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63화 (60/361)

063화. 주작을 잡아라 5

라온배 미드빵 대회가 끝난 직후.

대회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방민아는 곽희영을 띄워주기 위해 어느 정도 편파적인 진행을 하긴 했으나, 대회 자체는 공정하게 진행했다.

하물며, 조작 의혹이 제기된 건 다이아2인 최재훈이 챌린저 700점인 곽희영을 상대로 승리하고 대회를 우승한 부분이었다.

방민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부분 말이다.

곽희영을 우승시켜서 띄워준다는 당초 계획이 그로 인해 무산되었으니, 방민아 스스로 생각하실 자신은 오히려 피해자라 봐도 무방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대회에 제기된 조작 의혹에 깔끔하리만치 태연할 수 있었다.

대회 참가자들의 신상 보호를 위해 다시보기 자동 저장도 꺼놨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회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식을 것이고, 그에 따라 조작 의혹 또한 묻힐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다음날이 찾아왔다.

제목 : 니들 어제 허니뱅 미드빵대회 어케생각하냐?

내용 : 고작 동네 피시방 미드빵 대회에 챌린저가 둘이나 참가해서 준결승에서 만나고 때마침 다이아2인 '잘생긴'남자가 부전승으로 결승에 올라가서 챌린저 이긴 챌린저 이기고 우승한다

그것도 쟈드 들고 오리안나 상대로 cs100개 될 때 까지 확인도 못해서

ㅋㅋ 내가 써 놓고도 어이 없네

조작 수준이 뭔 초딩 수준이네

ㄴ : ㄹㅇㅋㅋㅋㅋ

ㄴ : 초딩) 학생 ^^... 나 초딩인데 우리 동년배들도 그렇겐 안 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전에 글 내려요 ^^

ㄴ : 어제 ^^ㅣ발 괜히봄 주작대회보느라 몇시간이나 날렸네

ㄴ : 니는 몇시간 낭비했지 난 이 주작충 새@끼 방송 몇달동안 봤는데

제목 : 어제 주작대회 결승에 대한 마스터 티어의 의견

내용: 먼저 마스터인거 인증한다

(사진)

일단 경기에서 눈 여겨볼 부분이-

3줄 요약.

1. 쟈드(챌린저)가 초반에 스킬 ㅈ대로 쓰는데, 질려고 작정한 게 아니면 말이 안 되는 플레이

2. 오리안나가 다2에 남자치곤 잘하는것 같긴 한데 상성상 우위인 쟈드를 고른 챌린저가 cs100개가 될 때까지 오리안나를 못 죽여서 진다? 불가능

3. 결론 = 주작

ㄴ : 마스터가 안 봐도 주작이긴 해 ㅋㅋ

ㄴ : 마스터는 무슨 ㅋㅋ 이건 브론즈인 내가 봐도 주작임

ㄴ : 사람 티어가 어케 브론즈야 너야말로 조작하지마

ㄴ : 그러는 닌 어딘데 ㅄ아

ㄴ : 실버 ^^

ㄴ : 실버좌 ^^에서 자긍심 느껴지는거보소

ㄴ : 실풍당당 ㄷㄷ

제목 : 허니뱅 방송 2년차 열혈팬이다... 질문 안 받는다...

내용 : 하... 시발...

이 주작충 새끼한테 쏜 돈이 300만원이 넘어가는데...

환불 받을 방법 없냐?

ㄴ : 호구왔누 ㅋㅋ

ㄴ : 그러게 누가 주작충 새끼한테 돈 쏘래? 꺼어어억

ㄴ 글쓴이 : 아니 주작충 새끼일지 알았겠냐고

ㄴ : 나 환불받는 방법암

ㄴ 글쓴이 : 오 어케받음?

