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꽃피는 계절인 봄이 오고 5월이 되면서 요한의 화려한 결혼식도 별 탈 없이 진행되었다.
혹자는 요한의 화려한 행보로 인해서 혹시 결혼이 깨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5월이 되자마자 결혼식 장소가 공개되고 SNS로 엘레노아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이 퍼지자 그야말로 세계는 엘레노아 앓이에 들어갔다.
[S 사이트]
- 와, 이게 과연 사람인가, 천사인가!
- 정말 예쁘다. 아니, 아름답다!! ㅜㅜ. 신께선 어떻게 같은 종족임에도 엘레노아는 저렇게 만들고 나는 이렇게 만들었는가!!
- 진짜 불공평하다. 아름다워, 러셀 가문의 가주야, 그리고 이젠 남편이 김요한 헌터 ㅎㄷㄷ;;
- 세상이 불공평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 심하게 불공평하다니.
- 엘레노아에게 신이 안 준 것은 불행뿐이다. By. 지나가던 인터넷 시인.
그야말로 찬양 일색이었다.
엘레노아의 드레스 입은 모습은 다크 엘프와 꽤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며 그들의 아름다움에 익숙해졌던 요한마저도 턱이 빠질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와아, 이게 바로 그 위대한 신부 화장인가?’
다만, 순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의 나이도 어언 30대였기에 여자의 얼굴을 동경하기엔 긴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엘레노아의 아름다움을 폄하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정말 넋이 나갈 정도였고, 신부 화장을 했다고 해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건 오직 그녀만 가능했으니까.
“어, 어때요?”
엘레노아는 생전 처음 해 본 신부 화장이 사뭇 어색했다.
어색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곧 남편이 될 요한이 자신을 보곤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니 어색하고 불편했던 감정이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요한 씨가 좋아하시는데.’
이런 어색함쯤이야 얼마든지 이겨 낼 수가 있었다.
동시에 그녀의 뺨이 불그스름한 빛을 띠었다.
엘레노아 그녀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부끄러워하는 중이었다.
***
딴따단-! 딴따단-!
요한과 엘레노아의 화려한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하객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러셀 가문의 위용을 알리기 위해서 SNS 생중계를 하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론 비공개 결혼식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좀 이상한 표현이긴 했다.
SNS로 생중계는 하지만, 비공개라니.
즉, 초대된 손님만 참석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보통 청첩장이라는 것은 초대장이라기보다는 정성이 가득한 알림장에 가까웠다.
결혼한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는 용도에서.
하지만 요한의 결혼식 청첩장은 철저하게 초대장이었다.
오직 선택받은 자들만이 입장할 수 있었다.
기자나 어떤 방송사도 접근할 수 없었다.
예식장이 바로 천공의 방어 요새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기승전 방어 요새.
그만큼 방어 요새의 쓰임새가 다양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크기는 어디를, 어떻게 개조해도 공간이 남아돌았다.
63빌딩? 쌍둥이 빌딩? 초고층 빌딩? 롯데 타워?
두바이에 있는 초고층 빌딩들은 애초에 대혼란의 시기에 이미 초토화된 지 오래였다.
그 이후 언제 몬스터의 침략이 있을지 몰랐기에 최대한 초고층 빌딩 건설을 자제하는 편이었다.
괜히 비행 몬스터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으니까.
덕분에 혼란의 시기 이전에 세워졌던 초고층 빌딩이 전부였다.
하지만 두바이 빌딩이 건재했다고 해도 방어 요새와 비교하기 부끄러울 수준의 크기 차이가 있었다.
그만큼 방어 요새의 크기는 정말 압도적이었다.
100km 떨어진 곳에서 봐도 꽤 크기가 있을 정도였으니까.
짝짝짝-!
초대된 하객은 요한의 명성에 비해서 적은 편이었지만, 면면의 화려함은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쉽게 볼 수 없는 거물들이 가득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크 엘프와 인어 종족이었다.
최근 요한이 설립한 CM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다크 엘프 역시 지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다낭 인근에 다크 엘프 도시가 세워져 그곳을 거점으로 삼아서 CM이 중계하는 중계 무역이 활발했다.
