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89화 (86/361)

089. 남자의 무기 2

흰 피부에 얇은 선의 이목구비.

아름다울 미 자를 쓰는 미모.

그 표현이 딱 들어맞는, 중성적 인상의 미남이었다.

그의 뺨엔 손바닥 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고, 입술은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눈가가 반짝인다.

눈물을 흘려서겠지.

남자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런 남자에게 노골적인 적의를 표출하며 죽일듯 노려보고 있는 여자는.

여자치곤 큰 덩치에 험악한 인상을 가져 불량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게다가 만취했는지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누가봐도 명백한 폭행 현장이었다.

그 누구도.

여자가 남자를 때리지 않았다곤 생각할 순 없을 현장이었다.

"사, 사장님!!! 지금 여기 남자 손님분이 여자 손님한테 맞고 계세요!!!"

그런 현장을 발견한 남직원이 다급히 외쳤다.

* * *

공포에 질려 우는 연기를 하기 위해.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슬픈 기억들을 총동원하여 즙을 짜낸다.

깜짝 놀랐다.

내가 이토록 감성이 메마른 새끼였더니.

대한민국 유전마냥 터질 생각을 안 하는 눈물샘.

어? 시발. 한반도 공룡 새끼들 석유 안 되고 뭐 했어.

나는 하는 수 없이 비장의 수를 사용했다.

눈 안 깜빡이기.

여자 직원이 나와 채지윤의 사이를 가로막았을 때쯤.

내 맑은- 아니, 마른 눈동자는 눈꺼풀 대신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눈물을 내보내어 그렁거리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백마 탄 왕자.

가 아닌, 백마 탄 공주님처럼 등장해서 그런 나를 달래주는 사장님.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너는 이제 안전하다는 듯 나를 등지고 서서 채지윤과 마주한다.

'이거 몬가….'

몬가 기분이 이상한데.

모지 이 기분은.

[로맨스의 최재훈 : 어머, 설마?]

지랄하지 마시고요.

[상남자 최재훈 : 후….]

이거다.

굴욕적이었다.

아무리 그 실상이.

'같이 패놓고 일방적인 피해자인 척하기'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전술 행위의 일환이라곤 하나.

여자 앞에서 우는 연기를 하며 보호 본능을 자극해야 한다니.

상남자의 신이 불알 하나를 압수해 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이게 이 상황을 스마트하게 이끌어나가기에 가장 엑셀런트한 방법이니까.

나는 굴욕을 견뎌가며 겁에 질린 연기를 이어갔다.

"네, 괘, 괜찮아요."

흡흡흡흡흡, 크흥. 크흥.

흡크흥 크흥.

신체공학적으로 인간이 듣기에 가장 우는 것 같은 호흡소리를 냈다.

여자가 날 안쓰럽게 쳐다본다.

그래.

지금의 난 여러 의미로 진짜 안쓰러운 놈이었다.

'헝헝헝헝.'

겉으론 가짜로 울고 있으나, 속으론 내 상남자의 영혼과 울부짖으며 팬티를 찢고 있었다.

"니, 뭐하냐?"

그런 날 보는 채지윤은 귀신에 홀린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성성과 '남성성'

내가 가진 두 가지 속성을 활용한 듀얼 속성 스킬에 정신을 못차린다.

'뭐하긴 십새야. 너 조질려고 즙 짠다.'

살수대첩 맛을 조금만 맛 봐라.

"아니! 그만 좀 하세요! 남성분한테 도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만하긴 시발. 뭔 개소리야! 저 새끼 저거 지금 연기하고 있는 건데"

"하, 아니. 아줌마. 도대체, 대낮부터 취해서 뭐 하시는 거예요."

"아니, 내가 취했다는 건 또 뭔. 아, 시발 진짜."

"하, 참나."

"아, 저기…."

"예?"

슬슬 다음장으로 넘어가기 위해 백마탄 사장님을 불렀다.

"저… 조금 놀라서 그런데… 가 봐도 될까요…?"

최대한 '남성'스러운 '남성'을 연기했다.

'남성'스러운 '남성'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했다 시발.

