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9. 여파 5
제목 : 조카쉑 진짜 ㅋㅋㅋ
내용 : 2연승하면 용서해준다해놓고
아군 저격해서 즐겜 다음엔 적팀 저격해서 빡겜 ㅋㅋ
ㄴ : ??? : 당근과 채찍? 응 ㅈ까~
ㄴ : 똥맛카레와 카레맛똥 ㄷㄷ
ㄴ : 나 조카단인데 ㅇㅇ; 이제 숨컷 응원한다
ㄴ : 조카쉑 디져
제목 : 숨컷쉑 불쌍해서 더 못까겠다 ㅇㅇ;
내용 : 조카단이면 제발 숨컷 응원합시다
ㄴ : 숨컷 선생님 제발 정의구현좀 해주십쇼 ㅠㅠ
ㄴ : 아 ㅋㅋ 페카쉑 빡겜하는걸 마스터겜에서 어케 정의구현 시키냐고
ㄴ : 고기능성 사이코시발패스 ㅠㅠ
제목 : 아직까지 숨컷 방송 안 보고 있는 흑우 없제? ㅋㅋ
내용 : 블라블라쉑들 때문에 이런 쌉호감숨컷좌 음해하고 아직까지 방송안봐서 인생 절반 흑우쉑들 불쌍하누 ㅋㅋ
ㄴ : ㄹㅇ ㅋㅋ 왜태어났냐고 이거 안 볼 거면
ㄴ : 하느님이 이거 보여줄려고 세상 만든 것 같은데 ㅇㅇ;;
ㄴ : 지구인 500억 명은 지금 인생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다는 거네요
ㄴ 글쓴이 : 언제그렇게 늘어났누
제목 : 아 ㅋㅋ 본인 지금
내용 : 숨컷이 페카쉑 정의구현하는 상상함 ㅋㅋ
ㄴ : 하지만 어림도 없지 씹련아
ㄴ : 챌 50위권이 ㅈ으로 보여? ㅋㅋ
ㄴ : 이건 숨컷이 지는 게 당연한 거지 ㅇㅇ;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되고.
옐로우TV 내에서 숨컷과 페카에 대한 관심이, 그러니까 숨컷의 방송에 대한 관심이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어제 일을 마음에 두고 숨컷을 꺼려하던 이들조차 마지못해 숨컷의 방송에 입장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청자 : 9, 312>
현재 숨컷과 페카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라 봐도 무방한 시청자가 방송에 몰렸다.
이들 대부분은 페카의 시청자, 조카단의 범주에 포함되었다.
어제 일로 숨컷에 불만을 느낀 이들 말이다.
그러나, 그 중 어제 일에 대해 언급하며 숨컷을 비난하는 이는 없었다.
어제 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순수하게 숨컷의 방송을 즐기고 있었다.
이미 페카와 숨컷의 목적은 어느정도 달성됐다 봐도 무방했다.
그러니 이 판의 승패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숨컷이 2연승에 실패하여 어제 일에 대하여 페카에게 용서받지 못한다 해도, 어제 일로 그를 비난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숨컷이 페카에게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숨컷이 남자치고 아무리 잘 해도, 페카에겐 이기지 못한다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현재 점수 1100점에 달하여 랭크 2~30위 권에 속하는.
현재 레오레 전체를 통틀어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인 페카에겐 말이다.
그렇기에-
<선취점!>
페카가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머지않아 슈퍼 플레이로 선취점을 따냈을 때의 반응은 지극히 덤덤했다.
[숨컷이 항문 그렇게 처닫으라고 오열을 해도 안 닫더니 ㅋㅋ]
[아 ㅋㅋ 숨컷네집에서 똥 이미 다 쌌다고 ㅋㅋ]
[20분내내 괄약근에 힘주더니 경련와서 이제 더이상 힘 안들어가누 ㅋㅋ]
[악질쉑 진짜;]
[(파랭이가 고개 가로젓는 이모티콘)선생님이 저희와 같은 휴먼이라는 게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인면페심 ㄷㄷ]
이럴 줄 알았다고.
