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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73화 (70/361)

073화. 주작을 잡았다 2

"이젠 니 차례야."

방민아의 말에 한예지의 표정이 마침내 완전히 일그러진다.

"이 시발년아!!! 니가 잘못한 게 왜 없어!"

"내가 뭘 잘못했는데?"

울분을 토한다.

침착하게 반론한다.

둘의 마음의 여유가 고스란힌 반영된 분위기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

"니, 니 그거! 니 후빨러 새끼들이 나보고 니 하위호환이라 지랄할 때 니는 뭐했냐고!"

"뭐하긴, 하지 말라고 누누히 경고하고. 내 방에서 그딴 말 씨불이는 새끼들 다 강퇴시키고, 니한테 따로 사과 메일도 보냈지."

"그러면 뭐해!!! 나한테 계속 지랄하는데."

"니 설마, 그거 때문에 나한테 이 지랄한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지?"

"뭐 병신아! 다 안다는 듯이 씨부리지마!"

방민아가 "하…." 푹 한숨을 내쉬곤 한예지를 복잡한 눈으로 쳐다본다.

"야."

"뭐, 시발아!"

"니 애니스 언니 알지?"

무명 BJ였던 방민아를 방송에 초대해 본격적인 성공의 길을 열어준, 아메리카 대형BJ였다.

"내가 애니스 언니랑 같이 뭐 한 거라곤, 그거 언니 방송에 가서 한 번한 게 다거든? 그런데, 애들이 나 뭐라고 하는지 아냐? 애니스 따까리래. 몇 년 동안 지치지도 않고 계~속. 애니스 따까리래.

니 논리 대로라면, 그게 애니스 언니 잘못이네? 그러면 나도 니가 나한테 한 것처럼, 나도 애니스 언니한테 복수해야 되네?"

"그거랑 이거랑 같아!?"

"같지 이 새끼야. 사이에서 이간질하는 쓰레기 새끼들이 잘못이지, 왜 엄한 사람을 잡냐고."

하.

"사실, 알아. 니도 원래 알고 있는 거. 니도, 내 잘못 아닌 거 알고 있는 거.

니는 그냥, 핑계거리가 필요했던 거야.

니가 나한테 느끼는 열등감 합리화시킬 핑계거리. 안 그래?"

그렇다.

방민아의 말이 맞다.

한예지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지랄하지 마, 시발아!!"

하지만 인정하지 않는다.

상관 없다.

방민아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

한예지가 뭐라고 대답하든 간에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반박해 오는 한예지.

그 모습을 본 방민아는 갑자기 허탈함을 느꼈다.

웃는 얼굴로 자신의 인생을 망치려던 그 끔찍한 괴물이, 사실은 이리도 보잘 것 없고도 한심하다니.

어릴 때 끔찍이도 무서웠지만, 커서 다시 보니 싸구려CG와 분장 때문에 무섭긴 커녕 우습기만 한 공포영화를 본 기분이랄까.

그러니까, 자신이 두려움을 느끼던 무언가가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기분이었다.

짐을 하나 떨쳐낸 기분.

방민아는 가소로움마저 느끼며 홀가분하게 말했다.

"어쨌거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

방민아가 방송이 켜진 컴퓨터 자리를 향해 턱짓했다.

"해."

단호하게 말한다.

"…."

그 태도에 마침내 말문이 막혀 버린 한예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안 해?"

재촉하자 손을 부들부들 떤다.

그리고 손처럼 부들부들 덜리는 목소리로 답해온다.

"닥쳐."

"그럼 어쩌자고?"

"…시발, 니들이 나 엿먹이려고 짜고 연기한 거잖아."

"뭐?"

"저 새끼랑 니랑, 나 엿먹이려고 이거 다 계획한 거잖아 시발아!"

"하, 참나."

방민아는 진심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질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뭐. 삭제 안 한다고?"

"닥쳐... 아가리 닥치라고..."

최재훈과 방민아가 서로를 쳐다보더니 "하." 쓴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예상대로 딱 들어맞는 상황에 허무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둘은, 한예지가 이처럼 순수히 계정을 삭제하지 않을 것을 예상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워뒀느냐?

아무것도 세워두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

[아니 ㅈ은 니가 까시고요 ㅋㅋ]

[니는 와서 계정을 까라고 ㅅㅂ ㅋㅋ]

[석분아... 불 끄고 아비는 ㅈ을 깔 테니 너는 계정을 까거라]

[근데 계삭안하면 뭐 달라질줄 아나 ㅋㅋ]

[ㄹㅇ ㅋㅋ 뒷감당 어케하려고]

[엄한사람 방송인생 망치려 해놓고 지는 멀쩡하게 방송한다? ㅋㅋ]

[지가 올삭미드빵 신청해놓고 쳐발리니까 '좆까시발아'ㅋㅋ]

[진짜 대책없는 새낄세]

[하지마 ㅄ아 ㅋㅋ 우리도 니 방송 안 보면 돼]

[ㄹㅇ ㅋㅋ 누가보냐고]

[계삭안하고 뒷감당 잘 해 보셈]

한예지가 그렇게 행동할 경우, 시청자들은 이렇게 반응할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한예지의 지금 행동은.

