맨다.

검은 촉수는 옭아맨 적들을 일정 시간 뒤 피해를 주는 동시에 기절을 건다.

검은 촉수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

모르간느를 죽여서 끊어내거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띵!

모르간느가 황금시계를 사용하여 무적 상태가 되자 자연스럽게 선택지는 하나만 남겨진다.

사거리를 벗어나는 것.

그렇게 하인부 팀의 진영이 중심에 있는 모르간느로부터 흩어져, 붕괴된다.

[와 ㅅㅂ 진입각 보소]

[챌린저겜 수준 돌았네 진짜]

양쪽의 진영이 붕괴된 상태에서, 본격적으로 교전이 시작된다.

-심해의 부름에 따라….

노틸리우스가 탈리스타에게 궁극기, 물기둥 폭발을 시전했다.

-펑!

공중으로 떠올라 무방비 상태가 되는 탈리스타에게 달려들어 암살을 시도하는, 하인부 팀의 미드 쟈드.

-시야아아악!

그런 쟈드를 삼피 팀의 미드, 카시오페이아가 견제한다.

궁극기, 메두사의 시선.

정면에서 당하면 유사 기절, 석화 상태에 빠진다.

허나, 챌린저 쟈드.

곧바로 등을 돌려 궁극기에 피해를 입을지언정, 석화까지 걸려주진 않는다.

그러나, 그거면 충분하다.

시간을 늦췄을 뿐으로 말이다.

-샤악!

카시오페아가 내뱉은 독이 쟈드의 밑에 깔린다.

이동기 사용 불가능 상태로 만드는 맹독 늪.

그대로 발이 묶여 버린 쟈드에게 공중에서 다시 내려온 탈리스타와 카시오페이아의 협공이 가해진다.

[SYSTEM : 아군(탈리스타)이 적군(쟈드)을 처치했습니다.]

결국 쟈드는 암살에 실패했을 뿐더러 도주하지도 못하고 사망.

암살자로서의 본분을 다하는데 실패한다.

그러나, 제몫을 다했다.

삼피 팀의 딜러 두 명을 주의를 완전히 끌어 놓았으니 말이다.

쟈드가 그렇게 주의를 끌어 놓은 사이.

[SYSTEM : 적군(아이즈)이 아군(엘라프)를 처치했습니다.]

모르간느와 함께 적 진영에 진입했었던 엘라프가.

랄루의 서포팅을 받는 케이슬린, 그리고 아이즈에 의해 제압당한다.

아주 손쉽게.

엘라프가 앞에서 피해를 받아줄 때, 뒤에서 지원해줘야 했었던 탈리스타와 아이즈가 쟈드에게 묶여 있던 탓이었다.

하인부 팀에서 가장 잘 큰 렝가르의 사망으로 막대한 전력 공백이 생겼으나, 그럼에도.

삼피 팀의 성장 상태가 명백하게 뒤떨어지며, 비셔 백작 처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HP가 소모되었기에.

4:5교전은 5:5만큼이나, 혹은 4:4만큼이나 치열하게 진행됐다.

엘라프 다음은 황금 시계로 인한 무적 상태가 끝난 모르간느였다.

-이쪽으로….

모르간느에게 공격적 쏟아지려던 찰나, 탈리스타가 궁극기인 '영혼화'를 사용.

모르간느를 행동불가인 동시에 무적 상태인, 영혼 상태로 만든다.

탈리스타는 영혼 상태가 된 모르간나를-

-쿵!

아이즈와 케이슬린을 향해 던졌다.

번쩍!

아이즈는 점멸을 사용해 피했으나, 그러지 못한 케이슬린이 공중에 띄워진다.

그 순간-

-어딜 가시나?

상황을 지켜보던 삼피의 카밀라가 등장.

벽을 타고, 공중에 띄워진 케이슬린에게 달려든다.

절정에 이른 교전.

챔피언이 하나둘씩 쓰러져나간다.

이제는 쓰러진 챔피언이 서 있는 챔피언보다 많다.

이내.

마지막으로 쓰러지는-

-크아아아앙!!!!

비셔백작.

쓰러트린 건-

[SYSTEM : 블루 팀이 비셔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홀로 살아남은 삼피 팀의 원딜러, 탈리스타였다.

게임의 전황을 뒤집는 엄청난 승리!

까지는 아니었으나.

