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4. 편집자 채지윤 1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업무로 삼을 수 있다.
노는 게 일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반적인 삶을 살며 손에 얻지 못할 엄청난 부와 명예를 노리는 게 가능하다.
미튜브 컨텐츠 제작자, 미튜브 크리에이터.
속칭 미튜버라는 직업이 가진 인식이었다.
그렇기에 무수히 많은 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미튜버가 되길 희망했다.
미튜버로서 성공하는 것을 꿈꿨다.
일시적인 시류가 아닌, 새로운 시대.
미튜버의 입지와 인식, 그리고 취급은 날이 갈수록 상승했다.
그렇다면.
편집자는 어떨까.
미튜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업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인적 자원.
미튜버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자연스레 그들의 가치 또한 상승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의외로 '아니다'였다.
이유는 부당하지만 단순했다.
편집자를 둘 만큼 능력 있는 미튜버들은 귀했고.
요건을 충족하는 편집자는 흔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편집자는 지극히 일반적인, 혹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했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채지윤은 그 예외에 속하는 경우였다.
이린처럼 특출난 편집 능력을 갖고 있는 덕분은 아니었다.
대신, 그녀는 사업 수완이 뛰어났다.
좋게 말하면 그랬다.
사실대로 말하면, 그녀는 영악했다.
사실, 그것도 좋게 말해준 편에 속했다.
그녀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면 육두문자의 힘을 빌려야 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기도 했다.
그녀는 분명 사업 수완이 뛰어났고, 영악했다.
도대체 사업 수완과 영악함 따위가 편집 일과 무슨 상관이느냐?
원래는 그녀 또한 평범한 편집자였다.
일반적이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평범한 편집자.
순수하게 편집 일이 좋아서 편집을 하던, 평범한 편집자
그런 그녀에게 분기점이 찾아온 것이다.
채지윤은 좋아하던 방송인, 개헤엄의 영상을 오롯이 팬심이라는 순수한 의도 하나만으로 편집했고.
팬 채널을 개설해, 거기에 올렸다.
그러다가 개헤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관심에 감사하다고.
정말 마음에 든다고.
좋아하는 방송인으로부터 인정받고 감사받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그녀는 고취되어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아주 그냥 채널 개설해서 제가 만든 영상 올리실래요? 왜인지 아직 채널 개설 안 하셨던데."
간혹 있었다.
방송을 하면서도 미튜브 채널 개설을 안 하는 방송인들.
미튜브 채널을 관리할 여건이 안 되거나.
공들여 채널을 관리해 봤자 잘될 거라는 확신이 없다거나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그 두 가지 이유가 전부 해당 되는 개헤엄.
더군다나 방송이 취미라, 그는 옐로우TV에서 시청자 700이라는 꽤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었음에도.
리치TV로 이적하지도 않고, 미튜브 채널도 개설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건 좀…."
"아, 역시 그건 좀 그런가요?"
"그게 아니라! 영상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제가 지금 편집자 쓸 형편이 안 돼서…."
"아, 괜찮아요. 돈 안 주셔도 돼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괜찮다니까요~"
"아… 그러면, 그 영상으로 나오는 수익 다 드릴게요."
"에이, 그건 아니죠~ 뭐냐. 정 주셔야겠다면 20%만 떼어 주세요!"
"아니죠! 차라리 제가 20% 가져갈게요."
결국 7:3, 수익의 7을 채지윤이 갖고, 개헤엄의 3을 갖는 거로 합의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미튜브 채널은 금방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채지윤의 편집 영상이 특별해서는 아니었다.
애초에 개헤엄은 성공 가능성이, 매력이 충분한 방송인이었다.
채지윤이 특별해서 그걸 알아본 건 아니다.
개헤엄의 방송을 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가 입 모아 말했다.
'미튜브 채널 개설하고 리치TV 진출하면 금방 뜰 거라고.'
채지윤 이전에도 개헤엄에게 편집자 지원을 한 이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는 모조리 거절했다.
그러니.
개헤엄의 미튜브 채널이 흥하고.
채지윤의 적극적인 권유에 따라 리치TV에 이적한 방송까지 흥해서.
미튜브 수익이 월 2천만 원에 달하게 된 건.
