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요한은 느긋했고 세계 정부는 애간장을 태웠다.
세계 정부로선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분명히 만나고 싶다는 제스처를 계속 보냈음에도 대답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한 번은 만나 줄 수 있음에도 오직 무시로만 일관하고 있다.
혹시 중간에서 누가 정보를 차단 하나 싶었지만, 알아본 결과 분명히 세계 정부의 의사가 요한에게 닿았다.
그저 요한이 만남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째서?’
세계 정부는 고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헌터였다면 조금 강하게 나갔을 것이다.
아무리 상대가 S급 헌터라고 해도 이쪽은 국가 단위의 조직이었다.
원하면 국가 연합이 될 수도 있었고.
하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이쪽도 S급 헌터 1명이긴 했지만, 가진바 힘이 너무 강력해 국가 단위라고 해도 감히 싸울 엄두가 나질 않았다.
설사 이긴다고 해도 남는 게 없었다.
요한은 혼자였기에 포탈 같은 곳에 슬쩍 몸을 빼면 그만이지만, 만약에 국가 단위의 조직이 패배라도 한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방어 요새를 보고 있노라면 도저히 감히 싸움을 걸 용기가 나질 않았다.
스카이 포탈을 혼자 공략할 정도로 헌터로서의 능력도 최고인데다, 여전히 전 세계에 남아 있는 군대와 재래식 무기론 흠집도 낼 수 없을 것 같은 강력한 대형 무기인 천공의 방어 요새.
그야말로 언터처블의 최강의 존재였다.
미국 일부 공화당 우파 의원들은 천공의 방어 요새는 개인이 가지기엔 너무 강력한 무기고 만약에 요한이 나쁜 마음을 먹었을 땐 감당할 방법이 없으니 세계 정부의 소유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공감을 얻는 주장기도 했다.
미국은 여전히 팍스 아메리카의 야망을 보유한 나라였으니까.
미국은 대혼돈의 시기에 세계의 경찰 지위를 잃었지만, 압도적인 국력으로 사사건건 타국을 간섭하는 것을 여전히 놓지 않았다.
요한이 미국조차 두려워할 힘을 얻자 그 모습이 아니꼽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주류 정치인은 요한을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국회에 정식 의제로 올라 오진 못했지만, 우익 공화당 의원들은 어떻게든 요한에게 방어 요새를 뺏어서 미국의 힘이 되도록 하고자 물밑에서 노력했다.
[……이런 게 일부 의원들 입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흐음.”
요한은 턱을 관 채로 생각에 빠졌다.
미국은 요한의 정보력을 무시 고 있었지만, 사실 이건 요한을 너무 쉽게 본 처사였다.
요한은 비록 소시민으로 자랐지만, S급 헌터가 된 이후로 엘레노아와 쭉 함께하며 힘을 가진 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깨너머로 습득했다.
엘레노아에 가르쳐 달라고 한 적은 없지만, 낮은 스펙으로 좋은 회사에 다니면서 일이란 것은 누구에게 가르쳐 달라고 해서 허락을 받아서 배우는 게 아니라, 어깨너머로 알아서 배우는 것임을 깨달은 그였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엘레노아에게 기득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제대로 간접 교육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철저한 정보 수집이었다.
특히 요한은 주변에 적 혹은 잠재적 적이 많았다.
딱히 그가 나쁘거나 누구에게 악한 짓을 해서 적이 생긴 건 아니었다.
너무 힘이 강하다 보니 주변에서 그를 두려워해 가상의 적으로 산정 해 버린 것이었으니까.
‘뭐, 그것까지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자기들 몸 지키겠다는데. 다만, 그걸 실천으로 옮기려면 각오는 해야 할 거야.’
얼마든지 싸워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계속 감시해.”
[예, 알겠습니다.]
휘잉-!
유령 1기가 연기처럼 사라졌다.
바로 이래서 세계 정부는 요한의 상대가 아니었다.
요한의 정보원은 컴퓨터도, 인터넷도, 특수 요원도 아니었다.
보통 인간은 관측도 할 수 없는 평범한 모든 유령이 그의 정보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주는 봉급이란 것도 그저 건드리지 않는 것.
