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화. 스트리머 권지현 3
똑똑똑.
"내 딜도 내놔!!!"
카메라가 자신의 모습만 비추도록 카메라를 조정해 놓은 권지현.
방송 화면이 수치심에 물든 그녀의 모습으로 꽉찼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씹ㅋㅋㅋㅋㅋㅋ 이걸 진짜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레전드네 미친년 ㅋㅋㅋ]
-권지현vs각지현 님이 (1,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가쥬아!!! 9시 뉴스 가즈아!!!!
-불속성 효자 권지현 님이 (5,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엌ㅋㅋㅋㅋㅋ쎾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좌측 상단 끊임없이 후원이 이어졌고, 우측 하단 채팅이 읽지 못할 속도로 갱신되었다.
권지현은 눈을 질끔 감고 반응을 기다렸다.
아무런 답이 없자, 그녀는 다시 한번 더 팔을 움직였다.
쾅쾅쾅!
얼굴이 새빨개져서 수치심에 지배당한, 흥분과 유사한 상태인 그녀의 팔에 무심코 힘이 들어갔다.
"내 딜도 내놔!!!"
목소리에도 마찬가지.
거의 난동에 가까운 그 모습에 채팅창과 후원이 한 층 더 난리가 났다.
그때.
드디어 문 너머에서 소리가 들렸다.
시청자들은 그 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못했다.
소리의 크기는 권지현에게만 들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큭큭큭… 어떤 미친….
웃음소리.
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실소를 터뜨렸다.
불쾌한 기색이 없다.
심지어 상황을 즐기기까지 하는 듯한 그 반응에 권지현은 안도했다.
동시에 당황했다.
목소리의 주인이 남자였기 때문이다.
"여러분… 아무래도 남자분 같네요…."
[ㅁㅊ ㅋㅋㅋㅋㅋ]
[진짜 남자였누 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남자가 걸리네 ㄷㄷ]
[방송의 신이 보살피는 권지현 ㄷㄷ]
[그래서 딜도 내놓으라니까 뭐래?]
"아니, 좀… 특이하신 분 같은데? '어떤 미친'이라면서 큭큭대고 계셔."
[미친년마냥 문 두드리면서 내 딜도 내놓으랬는데?]
[십인싼가보네 ㄷㄷ]
[우리 지현이 어떡하냐 ㄷㄷ 인싸랑 대화 가능함?]
[게다가 남자임 ㄷㄷ]
[대화는 커녕 눈도 못 마주칠 듯]
[지갑 뎁혀놔라 지현아]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몇 호 분이세요? 급하신 거 아니면 제가 나중에…! 가져다드릴게요. 제가 지금 뭐 좀 하는 중이라."
말대로 '뭐 좀'하는 중인지, 남자의 목소리엔 다급함이 담겨 있었다.
[오 남자목소리]
[ㅅㅂ 목소리 개꼴]
[뭔 성대에 지방 낀 목소리구만]
[뭐라누 처녀쉑 ㅋㅋ 저 목소리가 지방 낀 목소리라고?]
[ㄹㅇ 목소리 적당히 굵어서 ㅆㅅㅌㅊ인데]
[ㄹㅇ 너무 굵으면 부담스럽자너 너무 얇으면 계집년같고]
[그런데 저거 어떻게 대답해야댐?]
[급한거 아니면 나중에 갖다주겠다는데? ㅋㅋ]
[권지현 급하누?]
[엌ㅋㅋㅋ 우리 지현이 딜도 급해요!!! 지금 빨리 써야돼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떡하지?'
보통 경우였으면 이 상황에서 알았다고, 나중에 갖다 달라고 했을 것이다.
딜도가 급하게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러나 지금은 보통 경우가 아니었다.
방송 분위기 최고조.
'시청자 보소….'
처음으로 넘는 마의 벽.
시청자가 3천을 돌파해 있었다.
권지현은 보통이 아닌 스트리머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말했다.
'시발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저 지금 급해요!!!"
[으잌ㅋㅋㅋㅋㅋ]
[엌ㅋㅋㅋ 존나 급해 보여 ㅋㅋㅋㅋㅋ]
[딜도가 급햌ㅋㅋㅋㅋㅋ]
[속보) 권지현 딜도 급해]
[지현이 그렇게 급했누 ㄷㄷ 우린 그것도 모르고]
[눈 감고 있을 테니 후딱 쳐라 지현아 귀도 막을게]
[와 진짜 미쳤네 이방 ㅋㅋ]
-권지현vs각지현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 미친새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권지현니 님이 (5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아 진짜 또라이 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한다
폭발적인 반응.
