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화. 주작을 잡아라 12
제목 : 속보) 한예지 이 ㅄ미드빵 쟈드 미러전 졌네 ㅋㅋㅋ
냬용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ㄴ : ? 걔가 미드빵 쟈드 미러전으로 졌다고
ㄴ 글쓴이 : ㅇㅇ
ㄴ : 머 누구한테 졌는데 강천고 개?
ㄴ : 강천고가 누구임
ㄴ : 걔 있잖아 쟈드 원탑
ㄴ 글쓴이 : 강천고가 왜나와 이새끼 지금왔나보네 방민아 대회 우승한 남자 있잖아 걔한테 짐
ㄴ : 남자? 남자가 한예지 미드빵 쟈드미러전을 이겼다고? ㅈㄹㄴ
ㄴ 글쓴이 : ㄹㅇ ㅋㅋ 지랄하지말라고 한예지!!! 어케졌냐고!!!
제목 : 최재훈인가 걔 숫사자라며
내용 : 근데 미드빵 쟈드 미러전으로 한예지를 이겼다고? 머임?
ㄴ : 걔도 쟈드 모스트일수도 있자너
ㄴ 글쓴이 : 아니 쟈드 모스트면 뭐
챌린저에서 한예지보다 쟈드 잘하는 애가 손에 꼽는데 그러면 쟈드 모스트고 자시고 그 자체만으로 챌린저급이란 거잖아
ㄴ : 그냥 운좋게 이긴거 아님?
ㄴ 글쓴이 : ㅋㅋ 미드빵 미러전에 운이 어딨누
ㄴ : ㄹㅇ 다른건 몰라도 얘 숫사자 아닌건 확실한듯
ㄴ : ㅇㅇ 진짜 대리랑 주작 아닌것같은디 걍 잘하는것같음
제목 : 한예지 ㅈ댔네 ㅋㅋ
내용 : 놀랍게도 남자 진짜 그냥 잘하는거였고 ㅋㅋ
방민아 죽이려다가 지가 죽어버리겠누? ㅋㅋ
ㄴ : 사쿠라여?
ㄴ :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말았어야지 ㅋㅋ
ㄴ : 아수라발발타가 아니라 한예지활활타 엌ㅋㅋㅋㅋㅋ
ㄴ 글쓴이 : 엌ㅋㅋㅋㅋㅋㅋㅋ
ㄴ : 아니 근데 어이없긴 하네 남자가 저렇게 잘한다고?
ㄴ 글쓴이 : ㄹㅇ ㅋㅋ 심지어 서포터도 아니고 쟈드를 저렇게잘하네
첫 번째 게임에서 최재훈이 엄청난 슈퍼플레이나 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건 아니었다.
그저 간발의 차로, 무난하게 이겼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았다.
한예지를 쟈드 미러전으로 이긴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었으니까.
더군다나 남자가 말이다.
아메리카tv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아니 니가 쟈드로 지면 어떡해 ㅄ아 ㅋㅋㅋㅋ]
[제일 잘하는 걸로 지면 뭘로이길거누 ㅋㅋㅋ]
[남자한테 제일잘하는걸로 쳐발렸네 ㅋㅋ 와 자괴감 쩔겠누]
[ㄹㅇ ㅋㅋ]
[아니 근데 저건 남자를 떠나서 걍 ㅈㄴ 잘하는데?]
[ㄹㅇ 재훈이 조작이라며 근데 왜 ㅈㄴ 잘함?
[뭐임 그럼 진짜 조작 아닌거임?]
[한예지 ㅈ댔네 ㅋㅋㅋㅋㅋㅋㅋㅋ]
[한예지 장례식 시작합니다]
[아싸 육개장]
[장례식=육개장 사고방식 뭐고]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이야, 저 사람 상대로 쟈드 미러전을 이겼네?"
"내가 뭐랬어. 저분 물건이라니까."
"미드빵 말고, 랭겜에서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하네."
구석에서 나란히 앉아 핸드폰으로 방송을 지켜보며 열띤 관심을 보이는 정연화와 강연승.
"아니, 재훈 씨! 아니, 이걸 이기셨네!? 와…."
"뭐지 방민아, 이 몸을 믿지 못한 것인가? 실망이 휴즈한데."
"아니, 설마 쟈드전까지 이기실 줄은 몰랐죠!"
"음, 그렇군. 나의 어메이징함이 프라블럼 어게인이었군. 와서 하이파이브나 조지도록."
"나이스!"
짝!
처음 챔피언 선택 권리를 빼앗기고 무지막지한 심려에 빠졌다가 기사회생한 방민아와 한껏 의기양양해진 최재훈.
"뭐야, 누나가 쟈드 제일 잘하는 거 아니었어? 근데 왜 쟤한테 져? 쟤 무슨 반칙 같은 거 쓴 거 아니야?"
"그러니까. 예지 누나가 쟈드 제일 잘하는 거 아니었어?"
"아니 이걸 져 버리네…."
"진짜 조작 아니었던 거야?"
