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8화. 정의구현 ON
[전체 채팅][주이] : 그만 발악하고 그냥 끝내자~
[전체 채팅][니덜리] : 어우 게임 아다리 안 맞아서 개힘들었네 ㅋㅋ
[전체 채팅][니덜리] : 숨컷아 뭐랬냐 ㅎㅎ 방플 안 해도 이긴다니까
[전체 채팅][주이] : ㄹㅇ ㅋㅋ
[전체 채팅][주이] : 좀 봐주니까 신나서 나대는거 커엽노 숨컷이
숨컷이 방플에 대해 정당한 보복으로 도발한 것을, '운 좋게 이긴 주제'라며 폄훼하고 피해 의식을 느끼고 있는 옐카와 레카였다.
둘은 승리에 확신을 느끼자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채팅으로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복수'를 완수했다며, 뻔뻔하게도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있던 와중이었다.
팀원인 케이슬린이 말했다
[케이슬린] : 님들 방플하셨잖아요;
[케이슬린] : 그것도 방플해서 오더까지 하놓고 지셨으면서;
[케이슬린] : 괜히 시비걸지 말고 그냥 조용히 이기죠
그 말대로, 옐카와 레카는 숨컷의 기세를 꺾기 위해 방플로 얻은 정보를 팀원들과 공유하는 걸 서슴지 않았다.
케이슬린의 발언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해서 지극히 정당한 지적이었다.
허나, 지금의 둘에겐 공연한 시비로 느껴졌다.
[니덜리] : ㅋㅋ 훈수두는거 개역겹네
[주이] : ㅋㅋ 니가 잘해서 이긴것같냐?
[주이] : 심해 새1끼가 꽁킬쳐먹고 캐리행세하네
[주이] : 개역하네 다마딱이새@끼
[니덜리] : ㄹㅇ ㅋㅋ
[니덜리] : 지는 깨끗한 척 하쥬?
다마딱이 새끼.
다이아와 마스터 티어를 비하하는 발언이었다.
케이슬린은 다이아였다.
같은 팀인 서포터인 냐미도 다이아였고, 탑인 쟉스도 마스터였다.
[냐미] : 님들도 다마딱이잖아요;
[쟉스] : 지들은 아닌것처럼 말하네 ㅋㅋ
둘이 반감을 가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니덜리] : 응^^ 부캐야 다마딱새기들아
[주이] : 응^^ 본캐 그마야
[케이슬린] : ㅋㅋ 둘다 그마인데 저쪽 미드 다이아 상대로 듀오로 방플하면서 진 거임 그러면?
[니덜리] : 응~ 그래도 그마야~
[주이] : 다딱이 새1끼 부들거리누 ㅋㅋ 꼬우면 니도 그마 찍던가~
[케이슬린] : ㅋㅋ 방플하고 어뷰징사고 이겨서 그마찍으면 좋냐?
[케이슬린] : 한심한 새@끼들
[케이슬린] : 그냥 지자
[케이슬린] : 니들 어뷰징 산 돈 날리게 해 줄게 ^^
케이슬린이 무방비하게 적군의 진영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며 전체채팅으로 말한다.
[전체 채팅][케이슬린] : 진짜 역겨워서 못봐주곘네 우리팀 듀오
[전체 채팅][케이슬린] : 방플하고 어뷰징사서 이겨놓고 입터는거 ㄹㅇ ㅋㅋ
[전체 채팅][케이슬린] : 저 그냥 게임 안 할게요 텔론님
[전체 채팅][케이슬린] : 얘네 둘 방플 맞아요
[전체 채팅][케이슬린] : 님 거 방플하면서 그걸로 오더하고 그랬음 ㅋ
[전체 채팅][케이슬린] : 얘가 님 위치 다 알려줌
[SYSTEM : 아군(텔론)이 적군(케이슬린)을 처치했습니다.]
케이슬린은 진심이었다.
케이슬린이 정말로 게임을 포기하려는 전조를 보여서 승리가 위태로워지자 둘은 본격적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레오레에서 가장 화나는 일이 뭘까.
