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8. 남자의 무기 1
"니, 방송 못 해."
그 말에 최재훈이 고개를 떨궜다.
채지윤의 이미 올라가 있었던 한쪽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
하지만 최재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입을 열자.
다시 내려온다.
"뭐, 어떻게요. 제가 어떻게 방송을 못하게 되는데요?"
'나 하늘을 날 수 있다!' 라고 말한 어린이에게.
'우와~ 어떻게? ~'라고 말하는 듯, 비아냥거리는 태도였다.
휘둘리지 말자.
라고, 채지윤은 스스로를 달래며 최재훈의 태도를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 휘둘린 결과라는 것도 잊은 채.
"내 채널이 몇 개고, 하나같이 구독자가 몇인데. 너 같이 방송 막 시작한 뉴비 새끼 하나 매장하는 거. 일도 아니야.
'내 채널'이란다.
음습한 의도를 이젠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매장이라니.
노골적인 발언에 최재훈이 실소를 흘렸다.
옆에 뒤집혀 있는 핸드폰.
쵀재훈은 무의식적으로 그걸 또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이야. 많이 해보셨나 보네, 그런 거."
"너 같이 깝치다 골로 간 새끼 많아."
"뭐, 어떻게 매장하시게요."
"글쎄. 뭐로 해 줄까. 니 걸레였다고 퍼뜨려 줄까? 성형했다고? 아니면 몸 파는 새끼였다고."
사실, 채지윤은 미튜브로 다른 미튜버를 매장시켜 본 경험이 없었다.
애당초.
평소의 영악하지만 또 영리한 채지윤이었다면 떠올리지 않을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황금알 낳는 거위인 개헤엄들의 이미지를 소비해서, 분풀이 외엔 아무런 소득도 없는 저격을 하다니.
그걸 하겠다고 협박을 하다니.
이 일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실패해 본 적이 없는 채지윤이었다.
최재훈을 만남으로써 처음 경험해 보는 실패의 우려에 판단력이 크게 흔들린 상태였다.
"워우. 뭐, 증거라도 있어요?"
"증거는, 시발. 구독자 수십만 유명 방송인 여러 명이랑, 막 방송 시작한 하꼬 새끼 하나. 사람들이 둘 중 누구 말을 믿을까."
"방송인 여러 명이요? 채 편집자 님이 아니라 그 분들이 저를 매장한다고요?"
"당연한 걸 물어."
"그분들이 하기 싫다고 하면요?"
"걔넨 내가 까라면 까야 되는 새끼들이야."
"동등한 관계가 아닌가 봐요?"
"동등한 관계? 지랄. 그 새끼들 다 내가 키웠어. 아무것도 안 하고 내가 키워 놓은 채널에 빌붙어서 돈 벌어먹는 새끼들이야. 그러려면 어째야겠어? 당연히 까라면 까야지. 그 새끼들, 내 노예야. 니도 곧 그렇게 될 거고.
불안함을 느낀 개가 짖듯.
채지윤도 그러고 있었다.
유세를 떨기 위해 불필요할 정도로 과격하게 말한다.
퍼지면 필시 문제가 될 폭언을.
사실을.
하지만 괜찮다.
'이 새끼가 말한다고 누가 믿기나 하겠어.'
시청자가 좀 많기로서니, 그래 봤자 방송 막 시작한 신입.
게다가 미튜브 채널 구독자 겨우 천 명.
반면에 여기는 수십만 구독자를 보유한 개헤엄들이 있다.
상황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는 불 보듯 뻔했다.
생각이 있다면 그걸 모르지 않을 터.
최재훈이 이에 대해 발설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아주 만약에 발설한다 해도,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판단력이 흔들린 상태에서.
그런 판단을 해낸 채지윤이었다.
"니는 지금 나랑 일할지 말지가 아니라, 이 일 계속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거야. 싫다고? 그럼 거절해. 그리고 어떻게 되나 봐. 니 뭣도 아닌 방송이랑 미튜브 채널 어떻게 될지. 뭐 되기도 전에 씹창내 줄 거니까."
그런 판단을 믿고 말을 쏟아낸다.
"아니면. 이 일 계속할 거면, 빨리 말해. 계속 간 보면서 내 화 그만 돋우고. 니, 나한테 어떤 취급 받을지. 지금 하기에 달린 거야. 나중 가서 처맞고 그때 후회하면 늦어."
"그 새끼들이면-
최재훈이 채지윤의 개헤엄들을 열거했다.
하나하나, 또박또박.
"-개헤엄 님까지. 그 분들이 다, 채 편집자님 노예라고요? 장난스러운 표현이 아니라 진지하게?"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
기를 못 피고 있는 상태.
그런 상태였기 떄문일까.
그런 최재훈의 태도를-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너한테 쪽도 못 쓴다고?'
그렇게.
제 좋을 대로 받아들이더니 으스대며 피식 웃는다.
"지금 피식 웃으셨는데, 긍정의 의미인가요?"
"몰라서 묻냐 빡대가리놈아?"
"'나중 가서 처맞고 그때 후회하면 늦어'라고 하셨는데. 혹시, 그분들에게도 폭력을 가하는 건가요?"
"큭큭큭, 이제 와서 무섭냐? 걱정 마. 누나도 이성적인 사람이야. 말 잘 듣는 놈, 굳이 안 패. 말귀 못 알아듣는 멍청한 사내놈들이나 쳐맞는 거지."
"폭력을 가하신다는 거네요. 그분들이 고소는 안 하나요?"
"고소? 그 새끼들이? 못해. 걔네 나 없이 아무 것도 못 하는데. 뭣보다, 나한테 대드는 순간 방송이고 미튜브고 끝나는데, 뭘 하겠어 그 새끼들이."
"아아…."
그런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최재훈의 모습에는 체념이-
'…?'
담겨있지 않았다.
채지윤은 지금 최재훈이 방송 인생을 끝장내겠다는 위협에 드디어 겁을 먹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꼬치꼬치 캐묻는 중인 줄 알았었다.
하지만 뒤늦게 냉정하게.
그러니까, 자기 좋을 대로가 아닌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니.
최재훈의 저 태도.
저 말투.
두려움과는 일절 달랐다.
그렇다면 뭘까.
그래.
마치-
취재-
아니지.
취조라도 하는 듯했다.
"…."
그 순간.
열이 올라 있던 채지윤의 머리가 단번에 차게 식었다.
아까부터 잠깐잠깐 최재훈의 시선이 부자연스럽게 이동했던 게 떠올랐다.
그 궤적을 따라가자, 엎어져 있는 핸드폰이 보였다.
한껏 거들먹대던 채지윤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그걸 본 최재훈이 피식 웃더니, 핸드폰을 들어 채지윤에게 보여줬다.
<녹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