혼란스러워하는 한예지의 일행.
스튜디오도 마찬가지로 난리가 나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난리가 난 건-
'뭐지?'
한예지의 머릿속이었다
자기가 게임에서 진다? 그럴 수 있다.
자기가 마스터에게 진다? 그럴 수 있다.
모스트1인 쟈드로 진다? 그 또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미드빵에서, 그것도 쟈드 미러전에서 진다? 그건 아니다.
그것도 남자에게? 더더욱, 더더욱 아니다.
한에지는 문제를 찾기 위해 자신의 플레이를 복기해 보았다.
그녀는 게임 시작 전에 초지일관 집중하여 한 치의 득점도 용납하지 않음으로써 벽을 느끼게 해 주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남자라고 방심하는 일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했다. 전력을 다했다.
그런데 뭐가 문제지?
'남자가 자신보다 쟈드를 잘한다.'
그건 도무지 떠올리지 못한- 아니, 떠올렸으나 인정하지 못한 그녀였기에.
존재하지 않을 변명거리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 그녀의 눈에 몇몇 채팅이 들어왔다.
[이 ㅄ 남자라서 대충했네 ㅋㅋ]
[이런겜에서 방심을 하네 ㅄ]
[지가 욕하던거 그대로 하누 ㅋㅋ]
[예찌야 이거 대회였음 니도 주작 의혹 제기됐다]
무수히 많은 채팅 사이로 드문드문 올라오는 '한예지가 남자라서 봐 줬다.'는 내용의 채팅들.
그런 채팅들을 귀신 같이 찾아내서 읽어내던 그녀의 눈이 커다래졌다.
'저거다.'라고 생각했다.
저 말대로, 남자라서 자기도 모르게 방심한 거라고.
그래서져 버린 거라고.
당연하다.
자신이 미드빵 쟈드 미러전에서 남자에게 질 리가 없지 않은가.
'없지. 없어. 그렇고 말고.
현실을 거듭 부정하며 억지를 부리고 있는 그녀를-
"저기요."
최재훈이 부른다.
"어떡하실래요. 제가 골라요? 아니면 그쪽이 한 번 더 고를래요."
"내가 방심하게 운 좋게 이긴 거 가지고 우쭐대지마 병신아, 니 꼴리는 대로 해."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바로잡고 싶은 욕심이 더 컸다.
자신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쟈드로 상대해서 졌다는 상황을.
자신이 정말 방심해서 진 거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인내하고 말했다.
"제가 고-"
"아니지."
"예? 아니-"
최재훈이 한예지의 말을 끊고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
말을 바꾸려는 건가 싶어 당황하여 "한 번 말했으면 끝이지."따위의 말을 하려던 찰나.
"그쪽이 한 번 더 고르게 '해 드릴까요?' 부탁하면 들어줄 수도 있겠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그런 말을 하며 피식 웃는다.
[어우쒯ㅋㅋㅋㅋㅋㅋㅋ]
[ㅈㄴ 굴욕적이누]
[삼천도(3000℃)의 굴욕 ㄷㄷ]
[강한남자에게 굴욕당하기ㄷㄷ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아]
[+애원하기 ㄷㄷ]
[듀라한한테 발정났누 이새끼들]
지금 한예지가 처한 상항이 굴욕플레인지 뭔지인가는 확실치 않았지만-
'시발놈이….'
굴욕스러운 것 하나만은 확실했다.
최재훈이 도발에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려진 그녀는 생각했다.
그냥 때려치자고.
이번에 부탁해서 고르지 않아도, 어차피 자기 차례는 또 돌아오니까.
그러나 또 그런 생각이 들고 만다.
'방심해서 진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실력차이로 진 거면…?'
'내 모스트1로도 졌는데 다른 걸로도 이길 수 있을까?
그러니까, 불안한 생각이 들어 버린다.
'시발….'
자신감을 잃어 버린 탓이다.
지금 이 상태로 쟈드가 아닌 다른 챔피언을 플레이하는 건 불가능한다.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그 방법은 하나뿐.
"쟈드로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그녀는 자존심을 굽혔다.
그런 한예지의 결심에 최재훈이 답한다.
"싫은데요?"
"이런 ㅆ-"
"넝담~"
"…."
한예지는 살기마저 담긴 눈으로 최재훈을 노려봤다.
그럼에도 그는 낯빗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가시죠. 이차전."
* * *
게임이 시작되었다.
한예지는 악에 받쳐서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었다.
처음 승부에서 그녀는 방심하지 않고 전력을 다한다 했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그러니 이제와서 방심을 안 하니, 제대로 하느니 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어야 했다.
그런데-
[오 무빙 달라졌네]
최재훈이 Q스킬을 시전한다.
그러자 그의 쟈드가 있는 힘껏 팔을 휘두른다.
표창이 사출된다.
이거라면 반드시 맞을 수밖에 없겠다 싶은 절묘한 순간과 절묘한 각도로 날아오는 표창.
그럼에도 한예지의 쟈드는 한사코 간발의 차로 그것을 피하며-
푹.