당연히 페카가 무난하게 이길 거라 생각하고 있었기 떄문이다.
그렇기에-
최재훈이 지지 않고-
페카를 따라붙자.
그들은 당황했다.
[아니 이걸? ㅋㅋㅋ]
[설마 이걸 보여주나?]
[똥에 잠식된 분노의 화신 보여주나? ㄷㄷ]
[똥에 잠식되면 분노의 화신이 아니라 분뇨의 화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생님]
[분뇨의 화신 숨컷!]
[분뇨의 화신 숨컷! 분뇨의 화신 숨컷! 분뇨의 화신 숨컷! 분뇨의 화신 숨컷! 분뇨의 화신 숨컷!]
"아니, 왜 잘하고 있는데 똥오줌싸개 같은 이름으로 쳐 부르는 것이지."
열광했다.
[팀 채팅][카투스] : 아니 미드 머해요?
[팀 채팅][카시오페이아] : 미아핑 찍긴 했는데;;
[팀 채팅][카투스] : 발리고 미아핑 찍으면 다예요?
[팀 채팅][카시오페이아] : ㅈㅅ; 이 텔론이 너무 잘함
[팀 채팅][애즈리얼] : 어 적팀 미드 숨컷이네
[팀 채팅][카투스] : 뭔데 방송하는 애임?
[팀 채팅][애즈리얼] : 그건 모르겠고 쟤 미드빵 쟈드 미러전으로 한예지 이긴 애임
[팀 채팅][애즈리얼] : 피지컬 하나는 쌉지림 ㅇㅇ
[팀 채팅][카시오페이아] : 한예지를? 와 어쩐지 ㄷㄷ 내가 진 게 이상한 게 아니네
[팀 채팅][카투스] : 아니 그럼 어쩌자고 ㅋㅋ 걍 지금 서렌쳐?
정말로 숨컷이 페카를 이기나?
그런 분위기가 형성된다.
[팀채팅][이렐리야](PEKA) : 선생님들 그만 싸우시고
[팀채팅][이렐리야](PEKA) : 저만 믿고 가시죠
[조카쉑 미쳤나 ㅋㅋ]
[어케땄노 시발년ㄴ아]
[아니 씹 ㅋㅋ 저새끼가 전판 그 똥쟁이새끼 맞냐고]
[배부른 루 VS 장 비운 페카 ㄷㄷ]
[아 역시 이건 안 되지 ㅋㅋ]
아무리 그래도 페카한테는 안 되지.
그런 분위기 또한 형성되어 맞물린다.
그 비율은 2:8정도.
그러니까, 시청자들이 예상하기에 숨컷이 페카에게 이길 확률은 겨우 20%였다.
그러나 0:10, 0%였던 처음과 비교하면 이제 20%나 된다고도 할 수 있었다.
[팀 채팅][니덜리] : 아;; 탑 진짜
[팀 채팅][캡틴플랭크] : 아니 그러니까 오지 말랬잖아 왜 와서 뒤져줌
[팀 채팅][니덜리] : 니 계속 처발릴까봐 ㅄ아
[팀 채팅][캡틴플랭크] : 그렇게 날 위한다면 제발 말좀 들으셈
[팀 채팅][니덜리] : ㅋㅋ
[팀 채팅][소나카] : 아 웃지마 무서우니까
[팀 채팅][소나카] : 근데 지금 나 친구한테 귓왔는데
[팀 채팅][소나카] : 적팀 탑 쟤 AKEP 부캐라는데?
[팀 채팅][캡틴플랭크] : AKPE? 그 천상계 유저?
[팀 채팅][소나카] : ㅇㅇ
[팀 채팅][캡틴플랭크] : ㅋㅋ 어쩐지
[팀 채팅][니덜리] : ㅋㅋ 그러면 니 개처발리는 게 무죄인 거임?
