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화. 주작을 잡아라 6
대회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은 경기, '다이아1 렉톤 VS 다이아2 판티.'
방민아는 해당 경기에서 나온 판티온, 최재훈의 플레이가 '운'이라 했었다.
안 그러면 납득이 안 되는 게, 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다2치곤 수준이 너무 높은 정도도 아니고, 일반인 치곤 수준이 너무 높은 정도.
거의 1군 프로급 수준이라, 그런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 최재훈이 대회를 우승해버렸다.
챌린저 700점인 곽희영을 이기고.
더군다나 곽희영이 말하길, 자신이 진 이유가 최재훈이 순수하게 잘해서란다.
방민아는 전적사이트에 최재훈의 닉네임인 '치킨퀸치퀸'을 검색해 보았다.
"오호…."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이 있었다.
전적.
원딜과 서포터를 천 판 가까이해서 가까스로 다이아4에 안착했다.
이게 시즌이 시작되고 며칠 전까지, 그러니까 몇 달 동안의 이야기.
그리고, 챔피언과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매판을 학살에 가까운 형태로 캐리해서 90%의 승률로 다이아4에서 다이아1까지 도달했다는 게 며칠 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
다른 누군가의 영혼이 빙의되기라도 않는 이상 불가능한 갑작스럽고도 엄청난 변화였다.
그렇게 나오는 결론.
최소 챌린저 이상일 최재훈이 다2계정을 빌려서 대회에 출전한 거다.
'아니 시발… 본캐로 출전하지 왜 부캐로 출전해서 이딴 상황을 만드냐고….'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이것들이면 현 조작 의혹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방민아는 즉시 미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렸다.
오늘 저녁 해명 방송 예정을 알리는 일종의 공지 영상이었다.
* * *
방민아의 해명 방송은 먼저 준결승자, 곽희영과의 '준비된' 전화 인터뷰로 시작됐다.
"그러니까, 일부러 봐 준 거라는 의혹이 제기되었던 초반 플레이는, 정말로 봐줬던 거라는 말씀이죠?"
"네네…."
"그렇다면, 왜 봐준 거죠?"
"다이아2에 남성분이셔서… 어느정도 핸디캡을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렇죠. 솔직히 챌린저 700점 정도면, 다이아2한테 초반 봐주는 것 정도는 핸디캡도 안 되니까요. 그렇죠?"
"그렇죠."
"그런데, 지셨네요."
"네…."
"왜 지신 거죠?"
"…별 이유 없습니다. 그냥, '치킨퀸치퀸'님이 잘해서 진 겁니다.'
"그 말은, 챌린저 700점인 곽희영 씨가 다이아2인 데다가 남성이신 치킨퀸치퀸님에게 실력으로 졌다는 말인가요?"
"제 생각인데요. 이 사람, 다이아2 아닙니다."
"그 말은?"
"최소 챌린저 이상이 부캐로 출전한 것 같아요."
그렇게 최재훈의 '정체'를 언급했다.
"전적을 보니, 정말로 챌린저 부캐가 맞는 것 같네요?"
이후, 전적을 보여줘서 최재훈의 정체에 관심을 집중시킨다.
다음은 그 정체를 밝히는 동시에 증명시키는데, 그 역할은 신뢰를 잃은 현재의 자신이 아닌 공신력이 증명된 인물에게 맡긴다.
"자, 우리가 다들 아시는 분이죠? 한국 레오레 프로 리그! LKL의 해설자 강연승 씨를 모셨습니다!"
[ㅁㅊ]
[강연승] 언니가 왜 여기서 나와]
강연승.
LKL의 해설가 중 한 명인 그녀가 입증하면 그 신빙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터였다.
완벽한 대응이다.
방민아는 확신을 느끼고 일을 진행시켰다.
"자 시청자 분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건, 저는 강연승 해설자 님께 이 '치킨퀸치퀸'님에 대한 정보를 일절 드리지 않았습니다. 이분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티어인지! 강연승 해설자님께선 현재 아무것도 모르시는 상태입니다. 맞나요?"
"맞습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보게 될 어제 대회의 결승전 녹화 영상에 대한 강 해설가님의 의견은 '우리가'! 봤던 것과 달리 편견 없이 지극히 객관적인 평가일 겁니다. 시청자 여러분, 인정하시죠?"
[강연승 해설가면 ㅇㅈ이지 ㅇㅇ]
[전프로 전챌 씹겜잘알 프로리그 해설가 ㄷㄷ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음… 이 쟈드님은 저도 알고 있는 유명한 챌린저 쟈드 장인 분 같으신데 아닌가요?"