중요한 건.

어쨌거나 유의미한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이었다.

그럼으로써 이어지던 패배의 흐름을 끊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한번 해 보죠)

(가능성 생긴듯)

덕분에 상실했던 전의를 되찾은 삼피 팀에 활기가 돈다.

분위기가 반전된다.

이 모든 게 아이러니하게도, 삼피이 최재훈의 옳은 오더를 무시하고 틀린 판단을 고집한 덕이었다.

명확히 따지자면 실수를 저지른 렝가르의 탓이었으나-

[와 삼피쉑 이걸 해내네]

[내가 알던 그 찐따같던 삼피가 맞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걸 역전각을 본다고?]

[한순간에 ㅈ피에서 갓피로 ㄷㄷ]

결국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건 결과였고, 가장 중요한 건 결과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만들어낸 건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삼피였고.

[뇌지컬 ㅆㅅㅌㅊ]

[판단 오졌다]

[이걸 위한 병신연기였던 건가 ㄷㄷ]

[절름발이 아니라 절름뇌가 범인 ㄷㄷ]

그렇기에, 이 엄청난 활약의 영광은 삼피의 '뇌지컬'이 차지하게 된다.

더군다나-

[와 ㅅㅂ 삼피 미친년 뭐한 거야]

[피지컬 실환가]

[거기서 그게 가능하네 ㅁㅊ;]

[캐리했다]

교전에서 엄청난 피지컬로 활약을 보였다.

피지컬은 뇌지컬보다 가시적이며, 명확하고, 화려하다.

그런 피지컬로 일목요연한 활약을 펼친 덕에.

해당 게임에서 삼피가 보였던 모든 행동이 주는 이미지가 변모한다.

때문에.

시간이 흘러-

분전했으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으며 결국 역전하는 건 불가능하다 결정지은 게임.

그런 게임에서 삼피는 당당하게 그리 말할 수 있었다.

"하, 이건 안 되겠네. 내가 더 이상 할 게 없어. 그래도 뭐. 나니까, 여기까지 끌고 왔네. 나 아니었음 여기까지도 못 왔어. I DO MY BEST. 아니지, I DO BEST. 내 상황에서 이보다 더 잘할 순 없으니까. 안 그래?"

전에 없을 정도로 치솟은 눈꼬리와 입꼬리.

삼피가 전에 없을 정도로

삼피가 캠을 향해 전에 없을 정도로 선명해진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ㅇㅈ]

[솔직히 인정한다]

[ㅇㅇ 비셔때 개쌉오졌지 진짜]

[솔직히 탑은 이겼지 ㅇㅇ]

그러나, 더 이상 그녀를 욕하는 시청자는 없었다.

비난하고 부정할 수 있는 시청자는 없었다.

방금 전 비셔 백작에서의 활약으로 해당 게임에 환해서 이미지 세탁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그녀는 더 이상 말 안 듣는 고집쟁이가 아니었다.

절망에 빠진 팀원들에게 희망을 보여준 에이스였다.

"그렇다네?"

그런 삼피를, 최재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조롱의 춤을 추며 말이다.

'진짜 뭐하는 건지.'

삼피는 최재훈의 기행에 아랑곳 않고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니 오더. 하나 같이 사려라~ 조심해라. 그래. 그렇게 하면 손해 보는 일은 적겠지. BUT 이런 그림을 만들 수 있어? 방금 같은 상황 만들어내고, 게임 이렇게 비빌 수 있어? 니 그때, 나보고 빼라고 했었지. 그 말 들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히죽 올라가는 입꼬리.

"엔서 이스 놉. 결국, 그게 니 수준이야. 니랑 나랑 수준 차이라고. 오케이?"

최재훈이 고갤 끄덕였다.

이내, 말한다.

"그러니까 니 말은-"

지금 내가 보여주고 있는 플레이가, '우리팀 탑 카밀라'라는 입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더는 없을 정도로 완벽한 플레이다.

니 오더를 들었다면, 이리 완벽한 플레이가 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니보다 뇌지컬이 좋다.

내가 짱이다.

짜릿하다.

"-이거지?"

[숨컷도 잘하긴 했는데 역시 뭐 ㅇㅇ]

[챌린저보단 아니지]

[이새기 뇌없페니 뭐니 해도 결국엔 챌린저 상위권이니까]

삼피는 여유롭게 웃었고, 채팅창은 그런 그녀를 옹호했다.

