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화. PC방 대회 2
"오, 언니들! 대망의 첫 탈락자가 벌써 나왔습니다! 바로 인터뷰하러 가 보겠습니다."
[아니 벌써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드빵이 아니라 타임어택 하러 나왔나 ㄷㄷ]
[남들이 미드빵이라고 할 때 홀로 타임어택이라 할 수 있는 용기]
"안녕하세요! 어디 사는 누구고 레오레 티어는 어떻게 되는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하… 성남 사는 이지아입니다. 티어는 다이아 1이고요."
"아~ 성남! 1빠로 탈락하려고 참 멀리서도 오셨네요!"
[ㅋㅋㅋㅋㅋㅋ]
[출장식 패배 서비스 ㄷㄷ]
[장거리 출장 루저ㄷㄷ]
[어디든 달려가 져드립니다]
"아, 너무하십니다 언니."
"아, 알았어요 미안해."
방민하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지아의 팔을 두드렸다.
"그나저나 언니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이지아 언니, 무려 다이아 1이랍니다!"
[그래봤자 다딱이 아님?]
"시청자 언니 한 분이 '그래봤자 다딱이 아님?' 이러시는데, 맞습니다. 다딱이죠! 그런데 그건 챌린저인 저쯤이나 돼야 할 수 있는 소리고. 솔직히 언니들, 주변에 다이아 몇이나 있습니까?"
통계에 의하면 다이아몬드 티어는 레오레에서 상위 3%에 해당하는 티어였다.
주변에 롤 하는 사람이 100명 정도는 있어야 겨우 세 명 볼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ㅋㅋ 그러게 방송보면 ㅈㄴ 많은데 내 주변엔 하나도 없음]
[ㄹㅇ ㅋㅋ]
[있어봐야 한둘이고 그것도 다3~4정도더라 ㅇㅇ]
"그렇다니까. 이게 우리 천상계 BJ들이 하도 놀려서 그렇지, 사실 다이아도 엄청 대단한 거야. 게다가 다1! 이 정도면 솔직히 일반인 중에서 최상위권에 속하고 충분히 우승 노려볼 만한 실력잔데, 아이고 우리 이지아 씨. 어쩌다가 이렇게 쳐발리신 거예요! 상대방 티어가 도대체 어디길래."
"아니 언니, 이거 솔직히 나 좀 억울해."
"아, '아니'! 변명이나 남 탓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단어인 아니! 아니시에이팅이 벌써 나왔습니다! 뭐가 그렇게 억울하신가요? 상대방이 헬퍼라도 썼습니까?"
"이거 진짜 내가 개 아깝게 딱 한 틱 차이로 진 건데, 상대방 아무리 봐도 부캐 같아."
"왜, 왜, 왜. 티어가 도대체 어디길래 그런 극찬을?"
"아 씨… 일단 다이아2긴 한데."
"다이아2!!! 성남에서 온 우리 다이아1! 이지아 씨를 칼퇴근시켜버린 건 바로 다이아2였습니다!!!"
[숫자 더 높으니까 다이아2가 다이아1보다 쎈거 맞죠]
[네 맞습니다]
[저 아이언티어인데 강철이 금보다 단단하니까 골드보다 대단한거맞죠]
[네 맞습니다]
[어찌 보면 골드보다 대단한 거긴 해]
[일단 대가리는 확실히 더 단단할듯]
[아이언 대가리 ㄷㄷ]
[Im iron had]
[아니 근데 뭐 ㅋㅋ 다2한테면 질수도 있지 겨우 1급 차이네 뭐]
"다2한테면 질 수도 있지, 겨우 1급 차이네 뭐.' 라며 어떤 시청자 언니가 이지아 씨를 실드 쳐주셨습니다! 이지아 씨, 저 실드를 받아들이겠습니까?!"
"아니, 다2이랑 다1이 겨우 1급차이라니. 그건 에바지. 언니도 알잖아."