"맞습니다."
"초반 플레이가 좀 많이… 의아하네요. 일부러 봐준 것 같은?"
[오 역시 ㅋㅋ]
[바로 알아 보시네 ㅋㅋ]
[것봐 강해설가님이 봐도 주작 맞구만 ㅇㅇ]
"자자, 여러분. 일단 끝까지 들어 봅시다. 먼저 강 해설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쟈드님 스스로도 인정한 부분입니다. 초반엔 봐줬다고. 그런데 그 다음은 어떤가요? 강 해설가님이 보시기에도, 이 쟈드가 초반이 지나고도 계속해서 봐준 것 같나요? 일부러 져주고 있는 것 같나요?"
"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 머임]
[아니라고요?]
[어케 대가는거임?]
"아, 그런데도 쟈드가 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오리안나를 상대로?"
"상대 오리안나 분이… 엄청 잘하시네요 그냥. 이 분은 처음 보시는 분인데, 음… 아무래도 프로 부캐신 것 같아요. 맞죠?"
"여러분! 들으셨습니까!? 해설가님의 평가에 따르면 치퀸님은 프로급 실력입니다!"
[ㅁㅊ]
[아니 머야 그럼 진짜 실력으로 이긴거임?]
[오반데]
"왜요, 왜 그래요. 도대체 뭐 하는 분이시길래…."
"이 분은 사실, 며칠 전 제가 개최한 미드빵 대회에서 우승한 우승자 분이신데요, 이 분의 티어는 출전 당시, 다이아 2였습니다."
"에이, 말도 안 돼."
"그렇죠? 말도 안 되죠!?"
"예. 이거 절대, 다2실력 아니에요. 제가 보장합니다. 최소한 챌린저급 실력입니다. 이 분이 정말로 다2라도 이 폼이라면 조만간 챌린저에 가실 겁니다."
"여러분, 들으셨죠? 곽희영 씨의 의견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강해설가 공인은 반칙이지;]
[치트키 쓰네]
"강 해설가 님, 사실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뭐죠?"
"사실… 이 분은 '남성'분이십니다."
"에엥? 아니, 정말요!?"
"예. 덕분에 제가 조작 의혹을 받아 버렸습니다."
"조작이요? 무슨 조작이요?"
"제가 대회를 조작한 게 아니냐는… 그도 그럴게, 다이아2인데다가 남성이신 분이 챌린저 700점을 이기고 우승했으니까."
"아아아, 그러게요.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네요. 저도 솔직히, 이 분이 남성분이신 데다가 다이아2인줄 알고 봤으면… 편견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 레오레에 챌린저 이상 급의 실력을 가진 남성 실력자 분들은 정~말로 희소하니까요."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강 해설가 님?"
"넵."
"이 결승전에 대해 한 마디 해주시겠습니까? 어떻게, 정말로 쟈드가 고의로 져 준 것 같나요?"
"음… 솔직히, 챌린저 정도 되는 분이 고의로 져 줄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초반에 티 나는 플레이를 하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래서 제가 보기엔,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죠?"
"그, 이 쟈드 님은 현장에서 직접 저 치퀸님을 봬서 저 분이 다이아2인데다가 남성분이신 걸 알았을 거 아니에요?"
"그렇죠."
"그래서, 방심했거나 아니면 뭐, 남성 분 상대니까 핸디캡을 주신 것 같아요. 그런데 해보니까 아차! 싶은 거죠. 뒤늦게 열심히 해보았지만…."
"해보았지만?"
"안 되는 거죠. 솔직히, 치킨퀸님 플레이 보니까, 쟈드 님이 처음부터 제대로 해도 이길 수 있었을지… 의문이네요. 예. 그 정도로 이 치킨퀸님의 실력은 엄청납니다."
[와 ㄷㄷ]
[그정도야?]
[아니 남자가 챌700점 보다 잘한다고?]
[에반데 ㄷㄷ]
"아, 그러면 마지막으로 강 해설가 님?"
"넵."
"이 결승 경기로 인해 혼란스러우신 분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음… 제가 확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 치킨퀸님은 조작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우승이 가능하셨을 분입니다. 그러니 이 분의 실력에 대한 부분은-"
믿으셔도 됩니다.
공신력 있는 유명 해설가가 최재훈의 실력을 보장했다.
모든 의혹의 시발점인 '챌린저700점인 곽희영을, 다이아2인 데다가 남자인 최재훈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을, 완전히 해소시켜주는 일이었다.