-큭큭큭
이내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실소.
"아 알겠으니까 좀 진정하세요."
그리고 웃음기 담긴 목소리에 권지현의 표정이 녹아내리듯 풀렸다.
[ㅗㅜㅑ]
[퍄]
[딜도 급한 권지현 진정시키는 오빠 ㄷㄷ]
[개꼴리네 ㄷㄷ]
[오빠 나 뷰지가 이상해...]
"아, 여러분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저분 그냥 일반인이니까, 그런 발언들 자제해 주세요. 지금부터 성희롱성 발언 벤하겠습니다."
[헉 ㅈㅅ;;]
[ㄹㅇ 일반인한테 저러는 건 선 넘었지]
[발정난 새끼들 다 하토미로 꺼져!!!]
[지현이 진행 잘하누 ㄷㄷ]
[ㄹㅇ 사심없는 방송 레즈 그 자체 권지현 다시봤누]
아니었다.
사실 권지현도 방금 상황에 흥분할 뻔했다.
아니, 흥분했다.
가까스로 내색하지 않고 있는 것뿐이었다.
[얼굴 개궁금하네 ㅋㅋ]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권지현의 머리는 눈 앞에 나타날 남자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뭐라구요?"
아무래도 권지현이 시청자들에게 작게 말하는 소리를 들었나 보다.
권지현은 방음이 이 정도로 형편없으면 그건 이미 일종의 신기술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 사실 제가 지금 그 방송 중이라서요! 시청자들한테 말한 거예요!"
[아 그걸 왜 말함]
[ㄵ]
[ㅆㄵ]
"아니 그렇다고 혼잣말하는 거라고 할 순 없잖아요. 딜도 내놓으라고 하는 미친년이 혼잣말까지 하면 시발, 그건 그냥 정신병자잖아. 저분이 얼마나 무서우시겠어? 나 진짜 잡혀간다니까?"
[ㅋㅋㅋㅋㅋㅋ 그건 그렇겠네]
[와 ㅅㅂ 상상해 버림 ㅋㅋ 개무섭누]
[경찰에 잡혀가면 5억]
[경찰 이기면 5조]
"아 어쩐지. 방금 그, 딜도 내놓으라 한 것도 뭐, 미션 같은 거였겠네요?"
[어떻게 알았노 시발년ㄴ아]
[방잘알이네 ㄷㄷ]
[바로 들켰누 ㅋㅋ]
[방송감 쩌는 오빠네 ㄷㄷ]
"아, 이거… 저 남자 분이 감이 너무 좋으시네. 해장님, 이거 어떡하죠?"
그떄 들려오는 감미로운 소리.
짤랑짤랑짤랑짤랑.
-권지현니 님이 (20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ㄴㄴ ㄱㅊ ㅋㅋ 충분히 재밌었음 저 남성분 매력있네
"아이고 해장님~~~~!!"
권지현이 핸드폰이 바닥에 핸드폰을 내려놓고 큰절을 올렸다.
[해장님 ㄷㄷㄷ]
[ㅋㅋㅋ 오냐~ 지현이도 새해복 많이 받아라]
[오냐~ 새뱃돈은 없다~]
[그래서 우리 지현이 대학 어디 들어갔다고?]
[이번에 시험은 잘 봤고?]
[취직은 어떻게 돼 가고 있냐?]
[으악 그만 ㅅㅂ PTSD 올 것 같애]
[정신 나갈것 같애]
곧바로 이어지는 후원.
권지현의 눈이 반짝였다.
-권지현니 님이 (10, 00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합방 ㄱㄱ?
후원 때문이 아닌, 그 메시지에 담긴 아이디어 때문이었다.
"그럴까요? 해장님께서 원하신다면야."
[이새끼 눈 반짝이는거봐 ㅋㅋ]
[사심방송 ON]
[해장님이 아니라 니가 원하시는 것 같은데요 ㅋㅋ]
"그 저기요~"
"네?"
"그 혹시, 방송에 나와 주실 수 있으실까요?"
"지금 나오고 있잖아요."
[ㅋㅋㅋ 아 오빠 너무 좋아]
[이미 방송에 나오고 있긴 하지 ㅋㅋ]
[권지현 정신 오락가락하누?]
"아니 제 말은, 혹시 합방 가능하신가 해서요."
"합방이요? 아, 진짜 방송에 나오라고요? 카메라에?"
"예예."