"괜찮으시겠어요?"

내 의도대로라고 해야 하나.

날 비에 젖은 고양이 처럼 조심스럽게 대하는 사장님.

[로맨스의 최재훈 : 어머]

[상남자의 최재훈 : 어머는 지랄하지 마라 진짜 뒤진다]

[육두문자의 최재훈 : 어머가 아니라 애미겠지]

[유교의 최재훈 : 어허]

[논리의 최재훈 : 남녀역전 세계니 이제 애비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전의 최재훈 : 가스 잠궜었나]

[초코크림슈크림 : 나 언제 먹음]

그 시선에 내 정신세계가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시발.'

내 안의 남성성.

테스토스테론인지 프로토스테란인지 뭔가가 말살되는 기분이다.

'굳세어라 최재훈….'

지금 넌 대의를 위해 굴욕을,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거야.

어? 시발.

말만 놓고 보면 존나 상남자스럽잖아.

그러니까 존나 굳세란 말이야.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여기, '주차장'이 어디 있죠?"

채지윤 들으라고 그 단어를 강조해서 말했다.

"아, 저기로-"

"아… 감사합니다…."

사장님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뒤.

다급히 가게를 벗어나 주차장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러면서, 방송을 켰다.

[숨하]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왜 이제왔어 씨ㅃ년아]

[쥐에에에에엔장 존나 기다리고 있었다고]

[엄]

방송을 켜는 동시에 몰려들어오는 시청자들.

[어?]

[머야]

[??? 머임]

[????]

이내 '?'로 도배되는 채팅창.

[야 니 얼굴 왜 그럼?]

[그거 피임?]

[얘 얼굴 맞았나본데?]

[먼일임]

지금 화면에 뺨을 맞아서 울었던 가엾은 '남자'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겠지.

나는 연기를 계속 이어갈까 하다가, 그냥 평범하게 말하기로 했다.

"편집자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편집자가 아니라 펀치자 같은데]

[아니 뭔 편집자를 만났길래 얼굴이 그래댔어 ㅅㅂ]

[머 어케댄 일임?]

[편집자면 어제 그 채지윤이 말하는 거임?]

[그 미친년이 니 얼굴 그렇게 만든 거?]

"뭐 일단,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네. 그 편집자 님한테 맞았습니다."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뭐 했길래 맞았누 ㅋㅋ

[ㄹㅇ ㅋㅋ]

[ㄹㅇㅋㅋ ㅇㅈㄹ하고있네 찐따새끼들 분위기 못 읽나]

[심각한 상황인것 같은데 또또 분위기 못 읽고]

[얘 얼굴에 맞을일이 어딨어]

[ㄹㅇㅋㅋ 얘 얼굴이면 뭔 짓을 해도 업계포상인데 감사합니다 해야지]

[아니 진짜 그채지윤 ㅆㅂ년이 니 얼굴 그렇게 만든 거임?]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좀 해 주세요.

"아, 이게 이야기하자면 좀 길어져가지고요."

[지금 거기 어디임?]

"여기요?"

나는 지금 계단 마지막에 서 있었다.

서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쾅!

채지윤을.

위쪽에서 문을 박차고 다급히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날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새끼야. 문 부서질라.'

저 새끼라면, 올 줄 알았다.

나도 멈췄던 발을 다시 움직인다.

그러면서 말한다.

"저 지금, 채지윤 편집자 님이랑 미팅한 뒤에 집에 돌아가려는 중이에요. 주차장."

나는 면허도, 차도 없다.

그런 놈이 집에 돌아간답시고 어째서 주차장에 왔는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채지윤이 내가 주차장에 간다고 하면 따라올 거라고.

핸드폰, 녹음본을 뻈기 위해.

무엇도 서슴치 않을 거라고.

그걸, 방송으로 생중계하기 위해서였다.

채지윤을 자멸시키기 위해서였다.

개 같은 태도는 개 같은 태도로 돌려줬고, 싸닥션은 배빵으로 돌려줬다.

채지윤에 가진 악감정은 다 해소되어 이제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채지윤의 자멸을 바라는가.

