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6화. PC방 대회 5
"치킨퀸치퀸! 아까 그 언니가 존나 잘한다던 그 판티!"
"오~"
"이 사람 아무래도 아까 거 뽀록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진짜, 개잘해."
[도대체 어떻길래 ㅋㅋ]
[개궁금하네 리플 ㄱㄱ]
[리플 가즈아]
'시발, 기껏 희영이한테 포커스 다 잡아 놨더니….'
채팅방의 관심을 독차지하던 대상이 챌린저, 그러니까 곽희영에서 판티온으로 바뀌어 있었다. 또다시 말이다.
[미드 케이슬린이면 장인상 각인가?]
[ㄹㅇ ㅋㅋ 어케이겼누 야발년아]
[다3을 미드 케잇으로 이긴거면 ㅇㅈ이지]
[주인장!!! 리플 시킨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 나와!!!]
[여기 주문 느리네]
지금이라도 이 흐름을 끊어야 했다.
"우리 참가자 분은 챔피언이 뭐였는데요?"
"저 아라요!"
"아, 아라. 아라면 이해가 되긴 해. 아라가 원래 케잉 같은 애한텐 좀 약하거든."
"아, 진짜?"
모른다.
미드 케이슬린 같은 걸 본 적이 있어야지.
그런데도 그렇게 말한다.
"내가 미드 케이슬린을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알아. 그렇게 특이한 것도 아니야 솔직히."
[특이한데?]
[개특이한데?]
[나 시발 레오레하면서 첨보는데?]
[나 털나고 첨 보는데]
[우리 90살 증조할머니 한테 여쭤봤더니 첨보신대 ㅇㅇ]
[그정도면 그냥 레오레를 처음 보시는거 아닐까]
[치매와서 손녀도 처음본다 할 수 있음 ㅋㅋ]
[어허ㅋㅋㅋ]
[미친년아니야 ㅋㅋ]
"아니~ 내가 봤다니까? 언니들, 저보다 레오레 잘 알아요?"
[아 ㅋㅋ;; 비겁하게 그걸하네]
[그님티 시전하네 ㅋㅋ]
[아니 그러면 우리가 할 말이 없지 ㅋㅋ]
"하여튼. 그렇게 됐으니까, 리플은 패스할게. 내가 마음에 안 들어. 어딜 신성한 미드 라인에 원딜 숟가락 따위가 기어 와서."
[ㅋㅋㅋ ㄹㅇ]
[ㅇㅈ ㅋㅋㅋ]
[숟가락이 머임?]
[원딜들 맨날 가만히 라인에서 서폿이랑 정글이랑 미드한테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떠먹여달라 하잖슴 ㅋㅋ 그거임]
[아 ㅅㅂ ㅋㅋ 개잘지었누]
"혹시 꼬운 사람 있으면 지금 손 들어. 내가 특별히 맞짱 떠 줄라니까."
그때, 우락부락한 손 하나가 좌석 사이로 솟아올랐다.
"언니, 제가 레오레는 좀 못해도 격투 게임은 하는데. 함 떠 주실랍니까? 근처에 아는 체육관 있는데 거기서 각서 쓰고 스파링으루다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는 실로 우렁차서, 여자가 어떤 덩치를 갖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했다.
"어… 그냥 상금 100만원 드릴까요?"
[엌ㅋㅋㅋㅋㅋㅋㅋㅋ]
[담당일찐 ON]
[팔뚝 실한거 보소 ㅋㅋ]
"큭큭, 자 어쨌든. 4차전, 진행하겠습니다."
* * *
"아니 너 뭔데 또 방송 타냐. 미드 케잇은 또 뭐고."
최재훈의 게임 플레이 대신 방송을 보던 최재은이 말했다.
"상대방 다3이라 널널할 것 같아서 장인상 노려볼랬지. 그 10만원 짜리. 아니 근데, 미드 케잇이 그렇게 특이한 것도 아니라고?"
불만으로 이루어진 의문.
그것이 담긴 표정으로 최재훈은 고갤 갸웃거렸다.
방금 방민아의 행동에서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다.
그렇게 불순한 의도를 느꼈다.
'…뭐, 별일 없겠지. 유명 스트리머라는 사람이 겨우 우승금 100만 원을 삥땅 치기야 하겠어?'
"아 근데 개아깝네. 진짜 궁극기로 개 멋지게 마무리 해서, 리플만 봤으면 장인상 백퍼 내 거였는데."