"아! 우리의 이지아 씨! 자존심보다도 자긍심을 택했습니다! 사실, 이지아 씨 말이 맞습니다. 다2, 다1. 말이 1급 차이지, 사실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심해 시청자 언니들이 이해하기 쉽게 비유해 드리자면, 다이아 2랑 1은 거의 다이아랑 플래티넘 정도로 수준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까 티어 하나 정도가 차이 난다고 보면 되는 거죠."
[에반데 ㅋㅋ]
[ㄹㅇ임?]
[나 다1인데 저거 맞음 ㅇㅇ]
[나 다2인데 저거 개소리임]
[나 다3인데 저녁 뭐 먹을까]
[나 다4인데 치킨먹고있다 부럽지]
[13인의다이아가도로를질주하지아니하여도좋소]
[저건 뭔소리야 또]
[니말대로라면 다이아가 플래한테 진거임?]
"어떤 분이 '그러면 다이아가 플레한테 진 거임?' 이러시는데. 아니, 레오레 실력에서 라인전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1:1인데 다1가 다2한테 질 수도 있지! 그러니까 다이아가 플레한테 개 쳐발릴 수도 있지! 다이아가 플레한테 쳐발리려고 성남에서 서울까지 왔을 수도 있지! 왜들 그러십니까 언니들 도대체, 너무하십니다! 우리 지아씨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언니…."
"네, 지아씨!"
"제발 닥쳐요…."
"넵."
[엌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지아좌 맥이는거 너 뿐인것같은데 ㅋㅋ]
[카메라 없었음 한 대 쳤다 ㄹㅇ]
[허니뱅 아구창 날릴 수 있으면 부산에서도 간다]
[im can go from washingturn]
[쟤 영어 가르친새끼 빨리 안잡아들이면 영국이랑 전쟁날듯]
[근데 캐릭이 뭐였길래 이렇게빨리죽음?]
"그러게요. 이지아 씨, 도대체 캐릭이 뭐였길래 그렇게 빨리 죽었어요?"
"아… 말하기 좀 그런데."
"아 말하기 좀 그렇다! 여러분 이건 노양심 캐릭터를 골랐다는 겁니다. 약캐 했으면 바로 신나서 말했거든. 캐릭터 탓할 수가 있어서."
[ㅇㅈ ㅋㅋ]
[당당했으면 바로 말했지 ㅇㅇ]
"자 그래서! 우리 이지아씨의 캐릭터는 바로~"
"그… 렉톤 했습니다."
"렉톤! 아니 개졸렬하게 렉톤을 골랐는데 져버리기까지 했다고!? 그것도 1빠로!?"
[선넘었네 ㄹㅇ ㅋㅋ]
[렉톤이 고소해도 무죄다 저건]
[그린피스에서 악어 명예 훼손으로 고소할듯]
[우리 아빠 악어가죽백 있는데 지금 변호사랑 통화중이다]
[악어가죽백 명예훼손ㄷㄷ]
"아니 근데 솔직히, 렉톤 픽이 문제 안 되는 게 상대방도 판티 골랐어."
"아, 판티온. 그거면 인정. 렉톤이랑 판티면 6렙 전까진 거의 반반이니까."
[반반이면 ㄹㅇ 실력차이로 졌다는 거 아님?]
"그렇지? 반반이면 뭐 그냥, 실력 차이지."
"아니~ 아 진짜. 진짜 딱 한 틱 차이였다니까? 적 피 딱1 남았는데, 아… 그리도 솔직히 적 저거 부캐야. 아무리 봐도 다2 아니야. 나랑 같은 다1일걸? 그리고 솔직히 이거 탑이었으면 내가 이겼다. 내가 미드 라인이 안 익숙해서 그래."
"아!! 지아씨의 충격적 고백! 여러분, 역시라고 해야 할까요. 렉톤을 고르고 다2한테 진 지아 씨는 탑신병자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탑신병자특 = 1:1뜨면 지가 이긴다함]
[정글 없으니 이젠 또 위치탓이네 ㅋㅋ]
[나도 탑유전데 미드가 풍수지리적으로 탑이랑 안 맞긴 해]
[탑유저가 원하는 풍수지리특 = 앞에는 적정글러 없고 뒤에는 아군 정글러 있음]
[ㄹㅇㅋㅋㅋㅋㅋ저거네]
"아, 진짜 언니. 너무하시네."
