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화. Choi 'M spear' Dil Do Jeol Dae Anigo Anmagi Ym
매운 거 특.
먹기 전엔 진짜 개조빱으로 느껴짐.
"헤엑, 헤엑."
하지만 한 입 먹자마자 바로 참교육 당하고 후회함.
"아, 씨. 괜히 쳐먹었네."
다음날 변기에 가서는 더 존나 후회함.
'이거, 벌써부터 조뙨 것 같은데.'
가까스로 불돼지 라면을 다 먹은 나는 장 안에서 세상을 집어삼킬 듯 타오르는 업보의 업화를 느꼈다.
'우유 사올걸….'
매운 음식에 우유 말고 또 단 게 좋다는 소리가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개소리 같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느니 차라리 개짓이라도 해 보는 게 마음은 편하겠단 생각에, 속는 셈 치고 일단은 믿어 보기로 했다.
내게 있어 단 것이라 하면 당연히 콜라였다.
콜라가 가장 완벽해지는 대표적인 경우 중 하나가 바로 식후다.
지금이 바로 그 식후고, 마침 단것의 필요성까지 느끼고 있다.
아다리가 아주 개오졌지만, 그럼에도 지금 콜라를 마시는 건 아주 큰일날 짓이었다.
식후 콜라가 아무리 기똥이 차도 완벽한 건 아니라 예외인 경우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처럼 식후의 '식'에서 먹은 음식이 사람에게 뻐킹헬을 보여주려고 악의를 담아 작정하고 맵게 만든 음식일 경우가 그중 하나였다.
경험상 지금 불돼지 라면에게 겁탈당한 내 위벽에 콜라가 닿는다면, 나는 내일 변기에서 옥황상제의 1:1 압박 면접을 견뎌내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 콜라를 마시는 일은 장 속의 불에 물이 아닌 기름을 들이붓는 꼴.
그러니까 콜라를 제외한 단것이 필요했다.
보통 같았으면 집에 콜라가 아닌 단것 따위가 갖추어진 날은 드물었겠으나, 우연찮게도 오늘이 마침 그 드문 날 중 하나였다.
냉장고를 열었다.
초코 크림 슈크림이 보였다.
'응~ 조까~ 딸기 크림 찹쌀떡 먹을 거야~'
부스럭.
그러고 보니, 이게 인싸들의 전유물이라는 사실이 기억났다.
방금 전 편의점에서 내가 인싸로 거듭났다는 사실 또한.
인싸로서, 인싸들의 생활 양식을 따라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인싸들은 이 인쌀떡(인싸스럽게 인싸들의 찹쌀떡이란 말을 줄여 봄 ㅎ)를 어떻게 먹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
핸드폰을 꺼내서 딸기 찹쌀떡을 찍었다.
그걸 들고 있는 내 모습도 한 장 찍었다.
이제 이걸 인싸그램에 올리면 된다.
페이스폴더나.
'어째서 그래야 하는 것이지?'
문득 근본적인 의문을 느꼈다.
못 해 쳐먹겠네.
나는 인싸를 그만두겠다 초코 크림 슈크림.
사진을 삭제하고 찹쌀떡 하나를 통째로 입에 구겨 넣었다.
우물우물.
부드러운 딸기의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일단은 입이랑 혀의 상태가 양호해지는 게 느껴졌다.
위장아 넌 어때?
뱃속에서 위장(22세/내장/매운거 잘 못 먹음)이 말했다.
[시발아 그게 궁금하면 니 면상에 불 질러놓고 딸기 문대보지 그러냐]
배의 화끈함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단 게 매운 거에 좋다니.
나는 그 말을 퍼뜨린 좆문가를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이딴 개소리는 믿는 놈이 더 잘못이야.
나는 남은 찹쌀떡 하나를 입에 구겨넣었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으려는데, 아침에 받았던 택배물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사람들은 기다리던 택배가 오면 반쯤 미쳐서 상자를 갈가리 찢어발기고 내용물을 탐한다.
그런데 내 눈 앞의 택배상자는 아직 멀쩡하다.
그렇다고 해서 저게 내 초월적 인내심을 상징하지는 않았다.