ㄴ : 보증이란 게 있는데 이거 해주면 알려줌

ㄴ 글쓴이 : ^^ㅣ발년이

제목 : 허니뱅 이 새끼

내용 : 사실 챌린저도 조작해서 찍은거 아님? ㅋㅋ

대리받았다거나 어뷰징샀다거나 ㅋㅋ

사실 얘 존재 자체가 조작일지도 모름

우리가 아는 허니뱅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라면? ㄷㄷ

ㄴ : ㄷㄷ 우리가 사실 통속의 뇌가 아니라면?

ㄴ : 실제로 인생을 낭비해서 스스로를 조지고 있는 거라면?

ㄴ : 아니 근데 그건아님 얘 그래도 게임은 잘함

ㄴ : 아직도 대가리 안 꺠진 허니뱅 팬새끼 쉴드치러 허겁지겁 달려왔누?

ㄴ 글쓴이 : ㄹㅇ ㅋㅋ~~ 허니뱅 못 잃어~

제목 : 최재훈인가 먼가 그렇게 잘생겼냐?

내용 : 어제 방송 봐서 모르는데? 남자가 그렇게 잘생겼냐?

얼마나 잘생겼길래 허니뱅이 간이고 쓸개고 다 꺼내 바치냐

ㄴ : ㅈㄴ 잘생기긴 함 ㅋㅋ

ㄴ : 이름이 재훈이 ㅋㅋㅋㅋㅋㅋ

ㄴ : 다시보기 어디감?

ㄴ : 주작한거 들킬까봐 바로 삭제했누 ㅋㅋ

ㄴ 글슨이 : 재훈이 얼굴 스샷 있는사람?

ㄴ : 아무도 없더라 ㅅㅂ ㅋㅋ 개궁금함

제목 : 근데 얘 뭐하려고 조작하는 거임?

내용: 조작해서 뭐 얻으려고 ㅇㅇ?

ㄴ : 일단 상금 주기 싫어서 얘한테 몰빵해줬잖아 우승100만에 특별상 인기상 20만원 다 몰아줌 ㅋ

ㄴ 글쓴이 : 그래도 허니뱅이 클래스가 있지 겨우 120만원 주기 싫어서 주작을 해?

ㄴ : 잘보셈 ㅋㅋ 조만간 아메리카에 최재훈 BJ로 데뷔할 거니까 ㅋㅋ

ㄴ : [허니뱅 미드빵 대회에서 우승한 남자 고수] 이딴식으로 어그로끌듯 ㅋㅋ

ㄴ 글쓴이 : 아 걔 밀어주려고 조작 대회 기획한 거임?

ㄴ : 그렇다는게 학계 정설

제목 : 허니뱅 개 ㅈ 됐네 ㅋㅋ

내용 : 이 새끼 아메리카TV쪽 MCN 골든달러랑 계약된 상태 아니냐?

ㄴ : 맞음

ㄴ : MCN이 뭐임?

ㄴ 글쓴이 : 인터넷 방송인+미튜버들 소속사 같은 거임

ㄴ : ㅇㅎ 근데 그게 왜?

ㄴ : 방민아 이 새끼 계약할떄 리치TV랑 아메리카TV사이에서 간 보면서 계약조건 개 빡쎄게 따냈잖아 ㅋㅋ 그래서 아메리카TV에서도 벼르고 있는데, 이 ㅈㄹ을 해 버렸으니

ㄴ : 그럼 어케대는 건데?

ㄴ 글쓴이 : 어케 되긴 ㅋㅋ

ㄴ 글쓴이 : 계약금 다 털리고 위약금까지 지불하고 아메리카TV에서 매장당하겠지 ㅋㅋ 아니 인터넷 방송계에서 매장당할듯 ㅋㅋ

꺼질 줄 알았던 미비한 불씨가 화마가 되어 방민아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 * *

"시발…."

커뮤니티를 확인한 방민아가 미간을 문질렀다.

그녀의 예상과 달리, 조작 의혹이 위협이 될 정도로 커져 버렸다.

방민아가 머지않아 아메키라 BJ로 데뷔할 잘생긴 남자를 띄워주기 위해 대회를 조작했다.

의혹을 정리하자면 그러했다.