[팀 채팅][캡틴플랭크] : 뭐 그럼 어쩌자고 ㅋㅋ
[팀 채팅][텔론](치킨퀸치퀸) : 아 새기들아 그만 싸워봐
[팀 채팅][텔론](치킨퀸치퀸) : 형만 믿고 따라오셈 걍
[팀 채팅][텔론](치킨퀸치퀸) : 아니 오빠만 믿고
[팀 채팅][데인] : ㅇㅇ 우리도 미드만 믿고 가죠
[팀 채팅][니덜리] : 근데 왜 오빠임?
[팀 채팅][니덜리] : 님 남자임?
[팀 채팅][텔론](치킨퀸치퀸) : 남자면 뭐 어쩌게 새기야
[팀 채팅][니덜리] : 보이스챗 하실래여?
[팀 채팅][텔론](치킨퀸치퀸) : 에혀
[팀 채팅][니덜리] : ㅋㅋ 남자 아니지?
[팀 채팅][캡틴플랭크] : ㅄ 발정났나
시청자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게임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 * *
페카팀의 미드, 카시오페이아.
명색이 레오레에서 세 번째로 높은 마스터 티어로서.
랭킹 2천위 안에 드는 최상위권 플레이어였다.
2천위라고 하면 잘 와닿지는 않지만, 국내 레오레 유저만 수백 만에 달한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통계에 의하면 약 상위 0.05%
일반적인 자리에서 레오레를 주제로 논쟁이 일어나면 '그래서 니 티어 뭐임?'을 망설임 없이 시전할 수 있는 입지의 실력자인 것이다.
덕분인지.
최재훈에게 완벽하게 압도당하면서도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도출해 낸다.
그렇게 도출해 낸 최선의 플레이.
바로 '존나 사리기'였다.
최재훈이 더 이상 자신을 죽여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그게 상위 0.05%급 실력자인 카시오페이아가 현재, 최재훈을 상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였다.
[팀 채팅][애즈리얼] : 아 미드 제발 텔론 묶어두는 것도 힘들음?
그런 플레이로 텔론이 라인에서 벗어나 다른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막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사실, 카시오페이아의 플레이는 '나 말고 존나 다른 애들 죽여요!'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팀 채팅][쓰래셔] : 아 미드;;
카시오페이아 대신 죽은 이들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설상가상으로, 그렇게까지 했는데 죽어 버리고 마는 카시오페이아.
게임을 혼자서 휘젓고 다니는 적 텔론과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원래 같았으면.
평범한 레오레 솔로 랭크 게임 같았으면 이쯤에서 카시오페이아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인사말이 나와야 했다.
그걸 시작으로 분위기가 파국으로 치달아야 했다.
[팀 채팅][카투스] : 다들 조금만 더 버텨 보죠
[팀 채팅][애즈리얼] : ㅇㅇ;
[팀 채팅][쓰래셔] : 미드도 힘내셈
[팀 채팅][카시오페이아] : 죄송합니다 ㅠ
그러나, 더는 없을 정도로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다른 레오레 유저가 봤다면
"얘네 다 전두엽 절제 수술 받았나요? 그게 아니면 존나 말 안 되는데요?" 라고 무심결에 말해 버릴 정도로.
정말로 하고 싶은 게 게임인 건지, 키보드 배틀인 건지 햇갈리는 키보드 검투사들이 즐비한 레오레에서는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아군에도 적 텔론에 버금가는 슈퍼 플레이어가 있는 덕분이었다.
분명 5:5 팀게임이건만, 어느새 1:1 대결과 같은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다른 여덟 명과는 절대적일 정도로 격이 다른 두 명.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서로뿐이었다.
하지만, 둘이 서로 맞붙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둘은 손쉬운 사냥감들을 뒤로하고 서로를 노릴 만큼, 어리석은 쪽으로 혈기가 넘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예외는 존재한다.
페카가 있는 탑에서 최대한 먼 바텀쪽에서 게임을 풀어 나간다.
그런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최재훈이 다시 한번 봇을 급습한 순간이었다.
[팀 채팅][캡틴플랭크] : 이렐리야 갑니다 저 순간이동 쿨이라 못 따라가요 ㅠㅠ
페카가 스펠, 순간이동을 사용하여 봇 싸움에 합류한다.
최재훈이 예상한 바다.
