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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72화 (69/361)

072화. 주작을 잡았다 1

"아참, 2부 방송은 방민아 씨 방송으로 진행됩니다. 2부 방송 컨텐츠는 뭔지… 다들 말 안 해도 아시죠?"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일을 벌린 채 굳어 있던 한예지가 화면에 뜬 그 창을 보곤 흠칫 정신을 차린다.

"뭐하는 거야. 니 뭔데 멋대로 방송 끄고 자빠졌어!"

최재훈이 제자리에서 몸을 돌려 한예지와 마주했다.

그가 팔을 벌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방송을 끈 게 아니라 전환하려는 건데?"

"뭐?"

"민아 씨?"

"네?"

"와서 민아 씨 방송 켜죠."

"뭔, 지랄이야!!!"

그 말에 한예지가 발작을 일으키듯 고함을 질렀다.

"저 새끼 방송을 왜 켜는데, 미친 새끼 아니야 이거!"

"예지 씨."

"뭐 씨시발아."

"진정하고, 생각해 봐요."

"진정은, 아가리 안 다물어!?"

방민아가 방송을 켜려고 컴퓨터에 접근하려 하자, 한예지가 그걸 막아선다.

"어디가냐?"

한예지는 사납게 위협했다.

그에 방민아는 가소롭다며 웃을 뿐이었다.

"방송 켜러 가는데?"

그러자 한예지가 콧숨을 씩씩 거리며 말한다.

"지랄하지 마, 개같은년아. 니 방송을 왜 키냐고!"

"아니 예지 씨, 생각해 봐요."

"넌 좀 닥쳐 십새끼야!!!"

"야."

방민아가 한예지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서로 주먹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그러자 한예지는 키차이로 인해, 방민아를 노려보는 걸 유지하려면 고개를 비스듬하게 들어올려야 했다.

반대로 방민아는 고개를 비스듬하게 내린다.

그렇게 자신을 올려다보게 된 한예지를 내려다보게 된 방민아가 말했다.

"좀 닥치고 듣지?"

날카롭게 쏘아본다.

그리곤 한예지만 들을 수 있는, 최재훈은 못 듣는 음량으로 말한다.

방금 전 한예지가 자신에게 했던 그 말을.

시발년아.

"…."

한예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방민아의 지시대로, 닥쳤다.

그 모습을 본 방민아가 시선을 최재훈에게 돌리며 싱긋 웃었다.

'나 잘했지?'

대충 그런 의미가 담긴 미소였다.

최재훈 또한 싱긋 웃으며 말한다.

"민아 씨, 일단 방송 켜면서 얘기하죠. 시청자들 기다리고 있을 테니."

"아, 네. 방송 제목은 뭐로 할까요?"

"음… 어디보자, 대충 [BJ 한예지 올삭빵 생중계]면 될 것 같은데요."

"그거 좋네요."

신나서 주거니 받거니 하던 둘을 지켜보던 한예지가 당황해서 소리친다.

"뭐, 뭔소리 하는 거야 미친 새끼들아! 누구 맘대로!"

"예지 씨. 그러니까, 이거예요. 예지 씨 방송 끄고 민아 씨 방송으로 킨 이유가, 지금부터-"

예지 씨 계정 전부 다 삭제하는 거 중계할 거잖아요?

그 말에 한예지가 '에?'하고 얼빠진 소릴 낸다.

최재훈은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이어간다.

"그러면 워낙에 자극적인 컨텐츠이다 보니 시청자들이 난리가 날 거 아니에요? 후원이니, 추천이니, 즐겨찾기니. 잔뜩 할 텐데. 예지 씨는 이제 필요 없는 것들이잖아요?"

"…뭐?"

"아니, 그것들 받으면 어떻게 돼요. 방송이 흥하겠죠 그쵸? 방송이 흥하면, 방송 규모가 커지고? 그런데, 예지 씨 방송은 어차피 지금 삭제할 거잖아요.

삭제할 방송 규모 키워서 뭐하냐 이거죠!

그러니까, 며칠 동안 방송 제대로 못해서 손해 많이 본 민아씨한테 양보하자~ 이거죠. 응? 오케이? 게다가-"

피식.

"방송하는 중에 계정 삭제가 안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라도 민아 씨 계정으로 진행하는 게 좋아 보이는데. 어때요? 이해하시죠?"

이해했다.

그래서 눈이 커다래지고 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으며 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방송 켰습니다~"

방민아가 말했다.