사람들은 제한적이지만, 다크 엘프 도시에 관광을 올 수도 있었다.
갈 수 있는 곳보다 금지 구역이 훨씬 많았지만, 어쨌든 다크 엘프들이 거주하는 곳을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매력 덕분에 엄청난 숫자의 관광객들이 몰려왔다.
세계가 재건되는 속도가 빨라질 수록 방문객은 늘어나고 있었다.
이젠 좀 통제해야 할 정도로 늘어났다.
인어 종족도 마찬가지였다.
러셀 가문과 인어 종족이 함께 살아가는 룬디 섬에도 매월 신청자를 받아서 룬디 섬 투어를 할 수가 있었다.
이곳 역시 인어 종족의 생산 시설이 많았기에, 투어할 수 있는 곳 자체는 제한적이었지만, 다크 엘프 못지않은 신비함 덕분에 투어 예약 경쟁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눈에 띄는 특징이라면, 다크 엘프 도시 관광은 커플 단위가 많았고, 룬디 섬 투어는 가족 단위가 많았다.
아무래도 다크 엘프는 성인 판타지의 인기 스타였고, 인어는 D사 덕분에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대단한 덕분이었다.
다크 엘프와 인어 종족은 이 관광 수익 덕분에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가 있었다.
쟁쟁한 두 종족의 방문만으로도 SNS 생중계는 채팅이 폭주하고 있었다.
그나마 숫자가 많은 쪽은 역시 엘레노아의 하객이었다.
친척과는 교류가 없고 인맥이 좁은 요한과는 달리 영국에서 가장 명망 있는 가문인 러셀 가문의 가주인 엘레노아였다.
러셀 가문 소속 사람들만 모여도 엄청난 숫자였는데, 유럽 전체에서도 다양한 가문과 엮여 있다 보니 하객을 추리는 데만 2달이 넘게 걸렸을 정도였다.
덕분에 유럽 귀족 가문에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유럽의 모든 명문 가문이 다 모였어! 그것도 전부 가주들이잖아!!”
평생 단 1번 보기도 힘든 명문 가문의 가주들이 대거 참석했다.
“흑흑.”
“호호, 그만 울어.”
한쪽에선 그야말로 대성통곡이 벌어졌다.
[채팅창]
- 쯧쯧, 내 저럴 줄 알았어.
- 포터 가주네.
- 포터 가주야.
- 하긴, 포터 가주의 짝사랑은 유명하니까.
- 물론 그도 훌륭한 예비 남편이긴 하지. 하지만, 킴과 비교하면 좀 많이 부족하지.
- 좀 많이? 매우 많이!!
포터 가주는 유명하긴 했지만, 그래 봤자 영국, 혹은 영연방에서나 유명한 헌터.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요한의 상대는 절대 아니었다.
[채팅창]
- 그래도 진짜로 좋아했나 보네. 단순히 정략결혼을 요구한 거면 저렇게까지 서럽게 울지는 않았을 테니까.
- 그러게.......
그나마 그를 동정하는 여론이 조금은 있었다.
결혼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지루한 주례사가 끝나고 요한과 엘레노아는 서로 애틋한 눈빛으로 마주 보았다.
영국 여왕이 주례를 서주겠다고 했지만, 당연히 거절했다.
‘여왕이 주례라니 부담스러워.’
그리고 결혼식은 온전히 둘만의 축제로 끝나야 했다.
누군가와 스포트라이트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두 사람은 마지막 맹세로 서로에게 영원의 키스를 통해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약속을 하십시오.”
“레아.”
“요한 씨……."
애틋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조금씩 둘의 입술이 가까워지더니 부드럽게 포개졌다.
파방-! 파방-!
사방에서 폭죽이 터졌다.
지금 시간은 어두운 밤이었고,
예식장은 유리 돔 구조로 꾸며졌기에 바깥이 훤히 보였다.
그곳에서 터진 불꽃놀이는 그야 말로 천국의 아름다음이었다.
[채팅창]
- 와아…….
- 진짜 로맨틱하다…….
- 나도 이런 결혼식 하고 싶다.......
이 로맨틱한 결혼식은 또 다른 유행을 불러왔다.
