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 정모 1
제목 : 야 이번에 ㅈ된 편집자 채지윤 이새끼 맞지?
내용 : 나대던거 ㅈㄴ꼴보기 싫었는데 드디어 뒤지네 아 ㅋㅋ오늘 발 뻗고 자겠네 ㅋㅋ개꿀띠
근데 이 새낀 진짜 레전드긴 하네 ㅋㅋ
21세기에 노예12년을 찍고 있누
ㄴ : 다 남자자너 ㅋㅋ 노예12년이 아니라 노예12놈임 ㅋㅋㄴ 글쓴이 : 아 ㅋㅋ 그 년이었냐고
ㄴ : NO예 ㅋㅋ 좋다는 거냐고 싫다는 거냐고
ㄴ : 노예 어원 자체가 NO(싫지만) 예라고 대답해야하는 노예의 처지에서 비롯된 거잖아 ㅇㅇ;
ㄴ : 헐 진짜임?
ㄴ : 진짜겠냐 ㅄ아
제목: 요즘 우리 헤엄이
내용 : 남캠흉내 내던거 편집자 썅년이 지 지갑 채우려고 협박해서 그랬던 거냐?
와 ㅆㅂ
나 헤엄이 돈맛보더니 초심 잃고 돈미새 다됐다고 욕했었는데 지금 미안해서 손이랑 저탱이가 달달달달 떨린다
ㄴ : 개아가 못믿어서 미안해 ㅠㅠ
ㄴ : 나도 ㄷㄷ 반성의 의미로 방송키면 후원 씨게 박는다 ㄴ : 나도 반성의 의미로 오늘 저녁 굶는다
ㄴ : 저새끼 걍 고기반찬 없어서 저러는거
ㄴ : 어케알았노 시발년ㄴ아
ㄴ : '다시'
제목 : 근데 채지윤 피해자들
내용 : 저짓을 당했는데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거임? ㅇㅇ대놓고 고소각인데
ㄴ : 너도 학교에서 맞고 고소 안하고 가만히 있었잖아ㄴ 글쓴이 : 한번에 이해되네요 감사합니다 시발아ㄴ : (윙크하는 이모티콘)
제목 : 레드풋 좀 멋지네
내용 : 소속 방송인도 아닌데 도와주는거 좀 실환가
이게 겜방송인 원탑 MCN의 근본인가?
ㄴ : 그래도 피해자 대표가 개헤엄쯤 되니까 계산기 두들겨 보고 수지타산 맞다 생각해서 지원해 준 거겠지 ㅇㅇ
ㄴ : ㄹㅇ ㅋㅋ 생각해 보면 그리 손해보는 장사도 아님
ㄴ : 그니까 ㅋㅋ 변호사 몇명 지원해주는 걸로 좋은 이미지로 홍보 효과 ㅈㄴ 크게 보고 개헤엄이랑 계약까지 따낼 수 있으면 ㄹㅇ 득보는 장사지
ㄴ : 그니까 ㅋㅋ 레드풋 얘넨 그 숨컷인가 뭔가 판 깔아준 애한테 절해야됨
미튜브 구독자 50만, 고정 시청자 1만에 이르는 대형 방송인 개헤엄.
리치TV의 간판 스트리머 중 한 명인 그가 숨컷의 폭로에 동조했다.
체계적이고도 악의적인 수법으로 방송인들을 철저히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소모한 채지윤의 악행이 삽시간에 커뮤니티 전체로 퍼져 화젯거리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결과로.
피해자인 개헤엄들에게 긍정적인 관심이 주목됐다.
그렇게, 그들이 그간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려 하고 있었다.
가해자인 채지윤에게 부정적인 관심이 주목됐다.
그렇게, 그녀가 그간 저지를 악행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목 : 개헤엄이 영상에서 언급한 숨컷이 누구임?
내용 : 아는년 있누?
