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37화 (237/250)

12화

이곳 스페이스 포탈(임시로 요한이 지음)에는 스페이스 이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일반적인 몬스터도 등장했다.

다만, 그냥 일반적이라고 부르기엔 우주적인 특징이 강했다.

하지만 요한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녀석들에게선 스페이스 이터와 달리 정상적인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감각은 마치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하니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감각을 대체할 어플을 급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음, 각성몽에 들어가야 하나?”

이런 공간에서 잠을 자는 건 영 내키질 않았다.

“굳이 각성몽에 들어가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안내인 씨?”

요한의 곁으로 공중에 30cm 정도 떠서 움직이는 안내인이 다가왔다.

“제가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뭔가 떠오르는 생각이 없으십니까?”

“아, 그렇다면?!”

안내인의 말에 무엇인가를 깨달은 요한은 스마트폰의 화면에 손가락을 대곤 휙! 하고 앞으로 던지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샤악-!

“오!”

그러자 스마트폰의 화면이 마치 각성몽에 들어온 것처럼 코딩식 화면이 앞에 펼쳐졌다.

“좋은데?”

어차피 헌터가 된 이후로 피로를 쉽게 느끼지 않으니 잠 정도는 자지 않아도 괜찮았다.

피로 같은 거야 마나만 충분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가 있었으니까.

‘어디 보자, 일단 스페이스 이터에 대한 정보부터 입력하고…….'

이 프로그램 특성과 네크로맨서는 정말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네크로맨서는 시체를 흡수해 원래 가졌던 특성을 모조리 꿰뚫어 볼 수가 있으니까.

단순히 사진만 찍어선 평면적인 정보가 전부인 것과 180도 달랐다.

“괜찮지 않나요?”

“최고야. 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만져 볼까?”

삭삭-!

손바닥을 비비며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아이처럼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그의 손이 마치 부스터가 달린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분석하고 수식을 만들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탄생시키는 것.

‘일종의 우주 정복 프로젝트인가?’

스페이스 포탈이니 딱히 틀린 작명은 아니었다.

1번에 모든 것을 끝낼 수는 없었다.

안타깝게도 요한은 뛰어난 프로그래머이긴 했어도 TV에 나오는 천재 해커 수준은 아니었다.

만약에 요한이 천재 해커 수준의 프로그래머였다면, 아무리 학벌과 배경이 좋지 않다고 해도 서버 관리실에 처박혀서 시간이나 낭비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은 인재에 짠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천재급에게마저 짜지는 않았으니까.

그냥 조금 실력이 좋은 우등생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니 TV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복잡한 코딩식의 프로그램을 뚝딱하고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물론 프로그램 특성으로 만드는 이 속도도 조금 사기적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요한의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프로그램 특성이 사기적인 것.

일반 코딩식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어를 이용하는 거였으니까.

0과 1로 이루어진 기계어였으면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었다.

샤샤샤샥-!

손바닥이 움직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래도 요한은 처음 이 능력을 얻었을 때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능력을 다루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사용하면서 훈련한 결과였다.

“후우.”

“뭔가 좀 해결책은 찾으셨나요?”

“아직,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른 다음에 이 빌어먹을 스페이스 포탈이 생겼다면 좀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

그는 계속해서 언젠가 미지의 존재와 마주할 거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타이밍은 확실히 빨랐다.

‘최소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스카이 포탈의 50% 이상은 공략해야 나올 것 같았는데. 겨우 2개일 줄이야.’

뭔가 성격이 급한 절대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 녀석으로서도 최대한 빨리 차원을 먹고 싶겠지.’

이름부터가 살벌한 플래닛 프레데터였으니까.

“좀 더 많은 패턴 공식이 필요해.”

“그러면 스페이스 이터를 더 잡아야겠군요.”

“그렇지.”

“그러면 가시죠.”

“그래, 그게 좋겠다.”

정보 수집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었으니까.

***

요한은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스페이스 포탈을 돌면서 스페이스 몬스터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스페이스가 앞에 수식어로 붙은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위협적인 것은 스페이스 이터들이었다.

[ERROR]

‘젠장 또!!’

스페이스 이터는 정말 최악의 몬스터라고 부를 수가 있었다.

소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 공간에서 스페이스 이터를 제거할 방법은 오직 그에 대항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뿐이었다.

물론 스페이스 이터만으론 요한의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스페이스 이터보다 더한 몬스터가 나온다면?’

특히 보스나 엘리트 몬스터 같은 녀석들.

물론 요한이 만들어 낸 아이스 이터들도 충분히 강력했다.

스페이스 이터처럼 소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척 작은 편이고, 특히 암흑 에너지와 비슷한 형태의 척력을 사용했기 때문.

‘아무리 언데드가 됐다고 해도 우주 몬스터의 특성을 100% 가지진 못하네.’

스페이스 이터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서 스페이스 이터의 언데드 버전인 아이스 이터를 꼼꼼하게 분석해 보았다.

물론 진짜 시체였다면 더 정확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스페이스 이터는 시체를 남기지 않는 몬스터였으니까.

‘그런데 미지의 존재는 이것까지 예상했으려나?’

시체를 남기지 않는 몬스터.

그것도 파티를 열던 중에 갑자기 끌려온 포탈.

철저한 준비가 꼭 필요한 네크로맨서에겐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없는 극악의 환경이었다.

"하늘이 없었으면 정말로 큰일 날 뻔했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일반 몬스터들은 우주적인 특성만 가졌을 뿐, 기본적인 구조는 평범한 몬스터였다.

스카이 포탈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만 빼면.