채지윤의 능력 덕분은 아니지만.
그녀의 순수한 팬심 덕분이라고 볼 수는 있었다.
그녀의 대가를 바라지 않고 방송 편집을 해서 영상을 건네는, 순수한 팬심 말이다.
그 순수한 팬심 덕분에, 그녀가 좋아하는 방송인 개헤엄은 성공한 방송인이자 미튜버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가슴 따듯해지는 훈훈한 사례.
그로부터 채지윤이 깨달은 사실이 있었다.
순수한 마음은 보답 받기 마련이라는 사실?
아니.
'이거다.'
'편집자는 돈을 이렇게 버는 거구나.'
그녀는 가슴 따듯해지는 훈훈함보단, 돈맛에 더 마음이 갔다.
"요즘 동영상 조회수가 좀 안 나오는데, 하온아."
이하온. 개헤엄의 이름이었다.
어느 샌가부터 채지윤은 개헤엄을 편하게 부르고 있었다.
돈독한 친구 혹은 동료 사이?
아니.
"네…?"
"그때 누나가 사 준 옷 있지? 오늘 그거 입고 방송해."
"그 옷을 방송에서 입기엔 좀…."
"야."
"…."
"내 말 대로 해. 아니면 뭐, 이제는 컸으니까 나 같은 년 말 안 들어도 된다. 뭐 그거야?"
"알겠어요…."
너가 성공한 건 전적으로 내 덕이다.
너가 나 없었어도 성공할 수 있었겠느냐.
취미로 방송하던 널 대기업으로 만들어 준 게 누구더라?
그런 내 말을 안 듣겠다고?
단물 다 빨아먹었으니 이제 뱉겠다는 거냐?
좋다.
난 괜찮으니까, 내가 편집했던 영상들 다 지워라.
아니면 니가 어떤 놈인가 낱낱이 알리겠다.
의도적이고 점진적으로 그를 자신에게 복속시켰다.
채지윤이 좋아하던 방송인 개헤엄.
그는 채지윤의 돈줄이 되어 있었다.
평범한 편집자이자 개헤엄의 순수한 팬이었던 채지윤은,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채지윤은 또 다른 '개헤엄'들을 물색해 나갔다.
성공 가능성이 넘치지만, 모종의 사유로 아직 뜨지 못했거나, 미튜브 채널을 개설하지 않은 유망주들.
아니.
돈줄들.
그들을 찾아가서 말한다.
"저 개헤엄 채널 키운 편집잔데요."
"채널 관리해 드릴 의향 있어요."
"따로 임금 안 주셔도 돼요."
"제가 팬이라서 좋아서 하는 거니까~"
"마음 편~히 아무것도 안 하셔도 됩니다."
"그냥 뭐. 나중에 채널 수익 나오게 되면 그때."
"사이좋게 나누던가 하죠."
"채널 공동 설립자? 뭐 그런 거죠."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할까요."
"정말요? 저야 좋죠."
개헤엄에게 했던 거에서 좀 더 악의적이게 체계적으로 바뀐 제안을.
채지윤은 지금 다수의 '개헤엄'을- 돈줄을- 채널을 관리 중이었다.
채지윤 혼자 그 많은 채널에 올라갈 영상을 편집하는 건 무리였다.
"이번 영상 좋았어요~ 15만 원 드리겠습니다."
그렇기에.
편집자이면서 편집자를 고용한다.
적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20만 원의 돈을 써서.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원의 수익을 가져다주는 영상을 만든다.
고로, 관리해야 할 채널이- 돈줄이- 개헤엄이 많아도 문제 될 건 없다.
오히려 많을수록 좋기에, 채지윤은 지금도 계속해서 개헤엄을 늘려가고 있었다.
"채컬 숨컷… 구독자 적고… 편집 기술 없고… 만들어진 지 별로 안 됐고… 방송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고… 메일도 안 적어 놨고. 아무것도 모르네, 이놈."
그렇게 새로 발견한 개헤엄 후보, 숨컷.
숨컷의 미튜브 채널을 확인한 채지윤이-
-안녕하세요, 최재훈입니다.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의 입꼬리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다양한 의미'로.
여지껏 가장 훌륭한 개헤엄이 될 것 같았다.
