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82화 (79/361)

082. 큰 물로 1

"아, 시발. 개세상에."

생체리듬 아침에 맞춘 지 얼마나 됐다고, 어제 새벽까지 방송하느라 다시 조져 버렸다.

내가 아침형 인간이 되어 설 자리를 잃었었던 태양+ 차광률 18%의 병신 커텐 듀오.

놈들이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합심하여 내 면상에 직격시킨 햇빛에 꿈나라에서 정신이 이끌려 나왔다.

기상하기엔 애매한 숙면시간.

하지만 다시 자기엔 더 애매해서 결국 침대에서 일어난다.

햇빛 막으라고 달아 놨더니,

[병신 커텐 : 이거바방! 나 햇빛 파랗게 바꿀 수 있당! 이쁘징!?]

이 지랄을 하며 제구실 못하는 쓰레기 커텐 때문에 항상 이렇게 고통받으면서도.

최재훈 이 멍청한 새끼는 도대체 왜 커텐을 바꾸지 않는 것인가.

[나태의 최재훈 : 아 바꾸려 했는데 또 깜빡했네]

[검소의 최재훈 : 아직 멀쩡한데 버리긴 아깝잖아]

[감성의 최재훈 : 파란 햇빛 이쁘긴 해]

[초코크림슈크림 : 야 나 아직 냉장고에 있음]

음.

나름 복합적이고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군.

비척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어으…."

찬물로 세수를 해도 잠이 다 안 깬다.

"피곤해 죽겠네…."

평소 잠을 잘 못 잤다고 해서 이 정도로 피곤하진 않은데.

아무래도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곧바로 짚이는 그 문제.

"진짜 미친…."

어제 방송을 종료할 때까지 계속되었던 '그 인간'의 저격이다.

아직도 생생하다.

아군에선 괄약근 절제 수술 당한 똥싸개.

그러나 적팀만 가면 돌변해서 오히려 내 팀을 똥싸개로 만들어 버리는 그 특유의 음흉한 플레이.

그 특유의 음흉한 말투와, 그 특유의 음흉한 목소리.

-핰핰핰핰!

그 특유의 음흉한 웃음소리.

"어으…."

무의식적으로 떠올렸더니 피곤한 걸 넘어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총 후원액 약 300만 원>

<최고 시청자 수 1만 7천>

"후…."

어제 방송의 수확.

그리고, 그 모든 가혹 행위가 내 방송을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진통제 삼아 떠올리니 그나마 나아지는 기분이다.

이게 그 '다 너 잘 되라고 패는 거야'인가.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인간이라면 날 도와주기 위해 그런 짓을 한 게 아니라.

날 도와준다는 명분 삼아 그런 짓을 한 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래도. 결과가 좋으면 그걸로 된 거지.'

아메리카TV 홍보 건으로 생긴 나쁜 여론도 잘 해결됐겠다.

이제 눈치 안 보고 옐로우TV에서 쌓은 내 기반을 리치TV로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어제 방송 결과가 세상에 너무나도 짭짤해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딱히 리치TV에 진출해야 할 필요성이 있나?

하지만, 착각해서 안 된다는 걸 나는 안다.

듣자 하니 1만 7천 명이라는 시청자는, 옐로우TV 이용자 전원이라 봐도 무방한 숫자라고 한다.

그 정도 되는 시청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던 이유.

첫 번째.

전날 아메리카TV 애들이 내 이름으로 갤러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관심이란 관심은 종류를 가리지 않고 죄다 끌어모았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

그런 상황에서 옐로우TV 대표 PD라는 초고급 인력인 페카가 합방도 아니고 아예 내 방송의 일부가 되어주는, 전폭적이고도 파격적인 지원을 해 준 덕분이었다.

어그로를 끌고 판을 벌린다.

한마디로, 어제 일은 옐로우TV 나름의 빅 이벤트였던 것이다.

어제는 그 빅 이벤트 때문에 옐로우TV 시청자들이 죄다 몰렸던 거고, 이제는 다시 흩어질 차례다.

그렇게 흩어지고 나면 1만 7천 명 중에, 내 시청자는 얼마나 남을까.

총 시청자가 2만에 못 미치는 플랫폼에서, 내 방송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너무 변방 플랫폼이라 미튜브와 호환작용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플랫폼의 성장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듣자 하니, 옐로우TV의 운영 기업은 옐로우TV를 중요 사업체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삼대 플랫폼이라는 말이 있듯.

원래는 리치TV와 아메리카TV에 비견되는 대형 플랫폼이었으나, 수차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너무나도 큰 몰락을 겪었고.

