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자가 게임을 잘함-14화 (14/361)

014화. 첫 경험 2

[오빠!!!]

[보고 싶었읍니다 오라버님 ㅠㅠㅠ]

[다시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권지현이 준비해 준 의자에 앉은 최재훈이 채팅창을 보는 순간 실소를 터뜨렸다.

"아니, 도대체 절 왜 이렇게들 좋아해 주시는지… 어쨌든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그는 팔을 흔들다가 고개를 숙였다.

[엌ㅋㅋㅋ 오빸ㅋㅋㅋ 개커여워]

[팔 흔들고 고개 숙이는 거 먼디 ㅋㅋ]

[첨 보는 인사법이누 ㄷㄷ]

[근데 오빠 후드티에 청바지 먼디 ㅋㅋ]

[ㄹㅇ 권지현 여자로 안 보이나 보네 ㅋㅋ]

[그냥 사람으로 안 보일 것 같은데?]

"예? 아, 그런 게 아니고…."

"최재훈 씨. 여기 리치TV 시청자들 원래 짓궂게 말하니까,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냥 적당히 듣고, 적당히 흘리세요."

[오빠한테 뭐라 하는 게 아니라 너한테 뭐라 하는 건디 ㅋㅋ]

[이 쉑 ㅋㅋ 현실부정 하는 거 보소]

[권지현쉑 ㅋㅋ 오라버님이 인정할까바 호겁지겁 끼어드는 거 봐]

채팅창을 보던 최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이해했어요. 어떤 분위긴지."

[캬 ㅋㅋ 우리오빠 적응 빠른 거 봐]

[와 ㄷㄷ 나 지금 우리오빠한테 '이해'당함]

[저, 젖었다]

"그런데 이분들 다 정말로… 여성 분들이신가?"

"예? 왜요? 누가 이상한 채팅 쳤어요?"

"아뇨, 그냥 뭐라고 해야 되나… 채팅들을 좀… 씩씩하게? 치셔서."

[엌ㅋㅋㅋㅋ]

[뭐야 그게 ㅋㅋㅋ]

[씩씩한 여자가 낯설어?]

[하긴 ㅋㅋ 실제로 오빠 앞이었으면 다 순한 양 됐을듯]

[오빠 저 사실 남자에요 (출렁출렁)]

[형 저랑 사우나 가요]

"아, 원래 이런 년들이에요. 그냥 뭐, 거의 다 여자라고 보면 돼요."

고개를 끄덕이는데 마지못해, 일단은 그렇다고 쳐 준다는 느낌이었다.

"다들 유쾌하시네."

[와 ㄷㄷ 나 남자한테 유쾌하다는 말 처음 들어봄]

[병신 찐따 같다는 말을 그렇게 돌려 말 해 주시다니 ㅠㅠ]

[오빠 저도 사랑합니다 ㅠㅠ]

[살아갈 희망을 얻었읍니다]

"아이고, 우리 찐따들 그렇게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 최재훈 씨?"

"네."

"저희가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인연으로 이렇게 자리를 함께하게 됐잖아요?"

[레오레 같은 소리 하누 ㅋㅋ]

[딜도지 ㅋㅋ]

[벌써 기억에서 지워버렸네 ㅋㅋ]

[기억 조작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

[붕어 조차 모독하는 기억력 천재 권지현 등장]

힐끔 쳐다본 채팅창의 내용을 애써 무시하며 말을 잇는다.

"그래서 같이 레오레를 플레이하는 시간을 가져 보려는데, 어떠신가요?"

"좋습니다."

"좋습니다! 그, 최재훈 씨께선 레오레를 어느 정도로 좋아하는 편이신가요?"

"음… 솔직히 말해서 별로 안 좋아합니다. 아니지, 별로 안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극도로 혐오하는 편입니다."

"예…?"

"그런데도 절대 끊지를 못하는… 예, 그냥 레창입니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 ㄹㅇ이다 이건]

[ㄹㅇ 혼모노네 ㅋㅋ]

[그렇지 레오레를 누가 좋아해]

[ㄹㅇ ㅋㅋ 이 조조같은 게임을 누가 좋아하누 못 접어서 하는 거지]

[하는 사람 모두가 싫어하는 정신나간 게임 ㄷㄷ]

[마약술담배보다 해로운 게임 ㄷㄷ]

[게임은 질병이다]

[보건부 연전연승]

"아, 아! 애정을 넘어서 애증! 그렇죠! 레전드 오브 레전드, 이걸 누가 좋아서 합니까. 그냥 하는 거지."