ㄴ : ㅁㄹ
ㄴ : 찾아보니 미튜브 채널 있네 [링크]
제목 : 숨컷 영상 봤는데 ㅅㅂ ㅋㅋ
내용 : 채지윤 덩치 좀 되는 년을 그냥 피지컬로 농락해 버리네 보이크러시는 이게 보이크러시지 ㅅㅂ ㅋㅋ
ㄴ : 형아 보이크러시 ㅠㅠ
ㄴ pc230 : 그거걍 채지윤이 ㅄ인거임 ㅋㅋ 나였음 이겼음
ㄴ 글쓴이 : 그렇구나~ 우리 친구는 남자와 맞짱떠서 이길 수 있구나! 정말 대단한걸~?
ㄴ : 정말 대단하십니다 귀하의 무궁한 능력에 존경과 공중제비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ㄴ : pc230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우리 아이가 남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팹니다. 저도 오늘 오천 원 안 줬다고 오천대 맞았습니다.
제목 : 숨컷 영상 마지막 장면에
내용 : "보셨죠? 이런 인간입니다. 무서워하실 필요 없어요."
이거 피해자들한테 하는 말이지?
피해자들 이거 보고 용기 받아서 폭로 결심한 거고
와 ㄹㅇ 진짜 존나멋있네 ㅋㅋ
피해자들 남잔데도 반했을 듯
ㄴ : ㅗㅜㅑ 개헤엄x숨컷 미소년 게이 커플 그림 좋누
ㄴ : 와! 부랄이 네개!
ㄴ : 미친년들 ㅋㅋ
ㄴ : 레즈는 역겨워도 게이는 ㅇㅈ이지;
제목 : 숨컷 the 루터 퀸
내용 : 노예들의 해방자시여 ㅠㅠ
우리 개헤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ㄴ : 남자니까 루터 킹임 ㅋㅋ
제목 : 숨컷 이사람
내용 : 어디서 봤나 했더니 어제 PEKA 이긴 오더장인으로 인기글 올라왔던 사람이네요
ㄴ : 겜방하는 사람이었음?
ㄴ : 왜 저얼굴로 왜 겜방을하지 잘함?
ㄴ : 채지윤 바를때 무빙이랑 카이팅 봐라 ㅋㅋ 못하게 생겼나
ㄴ : 아 ㅋㅋ
제목 : 와 숨컷 ㅋㅋ
내용 : 어떤 앤가 궁금해서 알아봤더니 ㅈ되네
현재 마스터티어인데
미드빵 대회에서 챌린저 이긴 챌린저 잡고 우승
챌린저 쟈드 장인 한예지 쟈드 미러전으로 압살
그리고 어제 챌 20위 PEKA까지 이긴 거네 ㅋㅋ
ㄹㅇ 이런 애가 겜방해야지
유사 겜방송 하는 남자 방송인들 다 대가리박아라
제목 : 숨컷 이 분 방송한다던데
내용 : 어디서 하시나요?
제가 좋아하는 방송인 도와주셔서
보답으로 후원이라도 하고 싶은데 리치tv에 채널이 안 보이네 ㅠ
ㄴ : 걔 리치tv 스트리머 아닐걸?
ㄴ 글쓴이 : 아 그럼 아메리카에서 하시나요
ㄴ : ㄴㄴ 옐로tv인가 뭔가하는 데서 방송한다던데
ㄴ : 조만간 리치tv 동시송출 시작한다고 하긴 했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의 주역인 숨컷에게 관심이 쏠렸다.
사건 당일 저녁.
사람들은 리치TV의 방송 목록에 숨컷이 언제 등장할까.
그거 하나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 * *
이번 일을 자신에게 일임해 달라는 편집자.
확신에 찬 무미건조하고 사무적인 목소리가 너무나도 전문가스럽게 믿음직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냅다 수락해 버렸다.
곧이어 찾아오는 불안감.
이렇게 중요한 일을 남한테 맡겨도 되는 걸까?
