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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45화 (245/250)

20화

"......."

"......."

인적이 드문 절벽.

이곳은 해류가 강하고 섬에서도 굉장히 구석진 곳이라 인어 종족도 잘 없는 장소였다.

주변도 바위 절벽이고 평평한 땅도 없어서 개발하기 딱 안 좋은 곳.

하지만 요한이 사라진 장소가 제일 잘 보이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엘레노아와 유나는 요한이 실종된 지 1년이 된 시점에 다시 이 장소로 찾아온 것이었다.

굳이 1주년을 맞춘 데는 큰 이유는 없었다.

둘 다 워낙 바쁜 몸이라 자주 만날 수도 없었는데, 굳이 만나려고 일정을 잡다 보니 실종된 지 1년째에 맞춘 것이었다.

“오빠는 다시 오겠죠?”

“응, 올 거야. 그가 이겼을 테니까.”

이겼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 포탈과 동시에 전 세계의 포탈이 폭주했고, 요한이 그곳으로 사라진 지 200시간이 넘어서 거짓말처럼 모든 포탈 폭주가 정리되었으니까.

단순히 포탈 폭주만 멈춘 것이 아니라, 미친 듯이 인간을 학살하던 몬스터마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건 누군가 특별하게 조처를 했다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무슨 사정이 있어서 이곳에 못 오는 걸 거에요. 그 사정이 해결되면 올 거예요.”

“그렇겠지?”

“그럼요.”

유나는 자신의 오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 게으름뱅이 오빠야, 어서 돌아오라고.’

어서 빨리 특유의 미소를 보고 싶었다.

‘요한 씨…….'

그건 엘레노아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을까.

슬슬 해가 지는 것이 보였다.

“돌아가자. 내년에 또 오자.”

“네, 언니.”

그렇게 둘은 쓸쓸한 발걸음을 돌렸다.

아니, 몸을 막 돌리려던 참이었다.

쿠루룽-!

“응?”

멀쩡하던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이 쳤다.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눈을 부릅떴다.

“그때와……."

“……똑같아요!”

하늘이 열리고 인류가 멸망의 길을 걸을 뻔한 대사건, 대포탈 폭주 때와 똑같은 현상이었다.

스릉-!

엘레노아는 검을 뽑았다.

실제로 주변엔 아무런 위협도 없었지만, 언제 어디서나 검을 휴대해야 한다는 조기 교육은 타인을 그리워할 때조차 휴대하도록 해 주었다.

지금은 그 습관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쿠르르릉-!

다시 한 번 더 천둥이 쳤다.

그리고 그때처럼 하늘에 구멍이 생기더니 그곳에서 거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치지지직-!

둘은 다른 의미에서 동시에 놀랐다.

그리고 크고 아름다운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구우웅-!

엄청난 거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전부 드러내는 데 결국, 성공했다.

“내가 돌아왔다!!”

바로 요한과 방어 요새의 등장이었다.

요한은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양 손을 펼치며 무척이나 기뻐했다.

“으아, 단순한데 뭐 이렇게 오래 걸렸냐.”

요한도 시간의 흐름 정도는 다 파악하고 있었다.

“1년 만인가?”

멀리서 보면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혼잣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요한이 그럴 리는 없었다.

[으아, 심심했어. 요한이랑 단둘이 있는 거 진짜 노점.]

“나도거든?!”

거의 1년 동안 단둘이 있으려니 심심하기 그지없었다.

‘플래닛 프레데터 녀석도 처음엔 나쁜 녀석이 아니었을 거야.’

처음엔 얌전히 있다가 오랜 시간을 혼자 지내다 보니 미쳐서 행성을 약탈하고 다녔다고 보는 게 합리적 의심이었다.

요한이야 하늘과 함께 있었으니 조금 심심하긴 해도 외롭지는 않았다.

“응?”

요한은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인어 종족이겠거니 하고 별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다가 그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어. 레아, 유나야!!”