끄덕끄덕.

[끄덕이는 거 보소 ㅋㅋ]

[아니 저 표정 먼데 ㅋㅋ 개커엽네 진짜]

[통달한 표정 ㅋㅋ]

"그렇다면 레오레를 끊지 못해 하시는 우리 진성 레창 최재훈 씨의 레오레 실력은 어떻게 되실까요?"

그가 카메라를 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Challenger"

[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ㄷㄷㄷ 챌린저 ㅋㅋㅋㅋㅋㅋ]

[췔린줘 ㄷㄷ]

[발음보소]

[도전하는 자 ㄷㄷ]

[ㄹㅇ 롤하는 우리 모두가 챌린저자너]

[본인도 지금 골드 챌린지 중이자너 ㅋㅋ]

[엄지 치켜드는거 개기엽네 ㅋㅋ]

"psds1213 님이 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오빠, 반대쪽 손으로도 따봉해 주세요."

척.

"피자는 민트초코 님이 오천, 원을 후원헀습니다."

"웃어주세요."

씨익.

[으악 오빠 나죽어!!!]

[너무 커엽자넠ㅋㅋㅋ]

[아니 진짜 오라버님 방송 감 뭐야 ㅋㅋㅋㅋ]

"롤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다! 롤을 하는 우리 모두가 챌린저다! 이야, 방송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명언이 두 개나 나왔네요. 대화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다딱이인 저는 범접할 수조차 없는 레오레에 대한 엄청난 이해도가 느껴집니다.'

"와, 다이아세요?"

최재훈이 깜짝 놀라며 순순하게 감탄스럽다는 얼굴로 권지현을 쳐다봤다.

그러자 우쭐해져서는 답한다.

"다이아 4 하나, 2 하나, 1하나. 이렇게 있습니다."

"주 포지션은 어떻게 되시고요?"

"주로 미드합니다."

"미드로 다이아 네 개요? 와… 대단하시네."

진심으로 감탄스럽다는 반응.

[다이아가 신기한 우리오빠 ㅋㅋ]

[다이아에 감탄하는 거 봐 ㅋㅋ 아 그만 귀여우라고!]

[그만좀 귀여워 최재훈! 역겨우니까!]

[챌린저시자너 ㅋㅋ 다이아 처음 봐서 신기하나봄]

[아 ㅋㅋ 그거네]

[플래티넘이 브론즈 보는 기분이겠누 ㅋㅋ]

[브=실=골=플인디 ㅋㅋ]

[네 다음 브실골 ㅋㅋ]

[저새끼 아=는 안 해 놓은 거 보니 브론즈 맞네 ㅋㅋ]

[아니 근데 이렇게 권지현 띄워주면 안 되는데]

[그니까 ㅋㅋ 저새끼 얼굴봐]

"…님이 천, 원을 후원했습니다."

"겜창쉑, 좋아 죽누."

의기양양, 쑥쓰러움, 오만함.

그 세 가지가 권지현의 얼굴에 공존하고 있었다.

"아니~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시는 거 당당하게 자랑스러워하는 게 어때서~"

[남자한테 게임 실력 칭찬받고 세상 다 가진 얼굴이네]

[그래 지현아... 그거면 된 거다]

[나 초딩떄 피방에서 위니지 아이템 보여주면서 자랑하던 아지매가 떠오르네]

[너가 행복하면 우리도 행복하다]

[너가 우리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다]

[너가 우리의 췔린저다...]

"맞아요, 이거 진짜 자랑스러워하셔도 되는 거예요. 그, 솔랭으로 올리신 건가요?"

끄덕끄덕.

[와 표정 개패고싶누 ㅋㅋ]

[ㄹㅇ 면상에 람각 마렵네]

[하관 근육 찢어지려하누]

"와 솔랭에 미드로 다이아 세 개! 자 여러분 박수~"

짝짝.

최재훈이 카메라를 향해 박수를 쳤다.

