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촤자자자자자작-!
요한은 기자는 단 1명도 부르지 않았지만, 뜨거운 취재 열기는 전혀 식지 않았다.
천공의 방어 요새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정보에 의하면 버틀랜드에 1차로 집결하고 그곳에서 요한의 비행선을 타고 이동할 것이라고 했다.
덕분에 전 세계의 언론사들은 버틀랜드로 모이기 시작했다.
전례가 없었던 유명 셀럽들의 등장에 그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영국인들은 물론이고 영국과 인접한 유럽인들도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한때 EU를 탈퇴했던 영국이었지만, 몬스터와 포탈을 겪으면서 이 끔찍한 사태를 혼자 이겨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EU에 가입해 다시 유럽은 하나가 되어 가고 있었다.
전에는 경제 문제, 난민 문제 등등,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하나로 뭉칠 수 없었지만, 대포탈 사태를 겪으며 중동은 엉망이 되어 난민조차 드물었으며 몬스터와 포탈이라는 공동의 적이 생기자 그렇게 시끄럽던 유럽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나가 되어 거대한 EU를 탄생시켰다.
십자군 전쟁 때도 이렇게 뭉치진 못했던 것을 드디어 이룬 것이다.
덕분에 다른 유럽인들도 싸고 편리하게 영국으로 모일 수가 있었다.
“꺄아악!! 최고의 기타리스트인 데비이드야!”
“어머,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이자 레슬링 선수인 아카쟌도 있어!”
“어머, 어머!”
촤자자작-!
마치 시상식인 것처럼 레드 카펫이 깔리고 세계적인 스타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최고로 멋지게 치장을 했는데, 그야말로 눈이 돌아가는 선남선녀들이 모이고 있었다.
“와아,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지?”
“정말……. 같은 종족이 맞기는 한 걸까?”
사람들은 극한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촤자자작-!
언론사 연합이 급하게 마련된 포토존엔 마치 시상식처럼 도착하는 셀럽마다 포토 타임을 가졌다.
“오우, 미스터 크리스. 이번 파티에 초대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엄, 최곱니다. 미스터 킴은 그야 말로 세계 최고의 헌터라고 할 수 있죠. 그가 소유한 천공의 방어 요새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곳이고요. 그가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하게 되어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둘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이들은 원래 약속 시각을 잘 지키는 이들이 아니었지만, 방어 요새로 향하는 비행선은 정해진 시간에 딱 1번만 뜬다고 알렸기에 혹시라도 늦을까 봐 그들답지 않게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띵-!
약속 시각이 되었다.
위이이잉-!!
“오오, 저기 비행선이다.”
비행선의 등장에 기자들의 셔터 누르는 속도도 더 빨라졌다.
비행선의 등장은 시작일 뿐이었다.
[아아, 초대된 분들이 단 1명의 이탈 없이 오셔서 다행이군요. 지금부터 초대장 확인 절차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음 같아선 다들 귀하신 분들이라 그냥 프리 패스해 드리고 싶은데 가짜가 있을 것을 대비해야 해서요. 다들 협조 부탁드립니다.]
방송을 통해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요한에게 고용된 직원들이 어디선가 우르르 등장했다.
“드디어……!”
꽤 위압적인 모습임에도 셀럽들은 오히려 반색했다.
이제 정말 파티에 참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절차는 복잡하지는 않았지만, 철저했다.
특히 주변에선 꽤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이들이 진지하게 감시하는 중이었다.
지잉-!
“저놈, 가짭니다.”
얼굴에 인상적인 문신이 새겨져 있는 대머리 남자의 눈이 파랗게 빛나며 한 커플을 가리켰다.
“잡아.”
우르르-!
건장한 체구의 남자들이 몰려가 해당 커플을 제압했다.
“뭐, 뭐야?!”
“니들!! 우리가 누군지 알아?!”
“아저씨들, 우린 말이야. 어?!”
확실히 그들의 겉모습은 범상치 않은 중요 인물이었다.
남자는 존 카터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록 밴드의 보컬.
여자는 스칼렛 엘리자베스로 국제무대에서 난민 인권 운동으로도 유명했고 미국의 엘리자베스 가문의 상속인이기도 했다.
둘 다 명문가 출신의 연예인으로 미국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보안 담당자는 입가에 비웃음을 실었다.