바로 감정싸움을 한 상대에게 게임에서 패배하는 일이었다.
하물며, 그 상대방에게 승리를 확신하고 조롱까지 한 상태에서 역전 당한다?
단언컨대 레오레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굴욕적이고 분통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 처하는 것과, 자존심을 굽히고 케이슬린에게 사과하는 것.
저울질은 길지 않았다.
"시발 새끼."
"개깝치네 진짜."
둘은 그렇게 말하며 키보드를 두들겼다.
[니덜리] : ;; 케이슬린님 죄송해요
[주이] : 홧김에 말한 건데 그렇게 기분나빠하실줄 몰랐음 ㅈㅅ;
[주이] : 다른 다른 팀원분들한테도 피해가니까 그냥 해 주세요
[니덜리] : 이렇게 사과드림
그러자 다른 팀원분들이라고 언급 당한 둘이 말했다.
[냐미] : ㅋㅋ 가증스럽네
[냐미] : 우리는 왜 들먹여?
[쟉스] : ㄹㅇ ㅋㅋ
[쟉스] : 다마딱새! 끼들 위해주는 척하네
이후, 케이슬린이 둘의 호소에 답했다.
아니, 말했다.
전체채팅으로.
[전체 채팅][케이슬린] : ㅋㅋ
[전체 채팅][케이슬린] : 미드정글 저격 듀오
[전체 채팅][케이슬린] : 나랑 서폿이랑 탑 다마딱 심해새1끼라고 놀리더니 ㅋㅋ
[전체 채팅][케이슬린] : 내가 던져서 질 것 같으니까
[전체 채팅][케이슬린] : 그제서야 미안한척 사과 ㅋㅋ
[전체 채팅][케이슬린] : 승리에 환장해서 저격하고 방플하고 어뷰징 사는 새1끼들 답게
[전체 채팅][케이슬린] : 자존심도 쉽게 버리네
[전체 채팅][케이슬린] : 너무 비굴하고 치졸해서 이쯤되면 불쌍하다 ㅋㅋ
그 채팅에, 둘도 이성을 잃었다.
흥분해서 격해진 손놀림으로 타자를 두들긴다.
[전체 채팅][주이] : ㅋㅋ 케이슬린 던지네 리폿좀요
[전체 채팅][니덜리] : ㄹㅇ ㅋㅋ 그냥 지혼자 화나서 팀원한테 피해주네
'ㅋㅋ'가 들어간 채팅을 치는 둘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질 듯 시뻘갰고, 표정은 정색을 넘어서 독기마저 품고 있었다.
[전체 채팅][케이슬린] : ㅇㅇ 저 리폿하세요
[전체 채팅][냐미] : ㄴㄴ 케이슬린말고 주이랑 니덜리 리폿해주세요
[전체 채팅][쟉스] : ㅇㅇ 케이슬린님말고 저 둘 리폿해주세요 저희도 겜 안 할게요
자신들과 달리 냉정하게 대처하는 팀원들의 모습에, 둘의 분노는 마침내 임계점에 달했고.
그걸 폭발시키는 건 숨컷에겐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었다.
[전체 채팅][텔론] : ㅋㅋ
[전체 채팅][텔론] : ㅋㅋ~
[전체 채팅][텔론] : 다이아 상대로 그마듀오저격+방플+어뷰징 : 패배? ㅋㅋ
[전체 채팅][텔론] : ㅋㅋ
[전체 채팅][텔론] : ㅋㅋ~
[전체 채팅][텔론] : 굿~ ㅋㅋ
그 채팅이면 충분헀다.
"으아아악!!!!!!!!"
둘이 거의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쨍그랑!
쾅!
레카가 집어 던진 컵이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다.
옐카가 있는 힘껏 내려친 키보드의 자판이 튀어나와 사방에 흩뿌려졌다.
"아아아앍!!!!!!!!!!! 오롤로롤로로로로로로!!! 아아아앍!!!!!!!!"
방송에선 숨컷의 괴성이 들려왔다.