즉, 시체를 남긴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녀석들과 스페이스 이터의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미지의 공간의 비밀을 해결하려면 온전한 스페이스 이터의 시체가 필요했다.

‘잠깐만.’

그때 뭔가 떠올랐다.

‘굳이 시체일 필요가 있을까?’

물론 네크로맨서는 병적으로 시체에 집착해야 하는 클래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언데드나 스킬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것 일 뿐이었다.

‘분석 프로그램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단순히 언데드가 필요한 것이었다면, 하늘이 아이스 이터를 만든 순간 집착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뼈를 수집 못 하는 건 아쉽지만, 네크로맨서의 가장 근본적인 언데드 보충은 가능하다는 뜻이었으니까.

또 다른 일반 몬스터는 언데드로 일으키는 것도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요한이 원하는 것은 네크로맨서로서가 아니라, 1명의 헌터로서 스페이스 이터의 근본적인 구조였다.

‘만약에 스페이스 이터의 근본적인 구조를 알 수 있다면, 미지의 존재에 대항할 방법도 알 수 있을 거야.’

만약에 미지의 존재가 요한을 알고 있다면?

요한에게 이런 계기도 주지 않으려고 시체가 생기지 않게 스페이스 이터를 개조한 것이라면?

하늘의 아이스 이터가 모든 문제의 답일 수도 있었다.

“머리를 식히세요. 급하게 생각한다면 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요.”

안내인이 요한을 차분하게 안정시켰다.

확실히 요한은 너무 조급한 느낌이 강했다.

“후우, 내가 너무 흥분했네. 지금 기분이 안 좋거든.”

“원하는 프로그램 알고리즘이 짜지지 않아서인가요?”

“아냐, 그런 건 아니야.”

진심이었다.

요한이 언제부터 프로그래밍 천재였다고, 생각했던 프로그램이 안 나온다고 짜증을 내겠는가.

그는 우수한 프로그래머였지만, 원하는 걸 뚝딱 만들어 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 정도였으면 애초에 탈조선하고 미국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프로그래머로 활동했을 것이다.

요한이 거슬리는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그러면 왜 그렇게 텐션이 낮으시죠? 심장 박동도 불규칙하고 도파민 수치가 낮아요.”

“안내인 씨는 참, 별걸 다 아는 구나?”

“저는 플레이어의 담당입니다. 기본적인 모든 것을 알 수가 있죠.”

“아까부터 느껴진 건데 말이야.”

"네."

“우리 지금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 같지 않아?”

“예?”

안드로이드 느낌이 흠씬 나는 안내인은 요한의 말에 눈썹을 치켜뜨더니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녀도 현재 감각이 차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에겐 A.I 같은 분석 능력이 있었다.

띠리리리리-!

안내인의 눈에서 온갖 분석 패턴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지나갔다.

거의 36시간을 사냥만 하면서 움직였는데 지나온 모든 길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었다.

원래 안내인에겐 이런 능력이 없었다.

애초에 각성몽의 NPC들은 특별한 능력이 없었다.

그저 각성한 각성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제공자 역할이 전부였다.

다양한 성격은 존재했지만, 그들은 일정 이상 플레이어와 친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한의 특성에 영향을 받은 안내인은 달랐다.

여전히 무뚝뚝하고 무감각해 보였지만, 주변을 정확히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반응했다.

그리고 가끔이지만, 요한과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

또 요한의 특성을 흡수해 마치 메인 A.I처럼 행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없는 육체라고 하지만, 저것만 봐도 생전에 안드로이드 같은 거였겠지. 아, 안드로이드라면 생전이라고 표현하기엔 그런가?’

살짝 더 고민해 봤지만, 지금은 철학 시간이 아니었기에 금방 집어 치웠다.

“그렇군요.”

“분석 끝났어?”

“네, 저희는 같은 공간을 총 3번 지나갔군요. 몬스터 사냥 패턴이 매번 달라서 정확히 1/3은 아니지만요.”

“약 12시간 간격이겠군.”

“네, 맞아요.”

시작부터 감각 차단에 소리가 나지 않는 무음 몬스터가 등장하더니 이젠 정체도 제대로 모르는 공간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문제는 어떻게 이 공간에서 빠져나가지?”

“저희가 걸어온 길의 패턴을 분석하고 있어요.”

“크흐, 이래서 감각이 차단된 건가?”

오직 믿을 수 있는 감각은 청력과 시력뿐이니 이런 사소한 것도 3번이나 반복하고 나서야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미지의 존재 정체가 뭔지는 몰라도 정말 빌어먹을 존재구먼.’

상대를 괴롭히는 게 취미인 변태 같은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빨리 분석해. 일단 우리만 알고 있으면서 움직이자.”

“네, 알겠습니다.”

데이터 처리 능력은 요한보단 안내인이 훨씬 더 나았다.

요한이 뭔가를 알아냈다는 것을 미지의 존재도 알아차린 걸까?

요한이 안내인에게 길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린 직후부터 스페이스 이터들의 습격의 횟수와 강도가 더욱 올라갔다.

“위험합니다!!”

퍽-!

“윽!”

거기에다가 습격 방법도 더 악질적으로 변했다.

소리가 안 난다는 것을 십분 활용해 갑자기 땅속에서 솟아난다던가, 공간에서 나타나는 점을 이용해 사각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다던가.

만약에 요한에게 감각이 있었다면, 절대 당하지 않았을 온갖 습격을 당하고 있었다.

“푸핫, 젠장!!”

엘라드가 다급하게 밀친 것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흙을 잔뜩 먹어야 했다.

“제에에엔자아아앙!!”

요한의 짜증과 분노가 가득 담긴 포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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