반대로 너무 커져 버린 리치TV, 그리고 아메리카TV와 경쟁하는 건 사업적으로 합리적이지 못하다나.

'아이고.'

기업에게 손절 당한 사업체라니.

생각해 보니까, 이거 완전 환장의 플랫폼이 따로 없다.

결국 이거다.

옐로우TV는 미래가 너무 어둡다.

단풍 이야기와 던전앤히어로가 없는 엑스온의 미래 만큼이나 어둡다.

탈모약이 없는 탈모인들의 미래만큼이나 어둡다. 아니, 이건 밝은 건가. 반짝이잖아. 반짝반짝 대머리들.

인터넷 방송을 내 새로운 잡으로, 커리어로, 퓨처로 삼은 이상.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 큰물로 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 큰물이 바로 리치TV고.

'어제 페카가 오기 전 내 방송에서 조카단까지 빼면 시청자가 아마-'

1500명.

딱 내가 기반으로 삼기 위해 목표로 하던 시청자 수다.

기반이 완성됐으니 오늘부터 동시송출을 통해 리치TV 진출 준비를 해야겠다.

'리치TV 시청자가 옐로우TV보다 많아지면 그때 배신- 아니, 이적을 하면 된다 했었지?'

그런데, 기반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완성됐다.

시청자 1500명 도달까지 최소 몇 달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방송 시작하고 나서 일주일도 안 걸리다니.

최재훈은 돌연 막심한 두려움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압도적인 방송 재능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프로에서는 2군따리에 불과했던 내가 사실은 방송 천재!?

라노벨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프로 같은 거 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진작에 방송이나 할 걸 그랬다.

인생 절반 손해 봤어.

그때, 머릿속에서 또 하나의 최재훈(22세/악마/재은이한테 아이플 노트북 사준다 해 놓고, 사오미 노트북에 아이플 스티커 붙여서 줌)

[최재훈2의 얼굴이 없었어도 니가 과연 성공했을까?]

'응 조까~ 있는데 어쩔 거야~'

방송은 미튜브 채널을 홍보한다.

그리고 또 미튜브 채널은 방송을 홍보한다.

좆망 플랫폼이라 여지껏 누리지 못했던 선순환.

내 방송과 미튜브 채널은 그 선순환을 누리지 못했음에도 순조로운 성장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그 선순환을 누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오늘부터 리치TV 동시 송출 시작하고.

빠르게 편집자 구해서 본격적으로 미튜브 채널 운영에 들어간다.

그게 어떻게 작용할지 생각한 최재훈은 다시 또 두려움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방송이 지닌 압도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뒤졌다, 인터넷 방송.

미래에 대한 희망과 믿음으로 자신감이 활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하루를 여는 조구목(조깅, 구빱, 목욕ㅎ)루틴을 조지기 위해 집에서 나설 준비를 한다.

돈, 그리고 핸드폰.

취침을 위해 꺼 두었던 핸드폰의 알림 기능을 킨다.

그러자-

라톡!

라톡!

바쁘게 들려오는 라톡 갱신 소리.

출처는 투기장이었다.

어제 민아 씨랑 지현 씨 집어넣은 그 단톡방.

[권지현 : 아 요즘은 왜 자고 일어나도]

[권지현 : 몸이 찌뿌둥하지]

[권지현 : 허리도 아프고]

[방민아 : 운동을 해]

[방민아 : 맨날 집에 쳐박혀 앉아가지고 겜만 하면서 몸이 안 아프길 빌면]

[방민아 : 양심이 많이 없는 거지]

[권지현 : ;;]

[권지현 : 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좀 당황스러운데]

[방민아 : ?]

[방민아 : 나 어제도 헬스 다녀 왔는데]

[권지현 : ㅁㅊ;]

[권지현 : 헬스충;]

[방민아 : 에휴]

어느새 친해져 있는 투기자 두 명.

저길 봐 굉장한 석양이야.

그러고 보니.

미튜브와 편집자에 관한 것도 그렇고, 리치TV에 관한 것도 그렇고.

우리의 지현좌에게 자문을 구하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 주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으로 일단 대화에 끼어들었다.

[최재훈 : 에혀 권지현;]

[권지현 : ;;;]

[최재훈 : 머 임마]

[최재훈 : 운동도 안 하면서 땀을 왜 흘려]

[방민아 : ㅋㅋ]

[권지현 : 넘하시넹;]

[최재훈 : 근데 지현 씨 진짜 운동 암것도 안 해요?]

