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49화 (46/361)

049화. LIVE-OFF

편견과 광기에 지배된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

줄여서 미친 새끼들.

이 미친 새끼들에게 내가 대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캠의 도움 없이 증명하는 건 불가능이라 판단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내일이라도 당장 해명할 수 있도록 곧장 캠을 구매하기로 했다.

"하…."

다음달 생활비를 고려하면 지금 내 여윳돈은 10만 원.

캠 가격은 십팔만 원.

여윳돈에서 8만 원이나 초과하는 결제액을 보니 다시 또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에이 씨, 몰라."

8만원 부족하다고 뒤지기야 하겠는가.

끽해봐야 치킨 네 번 참는 정도겠지.

[결제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니, 잠깐.

충동적으로 저지르긴 했는데 끽해봐야 치킨 네 번 참는 정도라니.

끽0해봐야가 아니라 무려잖아.

무려 치킨을 네 번이나 참아야 하는 거잖아.

"O.M.G!"

충동적인 행동이 불러온 끔찍한 결과에 손이 벌벌 떨렸다.

홧김에 일 벌려 인생 조져 말아먹은 사람의 심경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어."

그러고 보니, 후원받은 돈이 있었지 참.

"오우, 야."

후원 프로그램인 도네이션에서 집계된 후원액을 확인하곤 나도 모르게 말했다.

5억 천만 원이 모여 있었다.

그러니까, 51, 000원.

내가 방송을 두 시간 정도 했으니 시급 약 25, 500원 꼴이다.

하루 100시간 꽉 채워서, 한 달에 200일 일하면 월급이 5억에 달하는 것이다.

'이거, 혹시….'

원래는 캠을 산 뒤,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했다.

PC방 그만둬서 생계비를 책임질 고정 수입이 사라졌으니.

하지만 지금 이 후원액을 보고 가능성을 느꼈다.

전업 방송의 가능성.

물론, 이게 후원이 특별할 정도로 잘 터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내일 후원 수익이 0원일 수도 있고, 내일 모래 또 0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일 6만 원이 되고, 내일 모래 1, 000만 원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닌가.

'대서기관 딱대.'

오늘 대리 의혹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방송 분위기는 충분히 좋았다.

아니지, 대리 의혹이 있는 와중에도 방송 분위기는 좋았다.

꾸준히 시청자도 늘어나고 있었다.

여동생 욕은 참아도 게임 실력 욕은 못 참는 어떤 병신 겜창 새끼가, 게임 실력 인정 못 받는 상황을 참지 못하고 탈주해서 그렇지.

내일 캠을 켜면 해결될 문제다.

동시에 방송 분위기도 더더욱 좋아질 것이다.

"음…."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한 달 정도는 버틸 돈이 있으니, 한 달 정도는 방송에 집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좋아…."

느낌이 나쁘지 않다.

인터넷 방송.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면 이제-"

미튜브.

본격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다면 미튜브 채널도 신경 써야 한다.

알아본바, 인터넷 방송인들은 자신의 방송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걸 이용해 미튜브 채널을 키운다고 한다.

방송의 유명세로 미튜뷰를 홍보하고, 방송의 수익으로 편집자라는 고급 인력을 고용한다.

반대로 미튜브 채널을 이용해 인터넷 방송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엔 자력으로 미튜브 채널을 키울 수 있는 능력.

즉, 편집 능력이 있어야 한다.

편집 능력도, 편집자를 고용할 여유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정해져 있었다.

오늘 영상 녹화분을 통째로 미튜브에 업로드했다.

편집이라는 손길이 조금도 닿지 않은 2시간 분량의 영상.

다른 레오레 미튜버들이 올리는 영상은 십중팔구 편집이 된 영상이다.

내가 올린 것 같은 덩어리 영상에서 필요한 부분만 추려내 이어 붙여, 훨씬 간결하면서도 자극적이고 흥미로울 것이다.

비유하자면 내 영상은 손질이 안 되어 불필요한 부속물이 잔뜩 끼어 있는 고기.