그러자 최재훈이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이렇게 해 보자고."

"?"

"지금부터 무조건 내 오더 따르고, 어떻게 되나 보는 거야. 니가 최선이라고 했던, 이건 안 되겠다고 했던 상황이 어떻게 변하나."

"하."

삼피가 안쓰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엇다.

그리고 입을 열려던 찰나-

최재훈이 "아니다."라며 먼저 입을 열었다.

"그냥 이렇게 하자."

까닥까닥.

그가 삼피에게 손짓했다.

"?"

난데 없는 행동에 미간을 구기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삼피에게, 최재훈이 방금 손짓의 의미를 말로써 재차 전달했다.

"나와 봐."

* * *

[속보) 삼피 日 : 이건 안 되겠다 내가 더이상 할 게 없다.]

[속보) 삼피 日 : GG]

"음?"

채팅창을 본 페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이걸? 이걸 벌써 포기한다고?"

납득이 안 된다는 반응에 올라오는 채팅들.

[벌써요?]

[벌써가 아니라 이제야 아님?]

[그럴 만하지 않나?]

[카밀라는 할 거 다 했지 ㅇㅇ]

[여기서 카밀라가 뭘 할 수 있겠어]

"아니."

페카가 쓰게 웃었다.

"할게 없긴~ 오히려 지금부터 카밀라가 할 수 있는 게 넘치는데."

[?]

[뭔소리임]

[카밀라가 뭘 함?]

비셔에서의 실수 이후로 크게 당황했는지.

렝가르는 실수를 이어갔다.

그렇게, 하인부 팀의 에이스이던 렝가르는 힘을 잃었다.

반면에, 삼피 팀의 에이스인 카밀라는 제압을 거둬 추가 골드를 대거 획득하고 단번에 강해졌다.

"지금 적팀에서 우리팀 흔들면서 아군들한테 기회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카밀라뿐인데."

[그게 가능함?]

가능하다.

정확히는, 불가능하진 않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아주 높은 수준의 능동적이고도 유연한 운영 능력, 판단력이 요구된다.

그러니까, 뇌지컬이 말이다.

"저분은 저게 아쉽단 말이죠."

피지컬이 차려진 밥상을 소화시키는 능력이었다면.

뇌지컬은 밥상을 차리는 능력이었다.

지금처럼, 카밀라가 팀원들을 위해 밥상을 차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뇌없페인 삼피는 힘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카밀라가 캐리할 수 있는 판이었는데 아쉽-"

그때, 떠오르는 시스템창이 페카의 말을 끊었다.

[SYSTEM : 적군(카밀라)가 아군(렝가르)를 처치했습니다.]

"-응?"

페카가 즉시 렝가르가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죽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곤 흥미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 저걸?"

지금 타이밍에 저 위치에 렝가가 있을 걸, 혹은 올 걸 정확히 예상해서 암살한다고?

삼피와 달리 챌린저 상위권에 적합한 뇌지컬을 보유한 렝가르, 하인부.

그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압도적 수준의 뇌지컬을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말도 안 돼.

그 삼피가 어떻게 저런?

혼란스러워하길 잠시.

"아."

페카가 이해했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속보) 숨컷이 삼피 조종석 탈취]

[속보) 숨컷 '비켜봐'시전]

[동전올려놨네 ㅋㅋㅋ]

채팅창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였다.

* * *

삼피가 패배를 직감했을 때, 하인부는 승리를 직감했다.

비록 수 차례 실수를 저지르긴 했으나, 이번 승리엔 자신의 공이 컸다.

그러니까.

삼피에게 패배를 안겨준 게 본인이라 자부할 자격을 갖춘 것이다.

어제, 삼피에게 패배하고 모욕당한 이후로 쭉 굳어 있었던 하인부의 얼굴에 자연스러운 미소가 돌았다.

패배자의 표정보다, 승리자의 표정에 가깝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시 어두워지는 낯빛.

"으…."

[SYSTEM : 아군(쟈드)이 적군(카밀라)에게 처치당했습니다.]

카밀라가 갑자기 전혀 사람이 된 듯 돌변해서 미친 듯한 활약으로 게임을 뒤집어 엎기 시작해, 이미 느꼈었던 승리의 직감이 희미해져가는 탓이었다.