[제엔장 기다리고 있었다고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

[2부 ON2부 ON2부 ON2부 ON2부 ON2부 ON2부 ON2부 ON]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옵빠 어딨어!!! 나왔어!!!]

방송을 켜는 동시에 밀물처럼 흘러 들어오는 시청자들.

시청자가 금방 네 자릿수에 도달했다.

[방민아 ㄲㅈ]

[최재훈 내놔 ^^ㅣ발아!!!!]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숨컷!]

채팅창을 본 방민아가 실소를 흘렸다.

"재훈 씨, 얘네 재훈 씨 찾는데요?"

그러자 어느새 개구리 가면을 다시 뒤집어쓴 최재훈이 캠 앞에 선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아 뭔디 ㅅㅂ]

[가면 벗어 ^^ㅣ발아!!!!]

[벗어!!!!!!!!!!!!!!]

"자자, 여러분."

캠 너머에 있는 시청자들을 진정시키는 듯한 동작과 함께 말한다.

"잊지 말자고요. 오늘 이 방송의… 아니, 이 2부 방송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잖아요?"

[아 ㅋㅋ]

[맞네 ㅋㅋ]

[그랬었죠 참 ㅋㅋ]

[그러면 주인공 으디갔누?]

채팅창을 확인한 최재훈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한예지를 쳐다봤다.

그녀에게 손짓한다.

와서 채팅창 좀 보라고.

그러나 한예지는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도 상관없다.

'와서 채팅창 좀 보지 않아도', 한예지는 지금 채팅창 상황이 어떤지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채팅창에 어떤 말이 나돌고 있는지.

시청자들이 뭐라 떠들고 있는지.

[한예지 어디갔냐고ㅋㅋ]

[대리받은 줄 알았던 미드빵 상대인 남자가 사실은 개빡고수라서 계정삭제를 해야 했던 건에 관하여 ㄷㄷ 라노벨 한 권 뚝딱]

[계정 딱 대 쌍련아!!]

[BJ 한예지 OFF 시청자 한예지 ON]

[사원증 반납하시고 꺼지시면 됩니다]

시청자들이 어떤 걸 보고 싶어 하는지.

"아, 아니 이건 아니지!"

급속도로 안색이 창백해진 한예지가 말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 그래. 아직 게임 안 끝났잖아!"

횡설수설 되는 대로 내뱉은 그 말에 최재훈이 피식 웃으며 답한다.

"안 끝났던가?"

[아 ㅋㅋ]

[아닌것같은데 예지야 ㅋㅋ]

[끝난것 같은디? ㅋㅋ]

[추하게 여기서 뭘 더 하냐 ㅋㅋ 그냥 쿨하게 계삭 조져서 이미지라도 건지자 ㅇㅇ]

[ㄹㅇ ㅋㅋ 계정 다 날리는데 이미지라도 건져야지]

[아니 ㅋㅋ 이제 방송인도 뭣도 아닌데 이미지 건지면 뭐하냐고 ㅋㅋ]

[이미지가 아니고 이미짐 이겠지 ㅇㅇ;]

"채팅창 보니까, 시청자 분들 생각은 다른 것 같은데요?"

"그 새끼들이 뭐라건!!! 안 끝난 건 안 끝난 거지!"

최재훈이 눈을 감고 고갤 끄덕였다.

"인정."

"어?"

[???]

[먼 ㅇㅈ이야]

[숨컷아 미쳤냐?]

"아니, 뭐. 마냥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러니까 예지 씨?"

"어, 뭐?"

최재훈이 그녀의 자리를 가르켰다.

"앉아요. 마저 끝냅시다. 마지막 판, 쟈드로 해서."

[아 ㅋㅋㅋㅋ]

[이러면 ㅇㅈ한거 ㅇㅈ이지 ㅋㅋ]

[ㄹㅇ ㅋㅋ 간단한 거였누]

[불만이면 남은 한 판도 개처발라주면 되자너]

['쟈드'로 ㅋㅋ]

[자신감 뭐냐고 ㅋㅋㅋㅋㅋㅋ]

[씨바알ㄹㄹㄹㄹㄹㄹㄹㄹㄹ 너무멋있어]

[가면 벗어 씨발!!!!!!]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아니 ㅅㅂ 방민아 돈독올랐네 후원 메세지 최소금액 만원뭔데 암튼 ㅅㅂ 가면벗어!!!