"허, 참내~ 다3이 널널하댄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지는 다4였으면서."
"넌 어떤데 다3 널널해?"
"다3 그냥 개 쳐 바르지."
"그럼 나도 개 쳐 바르는 거지. 나도 이제 다2니까."
"하… 어이없네. 솔직히 말해. 너 대리 받았지?"
"동상아, 그거 아니…?"
"뭐."
"지금 니 눈 앞에 있는 오빠는 원래 세계에서 게임을 겁~나게 잘 해 가지고, 프로팀에서 모셔 갔었던 남자라는 사실을."
"아, 또 그놈의 이세계 타령. 그거 진심으로 노잼이니까 그만좀 해."
"시룬뒝~?"
"에휴…."
"야. 근데, 오빠 진짜 이러다 우승하는 거 아니야?"
"참나."
최재은이 실소를 터뜨렸다.
"으이가 없네요 진짜, 으이가."
"왜 으이가 읎으세요, 우리 등상?"
"니가 생각이 너무 읎어서, 제 으이가 읎어져 브렸어요~"
"으빠가 왜 승극이 읎다고 승극흐니?"
"하… 재훈아… 이 누님이 아까 누구한테 졌는지 기억 안 나니?"
"누님이 개쳐발리신 건 똑똑히 기억합니다."
"챌린저야, 챌린저. 니가 챌린저 이기고 우승할 수 있으면 엊그제까지 다4였겠니?"
"아니 거 챌린저가 대수냐~ 오빠는 전 프론데. 어? 그리고 오빠도 원래 챌린저야~ 솔랭 1위 찍어본 적도 많아~"
"아!!! 개싫어! 그거 그만하라고 이 씹덕아!!!"
"그만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능. 사실인데 어쩌라는 거냐능."
"아이고, 이 불쌍한 애를 어쩌냐. 어떤 애니메이션을 본 건지 몰라도 맛탱이가 단단히 가 버렸네. 하. 그래도, 화이팅 하자. 재훈아. 우리 힘 내서 1등은 몰라도 3등까지는 노려 보자!"
"우리?'
"우리 한 팀이잖아 안 그래? 같은 피를 나눈 남매! 오빠만 믿고 있을게!"
급작스러운 태세 전환.
반짝거리는 눈.
최재훈은 이 사랑스러운 동생이, 무슨 개같으 수작을 부리려고 이런 사랑스러운 개소리를 하는 건지 몰골히 생각했다.
"그래 동생아. 오빠 응원해 줄 거지?"
"오브퀄스!"
"오빠가 존경스럽니?"
"아휴, 말이라고."
"그래. 고마워. 오빠도 우리 동상 사랑해."
"헤헤헤헤, 역겹당."
"그래도 상금은 안 나눠준다."
"아, 아!! ~ 싫어~"
"존경하는 오빠가 내린 결정이니 따르렴."
"아, 꺼져. 개싫어."
"어, 상대 들어왔다."
최재은이 의자를 바싹 갖다 붙였다.
이번엔 방송 대신 최재훈의 플레이를 구경할 생각이었다.
"아이고, 끝났네. 적 마스터냐, 무슨."
다이아2에서 2급만 올린다면 마스터 티어다.
그렇게 말하면 가까워 보이지만 다이아2와 1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보다 큰 게, 다이아1과 마스터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였다.
사실상 2급 차이가 아닌, 2티어 차이의 게임이었다.
최재은 안에서 최재훈의 패배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다.
"그렇지. 끝났지. 적 마스터가 끝났지. 우리 재은이가 존경하는 오빠 만났으니 저 마스터는 조조 된 거야 이제."
"어이없네~?"
"챔 뭐 고를까~? 우리 재은이가 원하는 거 보여줄게~?"
"그래? 그럼 케잇. 아까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네."
"아, 마스터라서 케잇은 안 될 것 같애."
"그런가? 그럼 아라. 너 아라 잘하잖아."
"아라?"
"어."
"오케이 아라~"
최재훈이 챔피언을 고른 뒤 선택을 눌렀다.
-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투쟁한다!
아라가 아닌 지에이스를 말이다.
"존나 왜 물어본 것이지?"
"재은아…."
"뭐요."
"오빠 인생에 더이상 아라는 없다… 아라는 죽었어. 더는 없어. 하지만 오빠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것도 아니야. 오빠 안에서 아라는 영원히 삭제된 거야."
