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쿠르르릉-!
요한의 마나가 진동하는 동시에 주변의 땅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콰가가강-!
‘응?’
그리고 땅속에서 날카로운 뼈들이 수백, 수천 개가 뚫고 올라와 왕자를 정확히 가리켰다.
“!!”
막 도망가려던 차에 주변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 뼈에 당황한 왕자는 손을 뻗으며 입을 열려고 했다.
그의 예민한 감각에 의하면 주변의 뼈들은 절대 만만치 않았기 때문.
“자, 잠시만……! 우리 말로......!
도망치는 게 무리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협상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요한은 그와 할 말은 없었다.
‘빨리 끝내고 쉬자.’
들었던 손을 내렸다.
팅팅팅-! 파바바박-!
“크아아악!!”
주변에 있던 수백, 수천 개의 뼛 조각이 일제히 왕자를 향해서 쏘아졌다.
왕자는 기를 쓰고 막으려고 삼지창을 허공에 휘둘렀지만, 초반에만 잘 막았을 뿐 점점 힘이 빠지면서 공격을 허용해 나중엔 아예 모든 공격을 허용했다.
처절한 고통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렇다고 바로 죽지는 않았다.
요한의 공격 스킬은 위력은 괜찮은 편이지만, 그가 전문 마법사나 원거리 헌터는 아니었기에 언데드 소환 스킬 말곤 등급에 어울리는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거기에다가 해룡족 왕자의 방어력도 절대 만만치 않았다.
“크아아악, 빌어먹을 하찮은 종족 따위가!!”
협상이나 하려고 했는데, 예의도 모르는 하찮은 종족 따위가 그대로 공격을 퍼붓자 왕자의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크아아악!!”
그도 마나를 방출하며 온 힘을 다해서 요한을 향해서 공격하려고 했다.
솨아아아-!
“어, 어떻……!!”
막 움직이려던 찰나.
하늘에서 검은 기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본 왕자는 정말 미친 듯이 깜짝 놀랐다.
하지만 말도 채 끝낼 수 없는 짧은 순간에 그는 까만 연기 같은 것에 의하여 꽁꽁 얼 수밖에 없었다.
저적-! 저적-!
그 강력한 해룡족 왕자를 단 한 번에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헤에, 말이 너무 많잖아. 남자라면 좀 진중해야 멋있는 건데.]
츄릅-.
하늘은 헛바닥으로 입술을 핥으며 얀데레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가 퀸 스피릿이 된 이후에 생긴 취미로, 사냥한 상대를 꽁꽁 얼려서 그녀만의 공간에 콜렉션으로 보관하는 것이었다.
“야, 인마!!”
정작 요한은 하늘의 행동에 잔뜩 화가 났다.
[어머, 왜 그렇게 화가 나셨을까?]
다 알고 있음에도 뻔뻔하게 모른 척을 해 버렸다.
“걔마저 네가 가져가면 내가 일으킬 시체가 없잖아!!”
[어머, 이 녀석들 죽으면 사라질 텐데?]
“뭐야?”
[나도 내가 상대하던 녀석 중에 한 녀석을 실수로 죽였는데 사라지던데?]
“뭐?”
요한은 당황스러웠다.
‘수에트만 사라지는 게 아니었어?’
아무래도 왕자라면 모두 보스 몬스터 취급받는 것 같았다.
‘근데 스카이 포탈 보스 몬스터가 이렇게 쉽다고?’
아무리 요한이 성장했다지만, 확실히 너무 쉬웠다.
공허 간수와 싸웠을 때는 정말 목숨을 걸고 겨우 이겼을 때도 많았는데.
'내가 그만큼 성장한 건가, 언제?’
그나마 예상이 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뭘 봐?]
바로 퀸 스피릿인 하늘.
‘하긴, 휘하 언데드가 성장했는데 네크로맨서인 내가 성장하지 않았을까?’
물론 미친 듯이 강해졌다곤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격이 한 단계 상승한 기분?
‘그렇단 말이지…….'
기쁜 일이었다.
안 그래도 스카이 포탈을 창조한 그 미지의 존재가 신경 쓰이던 차 였는데 이렇게 급격하게 성장했다면, 그 녀석이 지구에 나타나도 어떻게든 될 것 같기도 했으니까.