기쁨의 괴성이.
* * *
케이슬린과 냐미, 쟉스가 게임 포기를 선언했다.
그렇게 최수민의 승리가 확신됐다.
그런데도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다.
최수민이 채팅창을 쳐다봤다.
[저격듀오 추한거 보소 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케잇좌 정의구현 보소 ㄷㄷ]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숨컷의 얼굴 공개하기 위해 분투하던, 자신과 동류인 니덜리와 주이가 비난당하고 있었고, 케이슬린은 찬사를 받고 있었다.
이상하다.
원래라면 케이슬린을 향한 저 찬사들은 자신의 것이었어야 했는데-
[쓸레쉬 새끼도 만만찮게 추하지 ㅋㅋ]
[ㄹㅇ ㅋㅋ 분위기 못읽고 계속 쳐던져서 분위기 조지는거 보고 ㄹㅇ 찐이다싶더라]
자신을 지칭하는 쓸레쉬는 니덜리, 주이와 같이 비난의 대상이었다.
여기서 유쾌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진짜 찐, 찐다가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한 최수민은 울상이 되려는 걸 가까스로 참고, 억지로 웃으며 채팅을 쳤다.
[전체 채팅][쓸레쉬] : 아니 ㅋㅋ 케이슬린
[전체 채팅][쓸레쉬] : 기껏 키워줬더니 뭐하는 거임
[전체 채팅][쓸레쉬] : 아 자식농사 조졌네~
'이 드립, 좋았다.'
자기 딴에는 재밌겠다고 친 농담.
최수민은 시청자들의 방송을 기대하며 채팅창을 봤다.
[전체 채팅][애즈리얼] : 니네 부모님도 기껏 니 키워줬는데
[전체 채팅][애즈리얼] : 게임에서 어뷰징이나 처하고 있잖슴 ㅋㅋ
[전체 채팅][애즈리얼] : 모전여전이라고 ㅋㅋ
[전체 채팅][애즈리얼] : 자식농사 망치는 건 유전인가보네 ㅋㅋ
[올 ㅋㅋㅋ]
[애즈좌 ㅋㅋㅋㅋㅋㅋㅋㅋ]
[날카롭고 ㅋㅋㅋㅋㅋ]
[겜내내 얼마나 빡쳤을까 ㄷㄷ]
[ㄹㅇ ㅋㅋ 자식농사 망한 건 쓸레쉬 부모님이었고]
[쓸레쉬 찐새끼 쿨한척하는거 개역겹네]
[ㄹㅇ ㅋㅋ]
최수민의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경련했다.
[전체 채팅][쓸레쉬] : 노잼 ㅋㅋ
[전체 채팅][쓸레쉬] : 내가 좀 못했다고 패드립 치네 ㅋㅋ
[전체 채팅][쓸레쉬] : 게임에 목숨 검?
[전체 채팅][애즈리얼] : 게임에 목숨건 건 니잖아 ㅋㅋ
[전체 채팅][애즈리얼] : 어뷰징이 니 직업 아님? ㅋㅋ
[전체 채팅][애즈리얼] : 그걸로 번 돈으로 뭐하냐?
[전체 채팅][애즈리얼] : 부모님 용돈은 드렸냐?
[전체 채팅][애즈리얼] : 어뷰징해서 번 돈으로 부모님 용돈드리면 자랑스럽디? ㅋㅋ
[전체 채팅][쓸레쉬] : 어 어뷰징 아니야 ㅋㅋ
[전체 채팅][쓸레쉬] : 난 이판 져도 좋고 이겨도 좋아~
[전체 채팅][쓸레쉬] : 너만 점수 오르냐 나도 점수 오르는데 ㅋㅋ
최수민의 억지 웃음이 자연스럽게 무너져 내려, 마침내 울상이 되려 하던 찰나였다.
"쯧쯧쯧."
방송에서 숨컷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에 최수민의 심장이 덜컥 뛰었다.