이 발언이 해명 방송에 몰린 시청자 수만 명에게 퍼졌다.
다음은 해명 방송을 편집해서 올린 미튜브 영상을 시청한 수십만 명에게 퍼졌다.
그렇게 모든 아메리카TV 커뮤니티에 퍼졌다.
조작 논란은 잘 마무리 되는 듯했다.
그러나 다음날.
또다른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남자가 어떻게 레오레를 그리 잘함?]
[다른 여자가 한 플레이를 저 남자가 한 거라고 뻥친 거 아님?]
의혹을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남자가 레오레를 저렇게 잘할 리가 없다.
그러니, 남자의 플레이라고 언급된 것들은 사실 다른 여자들이 대신 플레이해 준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리도 억지스러운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느냐?
바로 대회의 촬영 방식 때문이었다.
방송 촬영 장비와 기술의 부족으로,
준결승까지의 예선전은, 방민아의 야외 방송 장비로 촬영이 진행되었고, 준결승과 결승은 방민아의 자리에 앉은 화면과 웹캠으로 촬영이 진행되었다.
방민아는 곽희영을 띄워주기 위해 준결승전과 결승전 둘 다 곽희영을 자신의 자리에 앉혔었다.
때문에 최재훈이 '치킨퀸치퀸'을 플레이하고 있는 모습이 한 번에 담긴 장면이 없었고, 그런 의혹이 제기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 최재훈이 직접 그 플레이를 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증인만 200명 가까이다.
방민아는 즉시 참가자들을 수소문해 증언을 부탁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돈 줬네 ㅇㅇ]
[나 대회참가잔데~ 다른 여자가 대신 해 준 거 맞다~]
그렇게 정리된 의혹은 이러했다.
방민아가 최재훈을 BJ로 밀어주려고 대리 플레이로 게임 잘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준 거다.
"그분을 BJ로 밀어주려고 대리 플레이로 게임 잘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줬다고요? 진심입니까? 방송 켜면 바로 들통 날 일 아닙니까! 생각을 좀 해보십쇼!"
지극히 합당한 방민아의 말을, 그들은 들어주지 않았다.
납득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도 그것에 집중하지 않고, 어떻게든 의심할 거리를 찾아내어 그것에 집중하는, 그들은 말이다.
방민아는 비로소 깨달았다.
애초부터 그들이 원한 건 진실이 아니었다.
그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자신의 파멸이었다.
어째서?
간단하다.
즐거우니까.
동경과 선망을 한 몸에 받으며 거액을 벌어들이는, 성공한 인터넷 방송인으로서의 삶.
그 삶에 열등감, 질투, 시기를 느끼는 사람은 많았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성공한 인터넷 방송인 방민아가 몰락하여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둘도 없는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그들과는 약간 다른 목적으로, 방민아의 파멸을 간절히 원하는 이가 있었다.
대회가 끝난지 3일 째 되는 날이었다.
"언니, 한예지 그 미친년 미튜브 보셨어요!?"
한예지.
방민아와 방송 플랫폼, 방송 컨텐츠, 방송 컨셉, 방송 시간을 공유하는 방송인이었다.
한마디로 방민아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악연 관계에 있는 그녀의 미튜브에 새로 영상이 올라왔다.
[대회조작으로 팬들 기만하는 골든달러 소속 베스트BJ, 실화입니까?]
영상 속 한예지는, 방민아가 어제 올린 해명영상을 틀어놓은 채 말하고 있었다.
"이게 다 남자가 한 플레이라고요?"
"남자가 이 프로 수준의 플레이들을 했다고요?"
"말이 됩니까?"
"제가 챌린저 이상 남자 유저들은 다 아는데, 이런 플레이 할 수 있는 사람 없습니다. 심지어 여자 중에서도 이런 플레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문데-"
"제 모든 걸 걸고 확신합니다!"
"불가능합니다!"
"BJ허니뱅 님이 이 남성분과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적어도! 이것만큼은 말해야겠습니다."
"남자 한 명을 위해 무수히 많은 시청자 분들, 팬 분들, 구독자 분들 기만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같은 아메리카TV 베스트BJ로서, 인터넷 방송인으로서! 동료로서!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쯤 하시죠."
방민아의 하위 호환 방송인이라는 소리를 듣는 입장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그녀의 몰락을 간절하게 원하는 한예지.
19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그녀의 미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 기름이 되어 부어졌다.
아메리카TV 커뮤니티 전부에 자신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었다.