콰강-!
“아, 그래. 아직 한 녀석 남았지?”
4명 중에서 3명이 처리되었고, 메가 잔자클 남작과 싸우고 있는 1명은 여전히 메가 잔자클 남작과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녀석의 상태는 영 좋지가 않았다.
“크악!”
이미 온몸이 너덜너덜해 곧 죽을 것 같았다.
‘뺏길 수 없지. 정말 만약에 영화처럼 저 녀석을 죽이고 메가 잔자클 남작이 잔자클 로드가 될 수도 있으니까.’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매우 낮은 확률이었지만, 세상엔 극악의 확률을 뚫고 로또에 당첨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
확률이 낮다고 해서 무시하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었다.
“자, 총공격!!”
[꺄하하하!!]
하늘이 가장 신나서 먼저 날아갔고 그 뒤로 왠지 기가 죽은 류페이가 따라갔다.
‘쟤 왜 저러지?’
퀸 스피릿으로 각성하고 나서 잠시 류페이와 면담을 한 이후로 류페이가 잠잠해진 감이 없지 않았다.
‘1:1 교습이라도 받은 건가?’
아무리 류페이가 뛰어난 언데드, 즉 데스나이트라는 상위 언데드이긴 했지만, 상대는 그야말로 언데드의 신 퀸 스피릿이었다.
솔직히 데스나이트가 감당하기엔 격이 너무 높았다.
“크아아악!!”
“크에에엑!!”
모든 언데드 군단이 일제히 남은 마지막 왕자와 메가 잔자클 남작을 향해서 달려갔다.
"......!"
왕자는 그런 언데드 군단을 보곤 얼어 버렸다.
‘설마, 수에트 형님과 다른 형제들이 다 당했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형제 4명이 네크로맨서를 막겠다고 나선 이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렇다는 것은 당했다고 하는 게 옳았다.
‘하아, 여기까진가.'
그는 아예 체념해 버렸다.
쾅-!
그런 그의 위로 그늘이 지더니 그대로 메가 잔자클 남작의 커다란 메인 촉수가 후려쳐졌다.
“뭐야 저거?”
요한은 그 모습을 보더니 어이가 없었다.
이번 왕자는 싸우지도 않고 전투를 포기해 버렸기 때문.
‘에라이.’
어차피 시체가 사라지는 녀석이었지만, 훌륭한 경험치였다.
왕자를 잡을 때마다 스마트폰이 울리며 레벨이 올랐다는 걸 격렬하게 알렸다.
그는 이곳 스카이 포탈에 들어온 이후 그야말로 폭렙을 한 덕분에 이젠 어지간하면 레벨이 오르지 않았음에도 1마리를 잡을 때마다 레벨이 오를 정도였으니까.
[아깝잖아!!]
하지만 진짜 화가 난 쪽은 따로 있었다.
이번에도 얼음 콜렉션을 늘릴 생각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던 하늘이었다.
거친 욕설을 섞어 가며 화를 낸 하늘이 빠르게 날아가 메가 잔자클 남작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솨아아아-!
검은 기운이 메가 잔자클 남작을 덮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
왕자 1명과 싸우면서 체력을 충분히 회복한 메가 잔자클 남작은 포효하며 하늘에게 반격하려고 했다.
저적-! 저저적-!
“쿠오?”
하지만 메가 잔자클 남작은 이상한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검은 기운이 닿자마자 온몸이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까닿게 언 부분은 메가 잔자클 남작의 사기적인 회복력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미친 듯이 빠져 나가며 빠르게 말라비틀어져 가고 있었다.
‘그래, 저게 바로 소문의 흑암 여제가 사용하던 블랙 아이스! 모든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사기적인 능력은 아직 헌터 체계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았던 시절, 북한이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하고 모든 사람이 저 블랙 아이스에 당해야 했지.’
폭주한 흑암 여제는 민간인, 헌터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학살했다.
헌터, 민간인 구분만 했어도 세계 정부에서 그녀를 체포했을 텐데, 결국 봉인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그녀의 분노는 당연하고 합당해 정당방위에 가까웠으니까.
뭐, 그렇다고 해도 이미 폭주해 앞뒤 안 가리던 그녀에게 통하지도 않았겠지만.
