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83화 (80/361)

083. 큰 물로 2

"어디 보자. 그, 재훈 씨."

"넵."

"일단 리치TV와 옐로TV의 관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

"뭐, 그냥. 옐로TV가 리치TV 등용문이라는 정도?"

"음. 그게 왜 그렇게 됐냐면-"

리치TV가 막 개설되었을 시기의 이야기다.

그때 한국 인터넷 방송계는 아메리카TV와 옐로우TV로 양분되어, 그 균형은 팽팽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리치TV는 그러한 인터넷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중 하나가, 타 플랫폼 게임 방송인들 영입이었죠."

당시, 아메리카TV는 도 넘은 인터넷 방송의 대명사가 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었다.

그렇기에 리치TV의 방송인 영입은 주로 옐로우TV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면 옐로우TV가 아메리카TV가 아닌, 리치TV랑 사이가 나빠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옐로우TV 초기 시청자들이, 아메리카TV에서 인터넷 커뮤니티 성향을 가졌다고 찐따니 씹덕이니 하면서 배척받다가 이주해 온 사람들이었거든요.

"아아."

"그리고, 옐로우TV 게임 방송 시청자들은 오히려 리치TV의 영입을 환영하는 분위기였어요."

"왜요?"

"당시 게임 방송인들에 대한 옐로우TV 운영측의 취급이 아주 안 좋았거든요."

도 넘은 인터넷 방송 이미지를 만든 아메리카TV의 BJ의들은 대부분 게임 방송인이었다.

"당시 게임 방송인들 이미지가 워낙 안 좋아서 '우리 플랫폼엔 해로운 게임 방송이 이렇게나 적다!'라고 좋은 이미지로 선전하려는, 나름의 차별화 정책이었던 건지. 게임 방송을 차별하고 탄압해서 게임 외의 방송들을 장려했어요."

그리고 그 차별화 정책은, 완벽한 실패로 끝났다.

당시 게임 방송인들을 감싸고 우대해 준 결과가 지금의 리치TV와 아메리카 TV였고.

당시 게임 방송인들을 차별하고 억압했던 결과가 지금의 옐로우TV였다.

"그런 사정 때문에, 당시 옐로우TV 시청자들은 게임 방송인들의 리치TV 이적을 적극적으로 찬성했어요. 옐로우TV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고, 이탈은 계속됐죠."

한참이 지나서야 중대한 실수임을 깨닫고 게임 방송인들에 대한 차별을 멈췄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지금 옐로우TV 운영측에서 대놓고 자기들 플랫폼을, 리치TV 진출 발판으로 삼아도 아무 말도 못하는 이유죠.

그때 리치TV 갈 사람들은 이미 다 가서, 지금 옐로우TV 시청자들은 그때만큼 리치TV 이적에 호의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분위기고요."

"오오오…."

"제가 이 얘기를 왜 했냐면. 그런 사정이 있으니, 리치TV 동시송출하고 이적할 때 눈치 안 보고 당당해도 된다는 거죠."

"아! 그래도 어제 그, 아메리카TV에서 홍보에 대한 불만 수습한 건 아주 잘 하신 거예요. 그런 복잡한 상황에서 리치TV 동시송출하거나 이적하는 거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으니."

"그리고 또, 말씀드렸다시피 옐로우TV의 PD랑 시청자들이 워낙 많이 넘어와서. 리치TV를 비유하자면 약간 좀 희석된… 아니지, 순화된 옐로우TV라고 보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플랫폼이라고 너무 신경 쓰고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하던 대로만 하시면 돼요. 수위만 조금 조심해 주시고요."

"수위라면 어떤?"

"특정 대상들을 향한 비하 발언, 정치 발언 같은 것들이요. 당연히, 재훈 씨는 그런 거 안 하시겠지만. 리치TV에서는 시청자들도 관리도 방송인의 책임이거든요. 저런 발언 하는 애들 있으면 그냥 주저 말고 영구 차단해버리세요. 저런 얘들이랑 엮이면 방송 이미지 안 좋아지는 거랑은 별개로. 방송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이 갈 수 있어요."

"어떻게요?"

"방송 정지요."

"아…."

최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제가 리치TV 관련해서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이 정도가 되겠네요.

"와… 선생님. 이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을… 정말로 감사합니당."

"아이고, 아닙니당."

권지현은 자신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는 최재훈을 향해, 마찬가지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러며 생각했다.

'선생님보다 선배가 좋은데….'

"아참, 재훈 씨."

"넹?"