네크로맨서인 요한에게는 유령을 소멸시키지 않고 고통만 주는 능력이 있었다.
이승도 벗어나지 못한 그들이 요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면 오직 말을 잘 듣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래도 뭔가 말을 잘 안 듣던 애들의 태도가 180도 바뀐 건 세인트 포탈에서 나온 이후였다.
“지금 뭐……."
[죄,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정보를 수집해 오겠습니다!!]
시킨 일은 그래도 잘했지만, 뺀질대거나 약속 시각을 어기기 일쑤 였던 유령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에 빠릿빠릿해졌다.
이유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하늘 때문이겠지.’
언데드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 퀸 스피릿인 하늘이 요한의 뒤에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유령인 그들이 감히 요한의 명령을 대충 이행할 수가 있겠는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들은 야생 언데드였고 요한은 그런 야생 언데드를 길들이는 게 아니라 적당히 협박으로 데리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 많은 유령과 언데드 계약을 맺을 수는 없으니까.’
유령이란 언데드는 다른 언데드 보다 설 자리가 협소한 편이었기에 더더욱.
덕분에 요한은 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받아 볼 수가 있었다.
‘뭐, 특별한 건 없네. 인간들이 날 귀찮게 하려는 것 말고는.’
절대 사절이었다.
‘다시는 스카이 포탈에 남의 부탁으론 안 들어가.’
물론 이제 요한은 일반 포탈은 시시할 게 분명했기에 아예 안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도 한국인이라 돈이 충분해도 성장과 전투를 위해서 아예 포탈을 접을 생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남의 부탁으론 아니었다.
‘다시는 어디에 엮이지 않을 거야.’
그게 그의 다짐이었다.
***
요한은 여전히 세계 정부의 사람들과 만나지 않고 있었다.
만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만나면 스카이 포탈을 공략해 달라는 게 용건의 전부가 아닌가?
받아 주지 않을 거면서 쓸데없이 감정과 시간을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부자의 시간은 천금과도 같다고 했나?’
물론 전혀 바쁘지 않은 요한에겐 해당하지 않는 말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틀린 말은 또 아니었다.
요한이 초 단위로 버는 돈은 상식에서 훨씬 벗어났으니까.
일단 요한은 엄청난 돈을 확인하고 눈이 돌아갔다.
‘와, 이게 내가 번 돈이야?’
원래 그는 부자였지만, 지금은 더 큰 부자가 되어 있었다.
K&S를 설립하기 이전엔 그냥 좀 잘나가는 부자였다면, 이젠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부자라고 할 수가 있었다.
포브스에서 선정한 부자 순위 말고 숨겨진 재산까지 합쳐진 미지의 가문들도 압도할 정도였다.
더 놀라운 건 요한의 재산은 100% 공개된 상태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S급 헌터라 내는 세금은 1%에 불과해 숨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요한의 성격에 숨길 이유도 없었고.
‘엘레노아가 이럴 땐 어떻게 했더라?’
요한은 보통 행동을 정할 때 엘레노아의 사례를 따라 하는 편이었다.
“레이첼.”
또각또각-.
“네, 요한 헌터님.”
요한의 부름에 영국에서 요한을 담당하는 미녀 비서가 미소를 띠며 다가왔다.
“당장 1억 달러를 찾아서 베트남에 기부해.”
“예, 1억 달러요? 원화가 아니라?"
“에이, 내 재산에 1억 원이 뭐야. 달러라도 별로 티 안 나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 정말로 1억 달러를 베트남에 기부할까요?”
“아, 그래. 아, 직접 기부가 아니라 러셀 재단을 통해서 간접 기부가 좋겠네. 요즘에 베트남 경기 안 좋다며?”
“아, 네. 최근 헌터들의 활동성이 떨어져서 생각보다 마석 수급이 어렵나 봐요.”
베트남뿐만이 아니라 동남아 전체가 마석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베트남은 좀 나은 편인 것.
하지만 요한은 다른 동남아시아가 아니라 베트남을 선택했다.
“저, 그런데 다른 동남아시아는 안 도우시나요?”