“풉, 알지, 1급 수배범 카피 헌터 커플. 일명 카멜레온 한 쌍, 마이클 라슨, 존 아냐.”
“커헉. 그, 그걸 어떻게?!”
“무슨 이유로 미스터 킹의 요새에 가려는지 모르겠지만, 넌 이제 끝이다. 네가 잡혔다는 소식이 에드가에게 들어가면 재밌겠군.”
“아, 안 돼!! 그, 그냥 돌아갈 테니까 제발 놔줘!!”
“끌고 가.”
“예.”
“으아아악!!”
“꺄아악, 저, 저는 협박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온 거예요. 제발 놔주세요!”
“이, 이 미친X이!”
짝-!
건장한 가드에게 잡힌 상태에서도 남자는 여자의 뺨을 갈겼다.
사실 이건 가드들도 어느 정도 허용한 것이었다.
이곳에 동원된 가드는 전원 E급 신체 강화 헌터로 유럽에선 E급은 사냥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명되어 특별한 능력 없이 신체 강화 능력자는 보통 이런 식으로 고급 경호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이게 결코 나쁜 직업이 아니었다.
고급 경호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재벌이나 부자들이 비싼 몸값에도 불구하고 돈 좀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고용하는 게 각성자 경호원이었다.
비록 E~F급이라고 하지만, 몬스터와 티어가 높은 헌터가 아니라면 이 각성자 경호원을 뚫고 의뢰인을 타격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히 요한에게 고용된 이들은 전원 E급의 최고급 경호원이자 가드였다.
카멜레온 한 쌍으로 불리는 마이클 라슨과 존 아냐는 대상의 모습을 복사하는 게 전부였기에 가드들의 상대가 절대 아니었다.
그들은 개처럼 어디론가 질질 끌려갔다.
“쯧쯧, 천박한 것들.”
“드디어 저 사기꾼 커플이 잡혔구먼.”
이쪽 분야에도 해박한 이들이 이곳에도 많았기에 카멜레온 커플이 잡혀가는 것을 보곤 혀를 찼다.
짧은 소동이 있었지만, 그 외엔 별다른 문제 없이 신분 확인 절차가 끝이 났고 셀럽들은 요한이 준비한 비행선에 올라탔다.
“와우, 생각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곳인데?”
“그러게. 겉으로 보기엔 신기하긴 해도 뭔가 투박할 것 같았는데. 스팀 펑크 특유의 분위기는 살리면서 현대적 감성에 맞게 편의성도 극대화했잖아?”
“이거 생각보다 킴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
“후후.”
요한이 보낸 비행선은 특별히 개조한 10대의 비행선 중 1대였다.
가장 멋들어지게 개조한 비행선은 요한 개인의 것이었고, 비상용 1대를 제외한 8대는 이런 식으로 외부 행사가 있을 때 사용하려고 개조한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요한이 고용한 기술자들이 알아서 해 놓은 것이었지만.
최근엔 방어 요새의 두뇌인 마크도 기술자들과 함께 토론까지 하면서 요새 내부를 개조하는 데 단단히 재미가 들렸다.
마크는 요새가 아니면서도 요새 그 자체였는데, 자신의 몸이나 마찬가지인 요새를 깔끔하게 만드는 게 무엇보다 즐거운 듯했다.
그런 마크와 기술자들의 역작이 지금 셀럽들이 타고 있는 비행선이었다.
“드디어 가는군.”
“정말 기대되네요. 킴은 도대체 어떤 인물일지.”
“그러게 말이에요.”
몇몇 여성 셀럽은 화장을 열심히 고쳤다.
전 세계 매력적인 남성 독보적 1위가 요한이었고, 현재 그는 미혼에 애인조차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번 파티에서 매력을 발산해 요한과 이어지기만 한다면, 세계 최고의 반려가 되는 것이었다.
미국 정부도 함부로 굴지 못하는 최고 권력자의 곁이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자리인가.
여성 셀럽들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는 게 아니었다.
비행선 내부엔 커피와 차, 간단한 요깃거리도 준비되어 있었기에 그들은 편안하게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아주 작게 보이던 요새가 점점 크기를 키워 엄청난 크기가 되어 그들에게 다가왔다.