가장 그리웠던 둘을 이렇게 빨리 볼 줄이야.

요한의 티 없이 맑은 미소는 두 여인을 구원해 주었다.

“이, 이, 이 바보 오빠가아아아!!”

“헉!”

유나의 분노에 찬 고함에 요한은 식겁했다.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었다.

꿀꺽-!

‘아, 실수했다. 지난 1년 동안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구나. 많이 걱정했겠지?’

요한이 지내던 포탈 안은 날짜가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는 있어도 그 감각이 얕았다.

즉,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하하, 하하……. 그냥 돌아갈까?”

[베에,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젠장.”

정말 돌아오고 싶은 곳이었지만, 막상 돌아오니 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뱃머리를 돌릴 수는 없었기에 요한은 비행선을 보내서 둘을 태우고 왔다.

퍽-!

“윽!”

만나자마자 따뜻한 포옹 대신 유나의 주먹질이 쏟아졌다.

아프진 않았지만, 최대한 아픈 척을 해 주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동생의 슬픔을 없앨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 줄 수가 있었다.

“왜, 이제 온 거야!!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미안, 미안. 나도 좀 사정이 있었거든.”

“흑!”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요한은 서럽게 우는 유나를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미안해. 그래도 이렇게 돌아왔잖아?”

‘오래 못 있지만.’

이 사실은 천천히 말해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유나를 위로하고 요한은 엘레노아와 마주 보았다.

“레아.”

“요한 씨.”

처음엔 담담하던 엘레노아도 요한과 마주 보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천하의 얼음 여왕도 사랑과 그리움 앞에선 그 단단한 얼음이 녹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다만, 유나처럼 서럽게 울지는 않았다.

조용히 그녀만의 방법으로 흐느꼈다.

“미안해, 내가 좀 많이 늦었지.”

둘은 헌터 등록소에서 스치듯이 마주친 첫 만남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처음으로 진짜 감정적인 스킨쉽을 나누었다.

요한이 그녀를 부드럽게 안아 준 것이었다.

얼마나 이렇게 안겨 있었을까, 둘은 자연스럽게 몸을 뗐고 요한이 엘레노아를 지긋하게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둘 사이엔 묘한 교감이 이어졌다.

요한은 잠시 망설였다.

‘이곳에 오래 있을 수 없는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어차피 삶은 짧아. 내가 원하는 대로 해도 부족한 삶. 즐기다가 가야지.’

그렇게 마음먹은 요한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엘레노아는 깜짝 놀랐다.

“어머, 어머.”

옆에 있던 유나도 깜짝 놀랐다. 요한이 박력 있게 엘레노아에 키스를 한 것이었다.

부드러운 입술이 빈틈없이 포개졌다.

서로의 체취를 나누었다.

처음엔 깜짝 놀란 엘레노아였지만, 곧 스르록 눈을 감고 요한의 체온을 느꼈다.

유나는 망측한 것을 본 것처럼 굴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눈 크기 만큼 충분히 벌어져 있었고 여전히 고개는 요한과 엘레노아 커플을 향하고 있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

“……그렇게 된 거야.”

“마, 말도 안 돼. 오빠가 신이 됐다고?”

유나는 양손으로 입을 막으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

엘레노아는 복잡한 심경을 눈에 담으며 요한을 쳐다보았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마. 내가 이곳에 오래 있는 건 무리지만, 얼마든지 둘을 초대해서 함께할 수 있으니까.”

“뭐…….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정말 이상한 일에 휩싸이는 오빠였지만, 이번엔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오빠답다고도 생각했다.

자주 못 보는 건 아쉽겠지만, 오빠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K&S를 잘 부탁해, 유나야.”

“……걱정하지 마. 오빠 없이도 지난 1년간 잘 운영했거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고. 잠깐 씩 지구에 오는 건 괜찮으니까.”

“알겠거든요.”