레이첼도 이런 의문이 들어서 물어보았다.
“다른 국가?”
“네.”
“내가 왜?”
“네?”
“베트남이야 스카이 포탈을 공략할 때 누구보다 열심히 도와준 국가야. 나한테 해 준 게 있다고. 하지만 다른 국가는? 없어. 내가 동남아시아에 공격대를 파견해서 마석을 공급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 해야 할 판인데, 뭐 예쁘다고 도와 줘?”
“아, 알겠습니다. 당장 1억 달러를 송금하겠습니다.”
냉정하고 까칠한 대답에 레이첼은 허둥대며 서류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다.
스카이 포탈 공략이 끝난 직후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요한은 이미 없었다.
그때는 스트레스가 풀린 직후의 행복치 맥스 상태였기에 그런 것이고 지금은 평소의 까칠 요한 상태였다.
“그래.”
레이첼이 나가고 나서야 다시 부드러운 요한이 되었다.
***
요한이 파티를 연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초대 손님은 유명한 셀럽 위주로 초대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자 전 세계의 유명한 셀럽들은 잔뜩 기대하는 모습이나 글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금방 유행이 되면서 요한에게 초대되면 진짜 셀럽인 것을 인증받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초대 명단은 얼마나 진행됐어?”
“거의 다 됐습니다. 지시하신 300명 중의 240명은 분류했고, 나머지 60명을 정하는 중이에요.”
“연예인 위주지?”
“예, 그렇습니다. 어차피 다른 분야는 관심 없지 않으십니까?”
“큭큭, 그렇지.”
전 세계 인기 연예인을 모을 생각이었다.
경제? 정치? 그딴 거 다 머리 아프고 복잡했다.
그저 TV에서만 보던 이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만져 보며(?) 대화도 나누어 보고 싶을 뿐이었다.
“아 참, 그리고.”
"예."
“한국은 내가 따로 초대할 테니까. 한국 연예인은 제외해.”
“아, 예. 알겠습니다.”
한때 취미가 TV 시청이었던 요한이었다.
TV에서 보던 인기 한국 연예인을 부를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일단 여치 주성욱은 필수겠지?’
과거 폐지됐었던 〈인피니티 챌린지〉가 수십 년 후에 시즌2로 새롭게 출범했다.
새로운 트렌드로 무장한 그들은 정말 예능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가 있었다.
전원 F급 헌터 출신 연예인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인피니티 첼린지2〉출범 당시엔 정말 인기가 별로 없었지만, 〈인피니티 첼린지2>를 하면서 그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인으로 거듭났다.
‘그들이라면 자격이 충분하지.’
요한이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힘이 되어 줬던 프로그램이었다.
지금은 요한이 그들의 힘이 되어 줄 때.
그저 요한에게 초대받았던 것만으로도 세계적인 이목을 받을 게 분명했으니까.
한국에서 유명한 예능인이 아니라, 세계적인 셀럽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요한은 당연히 그런 호의를 기꺼이 베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지금까진 내가 그들의 도움을 받았으니 지금부턴 내가 도움을 줘야겠지.'
그렇게 요한은 한국에선 〈인피니티 첼린지2〉 멤버 전원을 초대하는 초대장을 만들었다.
아, 그리고 당연히 이번 파티엔 유나와 미연 그리고 각자 동행 1명 씩 허용해 주었다.
‘오빠가 여는 파티에 동생이 빠질 수는 없겠지.’
전용기도 있는 동생이었기에 딱히 항공료나 전세기를 보낼 필요도 없었다.
이건 딱히 초대장이 아니라, 그냥 문자 하나만 보냈다.
남매 사이에 초대장은 무슨.
***
한국 연예인과 유나, 미연을 제외한 셀럽 300명이 속속들이 SNS에 초대받은 사실을 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슈가 되었고 많은 언론사가 이번 파티를 취재하길 원했다.
하지만 요한은 언론사는 부르지 않았다.
‘유명인끼리의 파티에 기자가 섞이면 제대로 즐길 수가 없지.’
카메라 셔터에 신경을 써야 할 테니까.
47장. 화끈한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