순수 실력파 방송으로 지금의 입지를 구축한 그녀의 이미지에 지대한 타격을 입히는 의혹이었다.

"왜 이렇게 되는 거야… 으, 쓰레기 같은 새끼들 진짜…."

지금이라도 당장 해명 방송과 영상을 통해 의혹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곽희영과의 통화였다.

시청자들은 남자인 데다가 다이아2인 최재훈이 챌린저 700점인 곽희영을 상대로 승리한 부분에 의문을 느껴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고로, 조작 의혹을 종식시키려면 그 의문을 해소시켜 주면 되는 일이다.

남자인데다가 다이아2인 최재훈이 챌린저 700점은 곽희영을 상대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지.

방민아가 곽희영과 통화를 해야 하는 이유였다.

그도 그럴게-

'이 병신 새끼, 진짜 왜 쳐 진 거지?'

방민아도 몰랐으니까.

챌린저 700점인데다가 여자인 곽희영이, 다이아2인데다가 남자인 최재훈에게 패배할 수 있는 경우.

방민아가 생각해도, 곽희영이 고의로 져줬다는 경우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예 언니."

곽희영의 목소리가 어두웠다.

그러나 그 어두운 정도로 보아, 어제 결승에서 패배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현재 사태는 아직 모르는 듯 했다.

"시발."

방민아가 저도 모르게 말했다.

"예…?"

"야."

"예, 네, 언니."

"니 지금 커뮤니티 상태 어떤지 봤냐?"

"…아뇨."

불길한 낌새를 느꼈는지, 그제야 충분할 만큼 어두워진 곽희영의 목소리였다.

"지금 애새끼들 말 들어보면- 아니지."

길게 말해 봐야 뭐 하나.

방민아는 아까 자신이 봤었던 글들의 링크를 보냈다.

"미친 새끼들…."

그러자 잠시 뒤, 곽희영이 진심으로 분개해서 말했다.

"하."

그러자 방민아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사태의 원흉이 저렇게 말하니 어이가 없었다.

대회 결승에서 남자 아마추어 복서한테 진 여자 프로 복서가 대회에 제기된 조작 의혹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걸 본 감독의 기분이랄까.

아니면 자기가 싸질러 놓은 똥 냄새 고약하다고 놀리는 사람들한테 정색하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랄까.

뭐가 됐건, 지금의 방민아로선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야, 곽희영."

그녀는 따지듯이 불렀다.

"네 언니…."

"니-"

할 말이 많았다.

그렇다고 그걸 다 말하자면 밑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직설적으로 말한다.

"왜 졌냐?"

"…처음에 봐준 게 큰 것 같습니다."

"봐줬다고? 그래, 사람들도 그러더라. 내가 봐도 그렇고. 니 새끼 처음에, 질려고 환장한 새끼처럼 게임하던데. 그거 역시 일부러 봐준 거였네?"

"…죄송합니다."

"왜 봐줬어?"

"다이아 2인데다가 남자라서 적당히 봐주면서 갖고 놀라고 했습니다…."

"적당히 봐주면서 갖고 놀아? 시발."

큭큭큭큭.

참지 못한 터져 나오는 방민아의 웃음소리는 앞서 말한 욕지거리보다 사납게 들렸다.

"야, 곽희영."

"네, 언니."

"니가 제발 기회 달라며."

"…."

"뭐야, 답이 없네. 아~ 내가 착각한 건가? 내가 병~신 새끼라서, 니가 부탁하지도 않은 걸로 혼자 개지랄을 한 건가? 이거 어떻게? 개병~신 방민아 새끼가 곽희영 님을 귀찮게 해 버렸네? 어떻게? 내가 사과라도 드려야 되나?"

"죄송합니다… 제가 분명 그랬습니다. 언니께 기회 달라고…."

곽희영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치? 그렇지? 내가 착각한 거 아니지? 내가 개 씹 빡대가리 새끼라서 있지도 않는 일 가지고 혼자 지랄한 거 아니지?"

"…맞습니다."