[권지현 : 저 레오레 열심히 하잖아여;;]

[최재훈 : 아니 저게 말이야 발이야]

[방민아 : 당황스럽네]

[권지현 : ㅎㅎ;]

[방민아 : 얼마나 운동이랑 담 쌓은지 오래됐으면 게임하는 걸 운동으로 치는 거지]

[최재훈 : 고등학교 졸업해서 체육 시간 사라진 뒤로 한 번도 안 했을 듯]

[방민아 : ㅋㅋㅋㅋ]

[권지현 : 어케알았징;;;]

[방민아 : 아니 근데 레오레 열심히 하는데 왜 다딱이냐고 ㅋㅋ]

[최재훈 : 그니까 왜 다딱이야]

[최재훈 : 죽을래?]

[권지현 : 아니;;]

[방민아 : ㅋㅋ 다딱이쉑]

[최재훈 : 다딱 따리 다딱따]

[최재훈 : (손 모으고 춤추는 이모티콘)]

[방민아 : (손 모으고 춤추는 이모티콘)]

[권지현 : 서럽넹;]

그런 대화를 나누며 문을 나선다.

그리고는 계단을 내려-

"어?"

가려다가 좋은 생각이 들어서 되려 올라갔다.

똑똑똑!

"다딱이! 문 열어!"

잠시 뒤-

"넹…?"

문이 열리고 지현 씨가 나온다.

아직 잠 덜 깬 눈.

풀려 있는 포니테일.

해골이 그려져 있는 목 늘어난 검은색 티셔츠.

후줄근한 숏팬츠.

막 일어난 게 팍팍 티가 나는 몰골이었다.

"갑시다!"

"어딜…여?"

"같이 좋은 거 하면서 땀 빼러."

* * *

허억.

허억.

허억.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권지현의 포니테일이 달리는 말처럼 나부낀다.

"재훈 씨… 잠깐만… 잠깐만 멈춰…주세요…."

그녀가 달뜬 호흡을 사이에 섞어가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거의 다 됐으니까 조금만 더 버텨 봐요."

"제발요… 저… 한계…에요…."

숨이 넘어갈 듯 가쁜 호흡에 섞여져 나오는 애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걸 재촉으로 덮어 버리는 최재훈.

둘의 몸이 같은 리듬으로 흔들린다.

그들은 지금- 달리고 있었다.

운동 부족인 지현좌 운동도 시켜줄 겸.

어제 돈 많이 벌었으니 아침도 사드릴 겸.

그리고 겸사겸사 미튜브와 리치TV관련해서 조언도 구할 겸.

그녀에게 조깅 합류를 권유했다.

조깅.

겜순이인 권지현이 살면서 경험해본 적 없는 미지의 문화였다.

그녀는 매체를 통해 접한 조깅을 떠올렸다.

아침 햇살이 도로를 따듯하게 비춘다.

강에 반사되어 보석처럼 반짝인다.

나뭇잎에 갈라져 그림 같은 그림자를 그린다.

아침 햇살이 아름답게 연출한 그런 거리를, 두 남녀는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색만 다른 츄리닝을 입은 둘 사이에 화기애애한 담소가 오간다.

그러다 여자가 짓궂은 농담을 하더니 도망치듯 속도를 올리며 앞서나간다 남자가 화를 내며 따라붙는다.

마침내 다시 좁혀진 둘의 거리.

뒤를 돌아본 여자의 시선이 남자와 마주친다

그러자 둘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린다.

둘은 다시 또 나란히 달리기 시작하고, 다시 또 화기애애한 담소가 오간다.

그런 낭만스러운 조깅을 떠올린 권지현은 냅다 권유를 받아들였다.

최재훈이 입고 있는 츄리닝과 최대한 비슷한 츄리닝을 입고 그를 따라나섰다.

그러나.

최재훈의 조깅엔 권지현이 기대하던 낭만은 없었다.

최재훈은 권지현의 뒤에서 달렸다.

때문에 그녀는 그의 의도대로 쫓기는 기분을 느끼며 멈추지 못하고 계속 달려야 했다.

그러다가 속도가 늦어지면?

최재훈이 권지현의 뒤에서 옆으로 이동해 나란히 선다.

그리고 그녀의 등에 다정하게 손을 얹고- 밀어줬다.

핫둘.

핫둘.

핫둘.

말이 조깅이지. 군대에서 했던 구보보다 빡쎈 그 행위는 단련이라 부름이 마땅했고.