방민아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진아의 어깨를 안았다.
"하여튼, 성남에서 왔는데 운 나쁘게 부캐 만나서 억울하게 첫 번째로 져 버린 우리 이지아 친구, 먼 곳에서 와 줘서 고마워요. 인터뷰도 잘 해줬고, 제가 가는 길 덜 슬프라고 이따 가실 때 제가 택시비 좀 챙겨드리겠습니다."
"와, 진짜요? 아싸 개꿀~"
"다2한테 개쳐발렸는데 좋단다 그쵸?"
"아, 너무하네, 진짜."
[택시비면 ㅇㅈ이지 ㅋㅋ]
[택시비면 화났던 메가나루도 바로 나루로 돌아오지 ㅇㅇ;]
[그래도 성남에서 온덕분에 돈 벌었네 ㅋㅋ]
[다1이 방민아 상대로 딜교해서 골드이득 ㄷㄷ]
[챌린저 방민아를 상대로 딜교해서 골드이득을 본 여자 ㄷㄷ]
[성남의 자랑 인정합니다]
[이지아 보유시 성남 ㄷㄷ]
"이따 대회 끝나고 나한테 와요? 어쨌든, 자 언니들! 1차전 다 끝났죠? 아직까지 하고 있는 언니 없죠? 있으면 손들어 봐요."
두 개의 손이 빠르게 올라왔다 내려갔다.
[다급한거보소 ㅋㅋㅋ]
[아 겜중인데 귀찮게 하지 말라고 ㅋㅋ]
[ㄹㅇ ㅋㅋ 아빠가 와도 못참지]
"아니, 어떻게 쫄보 두 명끼리 딱 만났나 보네? 미니언 100개나 포블까지 가려고? 아, 그럼 언니들. 저 두 사람 기다릴 겸 우리 다이아1 이지아씨가 다이아2한테 어떻게 쳐발렸는지 리플이나 돌려볼까요?"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방심하고 있던 이지아좌 화들짝]
[이걸 킬각을 보네 ㄷㄷ]
[이게 챌린전가?]
"아니, 언니. 오바야 나 쪽팔려."
"택시비에 조금 더 보태줄게."
"콜."
"어이없네."
[ㄷㄷ 지아좌 이걸 버티네]
[챌린저한테 안 밀리는 거 봐 ㄷㄷ]
[죽어도 극한으로 이득을 챙기는;]
[역시 성남 최고 아웃풋]
[성남 어디냐 ㅇㅇ;; 나 처음 듣는 덴데 지아좌땜시 관심 생겼다]
[성남 홍보 대사 지아좌 ㄷㄷ]
"어쨌든 자, 봅시다. 얼마나 잘하길래 다2로도 부캐 소리를 듣는지."
방민아는 이지아의 컴퓨터에 녹화된 영상을 방송 세팅이 되어 있는 1번 좌석, 자신의 좌석으로 옮겼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이지아를 비롯한 구경꾼이 주변에 모여들었다.
"언니들, 제 뒤에 계시면 카메라에 같이 잡힐 수도 있어요?"
방송을 야외 방송 모드에서 컴퓨터 모드로 전환한 방민아가 말했다.
"아빠!!! 나 방송 탔어!!!"
그러자 구경꾼 중 하나가 소리쳤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하다!]
[우리딸 장하다 ㄷㄷ]
[다음은 9시 뉴스를 노리렴]
웃음을 터뜨리는 구경꾼들.
방민아는 실소를 터뜨리며 녹화된 영상을 틀었다.
"자, 일단 무난하죠? 렉톤은 오란 방패에 포션 하나, 판티온은 부정 물약 시작. 서로 스펠도 플래시 점화고, 이건 좀 다행이네. 솔직히 둘 중 한 명이라도 점화, 탈력 이따구로 스펠 들었으면, 솔직히 개최자 권한으로 탈락시키려고 그랬거든."
