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66화 (63/361)

066화. 주작을 잡아라 8

"어, 잠시만요."

최재훈이 방민아와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의를 하고 있는 와중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웬 일로 니가 전화를 다 걸어. 오빠가 그러케 보고시퍼썽~?"

최재은이었다.

-아, 첫마디부터 사람 빡치게하네. 야 어쨌든 너 지금 큰일났어.

"그러게. 오빠 지금 큰일났다. 너가 먼저 전화 걸어줘서, 오빠 진짜 큰일난 것 같아."

-아, 머라는 거야~ 됐고. 니 허니뱅 미튜브 봤어?

"아~ 그거."

-봤냐? 하, 씨. 미친 새끼들. 너 이미 알고 있었어?

"뭘?"

-그 조작 의혹

"아, 나 오늘 막 알았지. 너는?"

-나는 며칠 전부터. 하… 시간 지나면 알아서 해결될 지 알았는데 이게 이렇게 커지네… 너 어떡할 거야.

"아, 안 그래도 오빠도 지금 손 쓰려고 하고 있어."

-손을 써? 니가 뭐 어떻게.

"아~ 있어 그런 게. 시간 지나면 알게 될 거야."

-하… 뭔 말이야….

"뭔 말이긴. 걱정해 줘서 고맙고~ 이제 걱정 안 해 줘도 된다는 거지. 대신 오빠한테 뽀뽀쪽~"

-으악 미친놈.

뚝.

"헤헤, 귀연넘."

"그, 혹시 재은 학생인가요?"

"아~ 네. 이 귀여운 놈이 또 오빠 걱정된다고 전화를 걸어 줬네요."

"아~"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들으며 불안한 얼굴이 된 방민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면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상의를 재개하는데-

똑똑.

누군가 노크를 했다.

"재훈 씨 계세요?"

방민아의 눈썰미가 일그러졌다.

여자가 최재훈의 집에 찾아와 그를 찾는다는 상황은 차치하고,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어, 잠시만요."

최재훈이 가서 문을 열자 방문객, 권지현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침부터 이렇게 갑자기 찾아 봬서 죄송해요. 뭐 때문에 이렇게 방문 드렸냐면-"

어제 일이 생각 나 부끄러워하면서도, 걱정이 담긴 얼굴로 말하던 권지현의 말이 멈췄다.

최재훈을 쳐다보다 그 뒤, 방 안에 있던 방민아를 보곤 그렇게 되었다.

두 여자의 눈이 마주쳤다.

"…?"

"…?"

그러자 둘의 표정이 똑같아졌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그런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이었다.

"권지현 씨."

"방민아 씨."

둘은 거의 동시에 서로를 향해 목례했다.

"뭐야, 나도 불러줘요."

"…재훈 씨."

"…재훈 씨."

"굿. 어, 근데 서로 아는 사이신가? 아! 방송 동료!"

"동료라기엔… 다른 플랫폼이라…."

"그냥, 뭐. 워낙에 유명하시니까…."

"네 뭐, 그렇죠. 방민아 씨, 워낙 유명하시니까…."

띄워주면서도 서로를 탐색하는 듯했다.

그 또한 동일한 이유였다.

'재훈 씨랑 무슨 사이야?'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경쟁 상대라는 걸 먼저 깨달은 권지현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근데 재훈 씨?"

"넹?"

"'어젯밤'에, 재밌었어요."

"재밌었다니, 다행이네요. 제가 무거운 거 참고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최재훈이 짓궂게 웃고 권지현이 쑥스러워한다.

그리고 대화의 의미심장한 키워드.

'어제 밤? 무거워? …미친. 설마, 아니겠지.'

그렇고 그런 걸 상상해 버린 방민아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그런데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세요?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가?"

"아 그-"

권지현이 방민아의 눈치를 보곤 말을 잇는다.

"지금 재훈 씨한테 제기된 조작 의혹 있잖아요?"

"아, 네."

"일단 저는 재훈 씨 전적으로 믿는 거, 아시죠?"