다른 미튜버들의 영상은 완벽하게 손질된 걸로도 모자라 먹음직스럽게 플레이팅까지 된 고기 요리였다.

미튜브에 널린 게 그런 고기 요리들이었으니, 소비자들의 관심이 내 고기까지 미칠 확률은 제로에 수렴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올리는 것 보다, 아무거나 올리는 게 낫다고 했으니….'

미튜브 다음은 커뮤니티였다.

특정 커뮤니티를 통해 유입되었다는 채팅이 몇몇 있었다.

커뮤니티에서 내 방송의 반응이 어떤지 관심이 갔다.

'옐로우갤이랬지?'

옐로우갤.

나는 거기에 대해 모르면서도 알고 있었다.

내가 비씨 유저기 때문이다.

BCINSIDE.

일명 비씨는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걸로 유명했다.

그런 비씨는 '유동 닉네임'이라는 일회성 아이디 시스템으로 철저하게 보장되는 특유의 익명성.

그 익명성 뒤에 숨어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본능적으로 활동하는 이용자들.

그 이용자들이 만들어 내는 무법적인 분위기로도 유명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드립과 밈 등의 유행들, 그리고 나쁜 문화들.

그 대부분이 비씨로부터 비롯됐다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국내 인터넷 문화에서 비씨가 갖는 영향력은 엄청났다.

그러니 나 같이 컴퓨터를 끼고 사는 놈은 비씨의 영향을 안 받으래야 안 받을 수가 없었고,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비씨 유저가 되어 있었다.

갤은 갤러리의 약어로, 비씨에서 게시판을 이르는 말이었다.

옐로우갤이라 하면, 옐로우TV 게시판 정도가 되는 거다.

"여긴가."

비씨에 들어가서 익숙하게 갤러리 검색 기능을 켜서 찾았다.

옐로우TV 갤러리.

'여기가 시발 그렇게 악질이라던데.'

적잖게 위축되어서 옐로우갤에 들어가 숨컷, 내 방송 닉네임을 검색해 봤다.

"오."

내 방송이 시작된 기점으로 올라온 글들이 꽤 된다

그중 가장 먼저 올라온 글을 클릭해 봤다.

제목 : 신입 남PD 엄상희한테 허락맡는거 레전드네 ㅋㅋㅋ

내용 : 목소리 꼴리더라 ㅋㅋ

ㄴㄹㅇ ㅋㅋ

ㄴ어디서 허락 맡냐고 물어볼때 좀 꼴리긴 했다

"오…."

인터넷에서 내가 꼴린다는 소리를 보게 될 줄이야.

이거 기분이 참….

"거시기하네요…."

글 꼬라지 때문에 글쓴이를 이성이라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 거시기함은 더더욱 거시기해졌다.

뭐, 그래.

좋게좋게 생각하자, 시발.

꼴린다는 건 어쨌거나 매력이 있다는 소리 아닌가.

내 매력에 방송을 느꼈다 받아들이자.

다음 글은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제목 : 숨컷 남자가 레오레를 뭐 이렇게 잘하냐 ㅋㅋ

내용 : 와 시발 ㅋㅋ 다1에서 무슨 브실골 양학하듯 하네 내가 본 남자중에 제일 잘하는듯?

"그래 임마."

형이, 아니, 오빠가 레오레는 좀 하지.

내가 원하던 반응이 바로 이 글에 담겨 있었다.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리곤 곧바로 내려갔다.

ㄴ걔 대리잖아

ㄴ글쓴이 : ㅇ? 마지막에 직접 겜돌렸잖아

ㄴ옆에 대리해준 여친이 대신해준거임 ㅋㅋ

ㄴ글쓴이 : 아 ㅋㅋ 코런가

이런 3일 입고 존나 안 빤 팬티 같은 새낄 봤나.

왜 멀쩡한 애한테 나쁜 생각을 물들이는 거야.

그리고 너는 또 그걸 그냥 그런갑다 하고 받아들이냐.