[엌ㅋㅋㅋ ㅇㅈ]
[ㄹㅇ ㅋㅋ 상여자인척 하는 쌉레즈]
[ㄹㅇ;; 젖떼야함]
"와, 점화 탈력 들려다 말았는데 다행이네."
뒤에서 이지아가 말했다.
"아, 이지아 씨는 이제 점화 탈력 들어도 괜찮아요. 어차피 탈락했잖아."
"아니~ 너무하네?"
[이지아좌 존재감 보소 ㅋㅋ]
[ㄹㅇ ㅋㅋ탈락했는데 뭐가 걱정이야]
[지아좌 보면 왜 다이아2한테 졌는지 알수 있을것 같기도 해]
[누가 겜 잘하는 사람들 똑똑하댔냐?]
[성남 시장 비하 자제해주세요]
[언제 시장까지 올라갔누 ㄷㄷ]
"자 미니언 도착했고, 라인전 시작됐습니다. 음…."
승부는 모두가 알고 있던 대로 몹시 빨리 결정됐다.
첫 번째 웨이브에서부터 치열하게 싸우던 렉톤과 판티온.
그 둘은 두 번째 웨이브가 도착하고 머지않아 죽었다.
둘 다 죽었으나, 렉톤이 간발의 차로 먼저 죽었으니 규칙상 판티온의 승리였다.
[ㅋㅋ 겜수준]
[그냥 개싸움이네]
[다이아 별거 없누?]
[지아좌가 못하긴 했네ㅋㅋ]
[영혼의 맞다이 ㅋㅋ]
[둘다 상여자인건 ㅇㅈ한다]
채팅창에선 그런 방향으로 여론이 조성됐다.
간발의 차나 아슬아슬하게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너무나도 난잡하고 수준 낮은 게임이었다고.
두 명의 수준을 비웃고 있었다.
"…."
하지만 방민아의 생각은 채팅창과 달랐다.
아주 상반됐다.
게임을 지켜보던 그녀의 얼굴에선 어느새 웃음기가 깔끔하게 사라져있었다.
그녀는 게임에 집중했다.
게임이 끝나도 그 집중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홀린 듯 게임을 되돌렸다.
그리고 또다시 게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주 심각하고 진중한 얼굴로
그 심상치 않은 모습에 채팅창이 술렁였다.
[뭐임?]
[뭐 문제있음?]
[허니뱅 똥마렵누?]
"쓰읍…."
방민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거 좀 이상한데."
[렉톤 상태가 이상하긴 해 ㅋㅋ]
"아니, 이게… 내가 보니까… 렉톤 문제가 아니야."
[머임 그럼 ㄹㅇ 부캐임?]
"내가 뭐랬어~ 부캐 맞다니까."
"아니 그렇다고 부캐는 또 아닌 것 같은 게…."
"아니, 언니 그러면 내 입장이 뭐가 돼."
이지아의 볼멘소리에 구경꾼과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와중에도, 방민아는 긴가민가한 얼굴로 게임의 특정 구간들을 돌려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아니."
영상에 집중한 방민아가 뒤늦게 반응했다.
"나도 잘… 쓰으… 이게 일단 말했다시피 렉톤 문제는 아니야. 판티 겜하는 게… 좀… 이상해 가지고…."
"도대체 어떻게 이상하다는 건데."
"진짜 이지아 씨 말대로 판티가 부캐라서, 렉톤보다 더 잘해서 게임이 이렇게 되도록 의도하고 주도한 거면 생기는 문제가 뭐냐면… 그러면 판티의 수준이 너무…."
방민아의 검지가 왼쪽 방향키를 두 번 눌렀다.
그러자 죽어 있던 렉톤과 판티온이 되살아나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지켜본 그 과정을 또 한 번 보자, 방민아는 생각을 정리할 수가 있었다.
할 말을 정리할 수가 있었다.
"판티가 정말 렉톤보다 잘해 가지고 의도해서 이런 플레이가 나온 거라고 하면 문제가, 판티 수준이 너무 높아져 버려. 말도 안 될 정도로. 이런 정신 나간 플레이를 하는 건 사실상 라인전 레벨이 프로 수준이 아닌 이상 불가능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