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77화 (74/361)

077. 여파 3

"아니, 이 좆망 플랫폼 진짜."

옐로우TV가 얼마나 좆망 플랫폼인지.

그래서 리치TV진출이 얼마나 시급한지 깨달은 최재훈은 생각했다.

'리치TV에 진출하는 건 당장은 힘들겠지만, 동시송출은 괜찮지 않을까? 딱히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뭐, 일단-'

이미 방송을 켰으니, 그건 방송 끝나고 난 뒤 차차 알아보는 거로 하고.

'그나저나.'

방민아의 미튜브 채널을 보니 떠오른다.

'내 가엾고 앙증맞은 미튜브 채널은 어떻게 됐으려나. 일단 엊그제까지 방송 연재분 다 올려뒀긴 한데.'

방송 풀 영상.

수 시간 분량의 영상을 편집도 안 하고 덩어리째 올려놓고 채널이 번성하길 바라는 거면 양심이 많이 없는 거겠지만.

최재훈은 양심이 많이 없는 남자였다.

양심이 많이 없는 그는 '내 시청자가 350명이었으니 구독자가 350명 정도는 모이지 않았을까?' 같은 양심이 많이 없는 기대로 설렘을 느끼며.

본인의 미튜브 채널, '숨컷'을 확인했다.

"어?"

양심 없는 그의 표정이 구겨졌다.

구독자.

숫자 300이 기입 돼 있기를 기대한 그곳에-

'천 백 명?"

말 그대로, 1, 100이라는 예상치도 못한 높은 숫자가 기입 되어 있었다.

엄청난 성장세를 넘어선 비정상적인 성장세.

그 원인을 찾던 최재훈의 눈에 가장 최근 영상, 엊그제 올린 승격전 방송의 영상의 조회수가 들어왔다.

무려 13, 102였다.

최재훈은 즉시 영상에 들어가서 댓글창을 확인햇다.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옐로TV의 자랑 숨컷!!!!!!!

-엄상희는 살아 있다! 엄상희는 살아 있다! 엄상희는 살아 있다! 엄상희는 살아 있다!

그런 댓글들은 예상 대로니 차치해 두고.

-민아 영상 보고 왔습니다. 풀영상인데 다 봐 버렸네요 ㅋㅋ 감 있으신 듯! 게임도 잘하고. 얼굴도 잘생기셨는데 손캠인 건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습니다! 영상 자주 올려주세요!

-아 ㅋㅋ 잘생긴거 알고 보니 손캠도 괜찮네. 게임 잘하는 남자 손 너무 섹시하고 ㄷㄷ 편집해서 제대로 다듬은 영상 올리시면 금방 성공하실 것 같네요! 채널 번창하세요!

-볼라면 보고 말라면 말라해서 보라 왔다 숨컷아... 방송 잘하네 근데 4시간짜리 풀영상은 진짜 장사할 생각이 있는 거냐? 일단 맛있어서 다 먹긴 했는데... 에반거 알지?

최재훈이 그 댓글들을 보고 화색을 띠었다.

"댓글 이쁜 거 보소?"

지금까지 정신병 걸린 채팅만 보다가 이렇게 멀쩡하고 순수하고 호의적인 댓글을 보니, 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근데 옐로우TV가 어디예요? 알아보니까 좀 이상한 데 같아서 가기 좀 그런데... 왜 그런데서 방송하시지 -아쉽다 옐로우TV 아니면 바로 가서 구독 박았을 텐데 -ㄹㅇ 바로 가서 즐찾 박으려는데 옐로우TV가 뭐임-옐로우TV가 뭔지몰라서 방송은 몰라도 미튜브는 챙겨볼게요~-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또 그놈의 옐로우TV가 문제였다.

"아니, 이 좆망 플랫폼 진짜. 봤어요? 니들 평가. '이상한 데' 아니면 '그런데'래요. 왜 이래 평가가. 3대 플랫폼이라며."

[아 ㅋㅋ]

[아니 왜 우리한테 그럼 ㅋㅋ]

[좀 억울한데]

[현실에서도 그렇고 가만히 있는데 자꾸 때리네 ㅇㅇ;]

[ㄹㅇ ㅋㅋ ㅈ같게 학창시절 생각나게하네 디질래?]

[인기엄는거랑 평가 안 좋은 게 왜 우리 잘못이야 ㅅㅂ]

[3대 플랫폼 솔직히 그것도 옛날얘기지 ㅇㅇ; 이제는 그냥 구색맞추기용이야]

[원나블에서 블의 위치랄까요]

[ㄴㄷㅆ]

[원나블이 왜 씹덕이야 급식충새끼야]

[네다틀]

그 뒤로는 비슷비슷한 댓글들이었다.

"응?"

그런데 마지막쯤에 눈에 띄는 댓글들이 있었다.

msunkn - 팬입니다

편집자 구인 중이시거나 생각 있으시면 가벼운 마음으로 연락 한 번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력 다수 보유중이며, 실망시키지 않을 자신 있어요

채지윤 - 안녕하세요, 저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고 최근 행보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채널 관리해드릴 의향 있습니다

생각 있으시면 메일 적어놓을테니 연락주세요^^

p.s-채널 소개란에는 영업용 연락처 하나는 적어 놓는 게 좋아요 ㅎ

"오오…."