"아~"

최재훈이 흐뭇한 표정으로 주먹을 내밀자 권지현이 좋아라 주먹을 맞댔다.

"그래서 그,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아 가지고. 어제 그… 그거 사과도 드릴 겸, 뭐 도와드릴 거 없나, 이렇게 급하게 방문드렸는데-"

방민아를 쳐다본다.

"아무래도 그, 미튜브 영상 보고 연락이 닿으셨나 보네요? 안 그러면 '두 분이 같이 계실 이유가 없으니까요.' 맞죠?"

따지는 것 같기도 했고, 불안해서 확인해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아, 에 뭐. 그렇죠?"

"아~ 역시."

권지현이 어딘가 음흉한 표정으로 방민아를 쳐다봤다.

방민아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그래서, 제가 뭐 도와드릴 거라도 없나요? 힘 닿는 선이라면 뭐든지 도와드릴게요."

"권지현 씨?"

방민아가 끼어들어서 말한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권지현 씨가 리치TV쪽 분이시잖아요?"

"그런데요?"

"이건 아메리카TV쪽 일이니까, 권지현 씨가 괜히 끼어들었다가 덩달아 피해를 보실 수도 있고 뭣보다, 아메리카TV에서 권지현 씨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시피 하잖아요?"

싱긋 웃으면서 한 말에 비수가 담겨 있었다.

권지현이 "하." 하고 웃었다.

표정은 그대로인 채 소리로만.

"보니까 지금 방민아 씨, 도움 가려서 받을 처지가 아니시던데요? 게다가, 이 일이 방민아 씨만의 일도 아니고. 대처 제대로 못해서 최재훈 씨한테 피해 드리고 있는 와중에, 그렇게 말해도 괜찮으시겠어요?"

"…."

최재훈에게 피해를 줬다는 부분을 언급하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방민아는 조심스럽게 최재훈에게 말했다.

"재훈 씨 의견 따를게요."

심판의 판정이 필요한 때였다.

최재훈은 상상 속에서 먹고 있던 팝콘을 내려놓고 말했다.

"그, 지현 씨?"

"네?"

"일단,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트가 따듯해지는 기분이네요."

"아, 헤헤."

"그런데 그거랑은 별개로, 제가 권지현 씨가 도와주신다는 거에 대해 띵킹해 봤는데, 역시 이 일은 저희끼리 해결해야 할 것 같네요."

"네? 아니, 저 그래도 나름대로 도움 될 수 있을 텐데..."

"아, 그게 아니라. 지금 이 시청자 애들 통제가 안 돼서, 자칫 이 일과 무관한 지현 씨한테 피해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 가지고요."

"아… 저는 괜찮은데."

툭툭.

최재훈이 권지현의 팔을 두드리며 미소 지었다.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그 모습에 따라서 미소를 지으려는데, 뒤에서 우쭐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방민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일그러진 권지현의 표정을 본 방민아가 승자의 여유를 담아 말했다.

"저희는 괜찮으니까, 신경 안 써 주셔도 돼요."

방민아가 싱긋 웃는다.

권지현도 싱긋 웃는데, 입꼬리와 눈가의 근육이 미세하게 떨렸다.

위풍당당한 방민아의 모습에 최재훈이 "오~" 어딘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괜찮아지셨나보네. 방금까지 울던-"

"아아!!"

방민아가 다급히 말을 끊었지만 늦은 듯했다.

'울던? 울어?'

권지현이 방민아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

눈가 쪽이 약간 불어 있었다.

"아이고~ 마음고생 심하셨나 보네. 괜찮으세요?"

배려 담긴 표정이지만 왜인지 비웃는 것 같았고, 따뜻한 말인데 왜인지 그렇게 들렸다.

'남자 앞에서 신나게 울었나 보네?'

방민아가 간신히 태연한 척을 하며 답했다.

"예, 재훈 씨가 따뜻하게 위로해 주신 덕분에."

"…그거 드흥이네요."

"그릏죠?"

둘 다 이를 악물고 미소 짓는 모습이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어 저기-"

그때 누군가가 난입했다.