[아 싫은데 지현이 기살려주기]

[저새기 칭찬해주면 안 되는 새긴데요]

[당근말고 채찍으로 다뤄야 하는 새기임]

[아무리 오빠 부탁이라지만 그건 안 되겠어]

[이 금수에게 사랑을 주지 마세요]

박수가 점점 느려지더니 이내 멈춘다.

"어… 아, 아… 아! 맞다, 맞다. 우리 시청자분들께는 권지현 씨가 다이아인 게 익숙하시겠구나. 아, 하긴 오늘 처음 본 저나 호들갑 떠는 거지."

[우리 오빠 저걸 또 살리네 ㄷㄷ]

[아니 오빠 ㄹㅇ 천사냐고]

"…님이 천, 원을 후원했습니다."

"날개 보여주세요 오빠."

"날개요?"

잠깐 고민하더니 주섬주섬 일어나서 몸을 돌린다.

그 상태로 가슴을 앞으로 미니 어깨 뒤, 그러니까 날개뼈가 튀어나왔다

"이러면 되나요?"

[아니 ㅋㅋㅋ 오빠 미치겠네 진짜]

[와 ㄹㅇ 저걸 받아준다고?]

[보... 보인다]

[뭐가 보임?]

[날개 ㅄ아]

[날개 안 보인다고 음해하는 악마새끼 누구야!]

[우리 천사 오빠 견제하는 악마새끼들 쳐내!]

[엄마 미소 나오네 ㄹㅇ;;]

[우리 오빠 같은 아들 갖고 싶다]

그 풋풋한 모습에 권지현 또한 엄마 미소를 지어 버린다.

"아니, 최재훈 씨. 저런 거 일일이 안 받아 주셔도 돼요."

"예? 아니 그래도… 돈을 주셨는데…."

[천 원도 돈으로 쳐 주시는...]

[아... 이건 '리액션'이라는 것이다. 원래는 천 원에도 해 줘야 하는 거지]

[너희 권지현 세계 사람들은 이 리액션이란 걸 모르는 건가?]

[우오오옷....! 리액션!!! 엄청나잖아!!!]

[그동안 권지현 찬열 리액션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ㄹㅇ 정신 확 드는 기분이네]

[ㄹㅇ루다가]

[지현아... 천 원은 돈도 아니냐...]

[우리 리수한테는 천 원이 전재산일 수도 있다...]

"아니 여러분~ 제가 끕이 있는데 어떻게 천 원에 빵댕이를 흔듭니까~"

[와 ㄹㅇ ㅋㅋㅋ]

[이게 사람새끼누 ㅋㅋ]

[짐승 천사 합방 ㄷㄷ]

[악마랑 천사 합방중 ㄷㄷ]

[ㄹㅇ ㅋㅋ 우리 오빠 옆에 있으니 더 악마 같아 보이네]

"최재훈 씨도, 앞으로 천 원 짜리 도네면 그냥 적당히 반응해 주세요."

[안 된다 이 악마 새끼야!]

[우리 오빠 물들이지마!]

[와 ㅅㅂ 전염병 같은 새끼]

"아, 그렇게 되는구나. 그러면 그… 빵댕이? 흔드는 그런 건 얼마부터 하면 되는 건가요?"

"빵댕…."

[ㅗㅜㅑ]

[퍄퍄]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필터링을 안 했나 보네요."

"아뇨… 그냥 최재훈 씨가 그러시니까 너무, 크흠. 하여튼. 그, 리액션은 보통 만 원부터 해 줍니다. 제 방에서는요."

"아~"

[안돼!!!]

[납득하지마!!!!]

[고개 끄덕이지마!!!]

"H1K2 님이 만, 원을 후원했습니다."

"오빠, 여기 만 원이요. 빵댕이 흔들어 주쎄에요~"

"예? 아, 잠시만요."

"아니! 최재훈 씨, 잠깐만요!"

"예?"

권지현이 일어나려던 최재훈을 급하게 만류했다.

[뭐하누 권지현이 ㅅㅂ아]

[우리 오빠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둬!!!]

[이 ^^ㅣ발 독재자 새끼야!!!]

[ㅋㅋㅋ 폭동 일어나겠누]

[이새기들 단체로 발정났누 ㅋㅋ]

[여기가 옥수수TV인줄 아는 새끼들 뭐야!]