문제는 퀸 스피릿으로 각성하며 생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존재가 되었다.
퀸 스피릿 하늘은 지금의 세계 정부가 나서도 감당할 수 있는 괴물이 아니었다.
“쿠아아악!!”
재앙급 몬스터인 메가 잔자클 남작이 쪽도 못 쓰고 온몸이 꽝꽝 얼어붙어서 그대로 생명력이 쭉쭉 빨렸다.
“야야, 그건 남겨야 해!!”
요한은 다급해졌다.
[쳇.]
“혀 차지 말고.”
[흥!]
“흥도 안 돼!!”
[베에!]
“그건 또 뭐 하는 짓인데!”
요한은 말은 잘 듣지만, 성격이 180도 변한 하늘이 참 벅차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그녀도 충실한 언데드인데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격으로 인해서 대하기 어렵다고나 할까?
어쨌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메가 잔자클 남작의 시신은 온전히 얻어야 했다.
[피.]
하늘은 이번에도 투덜대며 블랙 아이스를 거둬 냈다.
그때였다.
파박-!
“흐아아압!!”
빈틈을 놓치지 않고 류페이가 달려들어서 그대로 검을 메가 잔자클 남작의 가슴 한 부분을 노리고 찔러 넣었다.
푸욱-!
“키에에에엑!!”
그곳이 약점이었는지 메가 잔자클 남작은 지금껏 보여 주지 않았던 비명을 내질렀다.
쿠궁-!
녀석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크하하핫, 내가 마무리했다!!”
[저, 저!]
하늘은 당했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며 류페이를 째려보았다.
움찔-!
류페이는 애써 시선을 하늘로 두지 않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억지로 만들었다.
소심한 복수였지만, 이게 어떤 파란을 불러올지 아무도 몰랐다.
띵띵-!
스마트폰이 2번 울렸다.
‘응, 2번?’
1번은 레벨업이 분명했고, 2번째는 뭔지 알 수가 없었기에 얼른 스마트폰을 열어 보았다.
[데스나이트 류페이가 궁극의 기사 둠나이트로 진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강력한 죽음의 기운이 그녀를 감쌉니다.]
‘어, 어?’
솔직히 둠나이트로 진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고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보통 이런 종류의 메시지는 정말 오래 걸리기로 악명이 높았으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서 둠나이트로 진화한다는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었다.
‘대박.’
완전 대박이었다.
“크아아아아!!”
콰앙-!
류페이는 갑자기 차오르는 엄청난 죽음의 기운에 입까지 벌려 가며 비명에 가까운 함성을 내질렀다.
그녀는 속으로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엄청난 기운이 자신의 몸 속에서 용솟음치기 시작한 것이었으니까.
콰앙-!
다시 한번 더 사방으로 충격파가 퍼졌다.
엄청난 기운이 휘몰아쳤다.
하늘은 굳은 표정으로 류페이를 쳐다보았다.
저적-! 저적-!
류페이의 온몸에 실금이 가더니 챙! 하고 깨졌다.
그러자 그곳에선 더는 인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심연에서 올라온 악마와도 같은 모습의 보랏빛 눈이 흉흉하게 빛나는 존재가 있었다.
촤악-!
등에도 보랏빛으로 빛나는 뼈로 된 날개가 있었고 움직일 때마다 보랏빛 기운을 뿜어 대고 있었다.
"하아."
숨을 쉬었을 뿐인데도 죽음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며 식물을 말려 죽였다.
“이건……?”
류페이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요한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안구가 사라지고 그곳엔 보랏빛의 동그란 빛만 존재했는데 희한하게도 감정을 읽을 수가 있었다.
“너 둠나이트로 진화했어.”
“오오, 둠나이트!!”
진화했다곤 해도 류페이의 성격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도 둠나이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크하하핫, 내가 바로 궁극의 기사인 둠나이트가 되었다니. 크하하하하!! 그렇다면?”
그녀는 검을 들어서 기운을 모았다.
쿠구구궁-!
그러자 땅이 흔들리며 무엇인가가 땅속에서 튀어나왔다.
콰앙-!
바로 잠시 몸을 숨겼던 본 스파이더였다.
본 스파이더도 류페이를 따라서 모습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