딱 봐도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던 쿠퐁워먼이 말했다.

"택배왔습니다…?

"아이고~ 많이 무거우셨죠?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 아닙니다. 제 일인데요."

"아이고 땀 봐… 물이라도 드릴까요?"

"아, 괜찮- 아. 그러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예~ 잠시만여~"

그렇게 세 여자만이 남게 되었다.

"…."

"…."

"…."

세 여자의 어색한 대면.

그로 인한 어색한 분위기는 최재훈이 가져다 준 물을 마신 김이연이 "감사합니다! 무거운 거 많이 시키셔도 돼요!"라는 말을 남기고 간 뒤까지 이어졌다.

"…뭐 시키신 거예요?"

권지현이 맥이 빠져서 새로운 주제를 언급했다.

"아, 이거. 방송 송출용 컴퓨터요."

"아아~ 어제 말씀하신?"

"네."

그렇게 둘이 또 저들만 아는 대화 주제로, 저들만의 세계에 빠지려 하자 방민아가 급히 끼어든다.

"그, 듀얼 컴퓨터 연결하는 거 복잡하실 텐데. 제가 해드릴까요?"

"제가! 해드릴게요. 지금 방민아 씨는 다른 일로 바쁘시니까?"

"…해결하고 난 뒤에 하면 되겠죠?"

"지금 하면 더 좋겠죠?"

"권지현 씨도 바쁘실 텐데?"

금방 다시 또 그런 분위기가 돼 버린다.

"일단 여기서 이러지 말고 들어가죠."

"그럴까요?"

최재훈의 제안에 권지현이 냅다 대답하자 방민아가 말했다.

"끄냥 꺼지지 좀."

목소리가 아닌 표정으로.

"어림도 없지."

그러자 권지현도 표정으로 답한다.

집에 들어가서 소심하게 내부를 살피던 권지현의 시선이 컴퓨터 책상 위에 고정됐다.

"오, 이거 마이크랑 웹캠! 제 거랑 똑같은 거네요?"

"아, 네. 저 컴퓨터도 그렇고. 제가 아무것도 몰라서, 지현 씨 꺼 참고해서 샀죠."

"제 꺼요? 그래요?"

권지현이 반색하자, 방민아는 퉁명스러운 기분이 들키지 않게 무심하게 말했다.

"아… 그 제품들 별로인데."

"엥? 그래요?"

"아뇨~ 방민아 씨가 뭘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이게 가격 대비 성능 밸런스가 가~장 좋은 제품이에요."

"아~ '가성비'~"

방민아가 피식 웃었다.

권지현은 아차 싶었다.

가성비.

남성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단어는 아니었다.

"뭐, 네. 가성비. 좋죠. 그런데, 돈 조금만 더 쓰면 훨~씬 좋은 제품들 많은데, 그 부분은 역시 아쉽네요."

"말이 훨~씬이지, 전문가 아니면 못 알아보는 미세한 차이잖아요? 그리고 어차피 게임 방송인데, 게임만 잘하면 됐죠 뭐."

"아~ 맞다. 권지현 씨 게임 잘하셨었지."

방민아가 말했다.

챌린저 900점인 방민아가, 다이아1인 권지현에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두 번의 일방적인 딜교환.

팽팽하던 기세가 방민아 쪽으로 기울었다.

애초부터 이렇게 되는 게 정상이긴 했다.

매서운 호랑이상의 방민아, 수더분한 강아지상의 권지현.

둘의 기세싸움은 말이다.

방민아의 기세에 압도된 권지현이 겁먹을 개처럼 쭈그러들며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최재훈이 말한다.

"그래도 전 저 제품들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긴 해요. 저것들도 무리해서 산 거라, 가성비 좋으면 장땡이에요 저한테는."

"아~ 그러면 제가 그, 이번에 도움 받은 것도 있으니까. 하나 선물해 드릴까요? 제가 쓰는 기종들로? 합치면 200정도 나오긴 하는데 뭐, 재훈 씨 얼굴이랑 목소리 다 잡아내려면 이 정돈 써야죠."