"동시송출 시작하면 조만간 저랑 합방(같이 방송을 키고 동일한 컨텐츠를 진행하는 행위), 어떠세요?"

"오오… 저야 영광이죠, 선배님."

권지현이 합방을 제의한 건 최재훈의 방송에 도움이 될까봐였고.

최재훈이 합방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인 것 또한, 권지현의 방송에 도움이 될까봐였다.

좋은 의미로 유유상종인 둘이었다.

"더 궁금하신 건 없으세여?"

"예, 이 정도면-"

그렇게 말하려다가 "아 맞다."라고 말을 잇는다.

"혹시 채지윤이라고 아세요?"

"채지윤이요? 쓰… 그 이름을 어디서 들어 봤더라."

"시청자들이 꽤 유명한 편집자라고 하던데."

"아… 아! 그 사람!"

기억난다.

구독자 1~30만 대의 중견 미튜브 채널을 다수 키워낸 유명 편집자였다.

"선생님도 아시는군요."

"예, 뭐. 이쪽 업계에서 꽤 유명하거든요. 키워낸 중견 미튜브 채널이 꽤 돼서. 그런데 그 사람이 왜요?"

"미튜브 채널에 댓글을 달아 놨더라고요. 혹시 편집자 안 구하냐고."

"오오오…."

짝짝짝.

반사적으로 박수부터 치고 본다.

"역시 재훈 씨. 대단하세여. 방송한 지 며칠 됐다고 벌써 그런 편집자 눈에 들다니. 아. 아니다. 솔직히 제가 편집자였어도 재훈 씨 편집자 되고 싶었을 거예요. 꿀리지 마세요! 재훈 씨가 갑이야!"

"아니 너무 그렇게 띄워주시면…."

"앗…."

"너무 신나는데."

"앗!"

식후 커피를 조지기 위해 국밥집을 나선 둘.

최재훈을 따라 권지현도 빵딩이를 씰룩거렸다.

"커피는 제가 살게영."

"놉."

"에이, 제가 국밥 얻어먹었으니까 커피는 제가 사는 게 도리죠."

"아 싫어~ 내가 사 줄 거야~"

"제가 더 싫어여~"

서로 커피 지가 사겠다는 미남 미녀의 실랑이를 카운터에서 지켜본 직원(24세/여/솔로)은 생각했다.

'시발. 인생.'

최재훈과 권지현같이 출퇴근에서 자유로운 이들이나 거리를 활보할 시간.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손감이 적어 금방 나온 커피를 받고 자리에 앉는다.

이야기가 재개되었다.

"그, 채지윤. 그 유명한 편집자한테 컨텍왔는데 마냥 좋아할 수가 없는 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사실, 편집자 지원자가 그 사람을 포함해서 총 두 명이거든요?"

"오오오…."

짝짝짝.

이젠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박수가 나오는 경지에 이르렀다.

최재훈이 숨만 쉬어도 진심으로 감탄하며 박수를 쳐 줄 자신이 있었다.

"그, 다른 사람은 말을 엄청 좋게좋게 해 놨어요. 아, 아니지. 그냥 평범하게 써 놨는데, 채지윤 이 사람 때문에."

"채지윤 그 사람이 어떻게 말했길래요?"

"어떻게라고 해야 하나…."

표현을 고르던 최재훈이 내뱉듯 말했다.

"진짜 띠꺼움의 신에게 신내림이라도 받은 것 마냥."

"도대체 뭐라고 했길래…."

쓰게 웃는 권지현.

"최근 제 행보가 흥미롭다며 채널 관리를 해주겠대요. 아니지 뭐냐. 그래. 채널 관리 해드릴 의향이 있대요."

"참나."

이내 실소를 터트린다.

최재훈이 그렇지?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설마 저 띠꺼우라고 그런 식으로 댓글을 달아놓은 건 아닐 거잖아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 그런 식이라는 건데, 이런 사람이랑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서. 그래서 고민 중이에요."

"파트너 선택 기준이 인성이냐 실적이냐 이거네요."

"그렇죠. 만약에 지현 씨라면 어떻게 하실 것 같아요?"

"글쎄요…."

권지현은 최재훈에게 중요한 일이니만큼 신중하게 생각을 정리한 뒤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방민아, 걔랑 했었던 올삭빵도 있고. 어제 페카랑 합방한 것도 있고. 지금 재훈 씨 상황을 고려해 보면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검증된 편집자를 쓰는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네네."

"그 사람 말하는 게 너무 범상찮아서… '채널 관리해 드릴 의향이 있다.' 라니. 오지랖일진 모르겠지만, 재훈 씨 그거 때문에 힘들어하실 일 생길 것 같아서."