첫 번째 이유는, 위험해서다.

무식하게 따귀 날리는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채지윤은 말했었다.

자신이 관리하는 미튜버들에게 마녀사냥- 아니, 마남사냥을 시켜 나를 매장시키겠다고.

말도 안 되게 어리석은 짓이지만, 빡이 돈 채지윤이라면 정말로 할 것만 같았다.

자기만족을 위해서라면 '남자'에게 협박에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쌓인 눈보다도 순수한 순도 100% 쓰레기 새끼가 아니시던가.

녹음본이 있기에 대처가 가능하긴 하다.

허나, 피해가 아예 없지는 않아 흉터가 남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생긴 특정 인물에 대한 유언비어, 그로 인해 생긴 인식은 완벽하게 사라지기 힘들다.

그러니까.

채지윤이 날 조지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조지도록 하는 거다.

두 번째 이유는, 신경 쓰여서다.

채지윤이 했던 말들이.

'그 새끼들, 내 노예야. 니도 곧 그렇게 될 거고.'

'큭큭큭, 이제와서 무섭냐? 걱정 마. 누나도 이성적인 사람이야. 말 잘 듣는 놈, 굳이 안 패. 말귀 못 알아듣는 멍청한 사내놈들이나 쳐맞는 거지.'

'고소? 그 새끼들이? 못해. 걔네 나 없이 아무 것도 못하는데. 뭣보다, 나한테 대드는 순간 방송이고 미튜브고 끝나는데, 뭘 하겠어 그 새끼들이.'

그 말이 사실이라면, 개헤엄을 비롯한 다수의 남자 방송인들이 채지윤에게 폭력적으로 지배당하며 핍박받고, 착취당하고 있다는 게 된다.

고발하기에 충분한 부당함일 텐데.

어째서 당하고만 있는 걸까.

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의 생각은 가지지 않기로 했다.

그 사람들이 채지윤에게 어떤 짓을 당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채지윤의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나로서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하면.

채지윤이 그들의 의지를 자신에게 반항하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꺾어놓았다는 사실.

그렇기에 그들은 자력으로 채지윤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

그런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선 나 하나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돕기로 했다.

채지윤의 자멸로 인해, 그들이 채지윤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그렇게 되면 채지윤에게 강압 당해 나를 마남사냥 하는 일도 없겠지.

'아니, 근데 진짜. 마남사냥 어감 개오반데.'

[아니 그래서 뭐 어케 된 일임 도대체?]

"좀 복잡한 이야긴데, 지금 정신없으니 간단하게 요약할게요."

"채지윤이라는 편집자랑 연락했는데 굳이 만나서 애기하자고 하더라고요."

"만났더니 폭력적인 분위기 조성하면서 자기 의견 강요하는데."

"의견조율 안 돼서 다른 편집자 구하겠다 했더니, 갑자기 협박을 하더라고요."

"자기가 '담당 미튜버들 '폭력 가하면서 노예처럼 부리고 있는데' 걔네 이용해서 저 마남사냥 시켜가지고 방송계에서 매장시켜버리겠다고."

"그런데 제가 이 사람에 대해 안 좋은 얘기 들은 거 있어서, 대화 시작 전에 녹음을 켜놨었거든요."

"녹음하는 거 보여줬더니 갑자기 제 싸대기를 날리면서, 핸드폰 내놓으라 하는데."

"예, 뭐 그렇게 된 얘깁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녹음본 편집해서 올릴 예정이고요."

쾅!

그때 문을 박차고 등장하는 채지윤.

나는 그걸 보고 놀란 척 말했다.

"어? 저 사람 따라왔다."

[ㅁㅊ]

[히얼스쟈니]

[야 빨리 사람 많은 곳 가]

[위험한 거 아님?]

[방송하고 있다는 거 말해]

[도망쳐 ㅄ아]

[야 어디야 빨리 경찰 신고하게 말해]

"하."

평소와 모습과 상반되는 지극히 정상적인 시청자들의 반응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여러분, 괜찮으니까. 제 증인이나 돼주세요."

핸드폰 카메라를 성큼성큼 다가오는 채지윤에게 향했다.