"그 말은, 재훈 씨 매력 잡아내는 데엔 고작 200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거네요?"

최재훈의 발언이 자신을 두둔해 준 거라 생각한 권지현이 다시 공세를 취했다.

"아니~ 사람이 호의로 한 말을 그렇게 곡해하시면 어떡합니까~"

"글쎄요, 곡해라기 보단-"

그렇게 쟁쟁한 기 싸움을 하는 둘 사이에 낑껴버린 최재훈은 생각했다.

'와. 여자 둘이 나 두고 싸운다.'

여자 둘.

그들은 결국 끝까지 티격태격했다.

"권지현 씨?"

"네?"

"이번 일이랑 무관하신데, 저희 상의하는 것 좀 엿듣지 말아 줄래요?"

'좀 꺼지라니까?'

"엿 듣다뇨. 가만히 있어도 들려오는 걸 들었을 뿐인데."

'어림도 없다니까?'

계획을 검토할 때도.

"저기요."

"네?"

"아니, 재훈 씨 말고 권지현 씨요."

"네? 저 왜요?"

"영상 찍는데 속닥거리지 좀 말아 줄래요?"

"아, 죄송해요. 영상에 소리 들어갔나요?"

"아뇨 재훈 씨 그게 아니라…."

"큭큭."

방민아가 계획과 관련해서 미튜브 채널에 올릴 어떤 영상을 찍을 때도.

"된 거예요?"

"네. 영상 올렸어요."

"그러면 불판 달궈질 때까지 어째, 식사나 할까요?"

"아, 좋죠!"

"지현 씨."

"네?"

"재훈 씨가 저한테 말하신 것 같은데요?"

"아… 그런가요 재훈씨?"

"셋이 먹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하시네요."

'얼빠진 것아.'

"…좋죠."

'끈질긴 년 진짜."

식사를 할 때도.

계속해서 티격태격했다.

지긋지긋했다.

지긋지긋했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방민아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야 권지현."

"뭐."

어느새 자연스럽게 말까지 텄다.

"어?"

그렇게 셋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마침내 그 순간이 왔다.

"재훈 씨."

"네?"

"이 새끼, 받아들였네요."

"오. 어쩌재요?"

"지금 당장 만나서 끝장을 보자는데, 어떡하죠?"

"어쩌긴요."

가서 조져버리죠.

최재훈은 즉시 전투복(후드, 청바지)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먼저 가서 시동을 걸어놓기로 한 방민아가 운전석에 앉아 팔을 내밀고 최재훈과, 그녀를 마중 나온 권지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색 무광 스포츠카.

비에 젖은 고양이 꼴로 차에서 내리던 때는 몰랐지만, 지금 운전석에 앉은 방민아의 모습을 보니 그녀의 이미지에 딱 맞는구나 싶은 차였다.

자신의 차와 잘 어울리는 평소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잘 다녀오세요, 화이팅!"

"화이팅!"

최재훈을 인사를 나눈 권지현과, 시동을 걸기 직전인 방민아가 눈을 마주쳤다.

권지현이 말없이 턱을 까닥였다.

그러자 방민아는 정면으로 시선을 향했다.

피식 웃는다.

둘을 태운 스포츠카가 특유의 배기음을 흘리며 멀어졌다.

그 모습을, 방민아가 자신의 스포츠카에 최재훈을 태우고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권지현은-

'저거 얼마 하냐….'

-뚜벅이는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끼며 생각했다.

* * *

한예지.

그녀가 방민아에게 가진 감정을 설명하기란 실로 간단했다.

열등감.

그녀가 방민아를 일방적으로 적대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였다.

열등감.

자신보다 방송 늦게 시작한 주제 운 좋게 자기보다 성공한 년.

방민아에 대한 한예지의 인식이었다.

방송 기간은 분명 성공의 요소 중 하나였으나, 전부는 아니었다.

중요한 건 재능이었고, 매력이었다.

