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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는 세계최강-236화 (236/250)

11화

스페이스 이터들은 정말 조금의 소리도 내지 않고 움직였다.

“허……!”

등장할 때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전투를 할 때마저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정말로 어이가 없었다.

이런 놈들이랑 싸워야 한다는 것도 막막했다.

‘뭐, 나한텐 선택권이 없으니까.’

그저 눈앞에 놓인 몬스터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 게임이야.’

단단한 각오로 싸워야만 이길 수가 있었다.

“총공격!!”

류페이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무음의 스페이스 이터와 요한이 가져온 언데드 군단이 강렬하게 충돌했다.

“그어어어!”

“어어억!!”

스페이스 이터는 우주 몬스터답게 암흑 에너지를 사용했다.

구웅-! 퍼퍼퍽-!

“크억!”

암흑 에너지는 우주에 널리 퍼져 있는 에너지로 모든 것을 밀어내는 힘이었다.

우주의 팽창이 이 암흑 에너지로 인해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암흑 에너지답게 스페이스 이터는 주변의 언데드를 강력하게 밀어냈다.

단순히 밀어내는 게 끝이 아니라, 여러 마리의 스페이스 이터가 양쪽으로 밀어내면서 그대로 언데드를 짜부로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젠장, 역시 강해.’

처음 만난 몬스터라고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다.

“엘리니아, 엘라드!”

쉬잉-!

보통 요한의 경호 업무를 맡는 둘이었기에 일반적인 전투에서 요한이 위협받지 않으면 모습을 나타낼 일이 없었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그래, 저 녀석들 생각보다 훨씬 강해. 기본적으로 척력, 즉 밀어내는 힘을 사용하니까 가운데 끼지 않게 조심하고.”

“알겠습니다. 주군.”

끄덕-.

엘리니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엘라드와 함께 스페이스 이터 사이로 나아갔다.

‘어디 보자.......'

휘익-!

요한은 팬텀 스티드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녀석들이 원거리 공격할 수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위에서 상황을 보기 위해서였다.

[꺄하하하!!]

촤아악-!

역시 가장 활약을 보이는 것은 퀸 스피릿인 하늘이었다.

언데드의 신이라는 별명이 절대 부족하지 않은 화력이었다.

스페이스 이터라는 생소한 몬스터에 고전하는 다른 언데드와는 차원이 달랐다.

콰앙-!

“크하하핫!!”

‘아, 저 녀석도 있었지.’

요한이 하늘의 위용에 잠시 넋 놓고 있었을 때 요란한 폭발 소리와 함께 류페이의 우렁찬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류페이의 활약도 엄청났다.

물론 언데드의 신이라고 불리는 퀸 스피릿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둠나이트라는 사기적인 언데드로 각성한 그녀였다.

그극-! 그극-!

스페이스 이터들이 류페이를 짜부로 만들기 위해서 5방향에서 암흑 에너지를 뿜어내었다.

일반적인 언데드들은 암흑 에너지를 버텨 내지 못하고 그대로 밀려나거나 짜부가 되어 버렸다.

제대로 된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파괴되는 그런 파괴적인 힘이었는 데, 류페이는 그걸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였다.

휙-! 퍽퍽-!

속도에 자신이 있는 엘리니아나 엘라드는 스페이스 이터가 인지하는 못하는 사각에서 공격을 퍼붓는 것과는 전투 방향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그긍- 쾅!

척력을 그대로 이겨 버리고 스페이스 이터를 반으로 갈라 버렸다.

퀸 스피릿 하늘과 둠나이트 류페이의 이런 활약 덕분에 다른 곳은 다 밀려도 중앙만큼은 언데드 군단이 녀석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다.

스페이스 이터들의 공격 패턴이 바뀐 것이.

‘응?’

공중에서 모든 전황을 보던 요한에 미묘하게 바뀐 스페이스 이터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거리를 둬?’

바짝 붙어서 싸우던 지금까지 패턴과 다르게 몇, 몇의 스페이스 이터들이 뒤로 살짝 빠진 것이었다.

‘잠깐만, 이 패턴은 설마?’

