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00화 (97/361)

100. 제나 웨스트 6

삼피의 챔피언은 팬싱의 명수, 피올라.

팬싱의 명수라는 이름과 펜싱복을 입은 날렵한 외형에 맞게.

도신이 얅고 길어 일견 꼬챙이처럼 보이기도 하는 검, 사브르를 무기로 다룬다.

그리고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노리는 쾌검술을 구사한다.

반면에 상대인 사막의 수호자, 렉톤.

비늘이 돋은 피부가 악어를 연상시킨다.

거대한 악어.

아주 육중한 몸체.

그리고 그에 걸맞는 육중한 무기.

이름 그대로 반월에 손잡이를 달아 놓은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반월도.

그런 외형적 특징과.

휘두르기, 다지기, 베고 절단시키기 라는 스킬 이름에 걸맞게.

원시적이지고 폭력적인 전투방식을 구사한다.

때문에 대치하는 둘을 보면 대결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 피올라가 기술로 분전하며 줄타기를 하는 형태로 이루어질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거 없다.

아니, 게임은 그런 거 없다.

게임이니까.

덩치가 아무리 커 봤자 역할군이 보조면 힘 싸움에 약하다.

반면에 덩치가 아무리 작아 봤자 역할군이 전사면 힘싸움에 강하다.

렉톤의 역할군은 전사며, 피올라도 전사다.

힘싸움에서 서로 대등한 위치이며, 서로에 대한 상성 또한 비슷하다.

미세하게 렉톤이 초반에 우세하며, 피올라는 후반에 우세하다.

둘의 구도를 결정짓는 첫 번째 관건은, 피올라가 초반 렉톤을 상대로 얼마나 분전하느냐였다.

그런데-

"쯧."

상태창으로 렉톤의 아이템을 확인한 삼피가 짧게 혀를 찼다.

오란검과 포션.

거기까지는 자신과 같다.

그러나, 포션의 수와 자신보다 한 개 더 많아 두 개다.

검도 하나 더 많다.

350G 가격의 아이템인 장검이었다.

렉톤이 인베에서 퍼블(선취점)을 취하여 400G를 획득한 결과였다.

포션 하나는 10초에 걸쳐 체력 150을 회복시켜주고.

장검은 공격력을 10 올려준다.

게임 전체적으로 보면 '겨우'였지만.

한두 대 차이로, 그러니까 피 100 내외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는 초반 렉톤과 피올라 구도에선 '자그마치'였다.

안 그래도 쉽지 않은 렉톤과의 초반이, 더욱 쉽지 않게 돼 버렸다.

"그거 다 유어 카르마인거 알지?"

최재훈이 삼피 특유의 말투를 흉내내며 그녀의 실수를 상기시켰다.

그에 삼피가 미간을 구겼다.

"뭐?"

"기분 나빠?"

"아니, 뭐라 했냐고."

"저거 다 유어 카르마인거 아시냐고."

"그게 뭔 개소리야."

불쾌해서가 아닌 못 알아들어서였다.

[카르마가 뭐임?]

[영어로 업보]

[아니 골때리네 ㅋㅋ 한국인 영어 발음이 구려서 못 알아 듣는 미국인은 봤어도 단어 뜻 몰라서 못알아 듣는 미국인은 첨보네 ㅋㅋ]

[아 ㅋㅋ 그런 미국인이 어딨냐고]

[모국어 역전 세계 ㄷㄷ]

[영어 수준 답 없으면서 이 악물고 꾸역꾸역 쓰는 이유가 도대체 무냐고]

[꾸준히 영어 안 쓰면 뇌가 녹는 병 걸린 걸지도 모름 ㄷㄷ 이미 반쯤 녹았고]

[아 ㅋㅋ 어쩐지]

무안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

안 그래도 초반에 강한데, 400G 어치 더 강해진 렉톤.

그런데도 삼피는 진심으로 특유의 거만하고 여유로운 조소를 지을 수가 있었다.

"뭐, 그래 봤자. 그마딱이지."

미니언이 도착하고 본격적으로 라인전이 시작된다.

* * *

(팀)(케이슬린) : 근데 탑 ㄱㅊ?

(팀)(르벨랑) : 퍼블 먹었는데 웬 ㄱㅊ? 아 적 피올라 괜찮냐고? 너무 발릴까봐? ㅋㅋ

(팀)(케이슬린) : 아니 그게 아니라 적 팀 삼피임

(팀)(르벨랑) : ㅁㅊ 걔 챌린저 아님? 왜 여깄음

(팀)(모르간느) : 부캐 중임

(팀)(르벨랑) : 그럼 나도 말해야지

(팀)(르벨랑) : 탑 ㄱㅊ?

