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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게임을 잘함-61화 (58/361)

061화. 주작을 잡아라 3

최재훈과의 저녁 식사.

그녀는 약속이 잡힌 이후 줄곧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눈 앞에 닥치니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나랑 재훈 씨랑 대화가 통할까?

분위기가 어색하면 어떡하지?

그런 염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처음엔 어색했다.

"권지현 씨는 방송 켜면 보통 뭐하세요?"

"저요? 레오레 하죠 뭐."

그래도 이야기는 계속 오갔다.

이야기가 계속 오가고, 술도 계속 들어갔다.

"와, 벌써 마스터를 찍으셨다고요? 엊그제 대회 나갈 때만 해도 다이아2 아니셨어요?"

"에이 뭐, 마스터 정도야.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요."

"…그러면 다이아인 제가 뭐가 돼요."

"아."

그러다 어느 샌가부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게임밖에 모르는데 대화가 통할까?

그런 권지현의 우려는 기우였던 것이다.

그도 그럴게, 최재훈도 게임 밖에 모르는 남자였으니 말이다.

하물며, 최대 관심사 또한 레오레로 일치했다.

"크, 페이스. 나 죽어~ 그때 진짜 정신 나갔었는데."

"그렇죠. 근데, 재훈 씨 페이스 엄청 좋아하시는구나."

"레잘알이면 페이스 엄청 좋아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요? 전 별로던데."

"엥? 페이스가 별로라고요? 왜요?"

"요즘 폼 떨어져서 페이스보다 잘하는 선수들 많잖아요."

"아, 그렇긴 하죠."

"그죠?"

"…지현 씨 레알못이네."

"뭐라고요? 하, 어이없네~? 내가 남자한테 레알못 소리를 다 듣네~? 그러는 재훈 씨는 페독이네요~?"

"뭐라고요? 페독~? 하, 어이 없네~? 내가 여자한테 페독 소리를 다 듣네~?. 아니, 근데 사실이잖아요. 레오레 역사상 페이스보다 위대했던 선수가 있냐? 막상 따지고 보면 없잖아요."

"옛날에 최고였다고 지금도 최고인 건 아니죠."

"종합적으로 평가를 해야죠~"

둘은 살짝 풀린 혀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어가는 와중에도, 술은 계속해서 들어갔다.

그렇게 지금에 이르러.

둘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정도를 넘어,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정도를 넘어.

서로를 절친한 동성 친구처럼 대하고 있었다.

서로를 동성 친구 처럼 편한 이성 친구가 아닌, 동성 친구 그 자체로 느끼고 있었다.

최재훈이 대화를 나눠 본 바, 눈 앞의 '여자'는 정말로 남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권지현이 대화를 나눠 본 바, 눈 앞의 '남자'는 정말로 '여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둘은 더 이상 서로가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지현 씨."

"넹?"

"그러고 보니, 지현 씨는 나이가 어떡게 돼여?"

"저여? 올해로 스물다섯. 야비군 2년차."

"머? 스물다섯?"

"넹."

"어우 쒸, 행님이었네. 아니 근데 야비군 2년차?"

"대학도 안 다니고 해서, 나이 차자마자 갔다 왔져."

최재훈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머가 그렇게 웃겨요."

"아니, 갑자기 웃겨서여."

"머가."

"여자가 군대 간다는 거."

"아니 넘하네~? 군복무가 남자들한텐 웃긴 일이야?"

"아이, 웃기긴요. 개 주까튼 일이지. 나라 지켜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최재훈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보람을 느낍니다."

권지현 또한 고개를 숙였다.

"어?"

그때 최재훈이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이 되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나 군대 안 가도 되는 거네? 와 씨, 뭐야!? 시발, 세상에. 프로게이머 하느라 미룬 군대를, 이렇게 빠지게 되네~? 아니, 와. 이게 이렇게 된다 거?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이득 봤네. 개꿀띠. 너무 좋고. 너무 좋아!!!! 아아앍!!!!!"

최재훈이 괴성을 내지르자 주변 사람들이 쳐다본다.

"아니, 뭐 하는 거야 쪽팔리게."

"아니 생각해 바요. 슬슬 군대 가야하는데, 어? 갑자기 면제 판정을 받은 거야. 어? 안 신나고 배겨!?"

"아니, 댁 남자잖아요."