단지.
저게 내가 기다리던 택배가 아니어서 그렇다.
나는 지금 기다리는 택배가 없었다.
뭘 시킨 기억이 없거든.
'뭐지?'
그제야 나는 박스를 뜯어 보았다.
세련된 박스 안에 뽁뽁이 랩으로 감싸진 그것.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끝이 뭉뚝한 원형 기둥.
뚜껑 같이 하얀 손잡이 부분이 존재한다.
"아, 이거."
이거, 이거. 그거구만.
'그 뭐시냐… 그….'
그래. 로션.
이건 로션 통이고.
뚜껑에 뭔가 버튼 같은 게 있는데?
지이잉-
"오오…."
진동 기능.
로션에 도대체 왜 이런 기능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지금은 5G(뭔지 모름)시대.
사물에 용도와는 무관한 기능을 접목시킴으로써 창의적이고도 도전적인 발칙함을 자아내는 시도는 이제 참신한 측에 끼지도 못하는 시발 이거 딜도잖아.
"미친."
나는 처음 영접하는 실물에, 성검을 뽑은 용사처럼 딜도를 드높게 치켜들었다.
징징징-
불투명딜도가 울부짖어따.
전등 빛 아래에서 사정없이 떨리며 그 자태를 뽐낸다.
아니, 잠깐.
생각해 보니 이건 딜도가 아니다.
이게 딜도면 내가 딜도를 시켰다는 게 되는데, 그러니까 시발 이건 딜도가 아니여야만 한다.
내가 똥꼬라는 은밀한 신체 부위에 잠재된 관능적인 가능성에 아주 무관심하지는 않다만, 내 똥꼬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내 똥꼬는 그냥 똥꼬다.
순수하게 똥의 출구로서만 작용해야 한다.
요태까지 그래와꼬, 아패로도 개속.
그러니깐 이건, 아.
'이거 안마기였구만.'
그러고 보니 안마기를 시켰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딴 기억 따윈 존재하지 않지만, 지금부터 만들면 되지.
딜도 시킨 기억보다 만들기 훨씬 쉬울 것 같구만.
[근육이 뻐근해서 안마기를 시키기로 했다.]
이것 봐 뚝딱 나오잖아.
근런데 딜도는?
[■■■■가 ■■■■ 해서 딜도를 시키기로 했다.
■■■가… ■■■를… ■■■-
■■■■■■■■■■■■■■■■■■
걁먉박구길기겕글깅긁.
…
독수리의 부리는 왜 노랄까?
노랄까?
노랄까-
노랄- 노랄- 노랄….
…
죽여라.
파괴해라.
■■■.
…
혼돈, 파괴, 망각.
그리고 딜도.
…
넣어라 최재훈.
그리고 손에 얻어라, ■■을-
쾌- 괘개객객.
…
쾌감을!]
'허억!!!'
끔찍하고도 인위적인 기억에 정신을 지배당할 뻔하다가 가까스로 제정신을 되찾았다.
손이 벌벌벌 떨리고 있었다.
아, 딜도 전원 켜져 있는 거였음.
아니.
안마기.
안마기 전원이 켜져 있었다.
이건 안마기다.
사실이 그렇다.
안마기로 태어났지만 간악한 무리에 의해 어둡고 축축한 미로속을 해매야 할 운명을 강요당한 것 뿐이다.
이 가엾은 것.
이제 형이 지켜주마.
니 이름은 이제부터 [Choi 'M spear' Dil Do Jeol Dae Anigo Anmagi Ym]다.
우리 가문의 성을 물려줄 테니 떳떳하게 살아가거라.
출생의 비밀 같은 데엔 추호도 관심 갖지 말고.
나는 주방 서랍에서 랩장갑을 꺼낸 낀 뒤, 새 수건으로 Choi 'M spear' Dil Do Jeol Dae Anigo Anmagi Ym을 정성스럽고도 꼼꼼히 닦아 줬다.
그리곤 다시 뾱뾱이로 감싸서 상자 안에 원위치 시켜 놓았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그냥 배송 잘못 온 것 같음.