그걸 주도하는 최재훈은 트레이너라 부름이 마땅했다.

권지현의 귓가에 록키 BGM이 깔렸다.

"됐습니다~"

그 BGM이 마침내 끝났다.

최재훈이 권지현을 위해 준비한 조깅 코스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흐어억! 흐어억!"

권지현이 바닥에 주저앉아 허겁지겁 숨을 들이켰다.

그런 권지현을 내려다보는 최재훈의 모습은 몹시나 평온했다.

도무지 자신과 같이 달린 사람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매번마다 느끼지만, 이 남자의 신체 능력은 도대체 뭘까.

신체 능력뿐만이 아니다.

말투, 성격, 분위기, 행동, 게임 실력.

권지현은 이따금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재훈은 사실 남자의 가죽을 뒤집어쓴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

"수고링."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최재훈의 특유의 능청스러운 웃음을 보며,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난다.

그것만으로 권지현은 지금까지의 고생이 보답 받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본론은 따로 있다.

"끝까지 잘 따라오셨으니, 약속대로 상을 드리겠습니다."

그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저 상을 약속했을 때, 얼마나 설렜던가.

지금, 그 설레임이 보답 받을 때다.

도대체 뭘까.

도대체 어떤 상이길래 약속할 때 그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었을까.

권지현이 기대로 눈을 빛내며 그를 쳐다봤다.

그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아."

국밥집이었다.

* * *

[권지현 : (권지현과 반대편에 앉아 있는 최재훈, 그리고 국밥이 한 화면에 담겨 있는 사진)

[권지현 : 재훈 씨랑 조깅하고 국밥짐 옴 ㅎㅎ]

[권지현 : 부럽징]

[방민아 : 뭐야]

[방민아 : 나도 껴 줘요]

[방민아 : 왜 저만 빼 놓고]

[최재훈 : 그러게 누가 고급 오피스텔에 살래? ㅋㅋ]

[권지현 : 아 ㅋㅋ 꼬우면 싸구려 원룸 살라고 ㅋㅋ]

[최재훈 : 금수저쉑 ㅋㅋ]

[권지현 : 네다골~]

[방민아 : ㄷㄷ...]

식사가 시작되자 자연스럽게 대화가 잇따랐다.

둘의 겜창이라는 특성과 방송인이라는 직업을 고려해 봤을 때.

대화의 주제가 게임과 방송으로 선정되는 건 당연하기까지 한 일이었다.

"그래서 어제 그 페카라는 사람이 저격하는데 어우…."

"그 사람 아캡인가 그 사람 맞죠?"

"네네."

"와… 그 사람 랭킹 50위 안에 드는 거로 아는데, 적으로 저격한 걸 이기셨다고요? 아니, 재훈 씨. 도대체 얼마나 고수인 거예요?"

"저도 제 실력이 두렵읍니다. 덜덜."

"덜덜덜. 아니 그런데, 열두 시간 저격이라니. 그 사람도 참… 여러 의미로 대단한 사람이네요."

"뭐 그래도. 그거 덕분에 아메리카TV 홍보 헤프닝도 잘 해결하고, 시청자 1만 7천도 찍어 보고."

권지현의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1만 7천이요?"

옐로우TV의 모든 시청자를 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숫자.

옐로우TV와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의 리치TV나 아메리카TV에서도 어지간한 대기업이 아니면 찍히지 않는 시청자 수였다.

"방송 잘 되실 줄은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벌써 대기업 다 되셨네요! 축하드려요!"

짝짝짝.

입을 헤 벌린 상태로 웃으며 박수를 친다.

그 모습이 마치 골든리트리버를 연상시켰다.

"에이, 대기업은요. 잠깐 어그로 끌려서 거품 낀 거지, 금방 빠질 거예요."

"에이, 재훈 씨한테 빠질 거품이 어딨어요~"

"헤헤 그른가?"

"재훈 씨한테 거품이 있다면 그건-"

"언빌리버블 하지 마셈."

"앗, 넹."

둘의 대화는 국밥 뚝배기가 바닥을 보였는데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오늘부터 리치TV 동시송출 시작하려고 하거든요."

"오오! 그럼 이제 저희 직장 동료 되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선배님. 선배로서 귀여운 후배에게 조언 좀 해주시죠."

선배라니.

여중, 여고, 군대 테크를 탄 권지현이었다.

최재훈 같은 미남의 선배 호칭은 그녀에게 있어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다.

갑자기 듬직한 모습을 보여줘야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이 번쩍하고 빛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펴고 늠름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어디 보자. 그, 재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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