-…님이 5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숨컷아 가면벗어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앉으라잖아 예지년아 ㅋㅋ

그 말대로, 한예지는 멀뚱멀뚱 서서 자신이 앉아야 할 자리를 쳐다볼 뿐이었다.

"뭐 해요? 안 해요?"

최재훈이 은근하게 재촉했다.

그러자.

"시발…."

최재훈은 생각했다.

'발을 안 움직이고 시발을 말한다라….'

라임이 아주 개 오진다고.

"이건 아니지! 미친년들아!!!"

그리고 또 생각한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역시 생각대로 존나 구질구질하게 나온다고.

"아니 겨우 게임 몇 판 졌다고 레오레 미튜브 아메리카TV계정 삭제하라는 미친 또라이 새끼가 어딨어!"

"겨우 게임 몇판... 너에게는 게임이 장난인가, 한예지?"

"뭐라는 거야 찐따 새끼야!"

"너무하네. 어쟀든, 뭔 이 와서 남 이야기하듯 하세요. 니가 그 미친 또라이 새끼였잖아요. 우리 구질구질하게 이러지 맙시다, 예지 씨. 나 지금 이거 못 보고 못 들은 걸로 할게. 빨리!"

최재훈이 자리에 일어나 의자를 팡팡 쳤다.

"더 추해지기 전에 빨리 와서 계정 삭제 갑시다! 어? 지금 바로 오면 레오제 계정 삭제로 봐줄게."

"어…?"

한예지의 표정이 돌변했다.

"저, 정말요?"

최재훈이 그녀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구라지."

"…?"

행동과 말의 괴리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던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말한다.

"당연히 존나 구라지!!! 기대할 걸 기대해라 이 뻔뻔하고 얼빠진 련아!!!"

[저, 정말요? ㅇㅈㄹㅋㅋㅋㅋ]

[구, 구라지 쌍년아!]

[ㄹㅇ ㅋㅋ기대할 걸 기대해야지]

[멍청할정도로 뻔뻔하누]

[얼얼하고 뻔빠진련 ㅋㅋ]

[사형수 뻔뻔하고 얼빠진 련은 즉시 전기의자에 착석해 주십시오 뒤지기 싫으면]

"…시발. 아니, 아니!!! 진짜 이건 아니지, 미친년들아!!! 너희는 이게 재밌어?"

"엉."

최재훈이 망설임 없이 고갤 끄덕였다.

[엉]

[최재훈은 엉 한예지는 엉엉]

[최재훈 엉엉이 보고싶다]

[니네엄마 엉엉우는소리 안들리니]

"아니, 너희! 어?! 뭐라도 말좀 해 봐! 저게 말이 되냐고! 레오레 계정이면 몰라도 미튜브 아메리카 계정까지 삭제하라는 게!"

한예지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경으로 둘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러고보니 쟤네 먼디]

[ㅁㄹ 듣보쉑들 아님?]

[시청자 500정도 되는 애들 아님?]

[한예지 따까리였누]

[아 ㅋㅋ 줄 잘못섰누]

[ㄹㅇ ㅋㅋ 지금이라도 방민아한테 갈아타라 ㅄ들아]

둘은 채팅창과 서로의 눈치를 본 뒤-

"그… 이제와서 그렇게 말하시면…."

한예지의 손을 쳐냈다.

"뭐!?"

“그게 싫으시면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말았어야죠...”

"니 지금 뭐라 했냐? 쟤네 편 드는 거야!?"

“누구 편 든다기 보다는 그냥 객관적인 의견을 말하는 거죠….”

그 말 대로.

둘은 더 이상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둘은 장님도 아니고 귀머거리도 아니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다 보고 들었다.

그리고 바보도 아니었다.

보고 들은 바, 어떻게 처신해야 할 지 알고 있었다.

손절하는 거다.

한예지를 말이다.

패배가 확실시된 한예지군에서 탈주해야했다.

"좀… 추하시다는 생각이 드네요."

"뭐?"

아니, 탈주하는 걸론 모자라다.

둘은 방민아군에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한예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결과를 받아들이죠 그냥. 다 자업자득이잖아요."

"솔직히 이겼으면 그런 소리 안 했을 거잖아요."

그 말 그대로다.

한예지는 이 승부에서 반드시 이길 거라 생각하고 그 뒷일에 대해 미리 생각해 놨었다.

방민아를 어떻게 할지.