"뭐라는 건지. 너 지에이스 할 줄은 알아?"
근거리 전투 방식을 채택하는 해머 형태와, 원거리 전투 방식을 채택하는 대포 형태.
두 가지 형태를 능숙하게 병용해야 효율을 다 이끌어 낼 수 있는 지에이스는 높은 조작 난이도로 악명이 자자했다.
"잘하진 않아."
"미친. 그런데 왜 골랐어?"
"그 잘하진 않는다는 게 오빠 기준에서나 그렇지. 마딱이들한텐 아니거등."
"뭐라는 거야? 재훈아? 컨셉질하다가 진짜 상금 날아가는 수가 있어? 우리 10만 원이라도 타 가야지?"
"또, 또 우리라 한다. 오빠 하는 거나 잘 봐."
최재은은 실로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펴졌다.
"오오오옹?"
밀리지 않는다.
최재은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최재훈의 지에이스가, 마스터인 적 팀 이렐리야에게 밀리지 않고 있다고.
다이아2인 최재훈이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 생각하고 감탄했다.
그때, 최재훈이 말했다.
"자, 봐바. 재은아. 쟤 저거 먹어서 6레벨 되는 순간 레벨 차이 난답시고 신나서 이거 타고 나한테 날아올 거거든?"
"어?"
"그 순간 뚝배기 깨져서 뒤지는 거야. 잘 봐."
최재훈의 말대로, '저거'를 먹고 6레벨이 된 이렐리야는 Q스킬을 사용하여 '이거'를 타고 지에이스에게 망설임 없이 돌진했다.
이렐리야는 핵심 스킬인 E 쌍검 설치를 맞추는 데 실패했으나, 망설이지 않고 궁극기를 비롯한 모든 스킬과 스펠을 쏟아 부었다.
지에이스의 레벨은 아직 5.
레오레에서 레벨의 우위는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그 절대적 우위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나려고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어어?"
때마침 지에이스도 레벨업을 하여 6레벨이 되었다.
그렇게 간발의 차로 5레벨 지에이스를 상대로 승리할 터였던 이렐리야는, 6레벨 지에이스에게 사망했다.
지에이스의 남은 HP는 단 30이었다.
-아, 시발!
먼 좌석에서 발생한 격한 감정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와, 레벨업 타이밍 봐, 미친. 너 이거 의도한 거야?"
"고롬~"
최재훈이 우쭐거리며 답하자 최재은은 얼굴에서 황급히 감탄의 기색을 거두었다.
"아까 판티 판도 그렇고, 오늘 뽀록 개쩌네 최재훈?"
"운이 계속되면 그걸 뭐라고 하는지 아니 덩상아?"
"니얼굴~"
"바로 실력이라고 한단다."
최재은이 입으로 방귀 소리를 내며 쌍중지를 치켜들었다.
최재훈이 혀를 차며 미소지었다.
"귀연놈."
그렇게 4차전이 끝났다.
방민아는 이번엔 아주 교묘하게 질문을 골랐다.
그렇게 곽희영을 부각시켰다.
다음 5차전에서 또한 마찬가지였다.
"와, 진짜 챌린저는 급이 다르긴 하네."
두 번에 걸쳐 챌린저의 리플레이를 본 최재은이 말했다.
"야 근데, 진짜 어떻게 여기까지 왔네."
"그러게."
5차전이 끝나고, 남은 참가자는 단 다섯.
최재훈은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자, 이렇게 최후의 5인이 남았는데요, 이번에도 어김 없이, 운 좋게도! 게임에 참가하지 못 한 사람은 부전 판정으로 두 라운드 위로 진출합니다."
[ㅁㅊ ㅋㅋ 부전승으로 결승진출]
[개꿀이고]
[재은좌 말대로 운빨좆망겜 그자체]
[진짜 이 운빨좆망겜 내가 아이언에서 탈출 못 할 떄 알아봤지 ㅇㅇ]
[와 아이언이 뭘 알아봤을까 ㄷㄷ 개궁금하네]
[아이언의 관점과 발상 ㄷㄷ궁금하다!]
승부는 금방 결정됐다.
6차전의 승리자, 준결승 진출자 두 명은 방민아의 말에 따라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섰다.
"자! 이렇게 준 결승 진출자 두 분을 모셨습니다! 먼저-"
방민아가 시선을 오른쪽으로 향하여 곽희영과 눈을 마주쳤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온 곽희영이고, 티어는 챌린저입니다."