탑 괜찮냐는 팀원의 걱정에 이수연, 렉톤을 플레이 중인 그녀가 도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탑신병자의 마음가짐 중 하나인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지만 이 점수에 있는 건 팀원들이 쓰레기라서'에 따라서.

300점대면서, 800점대인 삼피에게 위축당하지 않는다.

(팀)(렉톤) : 퍼블 먹었으니까

(팀)(렉톤) : 개발라봄

(팀)(르벨량) : 캬 자신감 미쳐따미쳐써

(팀)(케이슬린) : 누나 멋져요

(팀)(모르간느) : (출렁)

미니언이 도착하고 본격적으로 라인전이 시작된다.

-스으윽

피올라의 패시브 스킬, 약점 발견에 따라 렉톤의 사방 중 한쪽에 약점이 표시된다.

약점을 가격당하면 추가 피해를 입으며, 피올라는 체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가속 효과를 받는다.

피올라가 렉톤의 약점을 가격할 수 있는 각이 나왔다.

정확히는, 렉톤이 그렇게 각을 내준 거였다.

승부수였다.

현재 렉톤 또한 패시브 효과로 인해 다음 스킬이 강화 효과를 받는다.

Q스킬 휘두르기.

사방으로 반월도를 휘두르며 피해를 입히는 동시에, 적중시킨 적에 비례하여 체력을 회복한다.

약점을 내주어도 강화된 휘두르기를 적중시키면 딜교환에서 압도적인 이득을 거둘 수 있다.

피올라가 거리를 좁혀오더니-

-휙!

찌르기(Q스킬)을 사용한다.

약진하며 약점을 향해 사브레를 내지르는 피올라.

'지금!'

피올라의 사브레게 렉톤에게 박혔다.

동시에 렉톤이 크게 휘두른 반월도가 주변의 적들을 갈랐다.

-푹!

-푸확!

사브레가 찌른 곳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반월도가 가른 적들에게서 피가 터져나왔다.

사브레가 끄집어 낸 피와 달리, 반월도가 끄집어 낸 피들은 반월도에 흡수되어 그대로 렉톤의 체력으로 전환된다.

됐다.

이러면 이수연의 의도 대로.

"어?"

가, 아니었다.

손실 없이 깔끔한 피올라의 체력.

반면에, 어딘가 비어 있는 렉톤의 체력.

그 공백은, 피올라의 피였다.

반월도에 흡수된 피 중에, 피올라의 피는 없었다.

피올라는 휘두르기에 적중당하지 않았다.

그게 가능한 건, 찌르기의 사거리가 휘두르기보다 길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 사거리 차이는 무의미할 정도로 약소하다.

그런데, 그런 무의미할 정도로 약소한 사거리를 삼피는 실전에서 완벽하게 응용해 보인 것이다.

이론상 가능한 플레이였다.

허나, 이론상 가능한 플레는 '실전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플레이'의 다른 말이었다.

그런 플레이를 운이 아닌 의도적으로 해내는 실력이라면, 자신으로서 감당하기가 힘들어진다.

선취점이라는 거대한 이득을 본 상태로 시작했음에도 말이다.

탑신병자로선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냐, 운이겠지.'

그렇기에 운이라고 부정하고 폄훼함으로써, 자신감을 보존한다.

이윽고 찾아오는 2레벨 타이밍.

렉톤은 W스킬, 상대방을 가격하여 높은 피해를 주는 동시에 기절시키는 '다지기'를 배웠다.

피올라 또한 W스킬, 일시적으로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반격 상태가 되지만 그동안 모든 피해를 무시했다가, 자세가 풀리는 동시에 공격을 가하는 '반격'을 배웠다.

반격은 논타겟 스킬로서, 적중당한 적에게 피해를 주는 동시에 둔화시킨다.

그리고.

반격 자세 도중에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스킬에 맞았을 경우, 반격은 둔화가 아닌 기절을 건다.

처음 다지기와 반격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라인전의 구도가 크게 갈린다.

-스으윽

렉톤에게 또다시 약점이 생겼다.

그러자 또다시 망설임 없이 다가온다.

이번에도 찌르기로 단번에 거리를 좁혀올 터.

하지만 그 경우, 다지기의 사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그렇기에, 숙달된 피올라 유저들은 지금 타이밍에서 찌르기로 접근해 오는 동시에 반격을 사용한다.

그렇기에 렉톤은 경계하여 곧바로 다지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허나 같은 생각이었는지, 피올라 또한 반격을 사용하지 않았다.

-푹!

-푸확!

그렇게 서로 교전을 벌이되 반격과 다지기를 아껴 두는 신경전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렉톤이 유리해진다.

렉톤의 다지기 스킬엔 선딜레이가 존재하지만, 육안으로 보고 확인하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으니까.