틱틱대는 유나의 눈빛엔 그래도 아쉬움이 걸려 있었다.

다음은 엘레노아 차례였다.

“저…… 레아.”

요한이 살짝 주저하자 엘레노아가 선수를 쳤다.

“요한 씨.”

“으, 응?”

“진심이었나요?”

그녀가 궁금한 건 따로 있었다.

“다, 당연하지. 솔직히 말할까?”

“네?”

“나 솔직히 너 처음 봤을 때부터 한눈에 푹 빠져 있었어.”

“......!!"

“어머.”

요한의 기어 없는 고백에 엘레노아는 말문이 막힌 채 볼이 붉어졌고, 유나는 오빠의 박력 넘침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지구에 그렇게 오래 있을 수는 없지만, 자주 들를 테니까. 너무 미워하지 마.”

엘레노아는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고백이었다.

자주 볼 수 없는 상대와 연애를 하라니.

장거리 연애도 이런 장거리가 없었다.

차원 간의 장거리 연애라니.

하지만 그런데도 엘레노아는 태어나 처음으로 환하게 미소 지었다.

물론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미소의 정도가 작았지만.

“네, 저도 요한 씨를 쭉 좋아했어요.”

“크흡, 이런 감동이.”

요한은 차원 마스터가 된 이후로 더욱 사람이 뻔뻔해지고 감정에 솔직해졌다.

강력한 힘을 얻은 영향이었다.

굳이 말을 돌려서 하거나 거짓말을 할 이유를 느낄 수가 없었다.

감정에 솔직하고 느낌에 솔직하고.

강력한 절대자의 힘에서 나오는 여유가 그것을 가능토록 했다.

요한은 여기서 더 한 발자국 나아갔다.

“그냥 우리 결혼할까?”

찰싹-!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나가 요한의 등을 후려쳤다.

“칵. 이게 무슨 짓이야, 유나!!”

아프진 않았지만, 최대한 아픈 척을 했다.

여전히 찔리는 게 많았으니까.

“이 무슨 무드 없는 프로포즈야, 이 멍청한 오빠야!!”

“아, 아하하. 그, 그런가?”

요한은 민망한 듯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가 뻔뻔해지긴 했지만, 멍청해지진 않았다.

짧지만 연애 경험자이기도 했고, 연애 방법론 정도는 통달하고 있었으니까.

프로포즈만큼은 이성을 위해서 최대한 무드 있게 하는 것이 기본 예의라는 것을.

하지만 요한은 특유의 능글거림과 지구에서 얼마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기에 살짝 급하게 프로포즈를 해 버렸다.

같은 여성인 유나로선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심함의 극치인 엘레노아는 달랐다.

“좋아요.”

“에?”

“에엑?!”

요한과 유나 동시에 깜짝 놀랐다.

이런 무드 0에 가까운 프로포즈에 엘레노아는 눈에 눈물까지 머금고 감동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우리 결혼해요.”

“아하하, 고마워.”

“에휴, 이 바보 같은 오빠가......."

유나는 자신의 오빠가 무심함의 극치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노답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레아 언니도 무심함의 극치니까 잘 어울리려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축하해. 오빠, 그리고 레아 올케언니.”

“고마워, 유나야.”

“그, 그래. 고마워, 유나야.”

얼떨결에 세계 최강에 차원 마스터인 요한과 영국의 인어 종족, 베트남의 다크 엘프와 교류하면서 세계 최강의 가문으로 나아가는 중인 러셀 가문의 가주의 결혼이 결정되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수준의 결혼 성사는 곧 세계로 알려지고 엄청난 파문을 불러왔다.

세계 최강의 귀환도 큰 이슈였지만, 세계 최강의 개인과 세계 최강 조직의 결합은 세계 각국을 잔뜩 긴장시켰다.

“허허, 킴과 러셀 가주의 결혼이라니……."

“망했군.”

경쟁자들에겐 재앙과도 같았다.

50장. Th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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