채지윤 - 안녕하세요, 저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고 최근 행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채널 관리해드릴 의향 있습니다
생각 있으시면 메일 적어놓을테니 연락주세요^^
p.s-채널 소개란에는 영업용 연락처 하나는 적어 놓는 게 좋아요 ㅎ
얼핏 보아도 불쾌할 정도의 자신감이 담긴 댓글.
의도된 것이다.
이렇게 불쾌한 댓글인데도, 초보 미튜버인 숨컷은 자신의 경력 때문에 그걸 감내하고 연락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세로 나가는 거다.
그렇게 기선제압이 완료되고, 상하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숨컷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리라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사고방식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으나,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 * *
다음날.
채지윤은 숨컷의 방송을 확인중이었다.
-오오….
방송의 그는 지금 자신이 적어 놓은 지원서를 보고 있었다.
채지윤이 이때다 하고 타자를 두들겼다.
[와 저거 진짜 채지윤인가?]
[개헤엄이랑 걔네 띄워준 애잖아]
그러자-
[ㅁㅊ ㅋㅋ채지윤]
[벌써부터 쟤한테 컨텍이 오네]
[숨컷 ㄹㅇ 대기업 되나?]
자신과 동조해서.
자신을 예찬하기 시작하는 시청자들.
-뭔데. 저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데.
[좀 유명한 편집자 있음]
[하꼬 몇명 정도 대기업으로 키운 애 ㅇㅇ]
[미튜브 안하는 하꼬 애들 미튜브 관리해줘서 대기업으로 만들어준 애 ㅇㅇ]
[쟤가 관심보인거면 숨컷이 곧 뜨겠누 ㄷㄷ]
-그래?
그 일련의 흐름에.
혹한 듯한 최재훈의 목소리에 채지윤이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됐네."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새로운 개헤엄이 제 의사로 자신을 향해 기어오기만을.
이미 채지윤이 생각하는 자신의 개헤엄 목록 안에는 숨컷이 포함되어 있었다.
* * *
라톡!
[안녕하세요 숨컷입니다]
[편집자 관련해서 연락드립니다]
숨컷의 연락을 확인한 채지윤.
그녀는 당연히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각하지 못했을 뿐, 그녀는 분명 들뜬 상태였다.
곧바로 답장을 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으나-
'급한 건 내가 아니니까.'
기선제압.
처음부터 철저하게 밟아 놔야 일이 편해진다.
채지윤은 구태여 문자를 확인해서 미확인 표시를 지운 뒤 30분 뒤에 답장을 보내기로 했다.
"누나?"
그때,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키 160대 왜소한 체격에 가녀린 인상을 가진 미녀.
로 보이는, 중성적 외모의 미남.
개헤엄이었다.
그녀는 지금 개헤엄의 집에서 그와 대면 중이었다.
진짜 개헤엄, 이하온과 말이다.
"뭐."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무덤덤하게 말한다.
몇 시간 전, 이하온이 진지하게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이 새끼 또 지랄이네."
낌새를 느낀 채지윤은 그렇게 말하며 [만나서 얘기해]라고 말한 뒤.
아니,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다짜고짜 그의 집에 들이닥쳐 지금 이렇게 그와 대면했다.
그래 놓고.
본인이 만나서 얘기하자 해 놓고 이런 태도다.
직접 만나자 한 이유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 아니라.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하는 쪽이 분위기를 주도하기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여자고, 개헤엄은 남자였으니까.
그런 이유로, 채지윤의 개헤엄들은 모두 남자였다.
"저 진짜 못하겠어요…."
이하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뭘."
"그때 말하신 거요."
원래 이하온의 방송은 자극 없는 잔잔한 방송이었다.
그런데 미튜브의 성장세가 더뎌지자.
채지윤은 그에게 자극적인 행위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때 말하신 거.'
이하온이 그렇게 언급한 건 여지껏 가장 자극적인, 리치TV에서 허락되는 방송 수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행위였다.
"제 방송이랑 미튜브 저희 부모님도 챙겨보시는데…."
'역시.'
이하온의 입에서 예상한 말이 나왔다.
그녀는 천천히, 위압적으로 핸드폰에서 그에게 시선을 옮겼다.