* * *

채지윤은 양아치의 전형 같은 사람이었다.

그게 어떤 사람이냐?

험악하고 불량하며 폭력적인 척은 다 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강약약강.

혹은 남자 한정 여포.

그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었다.

최재훈에게 함부로 손을 휘둘렀다가 참교육을 당했다.

그래놓고는 최재훈을 폭력으로 제압할 생각으로 쫓아간다.

'남자라서 무의식적으로 봐준 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그렇게 주차장에 있는 그를 발견했고.

성큼성큼 다가간다.

거리를 좁힌다.

허나, 그 거리는 일정 이상 좁혀질 생각을 안 했다.

최재훈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채지윤의 발걸음은 둔하고 투박했지만, 최재훈의 발걸음은 날렵하고 정갈했다.

"진짜 마지막으로 기회 준다, 핸드폰 내놔."

그런데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최재훈을 해코지할 수 있다 생각하고 선심 쓰듯 협박조로 말한다.

"안 주면 어떻게 되나요…?"

최재훈은 겁에 질린 듯 조심스럽게 말한다.

이전까지 그의 태도를 미루어 보았을 때 부자연스러운 태도 변화였지만, 채지윤은 그게 자연스럽다 생각했다.

최재훈은 남자고 이곳은 인적이 드문 주차장이었으니까.

남자라는 사실 하나만 믿고 설치는 것도 때와 장소를 봐 가며 해야 한다.

그러니 채지윤이 생각하기에 그의 태도 변화는 자연스러웠고, 또 옳았다.

'아주 생각이 없는 새끼는 아니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저 음흉한 놈에게 빈틈을 보여주면 또 어떤 개수작을 부려올지 모른다.

"궁금하면 안 줘 보던가."

채지윤은 박차를 가하듯 더더욱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아, 알겠어요. 드릴게요."

더더욱 겁에 질린 최재훈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그제야 채지윤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최재훈의 그녀에 손에 핸드폰을 올려 놓-

"?"

으려다가 다시 채가곤-

"구라임."

중지를 치켜들었다.

채지윤이 벙쪄서 제자리에 멈춰섰다.

"뭐?"

그러자 최재훈도 똑같이 멈춰 서선, 이번에도 중지를 치켜들었다.

이번엔 뻐큐가 두 개였다!

"구라라고 병신아!!!"

채지윤은 눈이 돌아가서 달려들었다.

"오소이, 새끼야!"

최재훈을 향해 있는 힘껏 휘두른 주먹이, 최재훈이 있었던 허공을 가른다.

"이런 시발놈이-"

다음 번에도.

그 다음 번에도.

"아니!!! 사람 패는 거 좋아하는 새끼가!!! 왜 이렇게 몸을 못 써!!!"

"아가리 닥쳐 십새끼야!!!!! 죽여버린다 진짜!!!"

"아니 시발!!! 스텟을 주둥이에 몰빵했나!!! 주둥이론 벌써 날 천 번도 넘게 죽였는데 뭐 하는 거야!!! 힘 좀 내 봐!!!"

큰 덩치는 건강함의 상징이 아닌, 부모님이 잘 낳아주신 몸으로 잘 쳐먹어서다.

평소 운동과는 담쌓은 그녀의 호흡은 금방 차올라서 방송의 오디오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당황.

답답함.

조급함.

"으아아악!!!"

그것들이 쵀지윤의 등을 밀쳤다.

그녀가 혼신을 힘을 다해 최재훈에게 달려들어 몸을 날렸다.

그마저도 뒷걸음질을 자연스럽게 달리기로 연결시켜 벗어나는 최재훈.

철푸덕!

"억!"

그렇게 채지윤은 바닥에 볼썽 사납게 엎어졌다.