아차 싶은 순간.

역시 소음이 전혀 없는 녀석들의 새로운 공격 패턴이 사용되었다.

마치 소우주처럼 우주가 담긴 구체 여러 개를 동시에 쏜 것이었다.

‘저기에 맞으면 척력에 휘말릴 거야!’

어떻게 아느냐고?

‘암흑 에너지가 다 그렇지, 뭐!’

찍어 먹어 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는 단계는 이미 지난 지 오래였다.

“너희들 마음대로 될 것 같냐!!”

‘본 월!!’

구구구궁-!

지금까지 요한이 사용하던 일반적인 본 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튼튼한 뼈의 장벽이 마치 만리장성처럼 펼쳐졌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엄청난 장벽은 무엇이든지 막아 줄 것만 같았다.

콰가가강-!

“헉!”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애초에 본 월은 그렇게 뛰어난 방어력을 가진 방어 스킬이 아니었다.

본 월은 적의 진로를 방해하고 잠시 지연시키는 정도의 스킬이었다.

대신 수집한 뼈의 숫자에 따라서 더욱 크고 넓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유틸성이 아니라 굳건한 방어력이 필요한 때였다.

뼈 무더기가 순식간에 갈리기 시작했다.

본 월에 부딪힌 암흑 에너지 구체가 서로를 밀어내고 밀어낸 게 밀어내면서 척력 중첩 현상이 발생 해 엄청난 운동 에너지가 본 월에 가해졌다.

‘이대론 안 되겠어. 본 월! 본 월!’

영국에서 벌였던 스카이 포탈 공락은 하늘과 류페이만 성장시킨 게 아니었다.

그도 엄청난 레벨업과 스킬 경험치 그리고 새로운 코딩식까지.

새로운 스킬은 얻지 못했지만, 코딩식만으로도 기존 스킬을 새로운 스킬처럼 사용하게 만들 수가 있었다.

요한의 코딩 실력 및 그의 특성은 그런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게 가능했다.

이번에도 암흑 에너지 구체가 어이없이 파괴되자 본 월을 겹겹이 쌓기 시작했다.

‘1개가 부서지면 2개, 3개로 막으면 그만!’

3, 4개로도 부족하면 더, 더 겹겹이 쌓으면 또 그만이었다.

콰가가각-!

그렇게 1차로 스페이스 이터가 쓴 암흑 물질 구체는 그렇게 7겹의 본 월에 막히고 말았다.

“하늘!”

[알았어!]

샤아악-!

하늘이 공중에 떠올라 양손에 마나를 모으더니 그대로 스페이스 이터를 향해서 뿌렸다.

미세한 검은 얼음의 입자였다.

저적-! 저적-!

이 입자에 닿은 스페이스 이터는 순식간에 까맣게 얼어 버렸다.

‘그렇지!’

요한은 그것을 보곤 주먹을 쥐며 기뻐했다.

정말 몬스터 같지 않은 스페이스 이터였지만 그래도 결국은 몬스터였다.

더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1마리의 가련한 몬스터였고, 절대적인 힘 앞에선 한없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하늘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흑색 얼음으로 마구 뿌려 댔다.

저적-! 저적-!

덕분에 스페이스 이터들은 더는 버티지 못했고, 결국 요한을 막아 섰던 전부 처리하는 데 성공할 수가 있었다.

“후아, 빡셌다.”

“크하핫, 그래도 이겼네.”

“당연하지. 절대 질 수 없잖아. 그리고 저 녀석들은 이제 첫 단계라고!”

“아하핫, 그런가?”

“헌터 자존심이 있지, 첫 단계에서 죽을 수는 없어.”

“킥킥킥.”

류페이는 뭐가 웃긴지 배를 잡고 킥킥거렸다.

“자자, 그만 웃고 뒷정리나 하자고.”

“딱히 할 거 있어?”

"음......."

‘확실히.’

사냥이 끝난 이후 이곳엔 하늘이 얼려 버린 것 말고는 아무런 시체가 남지 않았다.

‘이거 제대로 큰일인데.’

물론 요한은 보통의 네크로맨서와 다르게 풍부한 비축분의 시체가 있었다.