이 미친 새끼는 택배를 뜯고 난 뒤에 운송장을 확인한다.
'어?'
이상하다.
주소가 틀림없이 내 집으로 돼 있었다.
근데 이름이-
[ㅋㅋ]
그렇지.
만약에 작은 즐거움을 구매할 때 자기 본명을 적어 놓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할 의향이 있었다. 성격 존나 호탕할 듯.
좌우지간 이걸로 누군가의 집으로 가야 할 Choi 'M spear' Dil Do Jeol Dae Anigo Anmagi Ym이 나한테 잘못 왔다는 게 분명해졌다.
'이걸 어떡하지.'
주소를 모르니 직접 가져다주지도 못한다.
정작 주소를 알아도 그건 그것대로 곤란하다.
개봉한 흔적이 있어서 내가 내용물이 Choi 'M spear' Dil Do Jeol Dae Anigo Anmagi Ym이라는 걸 확인할 사실을 알 텐데, 서로에게 그보다 불편한 상황이 있을까?
더군다나, 내가 개봉한 걸 문제삼으면 그 경우 과실 비율이 어떻게 되는 거지?
'하, 시발.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런 게 와서.'
사람을 심란하게 만드는 걸까.
이건 이미 택배 테러에 가까웠다.
Choi 'M spear' Dil Do Jeol Dae Anigo Anmagi Ym 테러.
[ㅋㅋ] 이 시발 Choi 'M spear' Dil Do Jeol Dae Anigo Anmagi Ym 테러범 새끼.
이름 때문에 더 빡치네 개새끼.
갑자기 이 테러가 의도된 결과일 수도 있겠단 생각까지 들었다.
'여자라서 현피를 신청할 수도 없고.'
그때, 머릿속에서 또 하나의 최재훈(22세/천사/오지랖 오짐)이 말했다.
[왜 반드시 여자일 거라고만 생각하니? 그건 너무 편협한 사고야]
그러자 진짜로 머릿속에 있는 뇌(22세/뇌/받아들인 정보를 이미지화함)가 말했다.
[남자가 Choi 'M spear' Dil Do Jeol Dae Anigo Anmagi Ym을? 그게 참말이가]
나는 황급히 전력으로 상상력을 억제시켰다.
창의력을 제한하고 말살시키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의 패치 방향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뇌리에 끔찍한 이미지의 잔상이 새겨졌다.
'으악.'
[ㅋㅋ]에 대한 내 감정이 증오에 이르렀다.
마음같아선 Choi 'M spear' Dil Do Jeol Dae Anigo Anmagi Ym 끝에 불돼지 라면 소스라도 묻히고 싶은데 참는다.
나는 이성적인 현대인이니까.
이제는 성별마저도 추정하기 어려워진 정체불명의 테러범.
그 정체가 궁금했으나, 그럼에도 역시 이 택배를 회수하러 오는 사람은 쿠퐁맨이었으면 한다.
뭐니뭐니 해도 베스트는, 역시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는 거니까.
나는 기분도 꿀꿀한데 다딱이들이나 패야겠단 심정으로 레전드 오브 레전드에 부계정으로 접속했다.
* * *
"뭐야! 이게 어떻게 이렇게 돼!"
"그렇지! 이거지! 어? 미드가 이 정도 해주는데!"
"버러지 컷!"
"다 뒤졌어, 이리와! 대가리 딱 대!"
권지현.
그녀는 자신의 원룸 방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는 중이었다.
지금 집엔 그녀 혼자였다.
그런데도 마치 주변에 누군가 있는 것처럼 입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정신적인 문제로 인항 행동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독특한 성격 때문도 아니었다.
지금 그녀는 혼자되,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스트리머.
그녀의 직업이었다.
지금 권지현의 모니터 화면은 약 수천에 달하는 시청자들에게 공유되고 있었다.
캠코더에 담겨지는 그녀의 모습과 함께.
그녀가 격한 반응을 보일 때마다 방송의 채팅창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승리>
"후~"
그녀의 게임 화면에 승리의 증표가 떠올랐다.
그녀는 캠을 보며 짐짓 거만하게 미소지었다.
"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