권지현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사람 진짜 보면 볼수록 이상한 사람이네. 남자가 군대를 왜 가. 프로게이머는 또 뭐고."

"저 프로게이머했었거든여."

"진짜?"

"진짜."

"무슨 게임?"

"레오레."

"레오레!?"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곧바로 하, 콧방귀를 뀐다.

"구라도 정도껏."

"구라 아닌디?"

"머, 그럼. 젠틀맨스 리그 같은 건가?"

"아, 먼 젠틀맨스 리그야, 젠틀맨스 리그는 씨. 맞짱 깔래!?"

"깔까!?"

"하, 씨. 얼굴 쬐맨해서 칠 데도 없네. 여자니까 바준다."

"하, 얼굴은 지가 더 쬐맨하고만. 남자니까 내가 바준다."

"어쨌든, 내가 뛰었던 데는 정식 리그. 2부 리그긴 한데."

"진짜?"

"진짜."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1부 리그가 아니라 2부라니까 왠지 묘한 신빙성을 느껴 버린다.

"아니 그럼, 내가 모를 수가 없는데? 어디 팀이었는데요?"

"NSC."

"뭐야, 그건. 처음 듣는데요?

"네버 스탑 챌린지라거, 중국 2부 리그에 있는 팀이라 모를 거예요."

"아, 그. 재훈 씨 프사에 있던 그 팀?"

"오, 네. 거기."

"아니 근데, 남자가 레오레 프로를 했었다고요? 재현 씨가 레오레를 그렇게 잘해요?"

"아~ 기가 맥히죠. 솔랭에서 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이름? 무슨 이름?"

"제가 일화를 하나 말해 줄게여."

"일화요?"

"어느날 어떤 TC1 선수 미튜브에서 영상을 봤는데, 그 영상에 제가 나온 거에여. 제가 적팀에 뙇! 하고 있는데, 그 선수가 날 보더니 뭐라고 했게여?"

"뭐라고 했는데여."

"'하, 씨. 한 판 이기고 잘랬는데 이 사람이 걸리네. 자긴 글렀다.' 크! 어! 제가 이 정도예요! 치킨킹치킹! 솔랭에서라면 이 다섯 글자만 보면 프로들도 그냥, 쫄아서 오줌부터 지리고 보는 거지!"

"치킨킹치킹?"

어디서 들어봤는데.

기억을 되짚자 곧바로 떠오른다.

"아니 그거, 골드 계정이잖아요. 아, 나 또 이 사람 입렐에 속을 뻔했네."

최재훈과 합방을 했던 날.

그가 챌린저랍시고 의기양양하게 저 '치킨킹치킹'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계정, 골드 계정을 뽐내던 모습이.

"아니 거, 그 계정 원래 챌린저 1위도 찍던 계정이었다니깐여?"

"챌린저 1위는 무슨, 골드1이겠죠. 아 좋다. 골드 1위까지는 인정해준다 내가. 골드에서 게임 제일 잘하는 남자 최재훈! 인정! 땅땅!"

"아~ 억울하네~? 아니 이거, 증거를 보여줄 수도 없고~?"

"증거를 보여줄 수가 왜 없어? 증거가 없으니까 그런 거 아니에여."

"아니, 증거는 있는데."

"있는데?"

"좀 멀리 있어요."

"아니 뭔 멀리야~ 멀리 있다고 못 보여주는 게 말이 대여?"

"엄~~~청 멀리 있어서 그래요."

"머 얼마나 멀리 있길래 그래."

"다른 세계."

"뭐라고요?"

"다른 세계에 있어서- 하, 씨부랄. 보여줄 수가 없네!? ~! 조까튼 남녀역전 세계 가트니."

"머라는 거야~"

"하…."

최재훈이 빈 술잔을 채우기 위해 술병을 기울였다.

술잔은 채워지지 않았다.

"다 마셨네."

"더 시킬까여?"

"어… 아니에여. 이 이상 마시면 내일 레오레 못할 듯."

"와, 진성 레창이네."

"마! 이 정돈 해야 마스터 찍는 거야. 배워라 이 다딱이 쉑."

"참나. 아니, 남자한테 그런 소리 들으니까 진짜 개빢치네~?"

"빢치면 어쩔 건데~?"

"어쩌긴. 내일 바로 마스터 찍는다."

"오올~ 그럼 난 그마 찍어야지."

"참나. 그래서 뭐, 어떡해요. 집에 갈까여?"