"하기 싫어?"
"…이런 거 안 해도 지금 미튜브 충분히 잘 되고 있잖아요. 그 돈으로도 부족-"
"야이 시발."
"…."
그 돈으로도 부족하세요.
그 말을 거칠게 끊는다.
정곡이었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는 부족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돈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말한다.
"내가 시발, 돈 때문에 이러는 것 같냐?"
위압적인 눈빛으로.
안 그래도 거친 말투를 더 거칠게 말하며 욕까지 내뱉자, 안 그래도 왜소한 이하온의 체격이 위축되어 더 작아졌다.
그녀에게 맞았던 기억이 재생되었다.
"니 잘 되라고 신경 써서 해 줬더니 뭐? 진짜 어이없는 놈이네 이거."
"그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지랄하지 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면 시발 그따위로 말했겠어?"
"…미안해요."
감정이 복받쳐 참지 못한 눈물이 흘러나온다.
그 복받친 감정에 단언컨대, 반성심이나 죄책감은 없었다.
"하."
채찍질을 했으니 당근을 줄 차례다.
채지윤이 짐짓 못 이기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소리 질러서 미안해, 하온아. 내가 다 너 걱정해서 그런 거 알지?"
차분하고 다정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네…."
"지금 니 미튜브 채널 진짜 간당간당해서 그래. 지금 니 하락세인 건 알지?"
"네…."
그의 채널은 지금 분명 하락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절정을 찍었던 인기가 소강상태에, 안정화에 접어듦으로써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더 하락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둬야지. 안 그래?"
"…."
이하온이 자극적 행위를 시작한 이후 분명 주목도 자체는 올랐다.
하지만, 그건 이미지를 소비한 결과였다.
요즘 이하온의 순한 모습에 빠졌던 기존팬들이, 그의 자극적인 행보에 불만을 표하고 있었다.
여기서 자극도를 더 올린다면.
채지윤의 예상대로 또 다른 팬층을 두루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존의 팬층을 잃고 방송의 근간을 잃는 위험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계획을 넘어선 도박.
전적으로 자신의 욕심을 위한 선택이면서, 결과를 보장할 수 없으면서 말한다.
"누나만 믿어. 다 널 위한 거라니까? 지금까지 누나가 너 실망시킨 적 있어?"
많다.
특히나, 편집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걸 알았을 때.
이하온의 실망은 극에 달했고.
그는 깨달았다.
편집자가 채지윤에서 바뀌고 오히려 더 좋아진 반응.
넌 내 편집 덕에 떴다는 채지윤의 말과는 달리.
자신이 뜬 건 채지윤의 편집 덕분이 아니라고.
넌 나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채지윤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
그런데도 그녀에게 반항하지 못한다.
몸이 사고를 따라가지 못한다.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주입된 상하관계 때문이었다.
그는 무력감에 고개를 떨궜다.
그러자 채지윤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하온은 자포자기 심경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방송이 망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아니.
방송이 망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그러면 이 악몽도 끝날지 모르니 말이다.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볼일도 끝났으니 이런 곳에, 이런 새끼랑 더 같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채지윤은 생각했다.
이 새끼 때문에 칙칙해진 기분을 뉴페이스로 달래자고.
핸드폰을 조작한다.
[만나서 얘기하죠]
그렇게 최재훈에게 문자를 보냈다.
왜 답장이 없지?
이 편집자 놓치면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문자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테니 곧바로 답변이 올 터다.
바로 약속 잡고 직접 만나서-
'각 좀 봐야지.'
각.
의미심장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
"…?"
그런데 이상하다.
답변이 안 온다.
'아니, 뭐야.'
심지어, 문자를 읽었다고 표시가 돼 있다.
'이 새끼 지금 읽씹하고 있는 거야?'
건방진 새끼.
채지윤은 얼굴을 와락 구기며 신경질적으로 핸드폰 액정을 두드렸다.
[저기요]
[뭐하세요?]
[저랑 일 안해요?]
그러자 잠시 뒤.
2분 정도 뒤에 드디어 답변이 도착했다.
[죄송]
[겜 중이라]
[지원서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채널 관리 맡겨드릴 의향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어딘가 익숙한, 띠꺼운 말투.
채지윤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