여기서 페카는 놔두고 나머지 먹잇감들인 미드, 바텀, 정글만 쓸어 담은 뒤 후퇴하면 된다.
페카 또한 아군의 먹잇감들을 쓸어 담겠지만, 상관없다.
자신만 살아남으면 된다.
그런데-
'어?'
최재훈에게 '각'이 보였다.
페카를 잡아낼 수 있는 각이.
'이거 해야 하나?'
성공하면 게임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하면 게임을 완전히 빼앗겨 버릴지도 모른다.
'…된다.'
계산을 마친 최재훈은 그렇게 판단하고, 페카를 노린다.
'됐다.'
그렇게, 자신의 판단이 맞았음을 확인한다.
이대로라면 페카를 무사히 잡아내고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아니, 시발?"
최재훈의 입에서 나오는, 순조롭게 흐르는 상황이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팀 채팅][니덜리] : 아 ㅁㅊ 이게 이렇게 되네
최재훈이 아니라, 그의 팀이.
당연히 해줬어야 할 간단한 역할조차 수행하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그로 인해 기회는 최재훈에게서 페카에게 넘어가 버리고.
최재훈의 날카로운 판단력에 '아뿔싸!' 싶었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그녀는, 당연스래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머쥐고 만다.
[진짜 이렐리야는 전설이다...]
[텔론 맛있는 거 실화냐? 진짜 세계 최강의 개꿀이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맛이네 ㅇㅇ;]
"이야~ 이거. 십 년 감수했네! 아니, 선생님! 어떻게 그런 각을 보신 거예요? 우와 진짜. 소름이 다 돋을 정도였는데, 안타깝습니다. 팀원이 실수만 안 했어도."
가장 최악의 경우가 일어나 버렸다.
페카가 자신을 처치하고 급격히 성장함으로써, 둘의 격차가 심하게 벌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차곡차곡 벌려 놓은 바텀의 격차가 단번에 좁혀져 버렸다.
한 번에 망했다.
그런 표현이 딱 들어 맞는 상황이었다.
[끝났누]
[역시 이렇게 되나]
[졌지만 잘 싸웠다 숨컷아 ㅇㅇ;]
[착한 졌잘싸 인정해 준다]
[전판 조카새끼는 존잘싸 하고도 이겼는데 ㅠㅠ]
[존잘싸가 뭡니까]
[존나 잘 쌌다 아님?]
역시 페카가 이기네.
채팅창의 그런 의미를 내포하는 채팅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예상하는 숨컷의 승률이 50%까지 힘겹게 올라갔다가 단번에 곤두박질을 쳐버렸다.
더 이상 숨컷의 승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채팅은 나오지 않았다.
'끝난 것 같은데?'
페카 또한, 팀원의 실수로 승기를 놓친 최재훈을 신경 써서 말은 않았지만.
게임이 이대로만 흘러간다면 승리는 시간문제이리라 확신했다.
[팀 채팅][소나카] : 아 니덜리;
[팀 채팅][캡틴플랭크] : 니덜리 에반데;
[팀 채팅][니덜리] : 탑은 닥치셈 니때문에 이 사달 난 거니까
[팀 채팅][캡틴플랭크] : ? ㅋㅋㅋ 뭔 개소리고
[팀 채팅][캡틴플랭크] : 니가 초반에 와서 대준것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안 됨
[팀 채팅][캡틴플랭크] : 심지어 니가 방금 전 어버버버버 ㅄ짓만 안 했어도 이렇겐 안 됐을듯
[팀 채팅][니덜리] : ㅋㅋ 말하는거 어이없네 그냥
[팀 채팅][니덜리] : 걍 여기까지 할까?
[팀 채팅][캡틴플랭크] : 그러던가 ㅄ아
여유를 잃고 다투기 시작하는 최재훈의 팀원들.
그들 또한 게임이 이대로 흘러가면 패배하는 건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최재훈.
"하…."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가면 게임은 패배로 끝나지만, 최재훈은 이미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고 있었다.
최재훈 '혼자서'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었다.