최재훈이 잠깐의 고민 뒤, 권지현을 보며 말했다.

"이대로 집에 가긴 아깝지."

"엉…?"

계산을 한 뒤, 앞장서서 어디론가 향하는 최재훈.

'설마…?'

권지현은 홀린 듯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도시의 밤엔 별이 뜨지 않지만 대신 네온사인이 있다.

번화가의 거리는 아침보다 밝았다.

또한 아침보다 시끌벅적했다.

그런 거리에서 최재훈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집에 돌아가듯 명쾌한 발걸음이었다.

긴장과 기대로 가슴을 졸이며 그 뒤를 따라나선 권지현은 머지않아 어떤 건물에 들어서게 됐다.

그리고 실망했다.

'그럼 그렇지.'라며.

권지현은 엘레베이터를 타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최재훈이 몇 층으로 향하는지.

최재훈을 따라서 어디에 도착할지.

며칠 전 권지현이 방문한 경험이 있는 건물이다.

방문 목적은, PC방에서 근무하는 최재훈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권지현이 목적지를 PC방이라 단정 짓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

그런데.

목적층에 도착한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권지현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예측이 틀려서 당황했을 때 튀어나올 법한 소리였다.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어둑한 조명 빛으로 밝혀진 장소였다.

PC방과 같다.

그러나 PC방은 아니었다.

'DVD방…?'

말 그대로 DVD, 영화를 보기 위한 장소.

그러나, DVD방에 영화 관람을 목적으로 마련된 어둡고 밀폐된 방들이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권지현으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실환가…?'

그리고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당황한 권지현과 달리 태연한 최재훈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말했다.

"머지, 달라졌네."

그러곤 카운터로 가서 말한다.

"저기여."

"네. 뭘 도와드릴까요."

멍하니 있던 남직원이 최재훈을 응대한다.

"결제기가 어디 갔는지 안 보이네. 선불로 한 시간씩 결제해 주세여."

"네…? 한, 시간이요?"

직원이 당황했다.

한 시간씩 결제해 주라니.

DVD방에는 어울리지 않는, 굳이 따지자면 바로 윗층에 있는 장소에나 어울리는 요청이었다.

그렇기에 직원은 자연스레 그런 판단을 내렸다.

"손님, 잘못 오신 것 같은데요?"

"네?"

취한 최재훈을 보고 쓰게 웃으며 말한다.

"혹시 PC방 찾으시는 거면, 여기에서 한층 더 올라가야 돼요."

최재훈이 눈을 두 번 꿈뻑인 뒤 말했다.

"아하.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어 실례했습니다."

그가 직원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권지현에게 말했다.

"위층이래여."

'그럼 그렇지.'

권지현은 실망했고, 실망하는 자기 자신에게 한 번 더 실망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신도 여잔데.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라며, 스스로를 과도하게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다시 한번 엘레베이터에 올라탔다.

띵-

"그렇지. 이거지. 머야, 두산이 십새끼 안 보이네? 아 맞다. 그쉑 주말 알바였지. 에이, 좀 부려먹을랬는데. 아깝다."

그렇게, 결국엔 PC방이었다.

틀릴 뻔한 예상이 결국엔 들어맞았다 해서 '내가 뭐랬어!'같은 생각 따윈 추호도 들지 않았다.

괜한 트러블 때문에, 당초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허탈함이 느껴질 뿐.

"지현 씨. 이렇게 만나서 롤 얘기 실컷 했는데 헤어지기 전에 듀오 한 판 조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또 피식피식 웃으며 말하는 최재훈의 모습을 보니 '뭐, 상관없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다가 커플룸에 자리를 잡고 나란히 앉게 되자 '이건 이것대로 좋은데.'라고 생각했다.

* * *

"어? 일반 게임으로 하시게요?"

내 초대를 받은 지현 씨가 말했다.

"네. 랭크 게임 하기엔 우리 둘 다 너무 취했으니까, 지금. 솔직히, 저는 취하던 말던 마딱이들 상대하는 거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행님은 다이아 현지인이시니까."

"아니 이 사람이, 뭐래는 거야. 진짜 어이없네~?"

"어이가 없어도 일리는 있다, 그죠?"

"하, 참나. 그럼 내기할래요?"

"내기? 뭔 내기요?"