시체 수납 및 흡수로 추가적인 언데드를 불러내는 게 가능했다.

‘물론 거기에도 한계가 뚜렷하지.’

이미 첫 번째 전투에서 1/5의 언데드 군단이 갈려 나갔다.

물론 당분간은 얼마든지 추가로 보급할 수 있겠지만, 한계가 뚜렷 했다.

네크로맨서는 시체가 꾸준히 공급되지 않으면 힘이 달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

문제는 돌아가는 방법도 모른다는 것.

어떻게든 시체를 공급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히히히, 요한!]

“아이 C 뭐……. 아, 하늘이구나. 왜?”

평소였다면 그대로 야발을 박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퀸 스피릿이 된 이후의 하늘은 대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이거 봐봐. 신기한 거다!]

‘아오……!’

남의 속도 모르고 실실거리며 장난을 걸었다.

“뭔데?”

저적-!

요한의 눈앞에 갑자기 뭔가가 나타났다.

“으헉!”

아까 꽁꽁 얼었던 스페이스 이터였다.

갑자기 눈앞에 스페이스 이터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그거 뭐야?”

[히히, 내가 얼린 녀석이 언데드가 됐어.]

“뭐?”

‘대박이다!’

잠깐 놀라긴 했지만, 요한의 상황 이해는 무척이나 빨랐다.

“시체가 남지 않았는데도 언데드가 생겼다고?”

[응, 내가 얼려 버린 녀석들이 비슷한 능력으로 다시 깨어났어.]

“와우.”

자리에서 일어난 요한은 아이스 바 언데드가 된 스페이스 이터를 빤히 쳐다보았다.

"......."

언데드가 된 이후에도 스페이스 이터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거 참, 신기한 녀석들일세.’

어떻게 이렇게 조금의 소리도 안 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변을 빙 돌면서 자세히 뜯어보았다.

아이스바가 된 스페이스 이터도 기본적으로 검은색인 것은 똑같았다.

하늘이 사용한 힘 자체가 블랙 아이스였기 때문.

하지만 매끄러운 표면의 스페이스 이터와 다르게 언 상태라 주변이 마치 가시 갑옷처럼 뾰족한 표면 상태가 되어 있었다.

‘좋아, 좋아.’

눈으로 직접 보는 과정이 끝나고 스마트폰을 켜서 녀석의 코딩식을 살펴보았다.

이렇게 하면 2가지 효과를 볼 수가 있었다.

첫째는 언데드의 능력을 보면서 활용 가치를 체크할 수 있음.

둘째는 언데드는 어디까지나 살아 있을 때를 베이스로 탄생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적의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스페이스 이터…….'

정말 신기한 몬스터였다.

생명체라고 부르기에도 어렵고, 그렇다고 정의할 수 있는 특정 단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요한은 스마트폰으로 스페이스 이터의 정보를 살살이 훑어보았다.

‘미지의 존재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마음에 평소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따져 보았다.

코딩식도 일일이 뜯어보면서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했다.

꼼꼼하게 훑어본 덕분에 스페이스 이터에 대한 정보를 알 수가 있었지만, 미지의 존재에 대한 힌트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젠장!’

짜증이 확 올라왔다.

“왜 그렇게 예민해?”

툭-.

류페이가 요한의 등을 두드리며 다가왔다.

“후우, 나도 모르겠다. 우리가 공략해야 할 적의 이름도 모르는데 정보까지 없으니 답답하네.”

“힘내, 너무 그런 데 집착하지 말고 너답게 해, 너답게.”

“나답게……."

요한은 속으로 몇 번이고 ‘나답게’라는 말을 반복해 보았다.

덕분에 꽉 막혔던 가슴이 조금은 뚫리는 것 같았다.

“정신 차렸어?”

“그래. 고마워 류페이.”

“킥킥킥, 고맙긴.”

주변 상황은 전혀 바뀐 게 없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아이스 이터가 나의 희망.’

퀸 스피릿은 이렇게 요한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 주었다.

“가자.”

“킥킥, 가자고.”

[응, 요한!]

전투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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