그러니까, 계정 삭제를 이행하지 않는 건 그녀가 이번 방송에서 보인 일련의 행동을 시청자들을 향한 기만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10만 명에 달하는 아메리카TV 시청자들을 말이다.

아메리카TV에서 기반을 쌓고 커리어를 쌓은 그녀의 방송 인생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한예지의 계정들은 굳이 삭제할 필요 없이, 조만간 가치가 사라질 것이다.

방민아를 파멸시키려던 대가를, 되려 파멸함으로써 온전히 치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방민아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겠지.

그녀의 방송과 방송인으로서의 입지는 빠르게 원상복귀 될 것이다.

아니, 그걸로 그치지 않고 이전보다 훨씬 번창할지도 모른다.

이번 일로 말이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이걸로 마무리일까?

이거면 충분한 걸까?

그건 아니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지금 이후, 라온 PC방 대회에 대한 조작 의혹은 전부 법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방민아는 자리에 앉아 캠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을 향해서.

반드시 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을, 특정 시청자들을 겨냥해서.

이번 일의 대가를 치뤄야 할 이는 한예지 하나만이 아니었고.

"그리고, 사태 초기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악의적이고도 의도적으로 확산시킨 특정 커뮤니티의 특정 회원들에 대한 고소 진행 의사를 밝힙니다. 자료 수집 빡세게 해놨으니까,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방민아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반드시 이 방송을 보고 있을 몇몇 이들을 향해 도발적으로 미소지었다.

* * *

2년 째 9급 공무원에 도전 중인 공시생 강하영.

부모의 돈으로 학원에 다니며, 고시생에서 생활하는 그녀의 하루 일과는.

의외로 대부분 PC방에서 이루어졌다.

부모가 공부를 하라고 준 생활비로 PC방에 눌러앉다시피 하며 게임을 하고, 인터넷 방송을 봤다.

가끔이지만 강의를 보기도 했다.

게임 강의.

레오레 강의였다.

학원을 끝낸 강하영은 그날도 어김없이 '노력한 자신에게 상을 준답시고.' PC방으로 향했다.

"'제 자리'있죠?"

공시생 주제 '제 자리'까지 있다.

'제 자리'에 판을 깐 그녀는, 그날 있는 방민아의 '미드빵 대회' 방송을 시청한다.

방민아의 방송은 강하영이 가장 자주 챙겨보는 방송이었다.

그것만 놓고 보자면 강하영은 방민아의 팬이라 봄이 합당했다.

그런데 의외로, 강하영은 방민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정도를 넘어서 경멸했다.

'인터넷 방송 광대질로 돈 날로 버는 딴따라 새끼.'라며.

지극히 합법적인 업계에서, 합법적인 수단으로 돈을 버는 그녀를 건달 비슷하게 취급했다.

자기는 이렇게 '열심히'사는데, 저렇게 '대충'사는 년이 자기보다 성공한 삶을 사는 게 아니꼬웠다.

그런데도 왜 그녀의 방송을 보느냐?

그녀가 인터넷 방송 하는 광대들 중에서 그나마 '자신이 인정'하는 BJ였기 때문이다.

'아니꼽지만 봐준다'

그녀가 방송을 시청하는 마인드였다.

"어?"

그런 그녀가 건수를 잡았다.

대회의 결말이 어딘가 석연찮았고, 이를 방민아를 난처하게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회의 충격적인 결말에 '?'가 도배되고 있는 채팅창에 강하영의 도배말이 떠올랐다.

[남자가 챌린저를 어케 이김 ㅋㅋ 조작이네남자가 챌린저를 어케 이김 ㅋㅋ 조작이네남자가 챌린저를 어케 이김 ㅋㅋ 조작이네남자가 챌린저를 어케 이김 ㅋㅋ 조작이네남자가 챌린저를 어케 이김 ㅋㅋ 조작이네남자가 챌린저를 어케 이김 ㅋㅋ 조작이네남자가 챌린저를 어케 이김 ㅋㅋ 조작이네남자가 챌린저를 어케 이김 ㅋㅋ 조작이네]

그녀의 도배는 채팅 금지를 당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

강하영이 채팅 금지를 당했는데도 채팅창은 '주작'이라는 단어가 도배되고 있었다.

자신의 선동에 방민아가 당황하며 방송을 종료한다.

이는 강하영에게 자신이 방민아를 이긴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해 주었고.

그 착각은 신선한 쾌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강하영은 그 쾌감을 더 느끼고자 아메리카TV 갤러리에서 선동을 이어나갔고.

기어코, '방민아 조작 논란'을 공론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큭큭큭."

자신이 만들어 낸 조작 논란에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방민아를 보며, 강하영은 유열을 느꼈다.

자신이 유명인인 방민아를 조종하고 있다 생각하고 위대한 이가 된 기분을 느꼈다.