"얼굴 나오는 거죠 그거? 모자이크 되나?"
[엌ㅋㅋ 모자이크 ㅋㅋ될 리가]
[생방에 모자이크 ㅋㅋㅋ]
[의외로 댕청하네 ㅋㅋ]
[오빠 반전매력 ㄷㄷ]
[개커엽 ㅋㅋ]
"그… 생방송에는 모자이크가… 안 됩니다 공교롭게도…."
"아, 그러면 좀 그런데."
[아 ㅠㅠㅠ]
[아쉽누 ㅠㅠㅠ]
[오빠 얼굴 보고 싶었는데]
[이거 완곡하게 거절한 거 아님? ㅋㅋ 우리 찐따 지현이 슬퍼할까봐]
[어허 쉿]
'어떡하지….'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방송적인 부분에서 말이다.
사심적인 부분에선 더더욱 그랬고.
[그런데 이 새기 언제까지 밖에 있음?]
'그러게.'
권지현도 궁금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뭐 하는 중이시길래 그렇게 바쁘세요?"
"아, 저 지금 게임…중! 인데 진짜 지기 싫은 판이라."
[오 ㅋㅋ 게임 ㅋㅋ]
[게임... 중! ㅋㅋ 현장감 쩌누]
[승부욕있는 남자 ㄷㄷ]
[무슨 겜하냐 물어바바]
"무슨 게임이요?"
"그, 레오레- 아니,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고, 있습니다. 아시려나?"
"에이, 대한민국에서 레오레 모르는 여자가 어딨어요. 당연히 알죠."
레전드 오브 레전드.
권지현이 방송에서 주력 컨텐츠로 삼는 게임이었다.
대한민국 젊은 여자들 대부분이 그렇듯,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기도 했다.
방금까지 하다온 게임도 다름아닌 레오레다.
그런 게임이 남자의 입에서 주제로 나오자 권지현은 한껏 들떠서 말했다.
"저 혹시 레오레 방송하는 권지현이라고 하는데, 아시나요?"
[아 ㅋㅋ 권지현 좀 추한데 ㅋㅋ]
[두유노우 지현권?]
[지현이를 김치에 싸서 조져보세요]
[권지현 너는 역시 '진짜'다]
[ㄹㅇ루다가 레전드네 ㅋㅋ]
"권지현…씨요? 아… 들어본 것 같아요."
[모르네 ㅋㅋ]
[못 들어본 것 같은데요 ㅋㅋ]
[망설이는거뭔디 ㅋㅋ]
[하꼬쉑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일반인 권지현씨 자뻑 그만좀 하라고요 ㅋㅋ]
[우리 오빠 자뻑 개쩌는 하꼬쉑 기 살려주는 거 봐 ㅠㅠ]
채팅창에 규모가 작고 유명도가 낮은 방송을 뜻하는 은어인 '하꼬'가 도배되었다.
얼굴이 빨개진 권지현이 황급히 말을 돌렸다.
"어쨌거나, 제가 레오레를 엄청 잘하거든요?"
[아니 지현아 그거 아니라고 ㅋㅋㅋ]
[누가 우리 지현이좀 말려봐라 ㅋㅋ]
[신나서 겜 얘기하는 거 봐 ㅠㅠ 겜밖에 모르는 새끼]
[그래서 더 멋진 새끼]
"그래요? 아, 서렌 나왔다! 지금 나갈게요!"
다급한 발소리가 가까워지며 이내 문 앞까지 다가왔다.
끼익-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리고 나타나는 남자.
[오 ㅅㅂ 먼데]
[문 열렸누]
[드디어 열렸네 ㅋㅋㅋ]
[우리 오빠 얼굴 어떠냐 지현아]
"아. 안녕하세요."
그가 목례했다.
상황이 재밌는지, 장난스럽고도 해맑게 웃으며.
'아.'
그 미소를 보며 권지현은 멍하니 생각했다.
남자들은 이렇게 매력적으로 웃을 수도 있구나.
여자들은 못 할 것 같은데.
아주 바보 같은 생각.
아주 바보 같은 표정으로, 그는 인사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눈이 마주쳤다.
남자가 한 번 더 피식하고 웃는다.
권지현은 그 모습에 정신을 빼앗겼다.
이대로 영원히 시간이 멈춰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햇다.
짤랑.
그때 후원음이 들렸다.
"권지보 현지털 님이 천, 원을 후원했습니다."
"오빠, 저-
권지현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 가 이상해요…."
'아.'
그 예감은 현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