"진짜 재훈 씨가 혼자 랭크게임 해서 마딱이들 박살낼 수 있는지."

"아, 안되는데."

"그쵸?"

"아니, 안 된다는 게 제가 이길 수밖에 없는 내기라서. 미안해 가지고."

"아니, 와~ 진짜. 그래서, 하겠다는 거죠 내기? 아니면 쫄으셨나?"

"하… 저는 분명 기회 드렸어요, 분명. 콜. 뭐 걸래요."

"재훈씨가 정하세요."

"뭐 그럼, PC방 비 내는 걸로."

그러자 피식 웃으며 야유를 보내온다.

"겨우? 에이, 쫄으신 거 맞네."

"아니, 그럼 뭐 걸자고요."

잠깐의 고민 뒤, 권지현 씨가 말했다.

"소원 한 개 들어주기, 그 정돈 해야지."

"하, 진짜 대책 없는 사람이네. 진짜, 진짜 그렇게 가요?"

"고."

"고!"

이윽고 랭크 게임이 시작됐고.

"아니, 거서 그러면 안 대지~"

권지현 씨가 사사건건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아니, 방금은 또 뭐 한 거야~ 킬각 나오잖아~"

가소롭고 귀여워서 피식 웃을 뿐, 아무런 대꾸도 않았다.

"오…."

그러자 권지현 씨가 저도 모르게 내뱉는 감탄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에헤~ 그건 아니지~"

하지만 얼마 안 있어 다시 또 들려오는 비난.

이건 트집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실수를 저질러서 나온 소리였다.

-머함?

-그러고 보니 쟤 대리 받은 애 아님?

-ㄹㅇ?

-ㅇㅇ 닉 보니까 대리받았다는 주작충 숫사자 같은데

-와 ㅋㅋ ㅈ댔네

팀원들 사이에서도 싫은 소리가 나온다.

대리니, 주작충이니, 숫사자니.

한 번 죽은 거 가지고 별의별 소리가 다 나온다.

어이가 없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만큼 방금 내 플레이는 끔찍했다.

역시, 술을 마시면 게임이 잘 안 되긴 한다.

그래도.

이번 걸로 정신이 번쩍하고 들었다.

'시발, 방금 그게 내 손이랑 대가리에서 나온 플레이라니.'

짝짝!

힘을 담아 양쪽 뺨을 두드리곤 본격적으로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게임의 화면, 게임의 소리 외엔 일절 신경을 끈다.

게임 속으로 빠져든다.

그렇게 얼마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팀 미드 누가 대리받앗댔음 ㅋㅋ 개잘하는데

-ㄹㅇ

-아니 나도 아메리카갤에서 들은거임 미드님 헛소리해서 죄송요-미드님 캐리 감사합니다

<승리>

"후."

화면에 창이 떠오름으로써 게임이 종료되고, 현실로 되돌려졌다.

"역시 힘드네."

그런 말이 절로 나온다.

술 기운이 들어간 집중력, 판단력, 시야, 컨트롤.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이겼음에도 게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팀원들이 말하길 캐리라니까.

"아니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경 쓰이네?

옐로우tv갤러리도 아니고 아메리카tv 갤러리에서 내가 대리 받은 주작충이라는 소리가 나왔다고?

'옐로우갤 애들이 가서 분탕질 친 거일 수도 있긴 한데….'

역시 신경 쓰인다.

집에 가자 마자 확인해 봐야겠다.

'응?'

그런데 지현 씨 왜 이렇게 조용하지?

"어?"

보니까, 지현씨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즈기여?"

아무런 응답도 없다.

"지현 씨~?"

마찬가지.

"지현 씨~"

팔을 붙들고 흔들어 본다.

"우으응~"

그러자 몸을 뒤척임으로써 말한다.

[나 권지현인데, 지금 잠들었고 깨어날 생각 없다.]

"…."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이 사람을 가만히 쳐다봤다.

하이 포니 테일 헤어스타일로 만들어진 풍성한 검은색 꼬리가 목덜미를 가릴 듯 말 듯하다.

술기운 때문인지 화장 덕분인지, 불그스레한 볼이 새하얀 피부 위로 도드라진다.

연한 핑크빛의 입술은 편안한 듯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고, 감은 눈은 마치 눈웃음을 짓는 듯 보였다.

그리고, 새근거리는 숨소리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에이 씨, 모르겠다."

지현 씨를 향해 팔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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