그런 그녀가 오늘 있는 '방민아와 한예지의 올삭빵'을 놓칠 리가 없었다.

"아, 한심한 새끼…."

한아인은 대결에서 추하게 패배하고 추하게 변명하고 있는 한예지의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한예지의 승리를, 정확히는 방민아의 패배를 바랐건만.

이 한심한 인터넷 광대 새끼는 그거 하나 제대로 해내지도 못한다.

"뭐, 그러니까 방민아 하위 호환 듣고 살겠지. 에휴… 한심한 새끼."

뭐 그래도.

한예지가 파멸하는 꼴은 그 나름대로 유희거리가 되어준다.

방민아가 몰락하지 않은 건 아쉽지만.

뭐, 한예지 이년이나 방민아 저년이나 다를 건 없었다.

인터넷 방송이나 하는 양아치들 주제 운 좋아서 자신보다 성공한 삶을 사는 것들.

그 중 한 명이 몰락했다 생각하니, 그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강하연은 계정 삭제를 재촉당하는 한예지를 보며 좋다고 채팅을 쳤다

[인생 조졌네 한에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만아니면됰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한예지가 계정 삭제를 시행하지 않자.

[넌 뒤졌다 ^^]

[계정삭제 하지말던가 내가 알아서 조져줌 ㅋㅋ]

다음 사냥감을 발견한 강하영의 입꼬리가 일그러졌다.

그런데.

잠시 뒤 방민아가 캠을 향해 선언하기 시작한다.

"지금 이후, 라온 PC방 대회에 대한 조작 의혹은 전부 법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법적 대응은 무슨, 병신."

'이 새끼 갖고 노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네.'

속으로 내심 아쉬워하면서도 피식 웃는 강하영.

"그리고, 사태 초기 저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악의적이고도 의도적으로 확산시킨 특정 커뮤니티의 특정 회원들에 대한 고소 진행 의사를 밝힙니다. 이때만 보고 자료 수집 빡세게 해놨으니까,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녀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 버렸다.

방민아가 뒤이어 한 말에 말이다.

방민아가 웹캠을 보며 도발적으로 웃는데, 마치 자신을 향해 웃는 것 같았다.

강하영은 굳은 표정으로 'ㅋ'를 누르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고소는 무슨 되겠냐 ㅄ아 ㅋㅋㅋㅋ]

[그게 고소가 되면 대한민국 사람들 다 고소당할듯 ㅋㅋㅋㅋ]

말은 그렇게 하지만 더없이 초조한 심경으로, 이번에도 선동을 하려는데-

[지가 뭘안다고 ㅈㄹ이누 ㅋㅋ]

[저새끼 쫄려서 저러는것같은데 ㅋㅋ]

[바로 범인 등판하누 ㅋㅋ]

정곡을 찔린 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또다시 도배를 한다.

[에휴 엡창인생 빡대가리 인방충새끼들 저딴걸 믿네ㅋㅋ 에휴 엡창인생 빡대가리 인방충새끼들 저딴걸 믿네ㅋㅋ에휴 엡창인생 빡대가리 인방충새끼들 저딴걸 믿네ㅋㅋ에휴 엡창인생 빡대가리 인방충새끼들 저딴걸 믿네ㅋㅋ에휴 엡창인생 빡대가리 인방충새끼들 저딴걸 믿네ㅋㅋ]

그러나, 이번에는 채팅 차단을 당하건 말건.

그녀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오늘 방송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BJ방민아,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옐로우TV 숨컷도!!!!!!!!"

"재훈 씨, 타플랫폼에서 광고하면 악효과 날 수도 있어요…."

"오우 쒯."

그렇게 드디어-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조작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숨컷좌 개커엽네 ㅋㅋ]

[옐로TV 딱대]

[근데 옐로우TV가 어디임?]

[개듣보 플랫폼이누]

[근데 최재훈 보유 중이네 ㅇㅇ;]

[ㄹㅇ ㅋㅋ 왜 그딴 듣보플랫폼에서 방송하누]

[저얼굴에 아메리카 와서 남캠하면 월1억 쌉가능인데 ㅇㅇ;]

방송이 끝났음에도 사람들은 채팅창에 남아 사건의 여운을 즐기고 있었다.

단연코 이번 사건의 주역이었던 최재훈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거기에, 강하영은 끼질 못했다.

그녀는 여운이 아니라 불안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에이, 고소는 무슨."

태연한 척 말하며 자신을 달래 보지만-

'진짜 고소당하면 어떡하지? 공무원 시험 어떻게 되는 거지?'

두근.

두근.

강하영은 불안 속에서 나날을 보냈다.

보내고 또 보냈다.

보내고 또 보내고 보냈는데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병신, 그러면 그렇지.'

강하영은 비로소 안심하고 그 일을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이었다.

"웬 우편?"

이 왔고, 그녀는 아무런 생각 없이 그걸 뜯어 보았다.

그리고 내용을 확인한 순간.

"…."

땅이 무너지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었다.

명예훼손 건으로 조사하기 위해 경찰서에 출석하라는 내용이었다.

피의자 신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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