방금 그녀가 말했듯, 게임 몇 판 졌다고 계정들을 삭제시키는 무식한 짓을 정말로 시킬 생각이었을까?

시킬 생각이었다.

그렇게 방민아를 완전히 파멸시킨 뒤, 가끔 술을 마시며 "그런 병신 같은 년도 있었지~"라고 즐겁게 회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말한다.

"뭔 개소리야! 당연히 이딴 거 진지하게 생각 안 했지!"

한예지가 비굴한 표정으로 방민아를 쳐다본다.

"당연히, 가벼운 장난? 어? 이벤트 전으로 생각했죠. 안 그래요 민아씨? 이걸로 시청자 올리고 응? 유명세 얻고. 우리 둘 다 이거면 된 거 아니에요?"

애원에 가까운 어조.

방민아는 한예지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런데 그 표정에 담긴 감정은 동정이라기보단, 경멸에 가까웠다.

그때 BJ중 한 명이 말한다.

"아니, 언니가- 아니, 그쪽 분명 말했었잖아요! 방민아 그 병신년 지면 울고불고 개지랄해도 절대로 안 봐줄 거라고! 그거 다 녹화해서 나중에 우울할 때마다 꺼내볼 거라고!"

한예지가 그녀를 죽일듯 노려보곤 곧바로 방민아의 눈치를 봤다.

팔짱을 끼고 있던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와~ 너무하네~ 응? 너무해."

"아니 씨, 저걸 믿어요!? 당연히 농담이죠! 설마 저런 소릴 진지하게 했겠어요?"

"아~ 농담? 그래?"

"아니, 생각이 있으면 다 알 수 있는 거 아냐. 어떤 미친년이 미드빵에 이런 걸 걸겠냐고. 안 그래? 민아씨도 알잖아, 어? 민아씨도 어차피 지면 지울 생각 없었잖아!"

"그렇긴 해. 난 지울 생각 없었어."

"거봐!"

"어차피 니가 질 거 알았거든."

"뭐…."

"그런데 내가 져도 지우게 할 생각 없었다니, 그건 좀 감동이네. 다시 봤어. 예지 씨, 생각보다 관대하신 분이었네.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정도야."

한예지의 얼굴에 비굴한 미소가 번지려던 찰나, 말은 이어진다.

"왜냐면, 나는 그쪽 지면 반드시 지우게 할 생각이었거든."

"아, 아니-"

"그나저나 농담이라니…."

하!

실소를 터트린다.

"그럼 그 저격 영상도 농담이었어?"

"당연하지!"

"당연하다고?"

방민아는 한예지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그녀가 흠칫거리는 걸 보곤 그냥 피식 비웃고 만다.

대신 말한다.

"당연히 농담이라기엔 진심이 담겨 있던데?"

영상을 봤을 때를 떠올린 그녀가 치를 떨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인생을 망치겠다는 진심이 사무치게 느껴져서, 진짜 와… 얼마나…."

큭큭큭하고, 씁슬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얼마나… 화가 나던지. 근데, 그것도 잠깐이더라고. 화낼 수 있는 것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이 사람한테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나한테 이러는 걸까.

난 이 사람하고 대화 한 번 제대로 나눠본 적 없는데, 나를 왜 이렇게 싫어하는 걸까.

싫어하는 걸 넘어서 혐오하는 걸까.

나를 망치려는 걸까.

갑자기 억울해지고.

그렇게 또 갑자기 서러워지고.

그렇게 또 갑자기 무서워지고.

그렇게 또 갑자기 자신이 없어지더라고.

그러다 보니, 정말로 그런 건가 생각이 드는 거지.

정말로, 내가 문제인 건가?

내가 이상한 건가?

내가 잘못한 건가?

그런데-"

최재훈을 힐끔 쳐다보곤 말을 잇는다.

"말이 되냐고, 시발. 당연히 아니지. 내가 잘못이 어딨어. 죄가 있으면 잘난 죄뿐이지, 다른 건 없더라고. 그러니까, 잘못이 있다면 너한테 있는 거야. 못난 죄?"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런 죄가 어딨어. 그냥 넌, 못 돼 쳐먹은 거야. 그게, 니 문제야. 그 문제 때문에 이런 상황이 일어난 거야. 다 자업자득인 거지. 그러니까."

방민아가 털어내듯, 후련하게 말했다.

"이젠 니 차례야."

한예지의 표정이 마침내 완전히 일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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