되려 최재훈에게 표창을 적중시킨다.
[오ㅋㅋ]
[갑자기 잘해졌누 ㄷㄷ]
[진짜 봐준거였누? ㅋㅋ]
최재훈에게 그런 플레이를 보여준다.
한예지의 플레이 수준은 분명 전보다 향상되어 있었다.
전에 없을 정도로 흥분한 그녀의 머리가 무의식적으로 집중력을 한계치로 끌어올린 덕이었다.
[한예지 갑자기 잘해졌누?]
[한예지 썅년아 캠켜 ㅋㅋ 헤이러나 네이비가 대신해주고있지]
[ㄹㅇ ㅋㅋ루삥뽕땅똥띵뚱땽뚱꽁낑깡꿍킹강동걍둥둥당딩랑롱랑룽렝탕컁콩킹쿵퍙탕]
[적당히해미친년아]
[이새끼 원래 이렇게 잘하지 않았던것 같은데]
누군가의 말대로, 한예지는 명확히 평소 이상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었다.
한예지 스스로는 그에 대해-
'거봐, 내가 방심해서 그런 거라니까.'
일시적으로 자신의 기량이 상승한 게 아니라고.
저번 게임에서 방심을 해서 진 거고, 이게 원래 내 실력이라고.
자신의 본래 실력이라고.
그러니, 이번 게임은 당연히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결정적인 순간은 찾아오려 하고 있었다.
6레벨, 궁극기 타이밍.
극도로 공격적인 암살자 챔피언, 쟈드인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구간.
반드시 승부가 결정되는 구간.
저번 게임에서 이 구간에 도달하기 직전.
한예지는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최재훈에 비해 스킬을, 표창을 두 번 더 맞은 만큼 HP가 적었다.
뒤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다.
최재훈에 비해 표창을 한 대 더 많이 맞춘 만큼, HP가 많았다.
앞서고 있었다.
둘의 쟈드가 첫 번째 게임과 같이 거의 동시에 6레벨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번엔, 한예지가 조금 더 빠르다.
그녀의 쟈드가 선공권을 잡는다.
'됐다.'
그녀는 승리를 확신했다.
이제 여기서 스킬만 한 대 더 적중시키면-
하다 못해 평타라도 한 대만 더 적중시키면-
파삭-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쟈드가 쓰러진다.
쓰러진 건 최재훈의 쟈드였을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스킬을 한 번만 더 적중시켰으면.
하다못해 평타라도 한 번만 더 적중시킬 기회가 있었다면.
분명 그러했을 터.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에 결국 쓰러진 건, 한예지의 쟈드였다.
쾅!
화면이 회색으로 물들자 한예지는 반사적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사실 한예지가 맞추지 못했다는 표현 보다는.
한예지가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표현 보다는.
최재훈이 모두 피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최재훈이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러니까.
한예지가 못한 게 아니었다.
최재훈이 너무 잘한 것 뿐이었다.
이는 누가 봐도 명료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와 ㅅㅂ 뭘본거야 내가]
[한예지 뭐하냐 ㄹㅇ]
[아니 저건 그냥 남자가 미친거지]
[ㄹㅇ 다 맞추고 다 피하고]
[와 ㄷㄷ 명경기 조졌누]
[어기 어디서 본것 같은데 ㅋㅋ]
[루또죽 ㅋㅋ]
[아 ㅋㅋㅋㅋ]
[치킨킹 왓 워스 뎃!]
지금 채팅창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이번 최재훈과 한예지의 대결은 레오레 계에서 상징적인 어떤 사건을 연상시켰다.
'루또죽.'
그 이름에 얽혀 있는 사정은 실로 복잡하나, 사건의 개요 자체는 몹시 간단하다.
당시 한국 최고의 MID포지션 플레이어였던 RU의 쟈드를.
당시 유망주에 불과했던 풋내기 FACE의 쟈드가 불리한 상황에 있음에도 엄청난 슈퍼 플레이를 선보임으로써 역전한 것이다.
방금 전, 최재훈의 쟈드가 한예지를 역전햇듯.
지금 상황이 '루또죽'과 똑같다는 시청자들의 말에 최재훈이 손사래를 쳤다.
"에이~ 여러분 아니죠. 지금 이게 루또죽이랑 똑같다뇨~"
그가 겸손하게 말햇다.
"솔직히 그때 루 선수가 컨디션이 워낙 안 좋고, 페이스 선수 컨디션이 워낙 좋아서 그랬던 거예요. 루 선수 원래 엄청 잘하시는 분이에요~"
겸손하게 한 말이었지만, 그 말의 본뜻을 해석하자면 이러했다.
'나는 존나 잘해서 FACE에 대입시켜도 되는데, 이 새끼는 존나 못하니까 RU 선수에 대입시키지 마라. RU 선수한테 실례다.'
한예지가 핏발 선 눈으로 최재훈을 노려봤다.
최재훈은 살기마저 느껴지는 그 시선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며 말했다.
"마지막 경기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