[뭐하노~]

[움직임이 다 예상이 됩니다 움직임이~]

[숨컷이랑 같이 격렬하게 ㅗㅜㅑ]

[우리집 나무늘보 지윤이 삽질하는거 보고 홧병나서 죽음 ㅠㅠ 5분 전에 죽었는데 아직 쓰러지는중]

[지윤아 나 사스켄데 그거 팔 뒤로하고 달려봐라 더빠름]

[얼빠진련ㅋㅋ그러게 신발업글부터 했어야지]

[채붕아 ㅠㅠ]

[ㄹㅇ ㅋㅋ 숨컷 카이팅 씹오지누]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게 조카를 이긴 남잔가 ㄷㄷ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인중 치면 만 원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쳐 시발!!! 치라고!!! 서렌말고 저새끼 좀 쳐!!!!!!!!

-…님이 1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야 여기 합의금 10만원어치만 채지윤 패봐라 ㅇㅇ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채지윤 죽이면 벤츠S클레스

변해 버린 채팅창의 분위기가 지금 채지윤의 인상을 대변했다.

위험인물이었던 채지윤은, 최재훈의 의도대로 우스운 놀림거리가 되어 있었다.

곧바로 일어서서 다시 또 달려든다.

열심히 팔다리를 휘두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누군가가 말하길-

[진짜 춤 존나 못 춘다 지윤아]

[태보 하누?]

농락.

지금 둘 사이에 오가는 행위를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그러했다.

더이상 못 움직이겠어서일까, 체념해서일까.

"시-발놈아!!!! 허어억- 죽여버릴 거야 개새끼야!!!! 허어억-"

다시 한번 더 달려들어서 최재훈을 따라잡으려다 실패한 채지윤이 자리에 멈춰 선 책 헉헉거렸다.

그런 그녀를 향해 최재훈이 손을 모아 있는 힘껏 소리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어요 지윤이 어린이!!! 존나 가만히 서 있어야 되겠어요, 아니면 발을 움직여야 되겠어요!"

"닥쳐!!!"

"입을 움직여야 되겠어요, 발을 움직여야 되겠어요!?!"

"닥치라고!!!"

"우리 지윤이 어린이 많이 힘든가 보구나! 알겠어요!!! 제가 도와줄게요!!! 이것 좀 보세요!"

무의식적으로 최재훈의 지시를 따른다.

거기엔 뻐큐가 있었다.

이번에도 두 개였다.

"으아아아!!-"

채지윤이 광분해서 달려들었다.

"어, 잠깐! 거기-"

퍽.

"-아아악꿱!"

그렇게, 코너에서 나오고 있는 차와 맷집을 겨루었다.

결과는 당연히 참패.

그녀가 꼴사납게 튕겨 나와 바닥에 엎어졌다.

그녀는 일어나지 못했다.

아니.

차가 서행하던 속도를 고려해 보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겠다.

남자를 상대로 폭행, 강도, 협박을 벌이던 여자의 꼴사나운 최후.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아 ㅋㅋ 보다못한 시청자가 갖다 박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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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ㅆㅂ 개운해 꺼어어어어억

-고라니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고라니 치였누 ㅋㅋ

채팅창에 [ㅋ]가 도배되었다.

채팅창을 확인하고 웃음을 터뜨린 최재훈이 말했다.

"아, 여러분.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데. 지금 심각한 폭력 상황입니다. 저 채지윤 편집자 님은-"

말하던 도중 자신의 얼굴을, 채지윤에게 따귀를 맞은 폭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얼굴을 비춘다.

"이렇게. 이야기 도중 갑자기 제게 폭력을 가하셨던 분이고. 본인이 담당 중인 미튜버 님들을 향한 범죄 행위를 인정하는 발언이 담긴 녹음본이 들어 있는 제 핸드폰을 갈취하기 위해, 저를 쫓아와 협박한 뒤 방금과 같이 폭력을 행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으으으으으아아아아악!!!!!!!"

엎어진 상태로 최재훈의 말을 듣던 채지윤이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내질렀다.

"갑자기 고라니가 되셨네요."

최재훈이 웃음을 터트리며 화면을 향해 말했다.

"보셨죠? 이런 인간입니다. 무서워하실 필요 없어요."

* * *

그날.

미튜브 채널 '숨컷'에 어떤 영상이 올라왔다.

불과 구독자 1, 600명에 불과한 숨컷 채널에 올라온 그 영상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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