한예지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예지에게 있어 방민아는, '자신보다 방송 늦게 시작한 주제 운 좋게 자기보다 성공한, 개 같은 년'일 뿐이었다.

혹자들은 말한다.

[방민아는 한예지의 완벽한 상위호환이다]

극도로 혐오스러운 말이다.

그 말을 들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메리카TV 커뮤니티를 살펴본 한예지가 희열을 느꼈다.

자신의 저격 영상으로 인해 방민아의 몰락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사실에 그녀의 입꼬리가 미소를 그렸다.

그녀는 떠올린다.

방민아가 올린 최근 영상에 담긴 그녀의 모습을.

평소의 같잖기 그지없는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초라한 방민아의 모습을.

"시발년, 많이도 해 먹었지. 어? 이젠 좀… 꺼지자. 응?"

그녀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어?"

그때, 어떤 글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 : 방민아 미튜브에 올라온 새영상 봤냐 ㅋㅋ

내용 : 레전드네 ㅋㅋㅋ 이게 이렇게 되나 ㅋㅋㅋㅋㅋ

'뭐지?'

심상치 않은 내용의 글을 확인한 한예지가 즉시 방민아의 미튜브 채널에 접속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자 심상치 않은 제목으로 올라온 새로운 영상이 보였다.

한예지는 즉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영상에서 방민아는 한예지가 올린 저격 영상의 특정 부분을 틀어놓고 그 발언들을 부각시켰다.

"이게 다 남자가 한 플레이라고요?"

"남자가 이 프로 수준의 플레이들을 했다고요?"

"말이 됩니까?"

"제가 챌린저 이상 남자 유저들은 다 아는데, 이런 플레이 할 수 있는 사람 없습니다. 심지어 여자 중에서도 이런 플레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문데-"

"제 모든 걸 걸고 확신합니다!"

"불가능합니다!"

그리곤 그 발언을 이용, 혹은 왜곡하여 이러한 결론을 도출시켰다.

'한예지가 최재훈의 실력이 사실이 아니라는 데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 베팅을 받아들이겠다.'

'자신 또한 최재훈이 실력이 사실이라는 데에 모든 것을 걸겠다.'

'최재훈이 결승에서 이긴 애가 챌린저 700점이었고, 니도 챌린저 700점대니까 이렇게 하면 되겠다.'

'최재훈이랑 너랑 미드빵을 뜨는 거다.'

'레오레 계정, 아메리카TV 계정, 미튜브 계정 삭제를 걸고.'

한예지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개미친또라이 년인가."

자신의 레오레 계정만으로도 모자라 아메리카TV 계정과 미튜브 계정이라니.

현금 가치로 환산하면 억대의 가격이 책정되는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걸라니?

이런 정신 나간 내기에 응할 생각 따위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캬 ㅋㅋ]

[한예지 화끈하네 ㅋㅋ]

[ㄹㅇ ㅋㅋ 이걸 올삭빵을 신청하네]

방민아가 저런 식으로 발언을 곡해시켜서인지, 내기의 제안자가 방민아가 아닌 자신이 되어 있었다.

도저히 내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한예지는 극도로 당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아니지.'

생각해 보니까 당황할 이유가 없었다.

미드빵 상대는 방민아가 아닌 그 최재훈이었다.

그렇다면 최재훈은 어떤 이인가?

일단 다이아2였고, 결정적으로 남자였다.

'아니지 지금은 마스터랬던가?'

상관없다.

레오레 모든 유저를 통틀어서도 최상위에 꼽히는 실력자인 자신이 남자한테 질 거란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한예지가 조소를 머금으며 생각했다.

질질 끌 것도 없이 이 참에 확실하게 끝장을 내 주겠다고.

그녀는 이 일이 잘못되는 경우에 대해선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 일로 인해 자신이 얻을 것만을 생각하며, 해당 영상에 적힌 방민아의 메일로 자신의 라톡 아이디를 보냈다.

몇 시간 뒤.

한예지의 방송이 켜졌다.

[한예지 VS 방민아(치킨퀸치퀸) 올삭빵 미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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