그는 겸허히 패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팀 채팅][텔론] : 여러분 진정하시고
[팀 채팅][텔론] : 우리 서렌치기 전에 제 말 대로 한 번만 해보죠
마지막으로 '이거' 한 번만 해보고 안 되면, 그때 말이다.
"응?"
다다다다다다닥.
다다다다다다다다닥.
음성 채팅 프로그램으로부터 들려 오는 소리.
마치 소나기가 내리는 듯한 그 소리는, 최재훈이 바쁘게 타자를 두들기는 소리였다.
페카는 현재 공정한 게임을 위해 숨컷의 방송을 종료해 놓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현재 숨컷의 상태가 어떤지 잘 몰라, 저 타자 두들기는 소리를 그렇게 해석한다.
그가 방금 일로 화가 나서 팀원들을 욕하기 위해 분주히 타자를 두들기고 있는 소리라고.
'아이고, 이거 어째.'
페카가 쓰게 웃었다.
부디, 숨컷이 화내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유쾌하게 받아들여 그의 방송에 누가 가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게임 빨리 끝내드려야겠네.'
그렇게 생각한 페카가 게임을 속행한다.
"응?"
그리고 머지않아, 위화감을 느낀다.
그렇게, 가장 먼저 이변을 깨달았다.
적팀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좋은 의미로 이상해졌다.
훨씬 더 조직적으로, 훨씬 더 정교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오늘 처음 만난 다섯 명에서, 어느정도 합을 맞춰 본 다섯 명이 된 것 같았다.
'뭐지?'
욕먹고 정신 차린 건가?
'그럴 리가.'
피식 웃고는 상대적으로 타당한 결론에 도달한다.
'설마, 지금-'
다다다다다닥.
다다다다다다다다닥.
아까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타자 소리.
'오더 중이신 건가? 아니 그런데-'
가능한가?
오더를 한다고 해도, 애들이 저렇게 갑자기 바뀌는 게.
애초에, 오더를 어떻게 하길래 이렇게 타자를-
다다다다닥.
다다다다다닥.
아까부터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두들기는 거지?
페카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녀가 아는 한 솔로 랭크 게임에서의 오더는 짧막하게 행동 방침 정도를 알려 주는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행동 방침을 알려 줄 뿐인 오더로 인해 저렇게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진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달하게 되는 한 가지 가능성.
"에이, 설마"
을, 페카는 그렇게 웃으며 부정했지만.
맞았다.
그 설마였다.
페카가 설마 싶었던 대로 지금 숨컷은-
[팀 채팅][텔론] : 서폿님 여기 여기 이렇게 동선 밟으면서 이동하신 다음, 여기 조심하면서, 핑 찍은 곳에다 와드 박아 주시고
[팀 채팅][텔론] : 정글 님은 정글 이렇게 먹고 이 쪽으로 와서 여기 견제해 주세요
[팀 채팅][텔론] : 원딜님 거기서 조금만 더 뒤로
[팀 채팅][텔론] : 오케이 그렇게 서폿님 시야잡고 오는 거 기다리고
[팀 채팅][텔론] : 탑은
핑 기능과 채팅을 십분 활용하여 팀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지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본분을 다 한다.
[아니 ㅋㅋ 타자 치면서 할 거 다 하누]
[근데 그런다고 잘라지냐 숨컷아 ㅋㅋ]
[ㄹㅇ 걍 쿨하게 포기하자]
[와 근데 타자 ㅈㄴ 빠르네]
시청자들은 놀라워 했지만, 이는 오더 때문이 아니었다.
오더를 하면서.
그러니까, 채팅을 저렇게 많이 치면서 할 거 다 하는 숨컷의 묘기가 놀라웠던 거지.
그 오더 자체에 감탄한 건 아니었다.
과하다.
오버한다.
무의미하다.
오더 자체엔 그런 평가가 매겨졌다.
[???]
[아니 이걸 비기네?]
[이걸 3:3 교환한다고?]
[어케했노 시발ㄴ놈아]
그런 평가가 매겨진 오더로 인해, 게임이 다시 또 이상해지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