허나.

그 또한 분명 '이론상 가능한 플레이'였고

-팅!

또 해내고 만다.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을 가늠해 렉톤이 다지기를 사용했지만, 피올라는 완벽하게 반응해 냈다.

설상가상으로, 논타겟 스킬인 반격을 적중시키기까지.

결과, 기절에 걸린 건 피올라가 아닌 렉톤이었고.

일방적이고도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이번에도 이수연은 운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왠지 운이 계속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저건 자신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상대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그녀를 몰아세운다.

하지만 괜찮다.

분명 약점은 존재하고, 자신은 그 약점을 알고 있었으니까.

초반 인베에서 당하여 위쪽 정글, 레드에서 시작한 에이코가 봇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이수연의 팀은 알게 됐다.

탑에 상대 정글, 에이코라는 변수가 작용할 수 없게 되었음을.

이수연 팀의 정글인 엔리스에게 탑을 안전하게 갱킹할 기회가 주어졌음을.

삼피의 팀 또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삼피는 사리지 않는다.

구린 뇌지컬.

혹은 비대한 자신감.

삼피의 약점이였다.

(팀)(렉톤) : 삼피 쟤 정글 안 조심하기로 유명한데 에이코 봇에 보였으니 엔리스님 지금 와서 바로 따보죠

(팀)(엔리스) : 바로 갈게요

말 그대로 바로 탑으로 향하는 엔리스.

엔리스가 거의 다 도착했음에도, 삼피는 사리지 않는다.

'됐다!'

사실, 딱히 삼피가 아니었어도 이번 갱킹은 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궁지에 몰려 초월적인 집중력을 발휘한 렉톤이 상대로 하여금 방심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고.

엔리스는 정글을 포기함으로써 동선을 꼬아, 시야가 없는 상대로 하여금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취했으니까.

삼피와 달리 유연한 사고에 뛰어난 뇌지컬을 가졌어도 당할 수밖에 없는 갱킹이었다.

그런 갱킹이니까 삼피는 당연히-

"어?"

수세를 취한다.

정글이 안 보이니 수세를 취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허나.

이건 과했다.

'뭐야?'

보통 수세가 아닌, 과한 수세를 취한다.

과해서, 확실한 수세를 말이다.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확실한 근거를 느끼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이다.

적 정글의 소재 파악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확실한 근거를 느끼고, 확실한 순간에, 확실하게 대처한다.

그것은 즉, 가시적인 단서 없이 정글의 움직임을 확실하게 예측했다는 게 되는데.

렉톤은 그게 불가능하도록 완벽에 가깝게 연기했다.

엔리스는 그게 불가능하도록 완벽에 가깝게 동선을 꼬았다.

그런데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물론, 이번에도 이론상으론 가능한 플레이였다.

허나 그건, 무의미할 정도로 미세한 사거리를 응용하는 것보다.

육안으로 반응하기 힘든 순간을 잡아내는 것보다.

훨씬 '운' 같은 플레이였다.

훨씬 말도 안 되는 플레이였다.

그러나 그런 플레이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되자, 이수연의 눈앞에 새로운 벽이 들어섰다.

'삼피의 판단'을 보고 느낀 벽은, 삼피의 플레이를 보고 느꼈던 벽보다 높으며, 견고했다.

(이길 수 있어요)

(ㅇㅇ 해볼 만함)

(화이팅)

시간이 흘러 세 명의 팀원이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렉톤, 그리고 엔리스.

삼피의 판단을 거듭 겪은 둘은 이미 패배를 확신하고 있었다.

* * *

(팀)(렉톤) : 삼피 쟤 정글 안 조심하기로 유명한데 에이코 봇에 보였으니 엔리스님 지금 와서 바로 따보죠

(팀)(엔리스) : 바로 갈게요

적 팀에서 그런 대화가 이루어지고, 엔리스가 탑에 거의 도착하려던 찰나였다.

"지금부터 엔리스 조심해야 돼. 확실하게 쭉 빼."

말 없이 맵을 응시하던 최재훈이 오더를 내렸다.

"왓!? 라잇 나우?"

삼피는 질색을 하면서도 즉시 오더를 따랐다.

그 뒤, 불만을 이어간다.

"근처에 엔리스 있을 확률 높다고 이것아."

"어딨는지도 모르는 엔리스를 와이 스케리?"

"임마 발상의 전환 보소. 어딨는지도 모르니까 스케리해야지."

"노 리스크, 노 페인. 방금 같은 킬각 상황에선 당연히 정글 개입 정돈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

삼피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한 얼굴로 덧붙였다.

"그렇지. 너 같은 애들은 이런 킬각 못 보는구나?"