"세상에 마상에."
맡겨도 되는 거였다.
시시각각 일사천리로 해결되어 가는 상황.
내가 처리하면 며칠, 많게는 몇 주 까지 소요될 거라 생각했었던 이번 사건.
그 사건이-
[잘 해결된 것 같네요]
잘 해결된 것 같게 될 때까지 소요된 시간.
겨우 네 시간이었다.
채지윤.
아무래도 내가 그 쉑으로 액땜을 제대로 했나 보다.
새로운 편집자의 감동 그 자체인 업무 능력.
나는 감동에 받쳐 울부짖으며 팬티를 찢었다.
[와 ㄷㄷ 고생하셨습니다]
[대단하십니당]
[이렇게 빨리 해결해 주실 줄은]
[이린 : 이제부터 어떡하실 생각이죠?]
맞장구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통화했었던 편집자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절로 떠오르는, 쌀쌀맞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무적인 태도의 문자였다.
채지윤 같은 쉑이 이런 문자를 보냈다면 기꺼이 띠꺼움을 느끼고 뚝배기를 깰 상상할 자신이 있었지만.
채지윤과는 달리 순수하고 성실한 직업정신이 느껴지며, 일을 아트의 영역으로 해주는 이 사람이 이러니.
그냥 그려려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런 편집자라면 정말로 채널 지분의 절반을 뗴어줘도 아깝지 않을 것만 같았다.
아니지.
채널 수익의 절반을 떼어주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정도였다.
그나저나-
'이제부터 어떡하냐, 라.'
당연히 정해져 있다.
대대적으로 어그로가 끌려 있는 상태.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물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다.
[노 저으려고요]
[이린 : 예?]
[물 들어오고 있으니까요]
[이린 : 아]
[이린 : 곧바로 방송 키실 예정이신가요?]
[넵]
[이걸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안 그래도 오늘 리치TV 동시 송출 시작하려 했거든요]
개헤엄을 비롯해서 피해자들 전부가 리치TV 소속이다.
지금 이 상황을 잘 맞아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내 리치TV 진출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즉시 방송 준비에 착수했다.
[이린 : 숨컷 님]
[이린 : 잠시만요]
그런 날 불러세우는 편집자.
[넹?]
[이린 : 일단 제 얘기좀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무슨 말을 하려고?
쾅쾅쾅!
"오빠!"
"잉?"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소리.
[잠시만요]
곧바로 가서 문을 열자, 거기엔 검은 패딩에 검은 볼캡, 야구 모자를 뒤집어쓴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여자가 서 있었다.
"잉?"
재은이였다.
달려왔는지 한겨울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재은이가 심각한 얼굴로 내 뺨을 쳐다보더니 표정을 와락 구겼다.
"아, 씨. 괜찮아?"
"어?
재은이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뻥쪘다가.
그 갑작스러운 등장이, 내가 걱정되어 한걸음에 달려온 결과인 걸 깨닫고 얼굴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걸 느꼈다.
"오빠 걱정돼서 달려온 거야?"
그런 내 모습을 쳐다보더니 이내 푹 한숨을 내쉰다.
"하, 씨. 그러는 거 보니 괜찮긴 한가 보네."
"오빠가 걱뎡돼뗘여?"
"아, 뭐라는 거야."
야구모자를 벗고는 머리를 박박 긁는다.
저거 저거, 쑥스러울 때 하는 버릇이다.
"하."
화를 삭이는 듯한 한숨.
"오빠."
"엉?"
"그 새끼 어딨어."
"뭐, 어떤 새끼. 채지윤?"
"그 십새끼 뒤졌어."
처음 보는 재은이의 '여성'스러운 모습.
"오, 최재은~"
내 눈엔 귀여울 뿐인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릴 냈다.
"아, 뭐."
뒤늦게 무안한지 괜스레 짜증을 낸다.