개인 방송국에 도배되는 욕설.
속출하는 구독 취소자들.
그리고-
"상황이 계속 이렇게 진행되면 계약 위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계약에 대한 위약금은 물론이며 현재 방민아 씨가 담당 중인 스폰서와 홍보 계약에 대한 위약금 전부-"
소속 MCN인 골든달러 측의 경고.
수년에 걸쳐 이룩한 자신의 커리어가 실시간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흐흐흐… 시발... 으아아악!!!!!!"
방민아는 반쯤 미쳐서 해결책을 강구했다.
"최재훈."
그렇게 내린 결론.
최재훈.
그를 찾아야한다.
그가 직접 나서서 이 상황을 해결해 주는 것 외에 다른 방도는 없었다.
"어떻게 찾지?"
그녀는 일단 레오레를 켜서 최재훈의 닉네임인 '치킨퀸치퀸'에게 친구추가를 걸었다.
다음은 미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PC방 대회 우승자 치킨퀸님 이거 보시면 해당 메일로 바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다음은-
없었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게 전부였다.
방민아는 엄습하는 무력감과 초조함에서 도망치기라도 하듯 이메일함을 확인했다.
영상을 올린 게 방금인데 벌써 연락이 왔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메일함에서 새로고침이라도 눌러야 안정이 될 것-
"어?"
같았던 그녀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대회 이후, 경황이 없어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이메일함에 쌓여 있는 메일 중 하나.
[제목 : 안녕하세요 저 피시방 대회 우승자 최재훈입니다]
"돼, 돼, 됐다. 찾았다!!! 찾았다!!!!"
방민아가 간절한 심정으로 지금 막 찾기 시작한 게 놀랍게도 어제 이미 그녀의 주머니 안에 들어와 있었다.
[상의가 필요하다면 라톡 아이디를 적어 놓을 테니, 여기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방민아는 기재된 라톡으로 즉시 톡을 보냈다.
"왜 안 읽어…."
달달달달달.
다리가 격렬하게 떨렸다.
당장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표정으로 최재훈의 답을 기다린다.
"어!?"
그러다가 마침내, 최재훈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아, 네. 여보세요?"
핸드폰으로부터 들려오는 최재훈의 목소리에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녀는 속사포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최재훈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힘드셨겠네."
얼마만인가.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게.
자신을 이해해 주고 위로해 주는 게.
"아, 네. 그러죠. 만나서 이야기하죠."
거기에 전적으로 협력해 주는, 최재훈의 태도에 하마터면 또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어디서 만나실까요?"
"제가 댁에 찾아뵙겠습니다."
즉시 준비하고 차에 올라타 최재훈의 집으로 향하는, 그녀의 표정은 실로 형용 못할 감정으로 젖어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도착지인 빌라 앞에, 최재훈이 서 있었다.
차에서 내린 방민아를 보자 최재훈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에? 왜… 아…."
지금 방민아의 모습이, 그가 알고 있던 모습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고양이- 아니, 호랑이상의 자신감 넘치는 화려한 미녀의 모습은 거기에 없었다.
무너지기 직전의 위태롭고도 초라한, 비에 젖어 벌벌 떨고 있는 고양이 같은 여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본 방민아의 눈이 폭포처럼 눈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눈가의 표정은 그대로인데 말이다.
마치 눈물샘이 고장 난 듯 했다.
입은 무언가를 참듯 앙 다물어져 있었다.
최재훈은 조심스럽게 다가와서는 그녀의 팔을 두드려주며 말했다.
"다 잘 해결될 거예요. 제가, 잘 해결해 줄게요. 그러니까, 알았죠?"
그가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흑흑흑, 고, 고맙습니다…."
지난 며칠간 쌓인 감정이 마침내 터져 버렸다.
방민아가 흐느껴 울자 최재훈이 조심스럽게 팔을 벌렸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가자, 최재훈이 그녀를 안고 등을 토닥여주기 시작했다.
"하… 나란 새끼…."
"네?"
"게임을 왜 이렇게 잘 해 가지고…."
대리 의혹 해결했더니 이번엔 주작 의혹이다.
최재훈이 저도 모르게 내뱉은 진심 가득 느껴지는 신세한탄에 방민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흫흐흫흐흑흑흐흫흫."
그녀가 우는지 웃는지 모를 소릴 내기 시작했다.
"어."
"네?"
"면도기 빌려드려야겠네."
"어… 갑자기… 왜요…?"
"울다가 웃으면…."
"…미쳤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