수많은 예비 남편들의 허리가 휘는 소리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
-10년 후-
“아빠아아!!”
"엄마아아아!!"
후다닥-!
4~5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귀여운 남녀 꼬마 2명이 짧은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며 부모에게 달려갔다.
“무슨 일이니?”
잔디가 쫙 깔린 정원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던 아름다운 여인은 귀여운 꼬마들이 다가오자 읽던 책을 덮고는 자세를 낮추어서 꼬마들을 가볍게 안아 주었다.
“오빠가 나 때렸어!”
“흥, 내가 먼저 맞았거든!!”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사랑에 빠질 정도로 귀여운 남매는 젖살도 빠지지 않은 볼을 붉게 물들이며 투닥거렸다.
“후후, 그만해. 시간도 이렇게 됐는데 점심이나 먹을까?”
“응!”
“네!”
여느 아이가 다 그렇듯이 남매는 먹는 거라면 귀신이 따로 없었다.
“에단, 아이린. 아빠한테 식사하라고 전해 주렴.”
“응!”
“네에!”
후다닥-!
남매는 언제 싸웠냐는 듯이 손을 잡고 빠르게 달려가 문밖으로 나갔다.
“마크!!”
지잉-!
[부르셨습니까, 꼬마 악마 분들?]
근처에서 청소하고 있던 메카닉 골렘 하나가 반응했다.
“아빠한테 가 줘!”
[알겠습니다. 꽉 잡으십시오.]
위이이잉-!
“꺄하하학!!”
“달려, 달려!!”
마크의 조종으로 청소하던 메카닉 골렘이 어느새 이동용 골렘이 되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후후.”
쌍둥이 남매의 모습을 본 엘레노아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어느새 볼록하게 불러온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만져 보았다.
‘행복해.’
어느 때보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그녀의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지난 10년간, 그녀는 정말 꿈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정식으로 부부가 된 둘은 함께 방을 쓰며 언제나 함께 다녔다.
‘나는 요한 씨와 레이드를 뛰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요한 씨와 함께하고 싶었던 거였어.’
“이 말썽꾸러기들. 임신한 엄마 괴롭힌 거 아니지?”
“아니거든요!”
“얘가 절 괴롭혔어요.”
“아니거든!!”
“베에!”
“이익!!”
남매의 싸움은 늘 동생인 아이린의 승리였다.
화르륵-!
“진짜로 해 볼래?”
에단의 손에서 불꽃이 솟아났다.
“흥, 또 맞으려고?”
저적-! 저적-!
아이린의 손에선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직 5살밖에 안 된 꼬마들이었지만, 이미 각성하고 능력까지 다룰 수 있는 각성자였다.
그것도 재능만 따지면 SR급에 해당하는 엄청난 실력자.
사실 여기엔 커다란 음모가 있었다.
‘하하, 아무리 내 자식들이지만, 이런 압도적 재능일 줄은 몰랐는데.’
차원 마스터인 요한이라도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었다.
그건 진짜 신의 영역이었고, 그의 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재능과 한계는 그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쌍둥이에 힘은 부여했지만, 능력의 종류와 수준은 순수하게 쌍둥이의 재능이었다.
‘하긴, 차원 마스터의 자식인데 이상한 녀석이 나올 리가 없나.’
“싸우자!”
“덤벼!”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따악-!
"꺅!"
“아악!”
요한의 따끔한 꿀밤이 두 꼬마의 머리에 떨어졌다.
5살 꼬마에게 가하는 것치곤 꽤 센 힘이 실려 있었다.
비명은 컸지만, 충격은 그다지 없었다.
마나가 전혀 실려 있지 않은 주먹은 각성자 꼬마에게 큰 타격은 아니었으니까.
“또, 또 싸우니. 좀 사이좋게 지내.”
“싫어!!”
“안 해!!”
“에휴.”
“후후,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렇게 싸우다가도 잘 때는 손 꼭 잡고 잔답니다.”
“이익, 아니거든!”
“아니에요!!”
쌍둥이 아니랄까 봐 화를 내는 표정도 똑같았다.
“하하하하하!!”
“후후후.”
요한의 가족은 오늘도 행복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