"그러면 니가 절대로 실망 안 시키겠다고도 한 것 같은데, 이것도 맞겠네?

"맞습니다…."

"근데 시발 뭐? 적당히 봐주면서 갖고 놀라고 했어? 니 시발 생각이 있는 새끼야 없는 새끼야."

"죄송합니다."

"이 일이 우습냐?"

"아닙니다…."

"그럼 내가 우습냐? 아, 둘 단가?"

"아닙-"

쾅!

방민아가 책상을 내리쳐서 난 굉음이 곽희영의 말을 끊었다.

치익.

치익.

방민아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집 안이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스읍-

"하…."

한숨과 함께 토해낸 담배연기가 흩어지는 걸 신경질적으로 지켜본다.

"야."

"네, 언니."

"그래, 봐준 건 그럴 수 있다 쳐. 그런데, 야. 어떻게, 챌린저 새끼가 다이아2, 그것도 남자한테 질 수가 있냐?"

초반에 좀 봐준다 해서 메꿔질 격차가 아니었다.

여자 챌린저와, 남자 다이아2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는 말이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메꿀 수 없는 격차였다.

그런데 어떻게 다이아2가 그 격차를 메꾸고 챌린저를 이길 수 있었는가.

방민아는 자신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의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에게 물었다.

잠깐의 주저 끝에 곽희영이 답했다.

"나, 잘해요…."

잠긴 목소리로 뭐라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뭐? 야, 시발. 니 지금 우냐?"

"아, 아닙니다. 지금 너무 죄송하고 면목이 없어서…."

"그래 시발. 뭐가 억울하다고 쳐 울겠어. 니 지금 울기만 해 봐라. 내가 당장 찾아가서 눈물 닦아줄 거니까."

로맨틱한 대사가 더는 없을 정도로 공포스럽게 들렸다.

"그래서, 뭐? 잘한다고? 뭐가."

곽희영은 목소릴 가다듬고 말했다.

"어제 저도 왜 진지 모르겠어서 언니께 받은 녹화 영상 계속 돌려보면서 분석해 봤거든요?"

"어."

"그런데 이게… 뭐라고 해야 하지. 편견을? 안 갖고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뭔 편견."

"그, 걔가 남자인데다가 다이아2잖아요?"

"어."

"그거 신경 안 쓰고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뭘."

"얘 그냥-"

하…

곽희영이 한숨을 내쉰 뒤 말을 이었다.

"존나 잘하더라고요."

"…뭐?"

아까부터 분노가 절정을 찍은 상태에서 감정이 굳어 버린 방민아조차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니 말은, 그냥 실력 때문에 진 거라 이거지?"

다이아2인 남자에게 진 이유가 순수하게 실력 때문이라는 챌린저의 발언은.

"…예."

곽희영에서 목소리에서 수치심이 느껴졌다.

"야 새끼야, 처음엔 봐줘서 진 것 같다며."

"그것도 그건데… 솔직히, 처음에 안 봐줬어도 몰랐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했어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하.

체념이 느껴지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잇는다.

"그냥 제가 졌을 것 같아요. 그냥 얘, 존나 잘해요."

곽희영은 그렇게 말하곤 나지막하게 덧붙였다.

"시발…."

벽을 느낀 절망감이, 진심이 가득 묻어 나오는 말이었다.

"…끊는다."

"아, 예. 정말 죄-"

뚝.

전화를 끊은 방민아는 곧장 클라우드에 저장된 어제의 결승 경기 녹화분을 재생시켰다.

'다이아2에 남자라고 편견 안 갖고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얘 그냥 존나 잘해요.'

곽희영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

영상이 끝나자 한 번 더 재생시키고, 또 한 번 더 재생시켰다.

그렇게 총 세 번의 결승 게임 시청을 완료한 방민아는 홀린 듯 최재훈, '치킨퀸치퀸'의 다른 경기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익숙한 경기가 나왔다.

'다1 렉톤 VS 다2 판티온'

방민아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얘였어?"

그녀가 푹하고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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