편집자를 구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넝쿨째 굴러들어왔다.

이런 식이면 임금 협상하기 편하거나 아니면-

'혹시 무임금으로 해주는 건가?'

그런 양심 없는 기대를 하게 돼 버린다.

'아니 그런데-'

첫 번째 댓글과, 두 번째 댓글.

이렇게 성격이 상반될 수가 있나 싶다.

첫 번째 댓글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물씬 느껴진다.

그에 반해 두 번째 댓글은 뭐라고 해야 하나….

'좀 많이 띠꺼운걸?'

편집 일을 구태여 '채널 관리'라고 한 것도 그렇고.

채널 관리를 '해드리'겠다고 한 것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무슨 상전이 아랫것한테 베풀어주는 듯한 태도였다.

그렇기에 만약 일을 같이 한다면 당연히 첫 번째를 택할 것 같았다.

그런데 채팅창의 의견은 좀 다른 듯했다.

[ㅁㅊ ㅋㅋ채지윤]

[벌써부터 쟤한테 컨텍이 오네]

[숨컷 ㄹㅇ 대기업 되나?]

채팅창이 두 번째 댓글의 작성자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뭔데. 저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데."

[좀 유명한 편집자 있음]

[하꼬 몇명 정도 대기업으로 키운 애 ㅇㅇ]

[미튜브 안하는 하꼬 애들 미튜브 관리해줘서 대기업으로 만들어준 애 ㅇㅇ]

[쟤가 관심보인거면 숨컷이 곧 뜨겠누 ㄷㄷ]

"그래?"

능력자라는 걸 알고 보니 거만하기 그지없던 댓글도 어느 정도는 달리 보인다.

과도한 자신감 표출, 정도로.

능력자라는 걸 알고도 그 이상으로 좋게 봐주긴 무리가 있는 댓글이었다.

'일단 기억해 둬야지.'

방송을 끝나고 해야 될 게 하나 더 쌓였다.

동시송출 여건 조사에, 편집자와 연락까지.

어제 아메리카TV 홍보의 결과가 아주 괜찮았다.

[엄상희 조카 페카 - 아 ㅋㅋ 배신각 너무 대놓고 잡는데]

[흉가 페카 체험 - ㄹㅇㅋㅋ시청자도 어느정도 모인 상태에서 옐로우TV가 얼마나 쓰레기 플랫폼인지 연설한다? ㅋㅋ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냐고]

[yas5532 - 배신이 머임?]

[ddz121z - 옐로TV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이적하는거]

[저녁훔쳐먹기달인페카- 아니 어제 아메리카TV에 홍보해서 옐로TV 개판 만들어 놓고 바로 배신각을 잡는다고라?]

[리어카미는할아버지발거는페카 - 옐로TV가 개죠스로 보이냐?]

[조카겨드랑이털뽑는페카 - 이건 선 넘으시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결과가 아주 괜찮았지만, 그렇다고 또 완벽한 건 아니었다.

어제 일에 불만을 가진 이들.

그들의 대표격 되는 조카단에게, 최재훈이 어제 일로 이익을 얻는 상황이 달가울 리 만무했다.

하물며.

그 이익으로 한다는 게.

아메리카TV에서 홍보해서 옐로우TV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얻은 이익으로 한다는 게, 옐로우TV를 벗어나서 리치TV로 진출할 준비라니.

최재훈이 생각해도 그들의 분노는 지극히 합당했다.

고로, 최재훈이 그 이익을 당당하게 누리려면 조카단에게 용서 혹은 인정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 봤자 일개 시청자일 뿐인데, 무시하면 그만인 일 아니냐?

아니었다.

지금 최재훈의 방송에서 조카단을 표방하지 않는 다른 옐로우TV 시청자들도, 최재훈과 조카단의 대립이 심화된다면 조카단 측을 옹호할 가능성이 컸다.

옐로우TV 이용자 = 페카 시청자라는 공식이 성립 가능할 정도로, 옐로우TV라는 작은 플랫폼 안에서 페카가 갖는 영향력은 절대적이었으니까.

조카단과 척을 지는 것은 곧 옐로우TV와 척을 지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 향후 원만한 방송을 위해서라도 조카단과의 문제를 해결해 둬야 했다.

옐로우TV 이용자들 입장에서 탐탁지 않은 수단으로 갑작스러운 성장을 거둔 최재훈이 치러야 할 대가였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거다.

조카단에게 어떻게 용서를 받고 인정을 받느냐.

간단했다.

아니지.

원래는 다소 복잡한 일이었지만, 지금 간단하게 풀리려 하고 있었다.

PEKA - 와 벌써 시청자 2천 찍으셨넹 ㄷㄷ

어제 일에 대해 조카단에게 용서나 인정을 받기 가장 간단한 방법.

다름 아닌 그들의 대표격 존재인 PEKA에게 용서나 인정을 받는 것이었는데, 때마침 채팅창에 그녀가 출몰해 줬으니까 말이다.