"아유, 오지랖이라뇨.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당."

"헤헤… 뭐, 어쨌든. 결국 중요한 건 재훈 씨 의사니까. 그 사람이랑 대화 한 번 나눠보신 뒤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까 싶어요."

최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안 그래도 그런 쪽으로 긴가민가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생각으로 재확인받으니 비로소 확신을 느낀다.

"그리고 편집자 임금이나 계약 같은 경우엔-"

이어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궁금하던 것만 쏙쏙 골라 알려주기 시작하는 지현좌.

감동받아 오열하며 팬티를 찢을 뻔한 걸 가까스로 참은 최재훈.

'조각 케이크가 아니라 조까 케이크인가. 뭐 이리 존나 비싸지? 지현 씨 줄 거니까 참는다.'

그는 카페의 조각 케이크 풀 세트를 권지현의 손에 들려주는 것까진 참지 못했다.

* * *

"들어가세요~"

"이거, 잘 먹을게여~~"

신나서 케이크 상자를… 그걸 왜 흔들어 이 아가씨야, 모양 망가질라.

아무튼 내가 다 기쁠 정도로 기뻐하는 지현씨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리 봐도 3~4만 원 정도 할 케이크 같은데 조각냈다가 다시 합쳤다고 6만4천 원을 요구하는 부당함에 정신이 혼미해졌었는데.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좋아진다.

"으허어 기모링."

뜨신물로 목욕을 조지고 나와서 가장 먼저-

[안녕하세요 숨컷입니다]

[편집자 관련해서 연락드립니다]

채지윤한테 연락을 보냈다.

간절히 바란다.

부디, '채널 관리해드릴 의향 있습니다'가 농담이었길.

"어?"

곧바로 문자를 확인했다고 뜬다.

그런데-

"…."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없네.

시작부터 싸하다.

첫인상이 첫인상인지라.

내 톡을 일단 확인했지만 바빠서 답장을 못 하고있다기보다는.

무언가 음습한 의도를 가지고 나를 기다리게 하고있는 것 같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이거 혹시 기선제압 같은 건가.

어림도 없지.

나는 지금 시간을 확인했다.

32분.

답장 오기까지 몇 분 걸리나 확인할 거다.

만약 답장 왔는데 그 말이 '답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로 시작하지 않으면.

날 기다리게 한 시간 만큼 똑같이 기다리게 할 생각이다.

그때, 머릿속에서 또 하나의 최재훈(22세/천사/가족 식사 자리에서 방귀 뀌어놓고 지가 안 뀐 척 재은이 노려봐서 덮어씌운 적 있음)이 말했다.

[그건 너무 찌질하지 않니?]

원래 사나이라면 어? 찌질하게 기 싸움도 할 수 있어야 되는 거야.

라톡!

뭐야.

생각보다 빨리 왔다.

이 정도면 그냥 봐줘도 되겠-

"어?"

다 싶었는데 채지윤이 아니라 최재은이었다.

뭔데 우리 재은이랑 이름이 비슷하지.

보면 볼수록 마음에 안 드는 친구네.

재은이 톡보고 화 좀 삭혀야겠다.

[ㅁㅊ 야 니 진짜 방송함? ㅋㅋㅋ]

뭐지.

[어떻게 알았음?]

[최재은 : 뭐래는 거야 ㅋㅋ]

[최재은 : 너 그때 미드빵 뜰때 니 입으로 니 방송 홍보하셨잖아요 ㅋㅋ]

[아]

[맞당]

[최재은 : 붕어쉑 ㅋㅋ]

[최재은 : 그런데 그냥 한 말인줄 알았는데 진짜였나보네 ㅋㅋ]

[오빠가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거 봤냐]

[최재은 : 그건 모르겠고 헛소리 하는 건 많이 봤지 ㅋㅋ]

[최재은 : 그래서 그것도 헛소리인줄]

[넘하네]

[최재은 : 야 근데 너 왤케 유명함 ㅋㅋ]

[먼말이야]

[알아듣게 얘기해 봐바]

[최재은 : 롤 인벤토리에서 인기글들 보는데 웬 익숙한 사람이 보여서 뭔가 했더니]

[최재은 : 너였음 ㅋㅋ]

[최재은 : 니 오더 대박이래 사람들이]

오더?

아.

어제 페카한테 저격당했던 두 번째 판 말하는 건가.

아무래도 그 부분이 어찌어찌해서 커뮤니티에 퍼졌나 보다.