[팀][쟈드] : 아니 ㅅㅂ

[팀][쟈드] : 얘 어디서 나온 거야

[팀][쟈드] : 아니 그보다 내 위치 어케 안 거지

[팀][쟈드] : 님들 누구 방송중임?

[팀][쟈드] : 방송 중이면 맵 가려 주세요

[팀][케이슬린] : 저사람 방플 아님

[팀][쟈드] : 아니 내 위치를 어떻게 저리 딱 아냐고

[팀][쟈드] :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됐잖아

정말로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었을 리는.

그러니까, 갑자기 이 정도의 실력 상승이 이루어졌을 리는 없다.

삼피가 활약할 특정할 요건이 갖춰졌다 보는 게 맞았고.

그 특정한 요건을 제공한 건 자신이 저지른 수차례의 실수 때문이라 보는 게 맞았다.

팀이 패배에 가까워지고 있다.

자신의 탓으로.

적이 승리에 가까워지고 있다.

삼피의 덕으로.

삼피가 어제 자신을 비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하인부의 안에서 뭔가 중요한 게 부서지려 하고 있었다.

그때.

-찰랑!

-지금 삼피 상황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CLIP 영상]

하인부가 숙이고 있던 고갤 들어 영상을 바라봤다.

"…."

영상이 흐름에 따라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시금 승리자의 표정에 가까워진다.

영상의 내용은, 아니나 다를까였다.

* * *

최재훈은 챔피언 폭이 좁았다.

다르게 말하면, 특정 플레이 스타일에 특화되어 있었다.

게임의 판도, 적의 행동을 읽는 능력이 독보적으로 탁월했다.

그걸 토대로 상대방의 빈틈을 찾아내어 의표를 찌르는 데에 특화된 플레이 스타일.

'암살자'

최재훈의 모스트 챔피언들을 하나로 묶는 특징이었다.

카밀라는 명백히 따지자면 암살자에 속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E스킬 와이어 이동이라는 훌륭한 이동기를 기반으로 한 기동력.

그리고, 성장에 정도에 따라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순간 딜링 능력.

잘 성장한 카밀라는 암살자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최재훈은 잘 성장한 카밀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적을 파악하여 암살한다.

유인하고, 교란시킨다.

그렇게, 빈틈을 만들어낸다.

게임을 만들어 나간다.

<승리!>

삼피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이었다.

"…."

그런 걸 해낸 최재훈.

아까부터 삼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머임?]

[이걸 어케 이긴 거임?]

[말 안 되네 그냥 ㅋㅋ]

[혼자서 겜 다하네;]

[방플이라도 했나]

시청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후…."

숨을 갈무리한 최재훈이 화면에서 시선을 옮겨 그런 삼피를 바라봤다.

"앞으로, 잘 해 봅시다."

"…뭐?"

"진 쪽이, 상대방 방송 노예 되기로 했잖아?"

얼이 빠져서 대답하는 삼피를 보며, 피식. 특유의 웃음을 짓고는 말을 잇는다.

"일단 창씨개명부터 조집시다."

1. 숨컷방송노예

2. 나는빡빡입니다

삼피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마스터 200점에다가 남성인 숨컷이 챌린저 상위권 게임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퍼포먼스.

[아니 뭐임? 뭐가 어케댄거임?]

[마스터 200점이 챌린저 상위권에서 캐리하는 거 실환가]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잘 알았다 리치TV 스트리머들 수준. 시시해서 죽고싶어졌다]

[어~ 숨컷도 곧 리치TV 스트리머야~]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리치TV의 자랑 숨컷! 리치TV의 자랑 숨컷! 리치TV의 자랑 숨컷! 리치TV의 자랑 숨컷! 리치TV의 자랑 숨컷! 리치TV의 자랑 숨컷! 리치TV의 자랑 숨컷! 리치TV의 자랑 숨컷!]

채팅창이 숨컷에 대한 찬사로 뒤덮였다.

그러던 때.

누군가가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기호를 사용했다.

바로'?'였다.

[근데 이것도 대린가?]

허나 그 채팅은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숨컷에 대한 찬사에 곧바로 묻혀 버렸다.

"지랄…하지… 마…."

"뭐? 뭔랄!?! 떽!!! 삼피 네 이놈!!!"

움찔!

새로운 방송 노예 교육에 한창인 최재훈은 당연히 그걸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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