"이 기특한 쉑. 진짜 오빠 걱정돼서 한걸음에 달려온 건가 보네?"
"아, 씨. 뭐라는 거야."
"뭐라긴~ 본심을 말해 최재은!!!"
"아, 몰라. 꺼져. 나 걍 간다."
"가긴 어딜가아악!"
"아, 씨. 뭐야 꺼져!"
등을 돌리고 계단을 내려가려는 재은이를 뒤에서 안아들어 집으로 납치했다.
"아니 뭔 남자가 힘이…."
내가 든 상태로 흔들자 발을 대롱거리며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한다.
"그래. 오빠가 남잔데 힘이 그렇게 쎄시다. 그러니까 채지윤, 그 쉑 신경 안 써도 돼. 오빠가 참교육시켜줬으니까."
"참교육? 니가? 뭐, 어떻게."
대롱.
대롱.
대롱.
대롱.
"아, 씨 쫌! 내려놔 봐!"
재은이 다리를 몇 번 더 대롱거리게 한 뒤 내려놓았다.
이어서, 재은이에게 직접 보여준다.
채지윤이 내 뺨을 쳐준 대가로 뭘 해 줬는지.
"일케!"
후!
단번에 숨을 뱉으며 배 쪽으로 빠르게 훅을 넣는다.
평소.
재은이는 내가 복싱하는 모습을 보면 오올~ 하면서 추임새를 넣어주곤 했다.
그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같은 반응을 기대하고 진지하게 섀도우 박싱을 해 버렸는데-
"참나."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출처로 시선을 향하니 가소롭다는 걸 넘어서 귀엽다는 듯 피식 웃는 재은이가 있었다.
아.
여동생 앞에서 진지하게 섀도우 박싱을 하고.
진지하게 비웃음당하다니.
이건 진짜 상처받는다.
주로 내 상남자력이.
오늘 안 그래도 힘든 하루를 보냈던 내 상남자력이, 또다시 고비를 맞이했다.
나도 재은이가 어느 날 갑자기 남자 후두려패곤 [나 사실 3년 동안 체육관 다녔었음 ㅋ] 이러면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진짜야 임마. 걔 자기가 토한 거 위에서 뒹굴게 해 줬음."
"아니-"
'얘 뭐래는 거야.' 그런 얼굴로 말을 잇다가 좌측 위로 향하는 눈동자.
"너, 복싱 배웠냐?
내가 걱정돼서 왔다는 건, 지금 상황을 알고 있다는 거겠고.
지금 상황을 알고 있다는 건, 내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봤다는 거겠지.
거기서 내가 채지윤을 농락한 부분을 떠올렸나 보다.
그래, 임마.
그게 오빠야.
그러니까, 응?
옛날처럼 그냥 "오올~"좀 해 주면 안 될까?
그냥 오빠 기 좀 살려주라.
지금 상남자의 신이란 새끼가 오빠의 상남성력 기준 밑으로 떨어지는 순간 부랄 하나 압수해 가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단 말이야.
심지어 이 세계에서는 부랄 하나 없다고 군대가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순도 100% 비극인 것이었다.
'어, 잠깐.'
부랄 하나가 없지 않은데도, 군대를 면제받았다.
이건 내가 부랄 하나를 이득 본 거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나 뺏겨도 딱히 문제없을지도.
그래도 오빠로서 여동생에게 인정받는 건 또 별개의 문제였다.
"응. 멋지지? 오올~ 소리가 절로 나오지?"
"뭐, 언제. 얼마나."
프로 생활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였으니-
"3년 정도."
지은이의 눈이 커다래졌다가 곧바로 째진다.
피식 웃는다.
"아, 예."
하지만 야속하게도 되풀이되는 진지한 비웃음.
파킨!
안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는… 슬퍼요…."
앞으로 즙 짜는 연기를 할 때 자연스럽게 이 순간이.
재은이의 저 얼굴이 떠오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