그녀는 찔려서 방송의 채팅창에 말하기 시작했다
[ㅋㅋ 쓸레쉬가 방송 살려줄려 하는거]
[하꼬쉑 그냥 차버리네]
[불쌍하누 쓸레쉬]
스스로를 두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 스스로는 몰랐다.
지금 자신이 어떻게든 화나지 않는 척, 덤덤한 척.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쿨한 척'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상당히 화난 상태라는 것을.
상당히, 흥분한 상태라는 것을.
그런 상태인 그녀가 행동으로 옮긴 판단은 감정적이라 부를 만했다.
현명하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홀로 쓸레쉬를 두둔하면 그 결과는 뻔했다.
[쓸레쉬 왔누 ㅋㅋ]
[찐따쉑 뇌절좀 적당히 하지 그랬냐]
시청자들이 최수민을 알아보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숨컷이 말한다.
"오, 쓸레쉬!!! 이렇게 반가울 수가!!! 알아서 자진납세해 주다니! 감사합니다! 패작도 제대로 못하는 쓸레쉬! 컽!!!!!!!!!!"
그게 최수민이 듣는 숨컷의 마지막 목소리가 되었다.
(방송에서 강제 퇴장 당하셨습니다.)
최수민이 피식 웃는답시고 입꼬릴 올렸다.
그러나 3자가 보면 아무리 봐도 울상일 표정을 짓고, 그녀는 생각했다.
'병신 하꼬 새끼. 지 방송 누가 본다고. 강퇴해줘서 감사요~.'
그녀는 콧김을 씩씩거리며 옐로우TV 갤러리로 접속해 글을 썼다.
제목 : 숨컷 듀라한새끼 목소리 개ㅈ같네 ㅋㅋ
내용 : 면상 안 봐도 개빻았을듯 ㅋㅋ
저딴거 좋다고 보는 찐따새끼들 불쌍하누 ㅋㅋ
곧바로 댓글 알람이 표시되었다.
그녀는 화색을 띠고 댓글을 확인했다
ㄴ : 쓸레쉬 새끼 여기서 뭐하누 ㅋㅋ~
ㄴ : 추하다 쓸레쉬야 ㅋㅋ
ㄴ : 강퇴당하고 여기로 이민왔네 ㅠㅠ
쾅!
최수민의 키보드 버튼이 팝콘처럼 튀어올랐다.
* * *
쩌저적.
적군의 넥서스에 금이 가고 이윽고-
펑!
폭발했다.
그리고 떠오르는 창 하나.
<승리>
짝짝짝짝짝.
뭔가에 조종당하듯 팔이 자동으로 움직여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뭔가.
뭐라도 말해서 지금 내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아 버린 것이다.
지금, 무슨 말을 해도 내 심경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노래의 힘을 빌려야 할 순간이었다.
나는 이미 미튜브에 그 곡을 검색하고 있었다.
전설적인 고전 락밴드 퀴- 아니, 킹의 노래.
미래영겁 잊혀지지 않을 불후의 명곡.
You Are The Champion
"이 곡을, 우리 저격 친구들에게 바칩니다."
비장한 전주가 흘러나오고, 미려하나 힘으로 가득 찬 보컬의 노래가 시작된다.
이윽고 곡의 분위기가 절정에 달하고, 폭발하듯이 치고 나가는 보컬을 따라 나는 열창하기 시작햇다.
"유~~~ 아더 루저~~~ 뻐킹뻐커~~~~"
무아지경으로 열창한 곡이 끝나려 하는 순간, 나는 외쳤다.
"자 지금입니다! 미션금 쏴 주세요!"
캠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씨요오응.
"어?"
컴퓨터가 꺼졌다.
다운됐다.
…
"뭐여, 시발."
…
고화질 방송 송출, 레전드 오브 레전드, 유튜브 고화질 영상 시청.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소화하기에, 내 컴푸타/는 너무나도 나약했던 것이다.
"아니, 시발…."
…
"안돼에에엑!!!!!! 제발!!!!!"
방송 송출용 컴퓨터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며, 2일차 방송을 성황리에 마쳤다.
"수금 아직 못했는데에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