[우리 오빠 옥수수TV BJ 만들려는 새끼들 누구야!]

[옥수수TV 첩자 누구야!]

[다 쳐내!]

"그, 빵댕이…를 흔든다는 게 진짜로 그런다는 게 아니라…."

"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보통 후원하신 분이 요구하신 걸 해드리긴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만 원에 그… 엉덩이를 흔드는 건 뭐라고 해야 하나? 과잉 리액션? 그런 걸 보통 '단가'가 안 맞는다고 해요."

"오…."

끄덕끄덕.

[^^ㅣ발 이새끼 뭘 가르치는 거야 우리 오빠한테]

[오바 안 돼!! 이새끼 한테 리액션 배우면!!]

[오빠 이 새끼 따라하면 찬열 소리 들어요!]

[이새끼는 찬열도 와서 한 수 배워가는 새낀데 ㅈ됐네 ㅋㅋ]

"아니 그래도 만 원이나 후원해 주셨는데 제가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에이 저분도 진짜 그, 흔들라고 하신 건 아닐 거에요. 그렇죠?"

권지현이 카메라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봤다.

[엌ㅋㅋ 눈빛 뭔디 사람 하나 담구겠누]

[철권정치 ON]

[대답 잘 해라 ㅋㅋ]

[답정너 ㄷㄷ]

-H1K2 님이 천, 원을 후원했습니다.

=아 ㅋㅋ;; 그, 그렇지..? ㅋㅋ;;

"아~ 역시. 우리 시청자분들이 역시 좀 짓궂어도 사람은 착해~"

"음, 그러면 제가 그, 뭘 해 드릴까요? 만 원이라는 단가에 맞는 게 뭐가 있죠?"

-H1K2 님이 천, 원을 후원했습니다.

=권지현이 십새끼 딱밤 풀파워로 조져주세요.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정의구현 가나 ㅋㅋㅋㅋ]

[이 씹련 딱 대!]

"아니 뭔~"

그 정도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라고 생각하면서도 권지현은 질색하는 시늉을 했다.

이래야 더 좋아한다.

"아, 그 권지현 씨께서 곤란해 하시니까…."

"아, 괜찮아요. 후딱 끝냅시다!"

권지현이 한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훤히 드러난 매끈한 이마를 최재훈에게 갖다 댄다.

[ㅗㅜㅑ 업계 포상 ㄷㄷ]

[오빠 제 것도 밟아주세요]

[뭘 밟아 ㅁㅊ년아 ㅋㅋ]

[ㅅㅂ 왜 권지현 좋을 일을 하누]

[오빠 권지현 눈 감았을떄 인중에 중지 세운 주먹 갈기세요 거기 치면 돈나옴]

"어, 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예쁜 얼굴에 상처 나면 어떡하시려고…."

안절부절하는 최재훈을 보더니 앞머리를 올렸던 손을 내린는 권지현.

그녀가 카메라를 응시했다.

"…그렇다네요."

더는 없을 정도로 근엄하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아니 ㅅㅂ 이새끼 표정봐]

[으악 ^^ㅣ발!!!!!!!!!!!!!!!! 너무 X같애!!!]

[너 어디살아 이 씹년아]

[미치겠네 ㅋㅋ]

[정신 나갈것 같애]

[오빠 제발 정의구현좀 ㅠㅠㅠ]

[아니 오빠 눈 괜찮아? 이 새끼가 이쁘다고요?"

[우리 오빠 유일한 결점이 시력이었누...]

"아니 여러분 그, 우리 응? 최재훈 씨께서 제 '예쁜' 얼굴이 걱정되신다잖아요. 다른 거 시켜~"

-배추가 개면 개추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얼마 줘야 권지현 정의구현 시켜주시나요?

-권지현 VS 각지현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권지현 얼굴 아작내면 50만원

-AP1321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권지현 칼로 찌르면 3억

온 힘을 다해 우쭐거리는 권지현과 달리 최재훈은 안절부절못했다.

"아니 그… H1K2 님? 죄송하지만 다른 요구사항을 말씀해 주시면…."

짤랑.

"에이치 일 케이 이 님이 천, 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럼 권지현 이 새기 롤 하는 거 한 판 동안 지옥의 억까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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