"챌린저 티어면 아, 혹시!?"
"그 아까부터 운 좋게 계속 방송 탔던 챌린저가 접니다."
"이야!!! 이렇게 예쁜데 게임까지 잘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야?"
[아 ㅈ같네 ㅋㅋ]
[겜 잘하는데 잘생기기까지 하면 우린 어쩌라고 ㅋㅋ]
[우리는 무슨 낙으로 살라고~]
[내 유전자는 왜 이러누?]
[부모님 ㅋㅋ 이래도 저보고 효도하라고요?]
[불효녀 제조기 ㄷㄷ]
"아무래도 오늘 인기상이랑 1등상 이미 결정된 것 같은데, 안 그래요?"
방민아가 호들갑스렇게 곽희영을 추켜세우던 와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옆에 저 이긴 분도 챌린저에요!
"네?"
방민아가 당황하여 쳐다보자 또다른 진출자가 멋쩍게 웃었다.
"의정부 사는 허태희입니다. 챌린저고요."
…
뒤늦게 정신을 차린 방민아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챌린저가 한 명 더! 무려 챌린저전이 성립돼 버렸습니다!"
'시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와 ㄷㄷㄷ]
[미친건가]
[대한민국에 300명 있는 챌린저 중에 두 명이 여깄네 ㅋㅋ]
[PC방 대회인데 수준보소 ㅋㅋ]
-와 씨, 대박
-2챌린저 미쳤네
채팅창과 실내가 술렁이며, 방민아의 심경을 대변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대한민국에 300명 있는 챌린저 중 두 명이 여기에!? , 허태희 씨께선 점수가 어떻게 되시나요?"
"700점대 입니다."
'시발….'
곽희영이 600점 대였다.
지금까지 있었던 조그마한 차질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계획 자체가 무산이 될 수도 있는 아주 심각한 문제의 발생에 방민아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예정되어 있던 대회의 우승자가 바뀜으로써 희영이 받는 관심이 줄어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이게 진짜 결승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눈이 마주치자 곽희영은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발, 너만 믿는다.
방민아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곽희영을 믿는 것뿐이었다.
준결승전이 시작됐다.
실내의 분위기는 진중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와!"
""
평소 같았으면 별거 아니었을 자잘한 플레이에도 그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아!"
""
평소 같았으면 별거 아니었을 자잘한 플레이에도 그런 탄식이 나왔다.
마치 월드컵 시즌 한국 경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간의 아파트 같은 분위기였다.
환호.
그리고 탄식.
그 둘이 불규칙하게 수 차례 반복되었다.
그렇게 계속 반복되고 반복되다 마침내-
"""""""와!!!!!!!!!!"
"""""""""
폭발했다.
치열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접전 끝에-
"곽희영!!! 곽희영 선수의 승리입니다!"
방민아가 외쳤다.
실내와 채팅창이 열광의 도가니로 가득 찼다.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누군가가 채팅창에 그렇게 도배를 한 것을 시작으로-
"곽희영!"
"곽희영!"
"곽희영!"
채팅창과 실내에 그 이름 석 자가 연호되기 시작했다.
극도로 흥분한 방민아와 곽희영이 저들도 모르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결승전?
볼 것도 없었다.
이게 바로 결승전이었다.
'됐다!'
방민아는 이 쇼가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느꼈다.
계획이 이것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건-
"이 기세를 이어서! 바로 결승전 가겠습니다!!! 챌린저에게 승리한 챌린저, 챌린저 중의 챌린저! 도전자 중의 도전자 곽희영을 결승전에서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도전자! 나와주세요!"
무대의 막을 내리는 일뿐이었다.
괵희영이 마지막 남은 조연을 처리하고-
아니, 조연도 못 된다.
그저 무대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 놓여 있는 돌멩이를 차면 된다.
또 다른 도전자.
후드 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는 그녀가 걸어와서 방민아 앞에 섰다.
뒤돌아 자신에게 이목이 집중된 참가자들에세 얼굴을 보였다.
후드 모자를 벗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최후의 도전자는-
"남자?"
누군가 중얼거렸듯,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그것도-
"최재훈입니다."
잔뜩 달아올라 있던 장소의 분위기를 단번에 잡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시흥에서 우승하러 왔습니다."
엄청난 존재감의 매력을 지닌.
그가, 호승심 가득 담긴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