"새끼, '여자'가 돼서 뚝심이 있어야지."

글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목소리 꼴린다.

-얼굴 어떨거 같냐.

성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이 60% 정도고, 게임 실력에 대한 관심이 40%정도였는데.

-남자치곤 게임 잘한다.

ㄴ대리다

ㄴ그러냐?

ㄴ그렇다

ㄴ유감이다

대리해준 애 겜 존나 잘한다

겜 대신해준 여친 존나 잘한다.

그 40%마저도 대부분 대리라는 키워드에 관통되는 것이었다.

"음…."

일단은-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아."

라고 생각했다.

반응의 종류가 어떻든 그 수가 꽤 된다는 점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더군다나 대리와 관련된 부분은 내일 바로 좋은 쪽으로 전환시킬 수 있으니까.

캠을 켜는 순간 대리라는 말은 더 이상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하게 될 테고, 저 40%의 관심은 내 실력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론 만족스러웠다.

(사실상)첫 방송의 결과로썬 말이다.

갤에서 나온 뒤, 방금 올렸던 미튜브 영상을 한 번 더 확인했다.

글들을 확인하는 중간중간에 확인했었고, 지금이 여섯 번 째다.

처음 본 조회수가 0이었다.

그리고 여섯 번째로 확인한 지금의 조회수-

0.

역시 0이었다.

"…."

아니.

'이거 좀….'

꼬운데요?

채널 첫 영상일뿐더러, 편집도 안 돼서 조잡하게 긴 영상이기에 별 기대는 안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아니.

하다못해-

-병신 ㅋㅋ 이딴걸 누가 봄

-재미는 없지만 게임은 잘하시네요 혹시 1군급 실력을 지녔지만 챔프폭이 딸려서 어쩔 수 없이 은퇴할 수밖에 없었던 전프로이신가요?

그런 댓글이라도 달릴 줄 알았는데.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닌 무관심이다.

뭐 그딴 개쌉소리가 다 있나 싶었는데, 정말이었군요.

0조회수.

너무 아파….

0댓글.

너무 아파….

"이런 씨부랄탱."

오기가 들었다.

다른건 몰라도 저 0이 변하는 건 봐야겠다 싶어,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바꿔 봤다.

이걸 이렇게 하고, 저걸 저렇게 싸바싸바해서….

"맙소사…."

그렇게 내 손에서 탄생한 마스터피스를 본 나는, 그만 눈물 콧몰 질질 싸며 공중제비를 돌고 말았다.

[전프로게이머 남대생이 방송하다 홧김에 웃통 벗고 게임 몇 판 하다 흥분해서 방종하는 영상]

어그로성 악성 제목 좀 짓는다는 기레기들도 바로 구배지례 조지고 스승으로 모실 정도의 제목이었다.

게다가 이 제목이 정말로 놀라운 점은 그 진실성에 있었다.

이 제목은 순수하게 사실만을 나열한 결과였다.

이건 이미 문학의 경지라 봐도 무방했다.

베토벤도 이걸 보기 위해 눈을 번쩍 뜰 것이다.

아 잠깐, 눈이 아니라 귀에 문제가 있는 친구였나.

'근데 작곡 어케했노 시발련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시간을 보낸 뒤, '이번에야 말로'라는 기분으로 다시 한번 조회수를 확인해 보았다.

13.

"오오…."

레오레에서 킬이 13이고 데스가 0이면 전적 사이트에서 KDA(킬과 어시스트를 더하고 데스로 나눈 값ㅎ)이 무한대로 표시되던데.

그렇다면 이 조회수도 무한 배로 늘어난 거라 볼 수 있지 않을까.

0에서 13이 되었으니 말이다.

댓글도 무한 배로 늘어나 있었다.

0개에서 무려 두 개.

"어디 보자-"

-보지마셈 다 봤는데 가슴 안나옴 낚시 ㅈ같네 신고했음

-옷 진짜 벗은거에요?

"헤헤. 병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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