“와아, 어떻게 저렇게 거대한 물체가 공중에 떠있을 수 있는 걸까?”
“그러게 말이야. 톤 단위를 넘어서 수백 메가톤도 더 나갈 거 같은 데 말이야.”
“뭐, 몬스터도 있는 세상인데 저런 것쯤이야. 아 참. 그래, 저것도 몬스터라고 했어.”
“아. 그랬지 참.”
몬스터가 존재하는 세상에 과거의 과학은 세상 일부만을 증명하는 학문이 되었다.
이런 세상에서 천공의 방어 요새 같은 게 존재한다고 해서 딱히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구궁-!
[잠시 후, 방어 요새에 접근할 예정입니다. 주변에 경계용 비행선이 많으니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들은 당신들을 당장은 적으로 인식하지 않지만, 물건을 집어 던지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면 마스터인 김요한 헌터의 명령 없이도 당신들을 사살할 수 있습니다. 명심하십시오. 돌발 행동만 하지 않으신다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진 않을 것입니다.]
“워후, 살벌하기도 해라.”
“하긴, 여긴 영국 해상인데도 영국 공군이 근처도 못 온다며?”
“정말 킴의 위세가 어마어마하네요.”
“미국도 어떻게 못 하는 사람인데. 영국 정도야.”
“하긴……."
요한의 위세와 유명세로 인해서 이곳에 온 셀럽들이긴 했지만, 정말 어째 겪으면 겪을수록 더, 더 요한이란 존재에 경외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말 같은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높은 존재라는 인식이 팍팍 들었다.
“……나, 잘할 수 있을까?”
“좀 무서워졌어.”
여성들도 이럴 수밖에 없었다.
적당히 대단한 남성이라면 이성적인 매력부터 들겠지만, 아예 차원이 다른 존재니 두려움이 느껴졌다.
경외감과 두려움은 크게 다른 게 아니었다.
부정과 긍정, 이 2개의 단어 사이를 줄타기하는 것이 두려움과 경외였으니까.
스타로 살면서 오만, 자만 등등,
남들이 쉽게 겪지 못하는 이기적인 감정으로 똘똘 뭉친 셀럽들도 슬슬 기가 죽기 시작했다.
구궁-!
[도착했습니다. 모두 순서대로 비행선에서 내려 주시면 됩니다. 뜨거운 밤이 되시기를.]
“워후, 도착했다!!”
“내리자고.”
비행선에서 내린 그들을 맞이한 건 화려한 조명과 꽃, 그리고 레드 카펫이었다.
“셀럽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멀끔하게 차려입은 요한이 그들을 맞이해 주었다.
“꺄악, 킴이야!”
“킴이 직접 마중을 나와 주다니!!”
“브라보!!”
요한의 위세에 기가 죽었던 셀럽들이었지만, 그들도 어디서 방귀깨나 뀌는 인물들.
요한이 직접 마중을 나와 주자 금방 기분을 풀고 특유의 넉살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마음껏 즐겨 보자고요. 준비됐나요?”
휘익-!
휘파람을 불며 요한의 마중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4박 5일로 진행될 요새 파티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
“와, 우리가 이런 곳에 초대됐다고?”
요한이 특별 초청 형식으로 데리고 온 〈인피니티 첼린지2〉멤버들은 주변에 있는 셀럽들의 모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말 세계적인 스타들의 향연이었다.
연예인 중의 연예인.
그들도 한국에선 인기 연예인이었지만, 그들조차 팬심을 가질 정도로 별 중의 별의 향연이었다.
“우, 우, 우, 우, 우리가 여기서 공연하면 되는 거야. 스탠드 코미디 형태로?”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요즘이었지만, 그렇다고 스탠드 코미디가 없어진 건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복고풍이라며 더 좋아하는 마니아층도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스탠드 코미디에 도전해 꽤 훌륭하게 공연을 마무리한 특집을 찍은 적도 있었다.
“아따, 형님. 긴장 좀 그만하쇼. 거기서 몸이 더 떨렸다간 플래쉬가 되겠네.”
“크흠, 마, 말 시키지 마라. 너무 떨린다.”
〈인피니티 첼린지2〉의 맏형이자 유명인 울렁증이 있는 일명 여치 주성욱은 죽을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