이어서 한 양쪽 입꼬리를 씨익 끌어올려 특유의 비웃는 인상을 극대화시킨다.

고개를 치켜듬으로써 마주 앉은 상대방을 있는 힘껏 내려다본다.

덤으로, 웹캠까지.

[으아아악 ^^ㅣ발!!!!!!!!!!!!!!]

[너무 개 조까태!!!!!!!!!!!!]

[그 킬각은 몰라도 지금 니 킬각은 보여 ^^ㅣ발아]

[GUN... GUN은 어딨는가]

[아쉬운 대로 지건이라도]

"마리아해구VS장혜환콧구멍 님이 3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목 울대에 지건 꽂으면 100만 원."

"초상집육개장소믈리에삼피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야 숨컷아 쿠쿠 진짜 궁금하지 않냐? 저 목에 지건 꽂으면 이 새기 어떤 소리 낼지 제발."

"동탄타이어펑크아티스트엄상희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숨컷아, 이 새끼 죽이면 옐로시티 배신해도 인정해 준다, 이응이응."

최재훈과 달리, '나는빡빡입니다'의 모습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가소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순수하게 띠꺼워하며 고통을 호소한다.

슬슬 최재훈은 '전 미친개 주인'으로서 소임을 다하여.

남녀역전으로 부득이하게 고삐가 풀려 버린 미친개, 삼피에게 다시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놓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 레오레라는 게임에서 니가 보는 걸 내가 못 볼 확률은, 니가 사람 될 확률보다 낮을걸."

부득이하게 초기화된 서열을 재구축할 시간이었다.

* * *

<승리>

게임이 끝나자 떠오른, 승리를 증명하는 창.

그걸 보며 삼피는 한숨을 내쉬었다.

"SIGH, 내 판단 대로 했으면 5분은 더 빨리 끝났는데."

'이거다.'

싶은 최재훈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야, 그러면 다음판은 이렇게 해."

"뭐, 어떻게."

"이번엔 내가 오더를 내리는데, 오더를 따르는 건 니 자유인 거야. 그러니까, 누구 판단이 맞나 직접적으로 비교해 보자는 거지. 판단력에 따라 결과 확실하게 나뉘는 챌린저 게임에서."

그러자 삼피가 안 어울리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최재훈을 바라본다.

"정말 괜찮겠어?"

"뭐가."

"기껏 오더로 유명해졌는데, 니 오더 사실 별거 없는 거 밝혀지면 어쩌려고."

그러자 최재훈 또한 걱정스러운 얼굴로 삼피를 바라본다.

"니야 말로 괜찮겠어?"

"뭐가."

"실력 방송인이라는 애가 챌린저 800점이면서 마스터 200점보다 판단력 구리다는 거 알려지면 어쩌려고."

[아니 ^^ㅣ발 어떻게 티키타카가 끊기는 일이 없냐]

[이 새기들 이러다 결혼하는거 아니누]

[얘네 둘이 자식낳으면 ㄹㅇ 그 새끼가 3차 세계대전 일으킬듯]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어느새 전환되어 있는 계정.

"그리고, 또."

"또 뭐."

"일일이 점수 매겨서 진 쪽이 방송 닉네임 '나는빡빡입니다'로 바꾸고, 상대방 방송 노예 되는 거."

"그러던가~"

그렇게 말한 삼피는 '하, 별 병신 같은.'이라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최재훈은 어딘가 익숙한 삼피의 태도에.

어딘가 익숙한 일련의 흐름에.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게임을 수락하시겠습니까?>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적팀에 하인부 잡혔네 ㅋㅋ]

[리벤지전 ON]

[속보 ) 하인부 적팀에 삼피 잡혔다는 거 듣고 쌉정색하고 빡겜 선언]

"하인부?"

벤픽이 끝나고 돌입한 로딩창.

삼피는 적팀에 있던 렝가르의 정체를 확인하곤 피식 코웃음을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이-

[속보) 조카쉑 저격 성공]

[아 ㅋㅋㅋ 뒤졌다 리치TV 싸이코패스 새끼]

[어느쪽 싸이코패스력이 더 쎈지 승부다 씹련아]

적팀에 있던 아이즈의 정체를 확인하고 한 번.

로딩이 끝나고 게임이 시작되자-

[전체][PEKA] : 아니,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전체][PEKA] : 이런데서 뵙네요

[전체][PEKA] :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들 ㅎㅎ

[전체][PEKA] : 탑은 2:1이네요? 하하하

또 한 번 구겨졌다.

페카.

그녀는 삼피와 인연이 있었다.

어떤 인연인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담당일찐 왔네 ㄷㄷ]

[담당일찐 ON]

[삼피쉑 인생 조졌누 ㅋㅋ]

삼피에게 걸린 게 아주 많은-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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