[최재은 : 야 근데 옐로우tv가 도대체 어디임 ㅋㅋ]

[최재은 : 처음 들어봐서 구란줄 알았는데 진짜 있는 덴가 보네]

[최재은 : 왜 그런데서 방송함 ㅋㅋ]

[안 그래도 오늘부터 리치TV에서도 방송하려고 했음]

[최재은 : 오 ㅋㅋ]

[최재은 : 한 번 봐바야지 ㅋㅋ]

[아 괜히 말했네]

[쪽팔리니까 보지마셈]

[최재은 : ㅋㅋ 뒤졌다 최재훈]

[최재은 : 리액션으로 애교같은거 하면 바로 박제 간다 ㅋㅋ]

[최재은 : 아니 근데 진짜 개웃기네 ㅋㅋ]

[최재은 : 얘 진짜 BJ되는 건가]

[오빠 어제 시청자 1만7천 찍음 ㅋㅋ]

[최재은 : 뉘예 ㅋㅋ]

[진짜임 ㅋㅋ]

[조만간 미튜브 영상에 올라올 테니 잘 봐라]

[최재은 : 미튜브도 함? ㅋㅋ]

[최재은 : 아니 ㄹㅇ 본격적이네]

[최재은 : 너 진짜 방송인 되게?]

[가짜 방송인도 있냐]

[최재은 : 아니 ㅋㅋ 대학교는 어카고]

[최재은 : 곧 휴학 끝나자너]

[위대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최재은 : 또 뭔 헛소릴 하려고]

[바로 대학교를 자퇴했다는 거야]

[최재은 : 정신나갔네 진짜]

[최재은 : 엄빠한테 이름]

[어제 방송으로 돈을 꽤 벌어서]

[우리 동상 용돈 주려 했는데]

[필요 업겠네]

[최재은 : 오빵]

[구라임 ㅋㅋ]

[이르던가 ㅋㅋ]

[(파랭이가 메롱하는 이모티콘)]

[최재은 : 헐]

[뻥이고]

[엄니한테]

[아니 아부지한테 생활비 입금해드릴 거니까]

[니가 알아서 애교부려서 용돈 타셈]

[최재은 : ㅁㅊ 또?]

[최재은 : 대박이네 최재훈]

[최재은 : 철들었냐?]

[처돌았냐?]

[최재은 : 올 ㅋㅋ]

[최재은 : 라임 ㅋㅋ]

[굿 ㅋㅋ]

[최재은 : 아 근데 신기하네 ㅋㅋ]

[최재은 : 가족 중에 방송인 있으니까 ㅋㅋ]

[최재은 : 어쨌든 기왕 하는거 한 번 제대로 해보셈]

[최재은 : 오늘 보니까 반응 좋더만 ㅋㅋ]

[최재은 : 돈 많이 벌어서 이몸 호강좀 시키거라 ㅋㅋ]

[부모님말고 지부터 호강시키라는 거 보소]

[효녀야 효녀]

[이런 효녀가 없어]

[최재은 : 끌려가서 R을 눌러 보세요]

[ㅁㅊ;]

[너 그 못된거 어디서 배웠어]

[최재은 : 그때 니가 한 말 신경쓰여서 검색해봄]

세상에.

재은이에게 나쁜 물을 들여버린 것 같다.

[그런 못된거 보지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렴]

[혹시 알아]

[시험 잘 보면 돈 많이 번 오빠가 뭐 사 줄지]

[최재은 : 위대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오반데]

말 나온 김에, 어제 번 300만 원 중 150만 원을 즉시 출금해서 아버지에게 입금해 드렸다.

"와 근데…."

아직도 얼떨떨하다.

하루 일당 300만 원이라니.

부모님 빚 청산.

내 빚 청산.

재은이 대학 등록 적금.

내 집 마련.

내 적금.

원래 내 거였으나 잃어버린 것들.

너무나도 까마득해서 되찾을 수 있긴 할까 자신이 없었는데.

그것들의 윤곽이 다시금 보이기 시작했다.

"…좋아."

할 수 있다, 최재훈.

나는 곧바로 방송을 켜려-

라톡!

는데.

채지윤한테서 라톡이 왔다.

이 새끼 이거, 죄송하다 한마디 없이 바로 본론 들어가는 거 보소.

뒤졌다

어디 보자, 몇 분 늦었어.

30분이나 읽씹 해놓고 말이야.

뒤졌다.

[만나서 얘기하죠]

뭘 만나서 얘기하자는 건지 궁금했지만.

찌질함이 호기심을 이겼다.

30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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