'아니 근데, 이렇게 때마침 딱 등장해 준다고?'

최재훈은 PEKA가 때마침 자신의 채팅방에 등장하게 된 경위가 궁금했으나, 구태여 파고들진 않기로 했다.

경위가 어찌 됐건 자신에겐 잘된 일이었으니까.

[오 페카쉨ㅋㅋㅋㅋ]

[조카쉑 먼디 ㅋㅋ]

[왜 여깄누 ㅋㅋ]

[페카? 쟤가 누군데?]

[아메리카 선생님, 옐로시티 생활 하려면 옐로시티 시장 정돈 알고 계셔야죠]

[PEKA ON]

[PEKA쉑 방송 안 키고 여기서 뭐하누?]

[PEKA 방송켜 씹련아!!!!!!!!!!!]

과연 옐로TV의 대표 인기 PD라고 해야 하나.

그녀가 등장하자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출몰 소식이 퍼지며 2천 명에서 멈췄던 시청자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좋은 징조다.

시청자는 많을수록 좋다는 단순한 이치는 차치해 두고.

지금부터 페카에게 용서를 받을 예정인데, 이 사실을 아는 옐로우TV 이용자는 많을수록 좋을 테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최재훈의 이러한 자신감.

페카가 자신을 반드시 용서해주리란 확신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가?

최재훈은 생각했다.

어제 같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 문제 정돈 나 같은 미남이 이렇게-

[어?]

[와 ㅅㅂ]

[먼디 ㅋㅋㅋㅋㅋ]

[아 새기 ㅋㅋ 잘생기긴 했누]

[ㅗㅜㅑㅗㅜㅑ]

[오빠 저 거기가 이상해요]

[거기란 선생님 부친되시는 분의 억장을 말씀하시는지요?]

캠을 켜서 얼굴을 보인 상태로.

진심을 표정과 목소리에 담아 사과한다면, '일반적인 여자'의 경우 용서해주지 않을 수가 없을 거라고.

조금의 과장도 없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뻔뻔함이었다.

'데프프픗.'

그는 속으로 웃으며, 겉으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말했다.

"아, 페카님. 안 그래도 조만간 찾아봬서 사과드리려 했는데. 어제, 저 때문에 많이 곤란하셨죠?"

말할수록 표정과 목소리를 음울하게 바꾼다.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게 일반적인 '여자'라면 도저히 받아낼 수 없는 기술!

'미남이 울먹거리는 연기하며 사과하기'를 시전했다!

"정말 죄송해요. 사과드릴게요. 용서해주실래요?"

그리곤 생각한다.

PEKA - 아아~

됐다고.

상황 종료라고.

다 잘 해결됐다고.

PEKA - 글쎄요 ㅎㅎ

PEKA - 이거 어쩔까나~?

"예?"

그런데 아니었다.

최재훈은 생각했었다.

'일반적인 여자'라면 자신 같은 미남이 이런 사소한 헤프닝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그것도 울먹거리(는 연기를 하)며 사과하면 받아주지 않을 리 없다고.

그리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일반적인 여자’였다면 분명 지금 최재훈의 스킬 '미남의 울먹거리는 연기하며 사과하기'에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PEKA는 '일반적인 여자'가 아니었다.

상대를 대함에 있어 성별 따윈 조금도 괘념치 않는 진정한 의미의 성평등가, 그 이상의 무언가인 페카는 이미 남성PD들을 짓궂게 괴롭혀서 울린 전력이 다수에 해당하는 위인이었다.

숙녀다운 점잖은 태도와 분위기에 '군필남고생'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매력적인 중성적 목소리를 가졌다.

하지만 그와는 상반되는, 일반기준에서 어긋난 감각과 사고방식으로부터 비롯되는 행동이나 기행들 때문에 이처럼,

[조카쉑ㅋㅋㅋ어쩔까나 ㅇㅈㄹ]

[싸패카쉑 ㅋㅋㅋ]

[싸패ON]

싸패카 혹은 조카라고 불리곤 했다.

조카는 '그 단어'와 페카를 합친 별명이었고.

싸페카는 싸이코패스와 페카를 합친 별명이었다.

다름 아닌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 저 모양이다.

그런 캐릭터였다, 페카는.

PEKA - 용서 해줄까 말까~

PEKA - 이거 고민되는데요?

"엥…?"

[넌 너무 설쳤어]

[어제 테러 당한 3천만 옐로TV 시청자들의 한을 받아라]

[정의 구현을 받아들이십시오 선생님]

[잘생긴 남자가 울면서 봐주면 용서해줄 거라 생각했나? ㅋㅋ]

[어림도 없지 싸이코패스ON]

[ㄹㅇ ㅋㅋ 이새낀 안시켜도 남PD들 울리고 다니는 싸이코새낀데]

[임자 제대로 만났누]

[(파랭이가 주먹 쥐고 있는 이모티콘)서열정리 들어갑니다 선생님]

비장의 기술, 즙 짜는 연기가 통하지 않는 강적을 만난 최재훈!

과연 그의 운명은!?!

[아니 근데 이 새끼 그 와중에 또 즙짜는 연기하려 한 거 실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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